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랜덤박스로 유튜브 스타-201화 (완결) (201/201)

201. 랜덤박스

비긴즈-끝과 시작.

"잠깐! 너 시청자한테 얼마나 오픈한 거야!? 이거 여기서 말해도 되는 거야?"

"왜? 뭐가 걱정인데?"

"뭐가 걱정이긴!! 전부!!"

랜덤박스가 이젠 오지 않는 것부터 앞으로의 미래까지. 모든 게 걱정이었다.

이걸 시청자들에게 오픈할 수는 없었다.

"당연히!"

"랜덤박스 안 오는 거? 이야 양심 봐라. 언제까지 날먹하려고, 그게 얼마짜리인지는 아냐?!"

"야 그걸 말하면 어떻게 해!!"

지금은 방송 중이었다. 현규가 당황하자. 미래의 현규는 웃음을 터트렸다.

"우리 시청자들이야 이미 알고, 너희 시청자들도 곧 알게 될걸?"

"우리 시청자들도?"

도대체 무슨 일이 생겨야 이걸 오픈할 수 있을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애초에 시청자들에겐 랜덤박스는 기획을 통해 나오는 물건이었다.

"오픈해. 그것도 네가 여기서 돌아가자마자 바로."

"그게 무슨…"

여기서 돌아가자마자 오픈한다는 건.

이곳에서 해답을 얻는다는 뜻이었다.

"아니. 미안. 진정했어. 차근차근 좀 설명해줘. 너 알잖아? 나 안 똑똑한 거."

당황해봐야 소용이 없었다. 미래의 현규는 지금 상황을 경험해본 사람이었다. 무슨 말을 해도 이미 일어났던 일이었다.

"준비에 오래도 걸린다. 오래도 걸려."

말투는 귀찮아하고 있었지만, 이 상황이 재밌는지 얼굴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우선, 우리가 집중해야 할 건. 랜덤박스가 오지 않는 상황이 아니야."

"그럼?"

랜덤박스가 더는 오지 않아 찾아왔는데.

그게 문제가 아닌 모양이었다.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설명을 기다렸다.

"맨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맨 처음?"

"그래. 랜덤박스가 제일 처음 도착했을 때."

짜깁기 영상이나 만들던 시절.

제법 돈은 됐지만, 원한 건 그게 아니었다.

"너무 공교롭지 않아? 몇 번의 실패로 간절한 마음이 생기고, 소재만 있으면 좋겠다고 떠올린 그때! 상자가 도착했잖아."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 말이 맞았다.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절이지만, 그때 독기가 생겼고, 방송을 할 수 있는 준비가 됐던 때였다.

현규에게 필요했던 건 소재뿐이었다.

그 외에는 전부 준비가 되어 있었다.

"공교롭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고, 누군가 정교하게 계산해서, 보내준 것처럼."

"맞아. 모든 게 너무 맞아떨어져."

이건 실수나 오배송이 아니었다.

정교하게 계획된 배달이었다.

***

"그러면 이제 이야기는 조금 쉬워져."

"쉬워진다고?"

"당연하지! 데이터가 모였잖아. 너를 잘 아는 사람이어야 가능하다는 뜻이잖아! 머리 좀 써라!!"

녀석의 말이 맞았다. 이건 자신을 잘 아는 사람이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나 유튜브 한다고, 산골에 처박혀서 전부 버렸어. 아니. 그때는 진짜 방송하고 싶어 처박힌 건 아니지만."

"에히이! 찌질한 이야긴 그만하고, 어쨌든 현실 부정하고, 산골에 처박혀서 아는 사람이 없다는 거잖아."

"그, 현실 부정까진 아닌…"

"거짓말하지 말고!"

채팅창에 'ㅋㅋㅋㅋ'이 쌓이기 시작했다.

미래의 현규 말은 전부 사실이었다.

"이러면 문제 아니야? 없는데? 전혀 없어!"

"아니지! 이 빡대가리야! 답이 나왔잖아."

현규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아무도 없는데 어떻게 정답이… 나오네?"

아무도 없는 게 정답이었다.

