171. 머드파크, 그 뒤의 이야기.
방송이 끝나고 난 후 뒤풀이 시간.
"오늘 방송 고생했어!"
"고생하셨어요!!"
"재미있었어요."
"너굴너굴!"
다 같이 술잔을 들고 외쳤다.
"오늘 정말 재미있었어요!"
"맞아. 피부도 좋아진 것 같고."
그녀들의 얼굴에 피곤이 가득했는데도 즐거움이 가득해 보였다.
"힘들었을 텐데, 재밌었다니 다행이야."
"언니 말대로 정말 재밌었어요!!"
"솔직히 워터파크 보다 재미있었던 거 같아요."
굉장한 고평가가 이어졌다.
"맞아요! 전 마지막에 머드 분수쇼! 너무 신기했어요!"
"맞아. 바닥에서 위로 뿜어질 때. 깜짝 놀랐어."
송희는 순수하게 분수에 놀랐지만 미영이가 깜짝 놀란 부분이 조금 달랐다.
비대처럼 아래에서 쏘아진 물줄기에 현규가 맞으 면서 비명을 지른 게 문제였다.
"놀라긴 내가 제일 놀랐지!"
현규가 버럭 소리치자 그녀들은 그때가 떠올랐는 지 웃음을 터트렸다.
"야! 웃지 마! 진짜 수압 장난 아니었다니깐!"
그때만 생각하면 아찔했다. 부위가 아래쪽이다. 보니 확인해 볼 수도 없고, 만져 볼 수도 없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괜찮으세요?"
미영이가 짓궂은 표정으로 질문했다.
"어!? 괜찮지! 안 괜찮으면 큰일이야!"
현규가 당황해서 허둥거렸다.
"오빠! 표정이 왜 그래요!"
"아니야 송희야. 이거 진짜 큰일이지!"
그녀들이 무서워 보이는 건 처음이었다.
"무섭다. 무서워!"
"왜요 오빠? 우리가 왜 무서워요! 동생들이 이렇 게 걱정하는데! 한 잔 드세요."
셋은 서로 장난을 주고받으며 즐겁게 뒤풀이를 이어갔다.
"오빠 머드 따로 구할 수 없어요?"
"어!?"
"효과 좋은 거 같아서요. 피부가 매끈매끈해졌어요."
크게 차이나지 않았는데도, 피부에 관심이 많은 미영이는 변화를 느낀 것 같았다.
"야! 기분 탓이야! 좋은 진흙이긴 한데 특별한 건 아니야. 일반 머드로 팩해도 비슷한 효과 나와."
"그래요?"
"당연하지! 그런 게 있었음. 화장품 회사 차렸다!"
"그것도 그렇네요."
미영이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잔을 들었다.
"진흙이 아니라, 관리받은 보람이 있는 건가?"
현규는 못 들은 척 잔을 마주 들었다.
간단하게 끝날 줄 알았던 뒤풀이는 생각보다 긴 시간 이어졌다.
"오빠! 안주 만들어 주세요!!"
"맞아요. 오늘 안주 너무 부족해요."
식탁에 있던 안주들은 깨끗하게 비워졌다.
"4인분 정도 차렸던…"
"아니에요! 4인분 아니에요!"
"제가 보기에도 2~3인분 정도였어요. 아시죠? 저 요리 유튜버인거?"
확실히 4인분을 차렸지만, 사실대로 말할 수는 없었다. 조용히 요리해주는 게 상책이었다.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시원한 거요!"
"국물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시원한 국물의 소주 안주.
적당한 요리가 떠올랐다.
"조개탕 어때? 맑은 국물로 시원하게."
"좋아요!"
"괜찮은데요?"
"알겠어. 바로 만들어 줄게."
현규가 요리를 위해 자리를 비우자. 그녀들은 목 소리를 낮추고 은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언니. 요즘 관리받으시는 거 효과 있으세요?"
"있는 거 같아. 머드 때문인 줄 알았는데, 피부가 진짜 좋아진 것 같기도 하고, 기분 탓인 거 같기도 하고."
미영이의 말에 송희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저두요."
"너두?"
송희는 우쭐한 표정으로 말했다.
"네. 처음엔 물약 때문에 효과가 있는 줄 알았는데. 관리사분이 이건 원래부터 저에게 숨겨져 있던 잠재력이라고 하셨어요."
