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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빌더, 두 번의 후회는 없다-248화 (248/307)

248화. 스마트팜, 해외 진출

오필구가 설명했다.

“불가리아는 발칸 반도의 동쪽 흑해와 맞닿아 있는 남유럽 국가입니다.”

“터키와 국경이 맞닿아 있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유럽은 건강 지향적인 소비 추세 등으로 버섯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반면 생산량은 계속 감소하고 있습니다. 한국산 새송이버섯은 유럽에서는 거의 재배되지 않는 데다 품질이 뛰어나고 인기가 높아 최고급 요리에 쓰입니다. 수출량도 매년 두 배 이상 급성장하고 있습니다만, 문제는 장기간 해상 운송으로 신선도가 떨어진다는 겁니다.”

“아무래도 그렇지요.”

유럽까지 배로 운송하는 경우 30일가량 소요된다.

진공 포장이나 저온 유통 시스템을 도입해야 하는데, 비용 상승으로 제약이 있었다.

“터키는 EU 가입에 실패한 반면 불가리아는 2007년 유럽 연합에 가입했습니다. 남유럽권 국가들 중에서 유독 한류 인기가 높은 나라로 수도 소피아 대학교에 한국어학과가 있을 뿐 아니라 K-POP 음악이나 한국 드라마에 빠져서 한국을 동경하는 젊은이들이 많습니다.”

“그렇군요.”

“불가리아는 식민지 시절과 공산 국가를 거쳐 1990년에야 공화국이 되어서 경제 발전이 늦었습니다. 후진국이라 투자 유치에 적극적이고, 토지 가격이나 임금이 굉장히 낮은 수준입니다. 무엇보다 버섯 재배에 가장 적합한 참나무가 무한정으로 널려 있어 최적의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오필구는 준비를 철저히 해 온 듯 이후 설명에도 막힘이 없었다.

“오래전부터 유럽 지역에서 직접 재배하면 좋겠다고 생각해 여러 지역을 검토했지만, 생육 환경이 다르고 수확량이 확보되지 않아 실행에 옮기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회장님이 스마트팜 사업을 시작해 주셔서 생육 환경의 인위적 조절이 가능해 365일 수확할 수 있게 됐습니다. 마침 농업 기술원에서 불가리아 환경에 적합한 신품종 종균도 개발했고요.”

결론은 불가리아에서 스마트팜으로 직접 버섯을 재배해 유럽에 판매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스마트팜이 전면적으로 확대되면 금방 경쟁이 치열해지고 국내 소비만으로는 한계에 봉착하게 될 겁니다. 회장님은 항상 미래를 내다보시고 사업을 펼치신다고 들었습니다. 불가리아에 스마트팜 시설만 지어 주시면 제가 반드시 성공해서 수출 길을 열겠습니다. 도와주십시오.”

“갑시다.”

“……?”

갑자기 벌떡 일어나는 진혁의 행동에 오필구는 물론 지켜보던 우상우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직접 눈으로 확인해 봐야죠. 농장 구경 좀 시켜 주십시오.”

“지금 말씀이십니까?”

“마음이 급하셔서 새벽처럼 오신 거잖습니까. 쇠뿔도 단 김에 빼야지요.”

“좋습니다. 가시지요.”

오필구마저 동의하자 우상우도 어쩔 수 없이 따라 일어나야 했다.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오필구의 산청농장에 도착했을 때는 해가 막 지기 시작할 때였다.

오필구가 오면서 전화를 해서인지 10여 명의 농부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기술을 배우겠다고 와서 저랑 같이 일하는 농부들입니다.”

농장 규모는 4천 평방미터 부지에 재배사만도 40개나 됐다.

“새송이, 느타리, 표고, 팽이, 만가닥 등 10여 종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들어가 봅시다.”

“잠시만요.”

오필구가 재배사 문을 잡으려는 진혁의 행동을 막았다.

“복장부터 갖추시고 들어가셔야 합니다.”

“아, 죄송합니다.”

오필구를 따라 주 출입구로 가자 반도체 공장에서나 봤던 방진복에 클린룸까지 갖춰져 있었다.

“준비가 아주 철저하시네요.”

“버섯 재배의 핵심은 푸른 곰팡이균을 철저히 차단하는 겁니다. 버섯종균도 같은 곰팡이균이다 보니 한번 번식하게 되면 잡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몰지각한 일부 농가에서 과도하게 농약을 사용하는 바람에 일부 제품에서 비소 등 중금속 성분이 나와 사회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입구만이 아니라 재배사 내부도 먼지 한 톨 없을 정도로 깔끔했다.

4단 프레임마다 LED 전등 밑에 놓인 배지에서 버섯들이 자라고 있었다.