"그렇지! 아무도 없다면 딱 한 사람이 남잖아!"

"나. 내가 남네."

랜덤박스는 현규가 현규에게 보낸 것이었다.

"잠깐만!! 이거 지금 이야기가 너무 복잡해지는데?"

"아이고!! 엄살 부리지 말고, 일단 들어. 차근차근 설명해 줄 테니깐."

녀석은 물을 마시고, 설명을 이어갔다.

"내가 너였을 때."

"그러니깐. 해답을 구하러 왔을 때? 지금 내 상황이었단 거지?"

"그렇지! 그때도 미래의 내가 이렇게 나에게 설명을 해줬어."

미래의 현규는 똑같은 상황을 이미 경험했다.

"그에게 나도 해답을 구하러 와서 너랑 똑같은 질문을 했어."

"내가 너니깐."

"하긴 그것도 그렇네."

녀석은 쓴웃음을 지었다.

"내가 들은 정답을 그대로 들려줄게."

대충 예상이 가는 대답이었다.

"내가 보낸 거야. 너한테."

"역시."

미래의 내가 과거의 나에게 보낸 택배.

그것이 바로 랜덤박스의 정체였다.

"그럼, 이제 내가 보낼 차례라는 거지?"

"크!! 이럴 땐 또 귀신같이 똑똑하네. 맞아. 이제 네가 과거의 너에게 보내줄 차례야."

이건 마치 뫼비우스의 띠와 같았다.

과거와 미래가 계속해서 반복된다.

"이게 계속 반복되면 뭐가 좋은지 알아?"

"뭐가 좋은데?"

"과거보다 미래가 더 발전한다는 거야."

미래의 현규는 USB 하나를 꺼내주었다.

"여기에 택배 보내야 할 날짜 전부 들어있어. 나 때는 그거 일일이 찾아서 보냈으니깐. 이 정도면 훌륭한 발전이지."

이거야말로 반복되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런데, 업은 안 모자라? 다음 방송은? 아니. 일단 보내고 앞으론 임기응변으로 해나가라는 말 아니지?"

"이게 참 미래의 나를 존경해야 할지.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아무튼, 기가 막히게 설계되어 있어."

지금까지 발전한 건 단순히 이 USB가끝이 아니었다.

"사념 싹싹 긁어모으고, 업을 악착같이 모았지?"

"어. 랜덤박스가 언제 끊길지 모르니. 사용도 안 하고 비축해놨지."

"돌아가자마자. 내가 첨부한 계획대로 랜덤박스를 구매해서 보내면 1point도 안 남고 딱 맞아떨어질 거야."

"정확히?"

"그래. 정확히."

이건 정말이지 대단한 일이었다.

"방송은?"

"이벤트 한다고 모인 상자 사용하면, 2일짜리 콘텐츠 나올 거야. 그 2일 동안 대규모 사념이 발생하고, 마침 랜덤박스를 구매할 포인트가 생겨."

이건 우연이 아니었다.

수많은 현규가 발전시키며 쌓은 설계였다.

"완벽하네?"

"응. 완벽하지. 사실 나는 이게 최종 버전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깐. 더 발전시킬 것도 수정할 것도 없어. 그저 약간의 편의성을 올렸을 뿐이지."

그는 USB를 턱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진실은 정말 놀라움이 가득했다.

물론. 의문이 없는 건 아니었다.

"잠깐만. 앞으로의 일은 이해했어."

"와. 그거 물어보게? 겁은 드럽게 많으면서, 이게 궁금해?"

그는 현규가 무슨 질문을 할지 알고 있었다.

"미래는 더 발전하겠지. 이건 이해했어. 그럼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 보자고, 이 모든 것들이 설계되기 전으로."

"크!! 그런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그렇다면 과거의 랜박은 어땠을까!?"

멘트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지금까지 점점 발전했다면, 반대로 과거로 갈수록 열악해질 거야."

"그렇지."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어떤?"

"랜덤박스가 도착하는 개수가 줄어든다면. 결국, 1개가 되잖아?"

"그렇지."

