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빌더, 두 번의 후회는 없다-65화 (65/307)

65화. 슈퍼 트위터

“사장님이 세계 최초로 시도하시는 방식이니 불안하실 만도 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기발한 생각을 해내신 겁니까?”

“이집트의 현실, 세계적인 흐름, 미래까지 감안하다 보니 어쩔 수 없었습니다. 완벽하진 않겠지만 이게 지금으로는 최선인 듯합니다.”

유일하게 자신의 생각을 이해하는 지식을 가진 하마드를 영입한 게 진혁에게는 큰 행운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외롭다는 느낌을 받았을지도 몰랐다.

* * *

일주일 후, 진혁은 아인샴스 대학교 대강당의 연단에 섰다.

40%가 넘는 청년 실업률을 대변하듯 ‘창업 설명회’라는 현수막이 걸린 강당은 학생들로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알라딘 유통의 신개념 창업 아이템 ‘슈퍼 트위터’의 설명에 앞서, 튀니지의 무허가 청과물 노점상 청년 모하메드 부아지지에 대한 묵념의 시간을 갖겠습니다.”

진혁이 고개를 숙이자 장내가 일순간 숙연해졌다.

여기 있는 모두가 그의 죽음으로 아랍의 봄이 시작됐고, 그 열기로 무바라크를 물러나게 한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아직도 그 환희의 감동이 잊히지 않고 있었다.

그 속에 진혁의 목소리가 잔잔히 울렸다.

“선배로서, 기성세대로서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더 이상 돈이 없다는 이유로, 빈자리가 없다는 이유로 여러분이 좌절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무자본, 무점포, 무취업 창업 아이템 ‘슈퍼 트위터’를 소개합니다.”

장내에 불이 꺼지며 준비한 슬라이드가 시작됐다.

‘슈퍼 트위터’ 유통 방식은 ‘네트워크 마케팅’ 판매 방식을 기초로 하고 있었다. 홍보는 트위터로, 주문은 알쇼핑으로, 수령은 지역 거점에서였다.

수익 배분은 다단계 판매 방식인 멀티 레벨 마케팅을 따른다.

진혁이 수없이 만들어 본 파워포인트 기술을 집대성해 만든 덕분에 설명은 짧으면서도 간결하게, 핵심을 이해하기 쉽게 전달됐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마르와가 올린 트위터 내용의 핵심을 보여 주고 끝났는데 채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보고는 짧게, 토론은 길게가 제가 회사를 운영하는 모토입니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질문을 받겠습니다. 할 말이 있는 분은 손을 들어 주십시오.”

진혁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여기저기서 손이 올라왔다.

그중에 맨 먼저 손을 든 앞줄의 여학생에게 마이크가 건너갔다.

“정말 돈이 필요 없나요? 보통은 앞에서 그렇게 이야기하고 나중에 가맹비나 입회비, 아니면 물품대 선금식으로 돈을 요구하거든요.”

“없다고 말씀드렸고, 실제로 없습니다.”

“정말요?”

계속 믿지 못하고 질문하자 장내가 소란스러워졌다.

진혁은 짜증 대신 웃으며 말했다.

“여러분이 좋아하시는 한국 드라마 대장금에서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상궁이 어찌 홍시라 생각하느냐 묻자, 어린 장금이 ‘홍시 맛이 나서 홍시 맛이 난다고 한 것뿐입니다.’라고 했습니다. 제가 안 받을 거니까 안 받는다고 하는데 자꾸 물으시면 뭐라 답을 드려야 할까요.”

“하하하하하.”

“호호호호호.”

재치 있는 답변에 여기저기서 폭소가 터져 나왔다.

젊은 세대라 한국의 대장금을 한두 번은 돌려 봐서 그 장면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여학생이 붉어진 얼굴로 앉자 이번에는 남학생이 질문했다.

“수익 구조에 대해 추가 설명이 필요합니다. 얼마나, 어떤 식으로 지급됩니까?”

“자신이 판 제품에 대해서는 판매가의 10%가 적립됩니다. 거기에 자신의 권유로 슈퍼 트위터로 등록된 분이 판매한 제품은 5%를 또 적립해 드립니다.”

“다른 사람을 또 권유할 수도 있잖습니까. 그건 적립 안 해 주시나요?”

“그러다 회사 거덜 납니다.”

“하하하하하.”

다시 한 번 웃음이 터져 나왔다.

소란이 잦아들기를 기다려 진혁이 말했다.

“그렇게 피라미드식으로 계속해서 적립된다면 최초 판매자의 수익률을 줄여야 한다는 것은 다들 아실 겁니다. 그럼 몇몇 특출한 사람을 제외하고 여기 앉은 많은 분들에게 피해가 돌아갑니다. 그건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한 개를 팔든 백 개를 팔든, 그걸 팔기 위해 애쓴 여러분의 노력은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만든 방식이니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보충설명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결심과는 달리 몇 개 팔지 못해 결국 대가는 흐지부지되고 회사만 배불려 준 경험들이 한두 번은 있었다.

