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랜덤박스로 유튜브 스타-190화 (190/201)

190. 호구, 아니 보상이 도착했습니다.

우주선으로 바로 올 수 있는 손님은 외계의 존재 뿐이었다.

"잠깐. 기다리라고 할 수 있지?"

- 그렇습니다.

생각해야 했다.

발록의 여파가 남아있지만, 어떻게든 머리를 굴려야 했다.

"누구야?"

- 랜덤박스 관리팀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랜덤박스 관리팀에서 왔다는 건. 발록의 등장이

정상적인 일이 아니란 소리였다.

채팅창에서 얼핏 봤던 게 생각났다.

"발록 등장할 때. 크라나 채팅 출력해줘."

- 와… 지구 멸망할 뻔. 이 미친것들. 이거 컴플

레인 걸어서 배상금 뜯어내!!

채팅을 보고 나니 생각이 정리됐다.

착각이 아니었다.

"이거 우리가 잘못 한 게 아니지?"

- 그렇습니다. 명백히 랜덤박스 관리팀 실수입 니다. 희박한 확률이기에 무시한 것 같습니다.

"그걸 외계인들 4종족이 봤고?"

-치명적일 겁니다. 사전에 협의가 됐단 말이 안 나오면, 대대적인 문제가 생길 겁니다.

이건 기회나 다름없었다.

"좋아! 좋아!!"

=야. 너 표정 너무 음흉하다.

여태 조용하고 있던, 가짜 놈이 끼어들었다.

현규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당연하지. 지금 나쁜 생각 하는 중이거든."

=와. 누군지 모르겠지만, 큰일 났네. 큰일 났어.

큰일 정도면 다행일 것이다.

"인공아! 방문 장소 외계 건물로 바꿀 수 있어?"

- 당연히 가능합니다.

"어딜 애한테 와서 협상하려고 그래."

=이야. 너 진짜 악질이다.

아이의 장난감이 망가지면 부모가 나서서 화내기 마련이다.

"외계 건물로 오라고 해. 나도 그리로 갈게."

- 바로 전달하겠습니다.

"오케이."

현규가 옷매무새를 정리할 때.

인공이가 희소식을 전달했다.

- 관리자님께서, 외계 건물로 오라고 하십니다.

"화나셨지?"

- 물론입니다.

"크!! 관리자님이랑 인사 끝나면, 손님에게 외계 건물 출입허가해줘."

- 타이밍 맞추겠습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외계 건물로 향했다.

단단히 뜯어낼 생각에 입꼬리가 올라갔다.

"관리자님. 부르셔서 왔습니다."

"괜찮은 게냐?"

언제나 여유롭고 권태롭던 그녀가 소파에서 일어 나 현규를 맞이했다.

"그럼요. 제 뒤에 관리자님이 계신데, 뭐가 무섭습니까. 놀라긴 했지만, 괜찮습니다."

담담한 대답에 그녀가 현규를 꿰뚫어 봤다.

"놀랐으면서도 애써 의연하게 행동하는구나."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얼굴에 서려 있던 걱정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몰입 중이다. 모두 알고 있으니. 괜한 짓 하지 말거라."

"역시, 관리자님이 최고이십니다."

현규는 조용히 쌍따봉을 날렸다.

그녀의 얼굴에 다시 걱정이 내려앉았다.

- 들여보내겠습니다.

인공이의 말에 맞춰 그녀가 움직였다.

"정말 괜찮은 게냐? 그 찢어 죽일 하찮은 버러지가 감히!! 너를 위협한 게냐!?"

"괜찮습니다. 다시 관리자님을 뵐 수 있어. 그저 행복할 뿐입니다."

관리자와 현규의 열연이 시작되고,

타이밍 좋게 손님이 그 광경을 목격했다.

- 관리자님 손님이 도착했습니다.

인공이의 보고에 그녀가 손님을 쳐다봤다.