"물약이 진짜 효과 있는 줄 알았어?"
"갑자기 커진 느낌이라 그런 줄 알았어요. 하지만! 이건 원래부터 저에게 잠재력이에요!"
"송희야 목소리. 낮춰."
목소리를 높이던, 낮추던 모두 현규의 귀에 들리고 있었다.
술에 취한 것인지 그녀들은 큰 목소리로 소곤거리고 있었다.
"그럼, 내 피부도 잠재력?"
"맞아요! 언니 원래 피부 좋았잖아요! 관리를 받 아서 잠재력이 튀어나온 거예요! 사실 언니랑 저는 엄청난 포텐셜을 지닌 거 아닐까요!?"
평소라면 냉정하게 생각했을 미영이도 잠재력 쪽에 손을 들어주고 있었다.
이대로 계속 듣고 있을 수는 없었다.
"요리됐어! 냄비 받침대 좀 꺼내줘!"
현규는 서둘러 음식을 가지고 나갔다.
"네!! 오빠!"
"오빠. 이리 빨리 와보세요! 저 피부 진짜 좋아졌어요!?"
"저도 질문…아니! 전 괜찮아요!"
뒤풀이는 이제 시작인 기분이었다.
***
"와. 진짜."
"너굴너굴."
넥타르 때문에 숙취가 없다는 건 다행이었지만,
거실은 엉망진창이었다.
널브러진 술병들.
쌓여있는 안주 접시들.
어제의 술자리가 만든 흔적이었다.
"너굴너굴!"
어질러져 있는 것을 싫어하는 너굴맨은 불만에 가득 차 있었다.
"손님들 있잖아. 너굴맨은 오늘 하루 쉬어. 내가 할게."
너굴맨이 직접 치우는 것을 미영이나 송희가 보 게 되면 큰일이었다.
"너굴. 너굴너굴"
그게 속상한 모양인지. 너굴맨은 시무룩한 얼굴로 대답했다.
이대로 그냥 청소하는 건 안 될 것 같았다.
너굴맨이 참여할 수 있어야 했다.
"좋아. 너굴맨! 감독해줘! 후딱 끝내버리자!"
"너굴?! 너굴!"
그제야 만족한 모양인지. 너굴맨이 환하게 웃으 며 주위를 돌아다녔다.
"너굴! 너굴너굴!"
"쓰레기부터 하란 이야기지?"
지시를 받으며 거실을 치우기 시작했다.
청소의 프로 너굴맨의 지시와 지치지 않는 현규의 조합은 엄청난 시너지를 발휘했다.
청소가 끝나는데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좋아! 아침식사는 너굴맨 쉐프님께 맡기겠습니다. 생성기로 조리하시면, 제가 나르겠습니다."
"너굴! 너굴너굴!"
"해장국으로 부탁드립니다, 쉐프!"
"너굴!"
그녀들을 위한 아침 식사도 준비했다.
"인공아! 애들 좀 깨워줘!"
- 알겠습니다.
드디어 그녀들을 집에 보낼 차례였다.
"좋은 아침이에요오."
"아침 고마워요. 오빠."
그녀들은 밥을 먹고도 술이 깨지 않는지.
"오빠, 저 점심까지만 더 잘게요."
"저두요. 오늘 녹화하고 갈게요!"
"야! 잠, 잠깐만!"
식사가 끝나자 바로 방으로 들어갔다.
"대답도 안 했는데…"
"너굴너굴."
너굴맨이 현규를 위로했다.
***
주방 청소까지 끝날 때쯤.
인공이가 일거리를 들고 왔다.
- 휴먼 확인해 보셔야 할 게 있습니다.
"뭔데?"
상상도 못 한 제안이 도착해 있었다.
"인공아. 우리가 수락한다는 전제로 기획서 하나 만들어 봐."
- 그녀들에게 보여주실 생각입니까?
"어. 차라리 잘 됐어. 있을 때 물어보자. 정리되는 대로 확인하고 수정할게."
마침 어제 술을 많이 먹고, 집에 가지 않은 게 다. 행이라고 생각할 줄은 몰랐다.
나름대로 행운이라면 행운이었다.
-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거하게 한 번 해보자!"
"너굴?"
제안을 협의하고, 세부 사항을 수정했다.