열악해진다고 가정하면, 랜덤박스의 개수는 점점 줄어들어 마지막에 하나가 되었다.

"그 첫 번째 랜덤박스를 보낸 최초의 현규가 이 모든 일의 시작이란 거지."

랜덤박스 하나를 과거로 보낸 일이..

다음엔 두 개가 되고, 세 개가 된 것이다.

그렇게 발전을 거듭하며 완벽한 설계가 완성되고, '지금'이 된 것이다.

"아니. 그건 알겠는데. 진짜 궁금한 건. 그 최초의 현규는 어떻게 랜덤박스를 구매했는데?"

애초에 지구에서 업과 시스템을 접촉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맞아. 모두 같은 의문을 떠올렸어."

"그치!? 그래서 어떻게 된 거야?!"

"진정해. 모두 같은 의문을 떠올리고, 같은 결론을 내렸으니깐."

모두가 한결같이 내린 결론.

"우선 확인할게. 정말 알고 싶어?"

"알고 싶냐고?"

"그래. 이건 위험한 냄새가 나지 않아? 평범한 지구인이 외계에 접촉한 거야. 그것도 랜덤박스를 구매할 만큼 업을 쌓은 거고."

위험한 냄새가 났다. 뭔가 비밀과 알면 안되는 정보가 숨어 있을 것만 같았다.

이럴 때 내리는 선택은 정해져 있었다.

"아니야. 안 궁금해."

"그치? 다들 같은 결론이야."

모든 현규들은 과거를 파헤치지 않았다.

음모나, 비밀 같은 건 취향이 아니었다.

"하긴. 랜덤박스에 대한 일이 아니라 다른 일이었으면. 그렇구나. 하고 말았을 테니깐."

"그치? 이건 방송에 지장이 가는 문제니깐."

랜덤박스 채널에 랜덤박스가 없는 건.

코미디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진실보다는 방송을 위해서였다.

"굳이 그런 거 파헤칠 필요 있어?"

"없지! 방송하고 즐겁게 살기도 바쁜데."

"크!! 똑똑하다. 똑똑해! 우린 공포영화에 나와도 무조건 산다니깐. 위험해 보이면 바로 집에 가잖아!"

녀석의 말에 현규는 웃음을 터트렸다.

"끝!?"

"끝!! 이제 너의 인생을 살도록 하거라. 아! 오늘 영상은 너 돌아가는 순간. USB에 담기니깐. 영상 잘 써먹고!"

이제 돌아갈 차례였다.

"그럼, 가볼게! 고마웠어!"

"나한테 고마워하지 말고, 미래에 꼬꼬마 현규 방문하면 걔한테 잘해줘."

꼬꼬마 현규란 표현에 웃음이 나왔다.

"그래! 그럼 간다!!"

현규가 초대권을 사용했다.

그때.

"여보 끝났어?"

어렴풋이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너 결혼했어?!"

"아! 맞다!! 야!! 도망…"

미래 현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현규는 집으로 돌아왔다.

"아씨. 찝찝하게."

도망가지 못하게 꽉 잡으란 말이었는지.

도망치라는 말이었는지.

끝까지 듣지 못한 게 너무 아쉬웠다.

현규가 진실을 파헤치고 있는 동안. 랜덤박스 홈페이지에선 내기 한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땜빵용 영상 VS 녹화로만 가능한 영상.

땜빵용 영상 쪽은 현규가 싶다고 생각했고, 반대쪽은 현규가 무언가 준비한다 생각했다.

물론. 승자는 후자였다.

<랜덤박스 -비긴즈.>

범상치 않은 영상이 업로드됐다.

***

다음날. 라이브가 시작됐다.

"여러분! 너굴너굴!"

"너굴너굴!!"

취호선 - 랜하!! 우리형은 좀 쉬어라!!

악마2호 - 랜하!! 옳소!! 형 때문에 잃었다!!

여구독자연합 - 랜하!! 역시 우리 오빠짱!!!

크라나 - 랜하!! 어제 영상보고 충격먹음.

휴라타 - 랜하. 어제. 정말. 충격.