"네놈이냐. 네가 랜덤박스를 관리하는 자더냐!!"

압도적인 존재감이 건물 전체에 내려앉았다.

"대답해 보거라!!"

그제야 현규는 손님을 볼 수 있었다.

'정령?'

몸 전체가 불로 이뤄진 사람이었다.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불의 정령 같았다.

"그렇습니다. 랜덤박스 관리팀에서 나온 [######]이라고 합니다."

여성의 목소리도 아니고, 남성의 목소리도 아닌. 신비롭고 듣기 좋은 목소리였다.

신기하게도 그는 관리자님의 존재감에 겁을 먹지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저 평온해 보였다.

"이곳은 정보가 제한된 공간이다."

"아! 실례했습니다. 수정하는 자라 불러주시면 됩 니다."

게임의 버그를 수정하듯. 랜덤박스의 오류를 바로잡는 존재인 것 같았다.

"너희들의 잘못을 말하거라."

관리자님의 말에 건물 전체가 흔들렸다.

존재감에 익숙하지 않았다면, 현규는 쓰러졌을 것이다.

꼴사나운 모습은 보이지 않아 다행이었다.

"규칙으로 폐기된 요소가 랜덤박스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건 저희들의 명백한 실수입니다. 죄송합니다."

그는 담담하게 잘못을 인정했다.

"또."

그런데, 관리자님은 아직 남았다고 판단한 것 같 았다.

"식별할 수 없었던 존재가 이번에 나오면서, 폐기가 가능하게 됐습니다. 오류를 수정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랜덤박스에서 그걸 뽑은 것 자체가 도움이었다.

"너는 잘못을 했고, 도움까지 받았다."

"그렇습니다.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사과는 내게 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현규를 보고, 다시 한번 사과했다.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아이야. 용서해주거라. 랜덤박스에 투입된 물건은 보안을 위해 회수할 수 없게 설계되어 있다. 그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어떻게 된 일인지. 이해가 됐다.

현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면, 발록의 존재는 매력적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부자며, 드높은 과학을 갖고 있으니.

이건 위협이 아닌 유희일 것이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알 것 같습니다. 용서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하다고 말하는 그에 얼굴엔 변화가 없었다. 그저 불이 일렁였다.

"저들에겐 불 자체가 감정이고, 표현이니. 표정에 신경 쓸 것 없다."

"그렇군요."

신기한 종족이었다.

"그럼, 꺼내 보거라."

뜬금없는 말이었지만 현규는 무슨 말인지 바로 이해했다.

기다리고 기다렸던, 보상의 시간이었다.

"제가 드릴 수 있는 건. 단 하나입니다.

관리자님이 도와주신 이유가 있었다.

"제가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건. 랜덤박스에서 나온 물건들뿐입니다. 그런 제가 드릴 건 다른 게 아닙니다."

랜덤박스에서 나온 물건. 힘.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 예상이 됐다.

"랜덤박스에서 나온 물건을 업그레이드해드리겠습니다. 제 권한의 한계치인 3단계까지 보상으로 지급하겠습니다."

"둘이 이야기 나누거라."

관리자님은 들을 것도 없다는 듯 소파로 돌아가 셨다.

만족하셨다는 사인이었다.

"어떤 물건이든 가능한 겁니까?"

"그렇습니다. 랜덤박스에서 나오기만 했다면, 무엇이든 가능합니다."

이건 대박이었다.

현규는 흥분을 애써 눌렀다.

"업그레이드 3단계는 어떤 의미입니까?"

"1단계는 보완입니다."

보완.

단점이 사라진다.

2단계는 확장입니다."

확장.

용도의 폭이 넓어진다.

"마지막 3단계는 향상입니다."

향상.

성능의 증가.

단점이 사라지고, 용도가 다양해지며, 성능이 올라간다.

환상적인 보상이었다.

"고민할 시간은 얼마나 주실 수 있으십니까?"

