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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빌더, 두 번의 후회는 없다-191화 (191/307)

191화. 속도전

한동안 한국에서 스마트팜 관련 일을 처리하며 가족과 시간을 보내던 진혁은 대명 빌딩의 낙찰자로 결정되자 서둘러 두바이로 넘어갔다.

AM 본부로 가자 다들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갈리 사장을 비롯해서 AA 선병식 사장, 하이다르 전 수피넷 회장, 그리고 함께 간 정호영과 오희준, AK의 고용준과 한상국. 알라딘 그룹의 핵심 멤버들이 모두 모였다.

“고생하셨습니다, 회장님.”

일제히 방글라데시 남부 민간 경제 특구 사업과 일본 도이에 중공업 인수를 축하해 주었다.

“감사합니다. 다들 앉읍시다.”

인사가 끝나자 모두 자리에 앉았다.

진혁이 그들에게 알라딘 그룹의 향후 비전에 대해 밝혔다.

“알라딘의 목표는 처음부터 아마존과 알리바마였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거대 공룡들이었습니다. 아무리 고민해도 기존의 방식대로 해서는 그들을 이길 수 있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사람들이 침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현재 세계에서 같은 방식으로 그들을 이길 기업은 없었다.

“아마존은 미국, 알리바마는 중국이라는 거대 소비 시장을 가진 국가적 지원 속에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 우리는 그런 지지 기반이 없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게 방글라데시였습니다.”

“……!”

“저는 방글라데시를 중심으로 서남아시아에 알라딘 제국을 건설할 겁니다.”

사람들의 눈이 다시 빛나기 시작했다.

“그 일환으로 도이에 중공업도 인수했습니다. 아마존과 알라비마는 끊임없는 이커머스 기술의 진화를 통해 성장하고 있습니다만, 온라인에서만 힘을 발휘하는 태생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에 알라딘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어우르는 명실상부한 전천후 기업으로 나아갈 겁니다. 무슬림에 안주하지 않고 세계인 모두에게 선택받는 알라딘 그룹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짝짝짝짝.

진혁의 거대한 계획에 참석자 모두가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새로 합류한 희준과 정호영을 제외하고는 이곳에 모인 모두가 진혁을 도와 알라딘의 성장을 이룬 산증인들이었다.

이들에게는 진혁은 한다면 하는 사람이었다. 그가 제국을 건설하겠다면 그렇게 될 거라는 굳건한 믿음이 있었다.

그들 머릿속에서는 이미 알라딘이 아마존과 알리바마를 누르고 세계 1위로 우뚝 선 모습이 그려지고 있었다.

그 열기를 고스란히 받은 두 사람도 손바닥이 불이 나도록 손뼉을 쳤다.

희준은 친구라는 감정까지 겹쳐 가슴이 터질 것같이 벅차올랐다. 이런 열정적인 그룹에 자신이 합류한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손을 들어 박수를 멈추게 하고 진혁이 말을 이었다.

“그 첫 단계로 알라딘 서남아시아, AS 그룹을 만들 겁니다. AS 유통 사장은 여기 정호영 씨가 맡게 될 겁니다.”

“정호영입니다. 선배님들이 일구신 알라딘 그룹의 명예에 누가 되지 않도록 회장님을 보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들 박수로 정호영의 합류를 반겼다.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알라딘 총괄 그룹의 역할을 강화하겠습니다. 오프라인 부분은 오희준 사장이, 온라인 부문은 한상국 사장이 맡아 각 지역을 지원하게 될 겁니다. 한국의 알라딘 건설과 이번에 인수한 도이에 중공업은 물론 알라딘 홀딩스도 총괄 그룹 소속으로 변경합니다. 따라서 이 시간 이후로 알라딘 그룹은 지역별 회장단 체제로 전환하겠습니다.”

이어진 진혁의 말에 다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예기치 못한 파격적인 조치였다.

“AS는 안정화될 때까지 제가 겸임해서 관리하겠습니다. 하지만 기존 조직인 AM은 갈리, AA는 선병식, AK는 고용준, 이렇게 세 분이 각 지역의 책임 경영자로 소신껏 알라딘 지역 그룹을 이끌어 주십시오. 하이다르 회장님은 총괄 그룹의 고문으로 전체를 살펴봐주시고 조언을 아끼지 말아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회장님을 도와 알라딘 제국 건설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호명 받은 이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책임 경영을 맡길 것이라고는 예상했지만 이렇게 전권을 넘겨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가슴이 뻐근할 정도로 감정이 벅차올랐다. 그만큼 진혁의 믿음에 보답해야겠다는 의지도 커졌다.

모두의 눈이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

* * *

희준과 정호영을 방글라데시로 보내고 혼자 한국으로 돌아온 진혁은 처제 지현의 싸늘한 눈치 속에서도 한동안 유유자적한 생활을 했다.

