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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빌더, 두 번의 후회는 없다-229화 (229/307)

229화. 위험한 메가시티

진혁이 북한의 핵 실험에 따른 향후 한반도의 정세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결국 미국의 요구에 따라 사드를 배치하게 될 겁니다. 중국은 그에 맞서 공언한 대로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을 단행하겠죠.”

“우리 역시 같은 예상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힘든 시기를 보내게 될 겁니다.”

“한국 기업들은 중국의 대안 시장으로 동남아시아에 투자를 단행하게 될 겁니다. 전 그들보다 한발 앞서 인도네시아에 자리 잡고 싶습니다.”

“서 회장님이 투자해 준다면야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메가시티라면 문제가 있습니다. 이미 파악하셨겠지만 화교 전체가 외부 세력에 매각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압니다. 그래서 회장님께 부탁드리는 겁니다. 어떤 요구 조건이라도 받아들일 테니 방법을 알려 주십시오.”

“쉬운 일이 아닙니다.”

거듭된 진혁의 요구에도 쿤초로 회장은 고개를 저었다.

그가 아무리 인도네시아 제일의 화교라지만 죽망의 지침에 맞설 수는 없었다.

잠시 쿤초로 회장을 노려보던 진혁이 낮췄던 허리를 펴고 말했다.

“회장님께 무리한 부탁이었나 봅니다. 심려를 드려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서 회장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하지만 다른 사업은…….”

“죄송하지만 인도네시아에서 더 이상 사업을 확장하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말레이시아로 가서 테홍녠 회장님과 상의하겠습니다. 텡 로제 사장님을 통해 다이리팜 그룹과 거래해도 되고요.”

“이것 보십시오, 서 회장님!”

지켜보던 안톤 사장의 입에서 거친 소리가 났다.

테홍녠은 말레이시아의 가스왕, 고무왕으로 불리는 자인 그룹 회장이자 그곳 화교 기업의 대표로 쿤초로 회장과는 경쟁 상대였다.

진혁은 전혀 흔들림 없는 시선으로 쿤초로 회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중국인들은 꽌시를 중시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회장님과의 인연을 생각해 먼저 제안했던 것뿐입니다. 한국의 대통령께서 저보고 경제 대책을 마련하라고 하셨습니다. 세계 7위의 경제 대국 한국의 자본이 쏟아져 들어오는 큰일입니다. 겨우 인도네시아에서 제 사업 하나를 지키기 위해 이런 호기회를 흘려보내라는 말씀은 하지 않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

“말레이시아에서도 반대한다면 베트남, 미얀마, 필리핀, 태국 등 알라딘이 진출한 모든 나라에 쇼핑몰 인수에 대한 의사를 타진할 겁니다. 그들 모두가 회장님과 같은 결정을 내릴 거라 확신하십니까?”

쿤초로 회장은 쉽게 답을 하지 못했다. 진혁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건 엄청난 일이었다.

동남아시아 각국이 포스트 차이나가 되기 위해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었다.

그건 죽망이라고 다를 바가 없었다.

서로 필요에 의해서 공동 전선을 구축하고 있지만 각기 독립된 경제 주체들이었다.

선택 받는 순간 남보다 한발, 아니, 훨씬 더 앞서갈 수 있는 것을 알면서도 의리를 앞세운다면 그건 사업가가 아니었다.

“최근에 메이왕 그룹의 리카렁 회장님과는, 제가 인수한 태후 화장품의 중국 내 매장과 메이왕의 한국 매장을 맞바꾸는 작업을 끝냈습니다. 메이왕은 되고 임텍은 안 된다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습니다.”

“그게 사실이오?”

“지금 당장 전화 한 통이면 확인될 일로 제가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음…….”

쿤초로 회장의 마음이 흔들렸다.

그 기색을 느끼고 진혁이 어젯밤 내내 고민해서 준비한 한 수를 꺼냈다.

“반뜬의 시멘트 공장을 제가 인수하겠습니다.”

“시멘트 공장을 말입니까?”

쿤초로 회장은 물론 안톤 사장마저도 놀란 눈을 했다.

서부 자바 반뜬에 세운 시멘트 공장은 임텍 그룹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었다.

인도네시아 시멘트 판매량은 급속한 경제 발전에 따른 각종 인프라 건설로 급격한 성장세를 보여 왔다.

이에 임텍 그룹에서도 시멘트 공장을 지었는데, 저유가에 따른 재정 악화로 정부가 약속한 인프라 개발이 지연되면서 시멘트 가격이 폭락하고 있었다.

공장을 돌리면 돌릴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라 막상 공장을 준공하고도 가동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 전 시멘트 공장에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이고요.”

“그런데 왜?”

“회장님 때문입니다.”

“……?”

