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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빌더, 두 번의 후회는 없다-233화 (233/307)

233화. 동행 한마당 태동

“얼마 전에 김선혁 회장님이 저희 회장님을 만나서 사드 배치에 따른 대중 관계 악화에 대해 우려의 말씀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훨씬 더 심각해질 겁니다.”

“저야 회장님의 말씀을 믿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그건 제가 어떻게 해 드릴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소 사장님만이라도 준비를 해 두시는 게 좋을 겁니다.”

진혁은 그 정도에서 마무리를 지었다.

남의 기업 일이었다.

* * *

몇몇 대기업을 만나 협상을 하고 난 진혁은 해외로 나갔다.

가장 먼저 인도네시아에 들러 인수한 메가시티부터 둘러보았다.

그사이 건물명이 ‘알라딘 시티’로 변경되어 있었지만 여전히 성업 중이었다.

시간에 맞춰 레스토랑으로 들어가자 라이꾸두 회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매장을 둘러보느라 조금 늦었습니다.”

“괜찮습니다. 얼마나 뿌듯하시겠습니까.”

“회장님께서 도와주신 덕분이지요.”

“전 단순히 조언만 했을 뿐입니다. 하나를 알려 주면 열을 안다는 말을 믿지 않았는데, 회장님을 보면서 맞는 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과찬의 말씀입니다.”

식사를 주문하고 나자 라이꾸두 회장이 말했다.

“요즘 마야 얼굴 보기가 힘듭니다. 큰 축제를 준비하신다면서요?”

“투게더 페스티벌을 열려고 합니다.”

동행 한마당은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명칭이라 다른 지역은 투게더 페스티벌로 하기로 했다.

“알리바마의 독신절과 같은 대규모 온라인 행사라고 들었습니다만, 좀 성급한 것이 아닌지요?”

“이미 모든 준비는 갖춰졌습니다.”

“서 회장님이 하시는 일이니 당연히 빈틈이 없겠지요. 전 시기를 말씀드리는 겁니다.”

“시기요?”

의아해하는 진혁에게 라이꾸두가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었다.

“이곳을 매각하는 것으로 죽망 내부에서도 말들이 많았습니다. 쿤초로 회장님이 사전 작업을 하신 데다 시멘트 공장을 억지로 떠넘기는 조건이라며 연막을 쳐서 공개적인 비판은 하지 않았지만 불만이 상당합니다. 특히 말레이시아의 테홍녠 회장님이 굉장히 분노하고 계시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떤 우려를 하시는지 알겠는데, 도망은 한 번이면 족합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제주도에 숨어 살며 마음속으로 칼을 갈았습니다. 반드시 세력을 키워 그들과 당당히 맞서겠다고요. 이번 일의 그 첫걸음입니다. 그들이 예전처럼 함부로 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반드시 보여 주고 말겠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진혁의 태도에 라이꾸두는 그의 마음을 돌리기는 어렵다고 느끼고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 속 일말의 불안감은 어쩔 수 없었다.

어색한 침묵이 흐르는 것을 마침 주문한 식사가 나오면서 막아 줬다.

식사를 하며 투게더 마켓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진혁이 말했다.

“회장님을 뵙자고 한 것은 이번 행사에 도움을 부탁드릴 일이 있어서입니다.”

“무엇이든 말씀하십시오. 투게더 페스티벌의 성공은 결국 알라마트의 매출과도 직결되니 당연히 도와드려야지요.”

“아무래도 처음으로 여는 행사다 보니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려고 합니다. 그와 별도로 알라마트 매장에서도 홍보를 부탁드립니다.”

“그건 당연히 도와드려야지요. 걱정 마십시오.”

“독신절과 차별화된 전략의 일환으로 직접 인수 서비스를 시행하려고 합니다.”

“직접 인수요?”

“가격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 지정된 장소로 찾아오면 추가로 배송비만큼 할인해 주는 방식입니다. 알라마트 매장에서 대행을 부탁드립니다. 물론 그에 따른 비용은 지급하겠습니다.”

“어차피 영업시간에 추가되는 일일 테니 저희야 오히려 감사하지요.”

이후로도 이런저런 협조를 부탁했는데 라이꾸두 회장은 주저 없이 받아들여 줬다.

이야기가 마무리되자 함께 일어났다.

그러나 흡족한 표정으로 나가는 진혁의 등을 바라보는 라이꾸두의 시선 한쪽에는 그늘이 가시지 않고 있었다.

* * *

진혁은 다음 날 쿤초로 회장을 만나 협조를 부탁을 하고, 오젝의 하르자토 사장을 만나 오젝을 이용한 홍보 방법과 급증할 택배 물량에 대한 방안도 세우게 했다.

그리고 바로 선병식과 함께 베트남으로 넘어갔다.

