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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빌더, 두 번의 후회는 없다-230화 (230/307)

230화. 동남아 공략 준비

“일반 건축물이 아니다 보니 자재나 작업자들을 구하기 쉽지 않아 직접 구해 짓겠다고 해서 늦어지고 있습니다. 예배는 우선 아파트 커뮤니티 공간을 활용해 보고 있습니다.”

“그런 사정이 있는지 모르고 제가 잠시 오해했습니다. 2지구는 어느 정도 진척되었습니까?”

“영국 업체가 맡아서 진행하고 있는데 공정률이 50% 가까이 된다고 합니다. 다음 달에는 입주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3지구도 서둘러 시작하라고 해 주십시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알겠습니다. 미국 업체에 연락해서 일정을 최대한 서두르게 하겠습니다.”

“장 부사장님께 연락해서 사무실에서 뵙자고 해 주십시오. 시에라 사장님도 부르십시오.”

“그렇게 하겠습니다.”

얼마간 더 구경하고 사무실로 가자 장일수 부사장과 시에라 사장이 도착해 있었다.

손민한은 물론 이영석도 데리고 회의실로 가서 모여 앉았다.

“가스전 발견을 축하드립니다.”

“축하드립니다.”

손민한의 선창에 다들 축하 말을 건넸는데 어쩐 일인지 진혁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손민한이 물었다.

“가스전에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축하받을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그것 때문에 일정이 좀 많이 꼬여 버렸습니다.”

“……?”

“가스 정제 시설을 포함한 중공업 단지를 남부에 조성하기로 결정됐습니다.”

“이미 계획에 따라 개발 중이라 빈 부지가 없습니다.”

“경제 특구에 짓는 게 아니라 최남단의 늪지를 매립해 관광 단지와 함께 조성하기로 했습니다. 필요한 흙은 동부 랑가마티 지역의 산사태 방지 대책을 세우면서 나온 양이면 충분할 겁니다.”

“……큰 프로젝트군요.”

다들 얼굴이 굳어졌다.

경제 특구 건설도 마무리되지 않았는데 또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큰 건설 계획이 잡혔다고 하니 마음이 무거웠다.

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이어지는 진혁의 말에 그런 표정을 짓는 게 얼마나 사치였는지 알게 됐다.

“인도에 들렸다가 만길라 총리를 만났습니다. 모듈러 공법에 관심을 보이시더니 그쪽 주택 사업 진출을 제안하셨습니다.”

“…….”

“인도네시아에 갔다가 시멘트 공장 하나를 인수했습니다. 모듈러 자재를 생산하면 여러 가지로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 같아서요. 좋은 생각 아닙니까?”

답을 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곳의 일만으로도 벅찬데 인도와 인도네시아까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분위기가 이상해지자 진혁은 자신이 너무 함축적으로 이야기한 것을 깨닫고 추가로 설명했다.

“알라딘 건설이 전부 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계획과 중요한 공정만 챙기시면 됩니다. 앞으로 방글라데시의 일은 가급적이면 시에라 사장님께 넘겨주십시오. 모듈러 주택 건설까지도 말입니다. 3지구 건설을 하면서 기술과 경험을 익히게 하십시오.”

“아……. 그래서 그쪽 계획을 서두르라 하셨군요.”

“가스전 개발 후 채굴이 되려면 최소한 2년은 걸릴 겁니다. 우리는 케이슨 설치까지만 맡고 매립은 시에라 사장님이 맡아 주시면 좋겠습니다. 가능하시겠습니까?”

“충분히 가능합니다.”

시에라가 바로 답했다.

인력은 충분했다. 자신들이 직접 맡는다면 큰 이득이었다.

장일수 부사장에게 말했다.

“모듈러 공법 기술을 익히는 것은 실무자들에게 맡기고, 장 부사장님은 모듈러 자재를 생산할 방법을 강구해 주십시오. 필요하다면 로열티를 주고 기술을 사시든지, 아니면 관련 회사라도 인수하십시오.”

“알아보고 보고하겠습니다.”

“이 부장님은 인도 주택 건설 시장에 대해 조사해 주십시오. 박이동 실장님에게 자문을 구하시면 도움이 될 겁니다.”

“알겠습니다.”

진혁이 모두를 둘러보고 말했다.