“리카렁 회장님과의 딜이 성사된 건 서로의 아픈 부분을 떠안았기 때문입니다. 회장님이 제 아픈 부분을 감싸주시는데 그냥 있을 수는 없지요. 그 정도면 화교 내부의 비난을 어느 정도는 무마시킬 수 있을 겁니다.”

쿤초로 회장의 눈이 반짝였다.

진혁의 계획은 절묘했다. 죽망의 비난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겠지만 그 정도는 자신의 역량으로 충분히 커버가 가능했다.

쿤초로 회장이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는 그의 얼굴 전체로 번진 웃음이 대변해 주고 있었다.

“서 회장의 기획력에 감탄했습니다.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진혁은 처음과 달리 고개만 숙여 인사를 했다. 서로 주고받았으니 꿀릴 이유가 없었다.

환한 표정으로 저택을 나오는 진혁을 맞은 김상균이 웃으며 물었다.

“일이 잘 풀리셨나 봅니다.”

“아주 잘 풀렸습니다. 100%, 아니, 200% 만족한 결과를 얻었습니다.”

쿤초로 회장은 애물단지를 떼어냈다고 생각하겠지만 아니었다.

시멘트 공장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변하는 모습을 보면 꽤나 배 아파할 것이다.

AA 사무실이 갑자기 바빠졌다.

메가시티에 반뜬의 시멘트 공장까지 인수 작업을 준비해야 했다.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에 황당한 표정을 짓는 선병식을 독려한 진혁이 일을 보다가 한 통의 전화를 받고 황급히 김상균과 함께 방글라데시로 넘어갔다.

콕스바자르 공항에 도착하자 손민한이 건장한 체격의 사내와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진혁이 급히 물었다.

“그게 사실입니까?”

“그렇습니다. 마침내 가스층이 발견됐습니다.”

감격에 겨워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이는 오양 개발의 현장소장이었다.

나즈마 총리로부터 획득한 벵골리아 남부 해상의 DS-10, DS-11, DS-12 세 개의 광구에 대한 탐사 작업을 하던 중이었다.

수백억 원을 들여 시추공을 박았는데도 가스층이 발견되지 않아 애를 태웠는데, 마침내 DS-12 광구에서 가스층이 나왔다.

“미얀마 해상의 AD-1 광구만큼은 아니지만 매장량이 약 1조 입방미터로 추정되는 대형 가스전입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진혁은 바닷바람에 까칠해진 손을 붙잡아 주며 노고를 치하했다.

연락을 받은 나즈마 총리가 바로 헬기를 타고 건너오자 진혁은 함께 DS-12 광구로 날아갔다.

바다 한가운데 덩그러니 시추선만 세워져 있고 가스전을 상징하는 불꽃을 제외하면 볼품없는 광경이었다.

그럼에도 나즈마 총리는 헬기 조종사에게 몇 번이나 그 주변을 돌게 했다.

진혁이 웃으며 물었다.

“그렇게 좋으십니까?”

“그럼요. 가슴이 막 터질 것 같아요. 내가 얼마나 가스를 기다렸는지 서 회장님은 모르실 겁니다.”

항상 얼음 가면을 씌고 있는 나즈마 총리였는데 지금은 소녀 같은 천진난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즈마 총리의 닦달에 진혁은 어쩔 수 없이 다카까지 가야 했다.

당장 기자 회견을 열려는 나즈마 총리를 얼른 막았다.

“이렇게 가스전 발견만 덜컥 발표하시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서 회장님은 조흐르 가스전이 있어서 이번 일이 얼마나 큰일인지 모르실 거예요.”

“대단한 일이라는 것은 압니다. 그만큼 소중한 일이니 좀 더 계획을 세워서 발표하자는 겁니다.”

“……?”

“가장 먼저, 가스전 개발을 어디서 하실지 결정하셔야 합니다. 큰 이권이 달린 일이라 각 지역에서 서로 자신들에게 달라고 달려들 겁니다. 거기에 필연적으로 개발로 인한 환경 파괴에 대한 우려를 환경 단체에서 제기할 수도 있습니다.

“……생각해 보니 간단한 일이 아니네요.”

나즈마 총리가 그제야 진혁이 기자 회견을 막은 이유를 깨달았다. 성급히 발표하면 혼란을 키울 수가 있었다.

나즈마 총리가 물었다.

“서 회장님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지리적으로도 그렇고 여러 여건상 남부로 가져오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남부는 이미 경제 특구가 있잖아요? 너무 그쪽에 몰리면 다른 지역에서 반발이 심할 겁니다.”

“지역 균형 발전은 일정 수준 경제력이 올라간 다음에나 논의할 일입니다. 지금 방글라데시의 경제 상황으로는 오히려 선택과 집중이 더 필요합니다. 여기저기 나눠 놓으면 발전도 더디고 물류비만 더 들어갑니다.”