"홍보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조금 더 확장해 보자. 그쪽도 어차피 다른 곳에 외주 맡기지 않아?"
- 맞습니다. 새로운 제안을 수락할지 확실하지 않지만, 기획서를 넣어보겠습니다.
확실하지 않다는 인공이의 말과는 달리 보낸 기획서는 모두 수락됐다.
"뭔데? 한두 가지는 안 될 거 같더니."
- 저도 랜덤박스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한 것 같 습니다.
"크!! 이거지! 이것이 우리의 힘이다!"
랜덤박스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엄청났다.
덕분에 만족스럽게 협상이 마무리 됐다.
"얼추 끝난 거 같지?"
- 그렇습니다. 그녀들이 수락하기만 하면 마무리입니다.
시간을 확인하니. 어느새 점심이 다 된 시간이었다. 이 정도면 그녀들을 깨워도 문제없을 것 같았다.
"전부 깨워!"
- 알겠습니다.
그녀들 방에서 인공이의 목소리가 들리고, 잠깐 소란스러워지더니 미영이와 송희가 밖으로 나왔다.
"으으. 아직도 피로가 안 풀려요."
"벌써 점심이에요?"
여전히 숙취에 고생하고 있었다.
그녀들의 정신을 번쩍 들게 해줄 차례였다.
"여러분! 지금 이럴 때가 아닙니다!! 우리 광고 들 어왔습니다!"
"…네?"
랜덤박스에서 광고를 받는다구요?"
송희는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미영이는
달랐다.
"받았지!"
"어디서 왔길래요!?"
랜덤박스에서 받을 정도의 광고가 무엇인지 눈을 빛내며 현규의 대답을 기다렸다.
"이번 건 장난 아니야."
"아! 그래서 어디예요!!"
현규의 얼굴에 짓궂은 미소가 떠올랐다.
***
공지도 없이 랜덤박스 채널에서 라이브 방송이 시작됐다.
"여러분! 너굴너굴!"
"너굴너굴!!"
현규와 너굴맨이 활기차게 인사하자.
피뢰침 - 랜하!! 오오!! 형 뭐임!? 벌써 방송킴?!!
취호선- 랜하~~ 왜캐 빨리 겸? 공지도 없이.
악마2호- ㅋㅋㅋㅋㅋ랜하!! ㅋ 자신감 넘치는 그 표정 뭔데 ㅋㅋㅋㅋ
여구독자연합- 오빠!! 랜하!! 오늘도 멋있어요!!
너굴연합- 랜하!!! 너굴맨님 오늘도 멋있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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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이 빠르게 접속했다.
"뜬금없는 방송에 놀라셨을텐데. 정말 죄송합니다!"
"너굴너굴!"
"그만큼!! 엄청난 소식이 있어서!! 호다닥 달려왔습니다!!"
피뢰침 ㅋㅋㅋㅋ아니ㅋㅋㅋ 걱정되게 왜그럼 ㅋㅋㅋㅋㅋ
수호대- ㅋㅋㅋ뭔일인데 또!!!
탐정연합- 크… 우리형 과장은 해도 거짓말은 안한다. 진짜 뭔일 있나 본데?
ㄴ악마2호- ㅋㅋㅋ 저 정도면 좋은 소식 인정?
명탐정고난 인정!! 뭐야뭐야!! 빨리 말해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자신감 넘치는 현규의 말에 시청자들의 기대가 증폭됐다.
"크!! 랜덤박스에서 짜잘한 광고를 받거나, 지원을 받기는 했습니다."
"너굴너굴."
악마2호- 설마…!?
ㄴ취호선- 진짜 같은데?!
ㄴ랜박의원- 과아아앙고!?
야외 방송시에 트위키의 지원을 받거나 유튜브의 지원을 받은 건 광고라기보다는 협업에 가까웠다.
"그런데! 이번엔!! 정식 광고 제의가 들어왔습니다!!"
"너굴!!"
탐정연합- 아니. 잠깐만. 랜박에서 광고를 받는거야 이제는 클라스가 있으니. 당연하긴한데.
ㄴ피뢰침 ㅋㅋㅋㅋㅋ랜박에서 굳이 광고를 받을 정도라고!?
ㄴ수호대 ㅋㅋㅋ이게 진짜 이상함. 랜박 광고 없어도 되잖아!?