시청자들은 방송을 키자마자 바로 접속했다.

"후후. 제가 안 쉬는 건 이제 상식 아닙니까?"

"너굴!"

피뢰침 - 크흑. 3일짜리 이벤트인데! 그전에 7일 동안 미션하고!! 총 10일인데! 이래도 안 싶다고!!

천사연합 - 마!! 이게 우리형이다!!

10일의 강행군도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많은 유튜버를 만나는 건 즐거운 일이었다.

"오히려! 완전 꿀잼이었는데요!?"

랜빡의원 - 우우우!! 방송중독자!! 우우우!!

여구독자연합 - 크!! 우리 오빠 최고!! 여윽시!

야유와 환호가 동시에 쏟아졌다.

"어제 올라온 영상은 보셨습니까?"

설정연합- 형님. 이번 거 짱이었습니다. 랜덤박스에 시간을 섞으시다니.

인공짜응 - 솔직히 시나리오팀. 보너스줘야 한다 ㅋㅋㅋㅋㅋ 재밌었음.

복잡한데. 차분히 보니깐 이해되더라고 ㅋㅋㅋㅋ

악마2호 - 크!! 최대 장기프로젝트시작이라니!!

시청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제가 꼬꼬마 현규에게 복수하는 거 보셔야죠? 그전까지 계속 재밌게 방송할 테니. 즐겁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너굴!"

천사연합 - 넘모 고단수다! 떡밥을 던져놔서 궁금해서 매일 와야겠는걸!?

니 취호선 - ㅋㅋㅋㅋ그거 아니어도 매일 오죠? ㅋㅋㅋㅋ이 정도 분위기면 충분했다.

"그럼, 바로 랜덤박스 구매해서 보내겠습니다. 어때요? 어제 영상도 보셨는데. 구경 한번 하셔야죠."

이미 모두 세팅되어 있었다.

"인공아!!"

- USB의 자료를 바탕으로 랜덤박스를 동시에 구매하여. 동시에 보냅니다. 다이아 버튼을 받는 순간. 랜덤박스 전송이 종료됩니다. 처리중입니다.

크라나 - 크… 이런 방법이 가능하다니..

ㄴ플로나 - 애초에 지구라 가능한 방법입니다. 오직 형만 가능한 방법.

ㄴ지노스- 관리자님들이 관심 가지신 이유가 있었군.

ㄴ휴라타 - 인정. 지구. 우리형. 대박.

ㄴ수호대 - ㅋㅋㅋ 외계인들 ㅋㅋㅋ난리네.

악마2호 - 크!! 특수효과 기대합니다!!

ㄴ크라나 - 기대해도 됨. 대규모 구매시에는 멋진 효과 나옴.

ㄴ여구독자연합 - 진짜요!?

과거의 현규에게 랜덤박스를 선물할 차례였다.

"보내!! 인공!!"

-구매완료. 한꺼번에 전송합니다.

우주선 내부로 빛의 가루가 쏟아져 들어와. 빛의 구체가 되었다.

수십 개의 빛의 구체는 천장으로 쏘아졌다.

일시에 쏘아져 빛의 궤적을 만들고, 천장에서 동시에 폭발하며 빛의 가루를 흩뿌렸다.

마치 불꽃놀이 같은 광경에 현규는 멍하니 천장을 쳐다봤다.

빛의 가루가 축복처럼 현규에게 떨어졌다.

수호대 - ㅋㅋㅋ우리형 넋놓고 있죠? ㅋㅋㅋ

ㄴ악마2호 - 압도적이다. 너무 아름답다.

<구독자연합 님이 1,000, 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구독자연합 - 랜덤박스의 끝에서 시작을 보내다.>

후원 음성을 듣고, 현규는 정신을 차렸다.

"음! 이건! 어제 아쉽게 보여드리지 못한 불꽃놀이입니다!!"