“맞는 말씀이기는 한데…… 다른 지역에서는 쉽게 수긍하지 않을 겁니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습니다. 이번 가스전 발견으로 얻은 이익을 우선 동부 랑가마티 지역의 산사태 방지 대책 건설에 투입하겠다고 하십시오.”

“랑가마티에요?”

“작년 폭우 때 랑가마티의 산사태로 9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상습 산사태 지역으로 매년 폭우 때면 어김없이 사망자가 발생하는 곳이기도 하고요.”

“그건 잘 알아요. 그런데 굳이 그 일부터 시행하자는 이유가 있나요?”

의아해하는 나즈마 총리에게 진혁이 자신의 계획을 밝혔다.

“최남단 다킨파라의 국토 대부분이 늪지로 버려진 땅이라는 것을 아실 겁니다.”

“알고 있어요.”

“그쪽을 매립하기 위한 흙이 필요합니다. 매립지를 중공업 단지로 개발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대규모 매립 공사는 환경 단체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어요. 거기에 대기오염을 유발하는 중공업단지까지 조성한다면 그들이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환경 단체에 여러 번 덴 경험이 있는 나즈마 총리가 그 부분을 가장 우려했다.

하지만 진혁에게는 복안이 있었다.

“남부 경제 특구는 물론 매립지에 조성될 공단 모두 친환경으로 건설될 겁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해요.”

“거기에 그 지역을 운행 시 수소 전기차만 진입이 가능하도록 통제하겠습니다.”

“수소 전기차요?”

나즈마 총리의 눈이 동그래졌다.

“수소차는 친환경차의 끝판왕이라 불릴 정도로 오염 물질을 발생시키지 않으면서 공기 정화 기능까지 합니다.”

수소전기차의 원리는 간단했다.

수소 탱크에서 공급된 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를 반응시켜 전기를 만들고, 그 전기로 모터를 구동하는 방식이었다.

수소(H2)와 산소(O2)가 결합하기 때문에 물(H20)만 발생하고 다른 오염 물질의 배출은 없었다.

거기에 주변 공기를 빨아들이면서 전기를 얻는 데 필요한 산소를 제외하고 다른 건 걸러내면서 자연스럽게 미세 먼지도 같이 걸러지게 되어 있었다.

차가 움직이는 공기 청정기가 되는 셈이었다.

나즈마 총리가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아직 그 기술은 상용화되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요?”

“비싼 가격과 충전소 부족으로 대중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차는 이미 개발되어 몇몇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운행되고 있습니다. 가스전 발견으로 큰 이득을 얻었으니 그 정도는 투자하겠습니다.”

진혁이 일부러 가스전을 언급하며 큰소리를 쳤다.

지난번 늪지 대부분을 매집해 놓은 상태라, 그곳이 개발되면 엄청난 이득이 생긴다.

여우 같은 나즈마 총리가 눈치채지 못하게 연막을 쳤지만 그녀는 의심이 많아 좀처럼 승낙의 말을 하지 않았다.

결국 진혁이 먼저 더 큰 그림을 내놓았다.

“매립될 늪지가 상당히 넓습니다. 중공업 단지로 조성하고 남은 곳은 관광 단지로 개발할까 합니다.”

“관광 단지로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제조업만으로는 경제 발전에 한계가 있습니다. 관광 산업은 그 어떤 산업보다 부가 가치가 높습니다. 방글라데시는 콕스바자르 외에는 마땅한 관광지가 없는 상황입니다. 거기에 남부 경제 특구, 다킨파라를 연결하면 훌륭한 관광지가 될 수 있습니다. 거기에 친환경까지 더해지니 홍콩이나 마카오 못지않은 관광지가 될 거라 확신합니다.”

“좋아요. 그렇게 합시다.”

걸려들었다.

승낙을 한 나즈마 총리의 얼굴이 가스전 시찰을 돌 때처럼 다시 벌게졌다.

그 뒤 결국 진혁은 자신이 한 말 때문에 이틀간 더 다카에 머물러 있어야 했다.

나즈마 총리가 내외신 기자들을 불러 가스전 발견과 순차적인 국토 발전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까지 참석하고 나서야 풀려날 수 있었다.

남부 경제 특구는 몰라볼 정도로 발전해 있었다.

경전철이 개통되어 운행되고 있었고, 도로도 다 닦여 차들이 쌩쌩 달리고 있었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번듯하게 선 아파트들이었다. 손민한에게 준공이 되어 로힝야들이 입주했다는 보고는 받았었다.

그 외에도 세계적 기업들이 직접 짓고 있는 빌딩들도 보였다.

그런데 흡족해하던 진혁의 표정이 갑자기 굳어졌다.

안내하던 한인갑이 바로 긴장했다.

진혁이 차갑게 물었다.

“모스크랑 사찰 같은 종교 시설은 왜 안 보이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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