"충분히 드리겠습니다."

거기다 고민할 시간까지 충분했다.

"인공아!"

- 예. 휴먼.

"물건 리스트 뽑아. 향상할 가치가 있는 것들로!"

- 바로 정리해서 출력하겠습니다.

그의 불꽃이 바르게 일렁였다.

"왜 그러십니까?"

"인공이라고 부른 존재가. 인공지능입니까?"

"그렇습니다."

불꽃이 감정변화였으니 그는 동요하거나,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었다.

"대단하군요."

"네?"

"3단계를 확장했을 때보다 더 좋은 상태입니다. 대단하군요. 인공지능은 선택이 불가합니다."

수차례 업그레이드된 인공이를 보고 놀란 모양이 었다.

인공이의 칭찬에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인공이도 업그레이드가 되는군요?"

"예. 랜덤박스에서 나왔으니깐요."

인공이도 업그레이드되는 게 신기했다.

그리고, 얼마나 멍청했는지 깨달았다.

"인공아! 정리 멈춰."

- 정리를 멈추겠습니다.

자책이 날 정도로 멍청했다.

업그레이드와 물건에 정신이 팔려 고려하지 못한 요소였다.

"너굴맨 너굴맨보다 중요한 물건 있어!?"

- 없습니다. 가치, 활용 그 무엇을 고려해도 더 좋은 물건은 없습니다.

너굴맨을 생각하지 못했다.

물건은 아니었지만, 랜덤박스에서 나왔다.

업을 사용한다고,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물건 따위가 아니었다.

단 한 번의 기회가 왔다면.

"당연히! 너굴맨한테 써야지! 이 멍청한 놈이!!"

가장 먼저 너굴맨을 떠올려야 했다.

"인공아! 너굴맨 얼른 이쪽으로 오라고 해!"

- 알겠습니다. 바로 전달하겠습니다.

너굴맨을 부르고 나서야 주위를 둘러볼 수 있었다.

관리자님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현규를 보고 있었고, 눈앞에 그는 불꽃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이, 이건 협의가 필요합니다."

"협의요?"

"관리자님의 허락…"

"내가 허락하마."

휘몰아치던 불꽃은 진동하기 시작했다.

"관리자님. 이건 단순한 사안이 아닙니다. 피의 학살자를 해방하는 일입니다."

"내가 허한다고 말했다. 내게 또 묻는 것이냐? 나의 판단을 의심하는 것이냐? 기어코 선을 넘는구나!"

- 쿠구구궁.

건물 전체가 삐걱거렸다.

아까와는 전혀 다른 존재감이었다.

지금까지 보여준 것은 빙산의 일각도 아니었다. 그저 그녀에게 묻어있는 먼지 정도였다.

그런데도, 현규에겐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

숨 막히고 죽을 것 같을 것과는 달리 그저 그녀의 품에 안긴 것만 같았다.

답답했지만, 포근했고, 따듯했다.

"관리팀의 고유권한을 사용하겠습니다!"

현규와 달리 그는 불꽃이 꺼질 것 같이 위태로웠다.

"기어코 확인하겠다는 것이냐?"

"피의 학살자는 제가 담당했던 존재입니다. 부디. 허락해주시길 간청드립니다."

그는 꺼질 것 같은 불꽃을 간신히 유지하며, 힘겹게 말했다.

"허락하마."

"감사합니다."

허락한다는 말과 동시에 존재감이 사라졌다.

"그 확인하신다는 뜻이? 너굴맨이 제 가족이나 다름없어서요."

"살아있는 존재는 면담이라는 과정을 거칩니다. 그, 너굴맨님께서 싫다고 하시면 업그레이드가 불가합니다."

확인이라는 게 별거 아니었다.

"아. 그거라면 상관없습니다."

"네? 업그레이드가 안 되실 수도 있는데요."

"어차피 싫다고 하면 안 시키려고 했어요."