몇몇 학생들의 질문 후에 제법 예쁘게 생긴 여학생이 질문했다.

“제 트위터의 광고를 보고 구매는 알쇼핑에서 하면 어떻게 확인을 할 거죠?”

“개인 구매 시 추천인 아이디를 필수로 기입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 경우는 본인에게는 10% 적립되지만 슈퍼 트위터에게는 5%만 적립됩니다.”

“너무 불공평한 것 아닌가요? 결국 저희들을 이용해 광고하고 나서 쇼핑몰 주문을 유도할 것 같은데요.”

“대신 서비스가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고객 추천이 많은 트위터는 홈페이지 상단에 링크를 걸어 드릴 겁니다. 다시 한번 보여 주시지요.”

불이 꺼지고 알쇼핑의 메인 페이지가 다시 띄워졌다.

레이저 포인터로 우측 상단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가 바로 베스트 추천 트위터를 알리는 곳입니다. 눌러 보겠습니다. 어때요? 바로 본인의 광고 트위터 글로 이동하지요. 어, 그런데 여기 중간 중간 주문하기 버튼이 있네요. 눌러 보겠습니다.”

다시 알쇼핑 사이트로 넘어왔는데 이번에는 바로 주문 페이지가 나타났다.

“추천인 란에 방금 전 본 슈퍼 트위터 아이디가 자동으로 입력되어 있는 게 보이실 겁니다. 이렇게 되면 역으로 알쇼핑이 여러분의 트위터를 홍보하고 팔로우도 만들어 주면서 수익금까지 적립시켜 드립니다. 좀 전의 불평등이 조금이나마 해소되었습니까?”

“합리적으로 잘 만들어졌네요.”

불이 켜지자 여학생은 수긍하고 앉았지만 진혁은 말을 이었다.

“저 역시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불완전한 인간입니다. 무수히 고민해서 합리적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하지만 실수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욕하고 떠나지 마시고 고객 게시판에 꼭 의견을 남겨 주십시오. 그럼 반드시 제가 답글을 달고, 잘못되었으면 개선하겠습니다. 그 혜택은 글을 올린 한 분만이 아니라 여기 계신 모든 분에게 돌아갈 겁니다.”

계속되는 질문과 답변에 정해진 시간이 끝나갈 때쯤 날카로운 질문이 다시 나왔다.

“적립금의 지급은 어떻게 됩니까?”

“물건으로 살 수도 있고 돈으로도 가능합니다. 다만, 현금은 만 파운드 단위로만 지급됩니다.”

“그렇다면 만 파운드 이하 금액은 찾을 수도 없이 버려지는 돈이 됩니까?”

“아닙니다. 만일 슈퍼 트위터의 지위를 포기하시면 1파운드 단위까지 지급해 드립니다. 그리고 잊어버려서 1년 이상 실적이 없는 트위터는 문자로 통보해서 찾아가게 유도할 것이며, 그래도 연락이 없으면 홈페이지에 공고해서 회원들의 의견을 들어 어려운 분들을 위해 기탁하겠습니다.”

질문자가 앉자 진혁이 마무리를 했다.

“여러분은 이 나라를 위해 세계가 놀란 큰일을 해낸 영웅들입니다. 여러분이 트위터로 독재자 무바라크를 몰아냈습니다. 그렇게 획기적이고 과감하고 용감하셨던 분들이 왜 다시 구세대가 만들어 놓은 낡은 관료의 틀 속에 갇혀 본인이 가진 최대 장점을 잊고 있습니까. 서로 서로 트위터로 공유하면서 꿈을 이뤘잖습니까. 슈퍼 트위터로 다시 한 번 여러분의 세상을 만들어 보십시오. 알쇼핑이 그런 여러분을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긴 시간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절묘하게 젊은 세대의 가슴 속의 환희와 좌절을 동시에 자극했다.

그 소리를 들으며 무대 뒤로 간 진혁이 대기 의자에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긴장으로 인한 피로감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이 자리를 위해 지난 일주일간 거의 밤을 새워 가며 준비했었다.

그 시각, 강당 입구에는 긴 줄이 늘어져 있었다.

하마드의 지휘 아래 백여 명의 아르바이트생이 할랄 인증서가 선명하게 찍힌 화장품과 콩 통조림을 나눠 줬다.

처음에는 원하는 사람은 ‘슈퍼 트위터’ 신청서를 받았는데, 너무 많아 신청서를 나눠 주고 내일 점심시간에 이 자리에서 되돌려 받기로 바꿔야 했다.