채팅창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여러분들의 말이 맞습니다!! 저희는 광고를 안 받은 게 아니라 저희 마음에 드는 광고가 없어서 받지 않은 거였습니다!"
"너굴!"
랜박의원- ㅋㅋㅋㅋ랜박 ㅋㅋㅋ 패기 ㅋㅋㅋ 안 받은 게 아니라.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 ㅋㅋㅋㅋㅋㅋ
ㄴ취호선 ㅋㅋㅋ근데 맞는 말이지 ㅋㅋㅋ
그런 랜박에서 받은 광고였다.
"어디서 의뢰가 온 건지 궁금하신가요?"
악마2호- 아! 쫌!! 밀당하지 말고 바로 이야기해!!
시청자들은 잔뜩 안달이 났다.
"좋습니다! 좋아요! 우리에게 광고를 의뢰한 곳은!! 보령시! 보령 축제 관광 재단입니다!!"
"너굴너굴!!!"
의뢰가 온 곳은 '보령시'였다.
악마2호- ……보령 머드 축제?!!
취호선- ㅋㅋㅋㅋ미친 ㅋㅋㅋ 머드 파크 하더니ㅋㅋㅋ 보령 머드 축제 광고가 들어왔다구요?
랜박의원- 우리형!! 드디어 정계진출 간드아아앗!!!
ㄴ천사연합 - ㅋㅋㅋ응 그건 아니구요.
머드 파크가 굴린 스노우볼은 보령시에서 열리는 머드 축제의 광고 의뢰를 가져왔다.
"처음에 들어온 제안은 저희 쪽 영상을 보령시에서 열리는 축제에 맞게 편집해서 사용하고 싶다는 요청이었습니다."
"너굴!"
단순한 영상 사용 요청이었는데도 광고비로 제시된 금액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런데 그렇게만 하면 무슨 재미겠어요. 우리 랜덤박스 빠워 아시죠? 홈페이지 제작팀부터 영상팀 까지 다 있잖아요."
"너굴너굴."
현규는 영상 요청에서 더 크게 일을 벌였다.
"그래서 기획서 뚝딱 만들어서 마케팅으로 활용 되는 모든 요소를 가져왔습니다."
취호선- 마케팅요소 전부?
ㄴ악마2호- 홈페이지부터 광고까지 전부 따온거 같은데? 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의 생각대로였다.
"맞습니다! 홈페이지 개설부터 영상 편집! 번역서 비스! 유튜브로 제작될 광고! 전부 저희가 맡았습니다!"
"너굴!"
우리 쪽에서 들어가는 비용이라고 해봐야 인공이가 일하는 전기세 정도였다.
보령시 쪽에서는 생각보다 싸게 의뢰를 맡길 수 있었고, 랜덤박스 쪽에서는 그 모든 게 순수익이나 다름없었다.
아무도 손해 보지 않는 윈윈이었다.
랜박의원? ㅋㅋㅋㅋ미쳤다 미쳤어!!!
취호선 - 크!!! 영상 요청했더니 ㅋㅋㅋㅋ 광고를 다 따간거임? ㅋㅋㅋㅋ
수호대- 이거 괜찮지 않음? 어쨌든 나라에서 받은 의뢰잖어 ㅋㅋㅋㅋㅋ
ㄴ탐정연합- 의미도 있지. 한국 홍보도 하고, 돈이 문제가 아니라 의미만 생각해도 괜찮은 듯? ㅋㅋㅋㅋ
PYRO- 오!! 머드 축제!! 가보고 싶었는데!!!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
"물론!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마침! 저희에겐 인적 자원도 넘치거든요!"
"너굴?"
모든 영상에 현규만 나올 필요가 없었다.
"CM송을 부를 최적의 인원! 보령 머드 축제를 설명해줄 최적의 인원! 이 두 분을 소개할 차례겠네요."
"너굴너굴!!"
피뢰침- ㅋㅋㅋㅋ또 쏭님!?
수호대 - ㅋㅋㅋ또 요못님!?
랜박의원? ㅋㅋㅋㅋ아이고!! 안 봐도 뻔하다!!!!
시청자들은 누가 나올지 바로 눈치챘다.
"아!! 스포 좀 하지마요!!"
"너굴너굴!!"
시청자와 함께 만드는 광고 제작방송.
현규가 생각한 다음 콘텐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