우선 세부 계획이 나와야 전체적인 그림 속에서 각자의 역할을 정할 수 있었다.

지민과 혜주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강릉의 부모님 댁에도 다녀오고 이모네 집에도 들렀다.

저녁에는 한지철을 만나 술도 마셨다. 그는 이제 전무가 되어 있었다.

“너 정 실장 이혼한 거 모르지?”

“정호영 사장이 아니고요?”

“정 사장이야 오래전부터 별거하고 있어서 특별한 것은 아니야. 정인영 실장을 말하는 거야.”

“왜요? 잘 사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의아해하는 진혁의 표정에 한지철이 혀를 찼다.

“이건 벽창호도 아니고. 여자 심리도 모르는 놈이 사업은 어떻게 하는지.”

“여자 심리랑 사업이랑은 관계가 없지요.”

“아무튼 정 실장은 보기와 달리 야심이 크다. 정 실장은 원래 네게 마음이 있었어. 그런데 네가 위기에 빠진 데다가 화장품 분사를 위해 천진홍 사장과 전략적인 결혼을 한 거지.”

“대충은 사정은 압니다만 천 사장을 만나 보니 호인이던데요. 사업가적인 소질도 있어 보이고요.”

“호인이시지. 엔터테인먼트 사업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고 하더라. 하지만 알라딘 그룹에 비교하면 구멍가게 수준이야.”

한지철의 말에 진혁이 고개를 저었다.

“남과 비교하면 끝이 없습니다. 그리고 사업과 결혼은 별개지요.”

“순진하기는. 재벌가의 자제들은 어려서부터 그룹에 충성하도록 세뇌 교육까지 받아. 정 실장의 머리는 결혼 내내 남편이 아닌 사업가로서 천 사장을 너와 끊임없이 비교했을 거야.”

“…….

“답은 이미 나왔으니 결과는 뻔하지. 천 사장이 참지 못하고 먼저 이혼을 요구했다고 하더라.”

진혁이 잔을 들어 입에 털어놓았다.

썼다. 잘되기를 바랐는데.

하지만 자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었다. 얼른 잊고 한지철과 즐거운 술자리를 가졌다.

* * *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서도 진혁은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았다.

박이동, 한상국과 함께 알라딘 총괄 그룹에 대한 진행 사항을 체크했다.

알라딘 코리아와 동행 사무실에 들러 그간의 진행 사항과 앞으로 일에 대해 회의도 진행했다.

한상국은 따로 만나 스마트 기술 발전에 따른 온라인 유통 시장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동행이 추진하는 스마트팜 사업은 총 네 번에 걸친 컨퍼런스에서 격론을 벌인 끝에, 각 지역에서 동행 센터를 중심으로 시범 사업을 벌여 그 성과를 본 다음에 확대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러는 한편 미얀마 해상의 AD-1 광구에서 대형 가스전을 발견해 생산까지 하고 있는 오양 개발을 만났다.

나즈마 총리로부터 획득한 벵골리아 남부 해상의 DS-10, DS-11, DS-12 세 개의 광구에 대한 탐사 계약도 체결했다.

국외 기업은 물론 언론사들로부터 연락이 왔지만 일절 만나지 않았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는 연락에 인천 공항으로 가서 콕스바자르 행 비행기를 탔다.

경제 특구 건설에 한국 기업 다수가 참여하는 등 방글라데시와 협력이 늘어갈 것을 감안해 직항 노선이 개설되어 있었다.

진혁이 소나르 시청 인근의 빌딩에 마련된 AS 유통 사무실로 가자, 정호영 사장과 이야기를 나누던 희준이 얼른 다가왔다.

사무실이라 존칭을 사용해 보고를 했다.

“투자 유치 금액이 150억 달러를 넘었습니다. 지금까지 입주 의향을 밝힌 기업만으로도 우리가 계획했던 공단 부지는 모두 다 차고도 남습니다. 계속 연락이 오는데 어떻게 하지요?”

“뭘 고민하십니까. 일단 접수는 다 받으세요. 개발할 땅은 많습니다.”

진혁도 존칭을 사용했다.

나프강 강변과 남부의 아래쪽 땅 대부분이 우기면 어김없이 잠기는 뻘밭이었다.

부동산 전문가인 박이동이라 진혁이 별도로 지시하지 않았음에도 미래의 가치를 생각해 그 땅들 대부분을 헐값에 사들였다.

정호영과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가 시행사로 선정된 알라딘 건설 방글라데시 사무소로 들어갔다.

진혁이 들어오는 모습에 한인갑이 얼른 다가와 인사를 했다.