“모두 고생하신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알라딘에게도 그렇지만 한국에도 굉장히 중요한 시기입니다. 당장 몇 년간은 동남아시아 비중이 크겠지만 그다음은 이곳 서남아시아가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여러분 모두가 애국자고 개척자십니다. 긍지를 가지고 임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진혁은 다른 이들에게 계획을 세우게 하고 김상균과 함께 급히 밖으로 나왔다.

처리할 일이 하나 더 있었다.

알라딘 복지 재단 분소를 찾아갔다.

김연희가 서류를 들여다보고 있다가 얼른 일어나 인사를 했다.

“오셨어요?”

“여기는 좀 한가한가 보네요.”

“한가하긴요. 여기도 바쁘긴 마찬가지예요. 직원들도 전부 상담을 나갔어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커피 타 올 테니까.”

김연희가 멀어지자 김상균이 말했다.

“한국에 계시는 줄 알았는데…….”

“저보다 훨씬 이전부터 이곳에 있으셨던 분입니다. 본래 자리로 찾아오신 거지요.”

김연희가 종이컵을 내려놓고 맞은편에 앉자 물었다.

“지원 사업은 잘되고 있나요?”

“소액 생계비 대출은 큰 문제가 없는데 사업 자금 대출은 산정이 쉽지 않아요.”

“사업 자금이라니요?”

“가게를 열어 장사하고 싶다는 분들이 꽤 되세요.”

“아, 장사.”

진혁은 아차 싶었다.

사람이 모여 사니 시장이 생기는 것은 당연했다.

그동안은 난민 캠프에서 제한된 생활을 하느라 구호품으로 연명했지만 이제는 자유롭게 경제 활동을 하고 있었다.

“미얀마의 재산을 기준으로 해서 대출해 주기로 했잖습니까?”

“그게 우리가 가서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소액이라면 모르지만 사업 자금은 아무런 검증 없이 대출해 주기에는 부담이 너무 커요.”

“큰 사업체를 차리는 것도 아니고, 장사하는 데 들면 얼마나 들겠습니까. 임대료는 받지 않기로 했으니 겨우 물품 대금 정도일 겁니다. 그냥 믿고 빌려주세요.”

“그래도…….”

“가스전을 발견했다는 소문은 들으셨지요?”

“예.”

“못해도 몇십억 달러는 될 겁니다. 로힝야 때문에 생긴 돈이니 그들을 위해 쓰는 게 맞습니다. 그러니 걱정 마시고 빌려주세요. 갚으면 좋고 아니면 말고요. 하하하.”

“회장님도 참…….”

김연희도 결국 헛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사업 이야기를 할 때는 무서울 정도로 냉철한데 이런 일에는 법 없이도 살 사람 같았다.

진혁은 학교와 병원 등 로힝야들의 복지 시설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그곳을 나왔다.

그 뒤 샤물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카나풀리 EPZ였다.

“종간나 새끼……. 아주 얼굴이 훤하구만.”

“얼굴은 공장장님이 더 좋은데요?”

“내래 이제 고문이야, 고문. 똑바로 부르라우.”

“알겠습니다, 고문님.”

권기남 고문과의 실없는 농담이 끝나자 최원섭 관리소장이 다가와 인사를 했다.

“오셨습니까.”

“고생이 많으십니다.”

소나르에 있던 데님 공장 부지는 다른 용도로 쓰기로 하고 기계는 모두 이곳으로 옮겨 왔었다.

공장만 옮긴 게 아니라 최원섭과 권기남, 밤방의 직위도 변경이 되었다.

모두 카나풀리 EPZ 관리 사무소 직원이 되어 공단 전체의 관리를 맡고 있었다.

“백여 개 입주 기업 중 절반가량은 공장 건설이 끝나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나머지도 다음 달쯤이면 생산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우리 제품을 생산하는 곳은 얼마나 됩니까?”

“반절 정도 됩니다. 파노나의 티엔 사장님이 직접 오셔서 생산 설비는 물론 시제품까지 점검하셨습니다.”

“알라딘 이름으로 나가는 첫 의류 제품이니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신경 써서 지원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공장들을 둘러보는 것으로 방글라데시의 일을 어느 정도 마무리하고 진혁은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 * *

그사이 한국 사회의 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대북 제재안과 사드 배치에 대해 국론이 극명하게 갈려 논쟁이 지속되고 있었다.

거기에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이 정부안이 미진하다며 반발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그런 상황이 한 달이 넘게 지속되자 일반 국민들은 슬슬 지겨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때 그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 특급 이벤트가 열렸다.