하노이 타워 역시 이름이 알라딘 타워로 변경되어 있었다.

티엔 사장이 싱가포르에서 건너와 있었다. 두 사람과 식사를 하며 이번 행사 준비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또다시 나머지 나라들은 둘에게 맡기고 사우디아라비아로 건너갔다.

아부다 그룹 빌딩으로 가자 아메만 회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진혁이 고개를 숙였다.

“귀한 장소를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 말씀 마십시오. 그간 제가 도움을 받은 게 얼마인데요. 호텔을 통째로 달라고 해도 드렸을 겁니다.”

아메만 회장은 투게더 페스티벌을 위해 기꺼이 아부다 호텔을 사용하게 해 줬다.

“협력 업체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당연히 대환영이지요. 저유가가 지속되는 바람에 소비 심리가 많이 위축된 상황에서 선주문까지 넣어 준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지요. 거기다 알쇼핑에서 하는 일이라 서로 참여하려고 안달일 정도입니다.”

아메만 회장의 과한 칭찬에 진혁이 쓴웃음을 지었다.

협력 업체가 그런 반응을 보인 것은 아랍 5위, 사우디아라비아 3위의 아부다 그룹 명성 때문임을 모르지 않았다.

그런데도 아메만이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검은 머리 짐의 투자 전략을 먼저 받고 싶어서였다.

JK모건이 짧게 기사를 내보낸 데다 스미스가 따로 연락을 주지 않은 바람에 아메만이 ‘검은 머리 짐’이 브렉시트에 배팅한 것을 늦게 알았다.

지금 시장의 반응은 처음과 달리 브렉시트 가능성을 반반으로 볼 정도로 변해 있었다.

이제 안전 자산에 투자하고 싶어도 너무 가격이 올라 위험했다.

아메만에게는 너무도 아쉽게 날아간 기회였다.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앞으로 여러 가지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도 최대한 돕겠지만 라이나 왕비님이 나서는 것에 비하면 큰 힘이 되지는 못할 겁니다.”

“전화로 허락은 받았습니다. 온 김에 직접 들러 다시 말씀드릴 생각입니다.”

“그럼 중동은 걱정할 필요 없으실 것 같습니다.”

라이나 왕비는 유튜브의 시청자만도 6백만 명에 트위터 팔로워는 2백만인 중동 최대의 뉴스 메이커였다.

거기에 마르와와 슈퍼 트위터까지 가세한다면 그 파급력은 어마어마할 것이었다.

아부다 그룹을 나온 진혁은 바로 요르단으로 건너가지 않고 이집트부터 들렀다.

SEZ의 공장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서였다.

카심이 직원들을 독려해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3교대로 24시간 풀가동하고 있으니 걱정 말아요.”

“너무 무리하시는 것 아닙니까? 그러다 재고만 잔뜩 쌓이면 어쩌시려고요.”

“내가 미스터 서를 하루 이틀 겪습니까. 시작하면 끝장을 보잖아요.”

“중간에 멈추는 건 남자가 아니지요. 전부 털어낼 테니 얼마든지 만드십시오.”

“거봐. 내 말이 맞잖아. 미스터 서는 한다면 하는 사람이야.”

주변을 보며 큰소리치는 카심의 모습에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카심이 평소 입에 달고 사는 말이 ‘미스터 서였다면’이었다.

그날 하루 그곳에 머물며 카심과 회포를 푼 진혁은, 이번에는 요르단을 거쳐 AM 본부가 있는 두바이로 갔다.

갈리가 먼저 보고를 했다.

“베인하임을 비롯한 다국적 제약 회사들로부터 일반 의약품과 의료용품을 입점하겠다는 확답을 받았습니다.”

아자데와 하마드가 이어 보고를 했다.

“화장품 기업들도 속속 제품을 공급하겠다는 연락이 오고 있습니다.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 같아요.”

“서버 발주와 회선 증설 신청이 완료되어 다음 달이면 정상적으로 가동이 될 겁니다.”

마지막으로 하이다르 회장이 말했다.

“과거 인연이 있었던 기업들을 찾아다니며 독려하고 있습니다. 반응이 긍정적이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고생들 많으셨습니다. 이번 행사는 한 번 하고 끝날 것이 아닙니다. 가격 못지않게 품질도 중요하다는 점 잊지 마십시오. 짝퉁이나 팔리지 않는 떨이 상품 유입은 철저히 막아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이후 편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곳에서 하루 묵을 예정이라 급할 게 없었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는 오래 가지 않았다.

진혁이 갑자기 생각난 듯 말했다.

“참, 한 가지 중요한 이야기를 빼먹었습니다.”

“……?”

“이곳에도 조만간 슈퍼컴퓨터가 설치될 겁니다. 그에 따른 준비도 해 주십시오.”

