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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빌더, 두 번의 후회는 없다-247화 (247/307)

247화. 아세안 모터스

“아직은 확정된 게 아닌데, 이곳과 말레이시아에서 국민차 생산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국민차 생산을요?”

“이곳에서 이륜차를 생산하고 말레이시아에서는 상용차를 생산할 예정입니다. 탕분헝 총리와는 합의가 됐고, 지금 대통령과 논의 중인데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그대로 진행될 겁니다.”

꿀꺽.

라이꾸두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자동차 산업은 부가 가치 효과가 높고 규모가 커 각국에서 중요 산업으로 집중 관리하는 대상이었다.

“생산은 자신 있는데 판매망을 갖추는 게 큰일입니다. 그건 돈만 있다고 될 일은 아니잖습니까?”

“그건 그렇지요.”

“그 일을 회장님이 맡아 주셨으면 합니다. 해 보시겠습니까?”

“고맙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라이꾸두가 바로 벌떡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특혜도 이런 특혜가 없었다.

두 나라 정상이 주도하는 사업이고 ‘국민차’라는 타이틀까지 단다면 판매는 문제가 없었다.

무엇보다 ‘검은 머리 짐’ 진혁이 직접 추진하는 사업이었다. 이건 무조건 성공이다.

하지만 진혁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이 일은 단순히 두 나라에만 국한된 일이 아닙니다. 탕분헝 총리께서는 아세안 국가가 일본차에 점령당한 것에 우려를 하고 계십니다.”

“……!”

“아세안 국가들 중에 처음으로 자체 생산하는 자동차입니다. 다른 나라에도 협조를 구하실 생각이라고 하셨습니다.”

“다른 나라들까지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아세안 국가끼리는 무관세이니 가격 경쟁력은 충분합니다. 따라서 다른 나라에서도 판매망을 갖춰야 합니다. 그 일도 회장님이 맡아주십시오. 어제 뵌 분들의 생각이 진취적인 게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라이꾸두는 입만 딱 벌린 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나라 판매를 맡겨 준 것만도 감사한데 다른 나라 파트너 선정도 자신에게 일임하겠다는 말이었다.

자신이 그렇듯 이 일이 발표되면 서로 사업권을 따내려고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진혁은 그 일을 죽망 내 화인 기업가에게 맡기려고 하고 있었다.

“화교 분들은 기존에 하시는 일이 많아 바쁘실 것 같아서요.”

“알겠습니다. 회장님이 실망하시지 않게 최선을 다해 선정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라이꾸두가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

* * *

며칠 후.

말레이시아 총리 공관에서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탕분헝 총리가 국민차 생산의 실질적인 계획을 발표했다.

자본금은 20억 달러의 ‘아세안 모터스’를 설립해 자동차와 오토바이를 우선 생산할 계획이라고 했다.

자본금은 양국이 각 6억 달러, 알라딘 자동차가 4억 달러, 도이에 중공업이 4억 달러를 출자해 마련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까지 제시했다.

생산은 알라딘과 도이에 중공업이 맡아서 하고, 의결권이 없는 지분만 소유한다는 사실도 알렸다.

당장 세계 언론이 이를 속보로 내보냈다.

재집권한 탕분헝 총리가 국민차 생산을 재개한다고 했을 때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이미 실패한 전력이 있는 데다 말레이시아의 열악한 재정으로 무리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서진혁의 등장으로 모든 게 변해 버렸다.

그가 참여한 사업이나 투자 중에 실패한 것은 없었다. 모두가 깜짝 놀랄 정도로 큰 성공만 보여 줬다.

당장 세계 자동차 업계가 긴장에 휩싸였다.

그 시각, 진혁은 양국 정상과 편하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

“서 회장의 큰 양보에 감사합니다.”

“국민차이니 이에 대한 결정권은 당연히 두 나라 국민이 가져야지요. 저는 옆에서 열심히 돕겠습니다.”

의결권을 포기한 것은 진혁이 먼저 제안해서 결정된 일이었다.

어차피 최대 주주가 되지 않을 바에는 확실하게 밀어 주는 게 나았다. 대신 자신은 실리를 취하면 된다.

탕분헝 총리의 말이 이어졌다.

“우리도 약속대로 판매 법인의 설립에 대해서는 서 회장님께 전권을 드리지요.”

“감사합니다.”

“인도네시아에 투자를 결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통령이 늦은 인사를 했다.