인공 지능 ‘스톰고’와 세계 1위 프로 기사 최정상 9단의 세기의 바둑 대결이었다.

스톰고는 며칠 전에 중국 1위의 평쑨홍 9단을 5:0으로 완파해서 세계인의 가슴을 서늘하게 했다.

SF 영화에서나 봤던, 인공 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세계 어디서건 둘만 보이면 그 이야기를 나눌 정도였다.

그런 그들에게 불을 지르는 일이 벌어졌다.

대결을 앞두고 내한한 스톰 브레인의 창업자 주드 모건이 스톰고의 완승 확신을 공언했다.

더불어 지금까지는 인간이 인공 지능을 만들었다면 앞으로는 인공 지능 체제하에 인간이 통제될 것이라며 불안감을 확산시켰다.

하지만 사람들은 최정상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했다고 하지만 인간의 뇌는 미지의 영역이라는 굳건한 믿음이 있었다.

* * *

한편, 알라딘 사무실에 도착한 진혁은 우선 김선혁부터 찾았다.

“기업들을 설득하는 일은 어떻게 됐습니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더라. 다들 너무 깊숙이 발을 담근 상태인 데다 아무런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그쪽 시장을 포기하라니 믿기지 않겠지.”

“아무래도 그렇겠지요.”

“그래도 태후나 TG 등 대기업들은 너의 능력을 알고 있어서 대책을 마련한다고는 하더라. 문제는 중소기업들이야. 그쪽은 하루하루 연명하는 상황이라 미래까지 대비할 여력이 안 돼. 아무튼 최대한 여기저기 말들은 해 놨다.”

“그 정도 하셨으면 됐습니다. 결국 시장이 결정해 주겠지요. 그보다 이번 동남아시아를 돌아다니면서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습니다.”

진혁은 그간의 성과에 대해 들려주었다.

감탄한 표정으로 김선혁이 입을 열었다.

“방글라데시 가스전 발견 소식을 듣고 놀랐는데 그건 오히려 약과였구나. 사업적으로 큰일들을 여럿 성사시키느라 고생했다.”

“동서남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해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뭐냐?”

“하노이 타워를 인수하려고 합니다.”

“하노이 타워를?”

김선혁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노이 타워는 국내 건설사가 하노이에 총 사업비 12억 달러를 투입해 건설한 75층 복합 빌딩으로, 호텔, 백화점, 극장 등을 갖춘 베트남 최대의 콤플렉스 빌딩이었다.

모기업이 법정 관리에 들어가면서 기업 회생의 일환으로 매각을 추진 중에 있었다.

김선혁이 얼른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작년에 미국계 사모펀드에서 매입하려다가 노조와 여론의 반대로 무산된 것으로 아는데.”

“국부를 외국 자본에 헐값 매각하는 것을 반대하는 겁니다. 국제 건설 인수 때와 같은 상황입니다. 알라딘이 인수하겠다면 반대하지 않을 겁니다. 회장님이 맡아 주십시오.”

“선례가 있으니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인도네시아의 메가시티도 인수도 그렇고, 이제 사업을 복합 쇼핑몰 영역까지 확대할 생각이냐?”

“아닙니다. 상징성 때문에 인수하려는 겁니다.”

“상징성?”

진혁이 의아해하는 김선혁에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알라딘은 그간 외형보다는 내실을 다지며 성장시켰습니다. 이제 우리의 존재를 세상에 알릴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그렇지. 솔직히 나도 알라딘에 들어와서 밖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규모가 크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 태후나 TG를 넘어선 지 오래다.”

“저평가된 이면에는 무슬림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작용한 점도 있습니다. 그래서 비무슬림 국가인 베트남 최고의 마천루인 하노이 타워를 인수하려는 겁니다.”

“좋은 생각이다. 내가 반드시 성사시키마.”

“더불어 전문 운영사도 함께 알아봐 주십시오. 직접 운영할 생각은 없습니다. 인도네시아의 시멘트 공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알라딘 건설의 장 부사장님에게도 이야기해 놨으니 함께 적당한 상대를 물색해 주십시오.”

“알았다.”

그렇게 김선혁과 용건을 끝낸 진혁은 박이동이 모는 차를 타고 판교로 이동했다.

지난번에 매입한 한국식품연구원 부지가 정리되어 알라딘 연구소가 이사 갔다는 보고를 받았었다.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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