악마2호 - ㅋㅋㅋ응 ㅋㅋㅋ 형 당황하는거 다 봤어 ㅋㅋㅋㅋ

랜빡의원 - ㅋㅋㅋ 핑계도 저 정도면 ㅋㅋㅋ 인정이지 ㅋㅋㅋ 뭘 준비해 형ㅋㅋㅋㅋ

랜빡이들에겐 전혀 통하지 않았다.

"티 났어요?"

취호선 - ㅋㅋㅋ응 ㅋㅋ 티 났어 형 ㅋㅋ

김보라 - 어라? 이거 흐름이 방종흐름인데?

불꽃놀이를 보고, 방종을 예상했지만, 전혀 아니었다.

현규는 책상 밑에서 상자를 꺼내며 말했다.

"끝나긴요! 상자깡 방송 시작합니다!!"

즐거운 방송. 행복한 하루.

"최장기 프로젝트! 랜덤박스 비긴즈도 시작됐는데!! 오늘 느낌이 좋습니다!! 아까 축복받은 거 보셨죠!? 가즈아!!!"

언제나처럼 즐거운 방송이 시작됐다.

Extra.

관리자님은 여전히 소파에 누워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런데 평소의 모습과는 달랐다.

옷이 흐트러지거나, 취한 모습도 없었다.

오직 현규가 올 때만, 옷이 흐트러지고, 취기가 올라온다. 그에게 주는 서비스였다.

그런 그녀는 현규의 방송을 보며 웃음 짓고, 그것을 술안주 삼아 술을 마셨다.

그녀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술과 함께 방송을 보던 즐거운 시간도, 방송이 종료되며 끝났다.

"어디 보자."

그녀는 현규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훔쳐봤다.

"올 생각은 없어 보이는구나."

몰래 숨어서 야한 동영상을 보는 아이처럼. 그녀는 현규의 상황을 훔쳐보고 무언가를 꺼냈다.

"나오거라. 나의 기억들아."

그녀의 머리에서 빛이 흘러나와 작은 구슬들로 변했다.

수천 개의 구슬엔 현규의 얼굴이 보였다.

그런데 그 모습들이 전부 달랐다.

부자 현규.

가난한 현규.

퇴마사 현규.

업을 모으기 위해 악업을 저지르는 현규.

사념을 회수하는 현규.

박수무당 현규.

전혀 다른 현규들이었다.

"여기 있을 터인데."

그녀는 구슬을 뒤적거리다. 이내 하나의 구슬을 찾아냈다.

"첫 번째라고, 숨어 있는 게냐?"

장난스럽게 구슬을 꺼내 들었다.

구슬 속 현규의 모습은 비참했다.

실패하고, 실패해서 절망에 빠진 현규.

그가 바로 첫 번째였다.

"그때 내가 너의 손을 잡아주어 좋았느냐."

구슬은 기억일뿐 대답하지 못하지만.

그녀는 대답을 들은 듯 미소지었다.

"그 보잘것없는 업으로 상자를 보내 좋았느냐?"

처음 그녀가 손을 잡아주었을 때.

현규는 평생을 다해 업을 모으고, 하나의 상자를 과거로 보낼 수 있었다.

늙고 지쳐 보였지만, 그의 얼굴에 만족이 가득했다.

"이루었구나. 더는 행복할 수 없는 모습으로 웃고 있구나."

그녀는 슬픈 듯 혹은 아련한 듯.

아니. 그저 기쁜 듯.

묘한 미소를 지었다.

"아이야. 아이야. 너는 언제 보아도, 어느 순간에 있더라도, 항상 사랑스럽구나."

그녀의 눈엔 모든 현규가 사랑스러웠고.

"언제나 귀엽고, 나를 행복하게 하는구나."

모든 현규가 자신을 행복하게 해줬다.

"고맙구나. 고마워."

수천의 현규에게.

"미안하구나. 미안해.

자신이 업을 준 것에 대해.

"다행이구나. 다행이야."

언제나 마지막은 행복해 보이는 것에 대해.

"즐겁구나. 즐거워."

언제나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그를 보며, 그녀는 한참이나 술을 마셨다.

이건 현규에게 영원히 비밀이었다.

《랜덤박스로 유튜브 스타!》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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