인도네시아 몫의 출자금 마련을 위해 진혁은 물류 회사인 인니콥과 석회석 광산은 1억 5천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거기에 나머지는 달러 표시 국채 매입을 했다.

어느 정도 인사가 끝나자 탕분헝이 물었다.

“생산은 어떤 모델로 할 생각이오?”

“전기차로 할까 합니다.”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기술력은 충분합니다. 국민들의 열망과 사랑을 받게 될 차입니다. 이왕이면 최고의 차를 선보이는 게 좋습니다. 그를 통해 양 국민들에게 자부심을 느끼게 해 주고 싶습니다. 예전같이 무조건 애국심만 내세워 저질 차를 강매할 수 있는 세상이 아닙니다.”

“그렇긴 그렇지요. 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을 텐데요. 예전같이 수입차에 높은 관세를 붙일 수도 없고.”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우려를 나타냈다.

탕분헝 총리는 지난 재임 기간 국민차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수입차에 300%의 높은 관세를 부과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랬다가는 WTO(세계 무역 기구)에 제소됨은 물론 국제사회에서 고립된다.

진혁이 씩 웃으며 말했다.

“방법이 있습니다.”

“……?”

“환경 부담금을 부과하는 겁니다.”

“환경 부담금을요?”

“그렇습니다. 요즘 국제 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사가 환경오염입니다. 미국, EU등은 디젤차에 대한 환경 부담금을 이미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에 반해 동남아시아는 개발이 우선이다 보니 그간 환경오염에 너무 무관심했습니다.”

탕분헝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나라 산업이 자원 개발과 중화학 공업 위주다 보니 그 부분에 취약한 것은 사실이오. 거기에 최근에 급격히 늘어나는 자동차로 대기 오염이 심각한 수준입니다.”

“이에 아세안 국가들 중에 경제적 여유가 있는 싱가포르, 필리핀, 태국에서는 이미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하는 등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같이 최악의 스모그를 겪게 되실 겁니다. 그렇게 걷은 환경 부담금으로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하시면 됩니다.”

“보조금을 말입니까?”

“전기차는 환경오염이 거의 없습니다. 당연히 인센티브를 줘야지요. 그러면 격차가 거의 없어질 겁니다.”

“하하하. 절묘한 계책입니다. 서 회장이 생각은 끝이 없습니다. 아주 탄복했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정말 대단하십니다.”

함께 고개를 끄덕이는 인도네시아 대통령에게 진혁이 말했다.

“인도네시아의 원유가 고갈되고 있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맞습니다. 매장량이 40%가량 줄어서 걱정입니다.”

“국민들도 자원은 한정되어 있다는 것을 다 알고 걱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시행하는 유류 보조금을 승용차에 한해서만이라도 없애 주십시오.”

“그건 굉장히 민감한 사항입니다.”

“압니다만, 지금처럼 낮은 유류비는 차량 구입을 유발해 원유 고갈이 가속화될 겁니다. 외제 승용차를 구입하는 계층은 중산층 이상들입니다. 가뜩이나 어려운 재정인데 그들을 위해서만 쓰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차라리 그 돈으로 전기 충선소 등 인프라를 구축한다면 원유 고갈도 막고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것이니 국민 모두가 반길 겁니다.”

“틀린 말이 아닙니다. 당장 우리나라부터 시행해야겠습니다. 좋은 것을 배웠습니다.”

탕분헝도 총리로 재취임하면서 여론에 밀려 유류 보조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었다.

급격히 늘어나는 차량으로 예상치를 훨씬 웃도는 예산이 들어가는 바람에 고심이 깊었던 차였다.

“알겠습니다. 저도 돌아가면 적극적으로 검토해 보겠습니다.”

인도네시아 대통령마저 수긍했다.

탕분헝이 다시 물었다.

“언제쯤이나 국민차를 선보일 수 있겠습니까?”

“6개월 이내에 보여 드리겠습니다.”

“그렇게나 빨리 말입니까?”

놀라는 두 사람에게 진혁이 말했다.

“한국에서 시험 차량이 완성되어 주행 테스트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전기 오토바이는 도이에 중공업에서 이미 판매하고 있으니 큰 문제가 없고요. 공장에 부지까지 마련됐으니 기계만 설치해 조립하면 됩니다. 물론 부품 대부분이 수입이겠지만, 그건 두 나라 중소기업의 국산화로 해소될 겁니다.”