“슈퍼컴퓨터요?”

“알쇼핑도 4차 산업에 맞춰 지능화된 쇼핑몰로 변신하게 될 겁니다.”

흥분된 진혁의 목소리에 비해 다른 이들은 별 감흥이 없는지 표정에 변화가 없었다.

온라인 쇼핑몰과 지능화라는 단어가 연관되지 않았던 것이다.

진혁이 추가 설명을 해 줘야 했다.

“이번 행사는 알라딘이 진출한 모든 국가에서 동시에 열립니다. 설혹 우리가 진출하지 않더라도, 똑똑한 소비자들의 해외 직구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열린다고 봐도 무방할 겁니다.”

“그건 그렇지요.”

“그렇다 보니 배송비와 관세에 대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거리가 멀지만 FTA로 비관세인 경우도 많고요.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이런 복잡한 경우의 수를 처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

“슈퍼컴퓨터는 가격만이 아니라 배송비와 관세를 포함한 토탈 금액이 가장 낮은 상품을 자동으로 찾아 줄 겁니다.”

“아하.”

“원래는 한국에서 좀 더 테스트를 한 다음에 설치하려고 했는데, 만일의 경우를 생각해 우선 설치해서 함께 운영하는 것으로 변경했습니다. 새롭게 업그레이드된 알쇼핑의 다양한 기능을 체험해 보시면 깜짝 놀라실 겁니다.”

“말씀만 들어도 벌써 가슴이 설렙니다.”

실질적으로 알쇼핑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하마드라 한껏 기대가 담긴 표정이었다.

* * *

다음 날, 진혁은 파키스탄으로 가서 아완 회장에게 협조를 부탁하고 인도로 넘어가 아먼 의장을 만났다.

“그룹으로부터 투게더 페스티벌에 대한 공문은 받았습니다.”

“그것 때문에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협조를 구하고 오는 중입니다. 이곳의 준비 상황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준비는 하고 있는데 문제가 좀 심각합니다.”

“뭡니까?”

진혁이 놀라 물었다.

“행사 날짜에 문제가 있습니다. 무슬림들의 이드 축제 기간이라는 점 때문에 이곳 실무자들의 우려감이 큽니다.”

인도의 종교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80%의 힌두교들은 14%의 무슬림을 카스트 제도의 최하층 계층인 ‘불가촉천민’으로 규정해 탄압하고 있었다.

그로 인해 파키스탄으로 갈라졌고, 지금도 북부 카슈미르에서 전쟁을 하는 중이었다.

진혁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투게더 페스티벌은 어느 한 종교인들을 위한 행사가 아닙니다. 이드 기간과는 겨우 하루만 겹칠 뿐입니다. 전 세계 소비자들이 참여하는 범지구적인 축제입니다.”

“압니다만…….”

“한국의 상사맨들은 열사의 사막에서 난로를, 혹한의 시베리아에서 냉장고까지 팔아 ‘한강의 기적’을 일군 역군입니다. 경제인인 의장님마저 종교나 정치 논리로 소비자를 가린다면 인도의 미래는 암울할 겁니다.”

굳어지는 아먼 의장의 얼굴을 보며 진혁이 말했다.

“도이에 중공업의 마하라스트라 공장에서 생산하는 오토바이 전량을 반값에 풀 겁니다. 더불어 방글라데시에서 생산하는 의류와 화장품 역시 최소한의 생산비만 책정해 내놓을 겁니다.”

“……!”

“한국과 인도는 FTA가 체결되어 있어 비관세 품목이 많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저렴한 가격에 세계 최고 품질의 제품들을 구매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의장님은 이미 투게더 프로모션으로 소비자가 가격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확인하셨지 않습니까.”

“회장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가격이 그 어떤 것보다 우선이라는 것을 직접 보고도 못난 모습을 보였습니다. 적극적으로 준비하겠습니다.”

“비니반살 사장님과 헬로 택시를 이용한 홍보 방안을 함께 고민해 보십시오. 일반 국민들의 무슬림 축제라고 확대 해석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진혁은 투게더 페스티벌의 성패는 인도와 베트남 매출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무슬림 국가에서는 당연히 성공할 수밖에 없었다.

인구 대국이면서 비무슬림 국가인 두 곳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냐에 따라 알라딘에 대한 외부의 평가가 달라진다.

그래서 두 나라에는 다른 곳보다 훨씬 더 파격적인 할인율을 적용할 작정이었다.

적극적으로 변한 아먼 의장과 뉴아이 매장을 이용한 홍보 및 배송비 할인 등 다양한 프로모션 도입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눴다.

* * *

아먼 의장과의 만남 후 호텔에서 쉬고 있던 진혁은 한 통의 전화를 받고 급히 한국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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