현규의 대답에 불꽃이 다시 진동했다.

"그리고, 혹시나 해서 여쭤보는 건데. 랜덤박스는 업그레이드 안 되죠?"

"그건 불가능합니다."

진동하던 불꽃이 귀신같이 멈췄다.

현규가 머리를 긁적였다.

"혹시나 해서요. 플랜 B는 언제나 필요하니깐요."

"아, 예."

그의 감정이 얼굴에 드러나지 않았지만, 황당해 하고 있는 게 그대로 느껴졌다.

"너굴너굴!"

타이밍 좋게 너굴맨이 등장했다.

"너굴!"

"그래. 오느라 고생 많았구나. 손님이 기다리고 있으니. 얼른 가보거라."

관리자님에게 인사를 하고.

"너굴!"

"너굴맨!!"

현규에게 달려와 안기고,

"너굴!"

"오랜만입니다."

드디어, 둘은 대화할 수 있었다.

"잠시 자리를 비켜주실 수 있겠습니까?"

"너굴너굴!"

너굴맨이 뭐라고 항의했지만, 현규는 고개를 끄 덕이고 소파가 있는 쪽으로 이동했다.

"궁금하지 않은 게냐?"

"너굴맨의 선택이니. 존중할 생각입니다."

"이런 기회는 이제 오지 않을 텐데도 말이냐?"

"예. 뭐 음식 생성기 업그레이드해달라고 해서, 끝내주는 술을 대접하겠습니다."

너굴맨을 제외하면, 무엇을 업그레이드하는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능력은 충분했고, 콘텐츠는 새로움으로 채워야 했다. 아무리 신기하다고 해도 반복되고 지루한 것들로 채울 생각은 없었다.

"너굴너굴!!"

너굴맨의 흥분한 목소리가 종종 들리긴 했지만, 현규는 애써 듣지 않으려 노력했다.

"정말, 여러 가지 의미로 대단하구나. 욕심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모르겠구나."

"못 보셔서 그렇지 안에 드글드글합니다."

덕분에 관리자님과 오랜만에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길게 이어질 거라 예상했던 면담은 10분이 채 걸리지 않아 끝났다.

"너굴너굴!"

자신감 넘치는 너굴맨의 포즈.

"업그레이드?"

"너굴!!"

너굴맨이 허락한 모양이었다.

"그럼, 너굴맨님의 봉인을 해제하겠습니다."

"봉인이요!?"

"음. 어쨌든 업그레이드이니. 크게 신경 쓰실 필 요 없습니다."

신경 쓸 필요가 없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너굴맨의 업그레이드는 전혀 다른 원리였다.

"잠깐만요!! 건강에 문제나 뭐 그런 거 생기는 거 아니에요!? 아니. 그런 거면 제가 반대입니다!!"

"너굴?! 너굴너굴!!"

행복해 보이는 너굴맨과 또다시 불꽃이 진동하는 그.

둘의 반응을 보니. 현규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한 모양이었다.

"너굴맨님께서 평범한 여생을 보내기 위해. 봉인한 것들입니다. 오히려 더 건강해지실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네!? 아니. 그럼 안 해도 돼요!"

현규가 황급히 대답하자.

그가 입을 열었다.

"평범하지 않은 일을 시키실 생각입니까?"

"아니요! 절대 그럴 일 없습니다."

"그럼, 상관없습니다. 오히려 너굴맨님이 편안해 지실 겁니다."

그의 대답을 듣고 나서 현규는 고개를 끄덕였다.

"업그레이드를 시작하겠습니다."

너굴맨의 몸에서 빛이 터져 나왔다.

변화가 기대됨과 동시에 걱정이 됐다.

'제발. 덩치가 커지거나. 근육질이 되지 않길. 제발. 휴머노이드에 탑승했는데. 아저씨로 변하질 않길'

아저씨 너굴맨은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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