말레이시아는 적자 상태이긴 하지만 여전히 국민차를 생산하고 있어, 유휴 설비를 철거하고 그 자리에 전기차 생산 라인을 갖추기만 하면 됐다.

인도네시아도 미국계 자동차 회사가 지난해 철수한 공장이 아직 비어 있어 매입해 개조하면 된다.

지금 극동자동차와 도이에 중공업의 관계자들이 실무자들과 함께 넘어오는 중이었다.

진혁의 철저하고 신속한 조치에 두 정상이 크게 흡족했다.

그들은 생산과 판매는 그에게 맡기고, 자신들은 정부 정책을 서둘러 시행하기로 했다.

진혁은 이후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 도착한 극동자동차와 도이에 중공업 관계자들과 함께 국민차 생산 준비 작업을 지휘했다.

그러면서 라이꾸두 회장과 동남아시아 국가별로 판매망 구축 작업도 논의한 뒤 어느 정도 토대를 잡아 주고 귀국했다.

* * *

집밥을 먹으며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며칠을 쉬고 사무실로 출근하자 모두 모여 있었다.

고용준이 보고를 했다.

“나주와 오송의 스마트 단지들은 관련 업체들이 속속 입주해서 우리가 정한 기술 표준에 따라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지원 사업 신청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스마트팜은 농협이 신청서를 받고 있는데 지원자가 너무 많아 선정 작업에 애를 먹고 있답니다. 동행에서도 거의 다 신청했다고 합니다.”

“동행에서도요?”

“회장님이 하시는 사업인 데다 이미 검증된 것이라 욕심을 내는 건 당연하지요.”

“혹시라도 선정 과정에 괜한 구설수가 나오지 않도록 신경 써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진혁이 이번에는 김선혁에게 물었다.

“알라딘 자동차 쪽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창원 제2공장에 신설한 R&D 센터에서 전기차와 SUV 신 모델에 대한 테스트를 하고 있는데, 현장에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우려요?”

“전기차는 시대적 흐름이라 이해하는데, SUV는 환경 문제로 소형화하거나 휘발유 엔진을 탑재하는 게 대세야. 그런데 너는 오히려 정반대인 모델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이다.”

진혁이 웃으며 말했다.

“한국을 생각하면 당연한 반응입니다. 이번에 개발한 SUV는 전량 해외에서 팔 겁니다.”

“해외에서?”

“예전 극동자동차는 중동 등 해외에서 더 호평받았습니다. 그동안 부진한 실적으로 많이 퇴색했다지만 ‘코뿔소 시리즈’에 대한 중동인들의 향수가 남아 있습니다. 그걸 되살리려면 제대로 된 모델을 내세워야지요. 걱정 말고 생산만 하라고 하십시오. 판매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알겠다. 네 생각이 그렇다면 그렇게 하마.”

진혁의 확신에 찬 답변에 바로 수긍했다.

누구보다도 진혁의 능력을 잘 알고 있는 이였다. 철저한 계획까지 세워서 추진하는 일임이 느껴졌다.

* * *

알라딘 사무실에서 며칠간 이런저런 일들을 처리한 진혁은 주말을 맞아 강릉의 부모님 댁에서 이틀을 쉬고 동행 사무실을 찾았다.

며칠 전 동행 센터들이 스마트팜 지원 사업에 신청했다는 보고를 받을 때 고용준에게 주의를 줬지만, 우상우에게 다시 한번 이야기해 두는 게 좋을 것 같아서였다.

손님과 상담 중이던 우상우가 갑자기 찾아온 진혁의 모습에 놀랐다.

“헉. 회장님, 어떻게 알고 오시는 겁니까?”

“다른 일 때문에 온 건데, 무슨 일이 있습니까?”

“저, 그게…….”

우상우가 말끝을 흐리며 눈치를 주자 상담 중이던 이가 벌떡 일어나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오필구입니다. 상우 친구입니다.”

진혁이 얼떨결에 마주 인사를 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서진혁입니다.”

“필구는 산청에서 스마트 케어팜으로 버섯 농사를 짓고 있는 버섯 박사입니다. 스마트팜을 하고 싶다고 회장님을 만나겠다며 새벽같이 올라왔습니다.”

“그건 농협에 신청을…….”

“국내가 아니라 해외에 세우겠답니다.”

“해외요?”

“그렇습니다. 불가리아입니다.”

“불가리아요?”

진혁이 거듭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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