진혁은 기초 토목 공사 대부분을 한인갑이 직접 이끄는 알라딘 건설 중심의 한국 기업이 맡아서 하게 지시했었다.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는 건설 현장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일부에서는 부실시공 논란이 일었지만, 지금은 속도전이 우선이었다. 열악한 쿠투팔롱 난민 캠프에서 살 집이 마련되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이들이 너무도 많았다.

그들을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부지 정리를 끝내야 했다.

곁에서 같이 보고를 받는 정호영은 까칠한 얼굴과는 달리 목소리는 밝았다.

그동안 꿈꿔 왔던 큰 프로젝트를 지휘하는 일이라 몸은 피곤하지만 가슴은 벅차 있었다.

한인갑의 보고가 끝나자 시에라가 눈치를 보고 있다가 얼른 다가와 말했다.

그는 진혁의 도움으로 ‘로힝야 건설 회사’를 차려 일부 공정을 맡아서 진행하고 있었다.

“발라캔 난민 캠프의 철거 작업이 시작됐습니다.”

“속도가 우선입니다.”

“다들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습니다. 야간작업까지 하겠다는 것을 겨우 말렸습니다.”

“잘하셨습니다.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일이 아닙니다. 길고긴 마라톤이 될 겁니다. 빠르게 하되 풍족하게 지원해 주시고 체력 관리에 신경 써 주십시오.”

철거 작업을 하는 이들 역시 로힝야들이었다.

지난번 공장 건설에 투입됐던 이들이라 실력이 검증된 데다 손발이 맞아 제일 먼저 투입되었다.

발라캔 난민 캠프를 우선 개발해 그곳에서 나온 흙으로 매립에 필요한 흙을 구하는 한편, 쿠투팔롱 난민 캠프에 머무르는 이들을 이주시킬 작정이었다.

시에라가 우려의 말을 했다.

“철거 작업이 끝나면 본격적인 건설을 벌여야 하는데 자재 수급이 걱정입니다. 도로 사정이 워낙 안 좋다 보니 철거 장비를 들여오는 데만도 한참이나 걸렸습니다.”

이곳까지 오는 도로는 말이 고속도로지, 2차선밖에 안 되는 데다 중앙선 침범도 수시로 일어나 위험하기까지 했다.

다카에서 출발해서 쉬지 않고 달려와도 속도가 느린 건설 장비라 이틀이 꼬박 걸렸다.

“그건 걱정 마십시오. 조만간 해결이 될 겁니다.”

진혁의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반가운 얼굴이 들어왔다.

“선장님, 여깁니다, 여기.”

진혁이 크게 소리쳐 반겼다.

바라캇 선장이었다.

이집트와 리비아 시민군에 상륙 주정, LCU를 이용해 물건을 납품하면서 생사를 함께했던 이였다.

“회장님은 뵐 때마다 놀라운 일을 벌이십니다.”

“선장님이 직접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시리아 일은 어떻게 하시고요?”

“레자에게 넘겨주고 왔습니다. 돈도 좋지만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는 것 같아서요.”

진혁의 예언대로 시리아는 깊고 깊은 수렁이었다. 지금도 내전이 끝나지 않고 있었다.

전쟁이 길어지니 돈은 됐지만, 서로 죽고 죽이는 모습을 계속 보는 것만큼 정신적인 충격도 상당했다.

진혁이 물었다.

“배와 선원들은요?”

“여객선 터미널에 정박해 두었습니다. 선원들은 쉬게 하고 저만 왔습니다.”

“이곳 사정은 다들 알고 온 거지요?”

“그럼요. 앞으로 이곳에서 살 각오가 된 놈들만 데리고 왔습니다.”

“선장님은요?”

“전 오고가면 됩니다. 어차피 항해를 떠나면 장기간 집에 못 들어가는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괜찮습니다.”

방글라데시의 경제 발전을 저해하는 것은 도로만이 아니었다.

어쩌면 항구 문제가 더 심각했다.

현재 방글라데시에는 항구는 치타공과 몽글라 두 곳밖에 없었다. 모두 근해 항들이라 수심이 낮아 대형 선박의 진입이 불가능했다. 적재 시간도 길었다. 그로 인한 처리 비용이 타국에 비해 2~4배에 이를 정도로 높은 상황이다.

이곳에도 항만을 건설할 작정이지만 그건 나중의 일이었고, 우선 열악한 고속도로의 대체 수단으로 화물선을 이용할 작정이었다.

연락을 받은 바라캇이 고맙게도 직접 달려와 주었다.

당장은 수입 건축 자재들을 실어 나르겠지만, 항만이 완공되고 공단이 들어서면 물동량은 엄청날 테니 할 일은 많았다.

그래서 아예 이곳으로 이주가 가능한 이들을 선발해서 데리고 오라고 했다.

알트라드의 근황에 대해서도 들은 진혁이 물었다.

“요즘 중동 쪽 상황은 어떻습니까?”

그 질문을 한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내내 환하던 바라킷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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