기력을 찾은 진혁이 30분 후에 나타났는데도 줄은 반도 줄지 않았다.

“왜 이렇게 늦어지는 겁니까?”

“늦어지는 게 아니라 줄이 원체 길어서 그렇습니다. 느낌이 아주 좋습니다.”

“실재 슈퍼 트위터로 등록된 인원을 봐야지요.”

하마드의 성급함을 경계했지만 진혁의 얼굴도 흥분으로 붉어졌다.

다음 날까지 슈퍼 트위터를 신청한 인원은 3천 명이었다. 샘플이 3만 개 나갔으니 1/10에 불과했다.

보고를 들은 갈리와 핫산은 혀를 찼다.

하지만 진혁의 생각은 달랐다.

파워 블로거의 위력을 직접 체험했었다.

각각의 팔로우가 100명만 되어도 30만이 쇼핑 제품을 보게 되고 알쇼핑을 알게 된다.

실제 구매는 일주일 후 아즈하르 대학교에서 열린 ‘창업 설명회’가 끝난 다음부터 조금씩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날은 신청서가 3,500개 접수됐다.

다시 일주일이 지나자 본격적으로 주문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창고에서 물건을 가져오기 바쁘게 갈릴리 시장의 거점 상점으로 실려 나갔다.

알쇼핑의 트래픽 보고서를 읽고 있을 때 하마드가 들어왔다.

“카이로 대학에서 창업 설명회를 열어 줄 수 없냐고 문의가 왔습니다.”

“거긴 거절했다고 했잖아요?”

모든 국가가 그렇듯 수도 이름을 딴 대학이 그 나라의 서열 1위 대학이었다.

자긍심이 남다른 곳이라 처음 듣는 알라딘 유통이 설명회를 열겠다고 하며 협조 요청을 하자 받아 주지 않았다.

“학교가 아니라 학생회 측에서 연락한 겁니다. 다른 대학에서 소문을 들은 모양입니다. 일자리가 급한 학생들의 항의가 빗발친다고, 제발 열어 달라며 사정을 하더군요.”

“학생들이 원한다면 가야죠. 준비하세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 전에 직원들의 건의 사항이 있습니다.”

“말씀해 보세요.”

진혁의 눈이 반짝였다.

일반적으로 밑의 사람이 무슨 건의를 한다면 표정부터 굳는데, 진혁은 반대였다. 개인이 아니라 회사를 위한 건의라면 언제든지 수용했다.

“신청서를 알쇼핑에서 온라인으로 받는 게 어떠냐는 의견이 있습니다.”

“그거 좋은 생각입니다. 그럼 일이 훨씬 줄겠군요. 당장 프로그램 개발하라고 지시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상담원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온라인으로 자세히 답변을 달아도 전화를 해 업무에 지장이 크다고 합니다. 지금은 어떻게 버티지만 주문이 늘어나면 힘들 것 같답니다.”

“그 부분은 제가 미처 신경 쓰지 못했네요. 당장 상담실을 꾸며 상담원을 채용하세요.”

하마드가 이번에는 바로 수긍을 하지 않았다.

“상담원의 채용은 신중하게 생각하셨으면 합니다.”

“무슨 문제가 있나요?”

“유통은 특성상 불만이나 상담 전화가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걸 다 받아 주고 상담원을 채용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습니다. 우리가 텔레마케팅을 하는 건 아니잖습니까?”

“다른 복안이 있습니까?”

“상담 전문가를 채용해서 상담원은 교육을 시킨 다음 재택근무 알바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회사 부담도 덜하고 상담원 구하기도 쉽습니다.”

“굿 아이디어입니다. 하마드 씨 생각대로 추진하세요.”

“알겠습니다.”

하마드가 나가자 진혁은 다시 보고서로 시선을 돌렸다.

* * *

진혁은 하마드와 함께 차를 타고 카이로 대학으로 가면서 오늘 설명회 준비 상황을 다시 점점했다.

이집트 최고의 대학이다.

마지막 카운터펀치를 날릴 최적의 장소였다. 그래서 더 꼼꼼히 확인했다.

그때 차가 속도를 줄이더니 결국 멈췄다.

카심이 운전하고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앞이 꽉 막혔습니다. 앞쪽에 경찰들이 나와 있는 것을 보니 교통사고가 난 모양입니다.”

“어디쯤 온 겁니까?”

“1킬로 정도 남은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신경이 예민해져 있는데 짜증이 확 밀려왔다.

시계를 보며 초조하게 기다린 지 꽤 되었는데도 차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어떻게 됐는지 당장 알아보세요.”

진혁이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어떻게 준비한 일인데.

운전하던 카심이 막 나가려고 할 때 하마드의 핸드폰이 울렸다.

얼마간 통화를 하던 하마드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예? 맙소사.”

“왜 그러십니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