“각 동마다 CCTV가 설치되어 있고, 스마트폰으로 버섯의 실시간 성장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시시때때로 환경 조건을 맞추느라 거의 이곳에서 살다시피 해야 했는데, 지금은 어디에서든 온도, 습도, 빛, 이산화탄소 등을 컨트롤할 수 있습니다.”

오필구가 직접 스마트폰을 꺼내 시범을 보여 줬다.

재배사 구경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을 때는 어두워져 있었다.

옆의 주택으로 가자 식사 준비가 한창이었다.

“시장하실 텐데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괜찮습니다. 그럼 스마트팜에는 만족하시는 겁니까?”

“그렇습니다만, 그래도 한계는 있습니다. 분명 동일한 환경을 세팅했음에도 불구하고 재배사의 위치에 따라 생육에 차이를 보입니다. 내부 못지않게 외부의 환경에도 미묘하게나마 영향을 받는 것 같습니다.”

“그래요?”

“그건 기계의 문제라기보다는 도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축적된 데이터가 적다 보니 발생하는 오류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겁니다.”

“다행이군요.”

진혁은 혹시라도 기계적인 결함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저녁 식사가 준비되었는데 진수성찬이었다. 버섯백숙, 버섯구이, 버섯무침 등.

버섯 만찬에 나온 술도 버섯으로 담근 술이었다.

직접 재배한 것도 있지만 지리산이 지척이라 채취해 온 자연산 버섯도 많았다.

진혁이 술잔을 비우자 오필구가 얼른 젓가락으로 갓 구운 소고기를 집어 주며 말했다.

“맛을 한번 보십시오.”

입 안에 넣고 맛을 음미한 진혁이 말했다.

“깔끔하면서도 향내가 나는 것 같습니다.”

“참숯으로 구운 것이라 그렇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식당에서 먹는 숯불구이용 숯은 태반이 중국산이고 나머지는 동남아산 숯과 성형탄인데, 완전 연소되지 않고 불순물이 남아 몸에 해로운 데다 일부에서는 발암 물질 등이 검출되기도 합니다.”

“그렇군요.”

“버섯 재배하고 나온 폐재배목으로 참숯을 만들어 국내로 들여올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오필구가 철저히 준비했다는 것을 느끼고 진혁이 물었다.

“판매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거래하는 대형 식품 유통 체인이 EU 내 12개국 50개 이상 도시에 버섯을 공급하는데, 재배만 하면 얼마든지 매수해 주겠다는 확답을 받았습니다. 모든 준비는 다 되었습니다, 회장님.”

중요한 순간이라 오필구가 침을 삼켰다. 그만이 아니라 지켜보는 모두가 동작을 멈춘 채 진혁의 입만 주시하고 있었다.

“좋습니다. 투자하지요.”

“와아!”

일제히 환호성을 터트렸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아닙니다. 감사는 오히려 제가 해야지요. 오 선생님 덕분에 보람도 느끼고, 또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남았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진혁이 진심으로 고개를 숙이는 모습에 우상우가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그를 따르는 이유는 뛰어난 능력도 있지만 이런 배움에 대한 진솔한 태도 때문이었다.

진혁이 오필구에게 물었다.

“규모는 어느 정도로 생각하고 계십니까?”

“일단 십만 평으로 시작해서…….”

“백만 평으로 하십시오.”

“백만 평요?”

“버섯 재배는 오 선생님이 전문가일지 모르지만 사업에는 제가 일가견이 있습니다. 천천히 하나씩 이뤄 가는 것도 좋지만, 확신이 있을 때는 처음부터 과감하게 시작하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자금이…….”

“돈은 걱정 마시고 재배에 성공만 하십시오.”

“그건 자신 있습니다. 회장님이 만족하실 만한 성과를 만들어 내겠습니다.”

진혁이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그런 각오면 됐습니다. 그리고 이왕이면 견학 시설도 만들어 운영해 주십시오.”

“견학 시설요?”

“낙후된 나라라면서요. 당연히 한국의 선진 농법을 배우고 싶어 할 겁니다. 버섯을 파는 것도 좋지만, 힘들게 개발한 스마트팜 설비인데 함께 수출해 봐야지요.”

“아!”

다들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진혁은 그 짧은 시간에 설비 수출까지도 생각해 낸 거다.

다들 그가 왜 세계적인 사업가로 불리는지 알 수 있었다.

이튿날, 진혁은 하루를 그곳에 묵고 우상우와 함께 서울로 출발했다.

“오 선생님이 계획을 세우는 동안 우 대표님은 따로 해 주실 일이 있습니다.”

“말씀하십시오.”

운전하며 답하는 우상우에게 진혁이 말을 이었다.

“이번 버섯같이 해외 사업이 가능한 작물이 있는지 파악해 주십시오. 잘만 적용하면 썩 괜찮은 사업거리가 될 것 같습니다.”

“저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서울로 올라가면 각 동행 센터에 공문을 보내 알아보겠습니다.”

우상우도 그간 진혁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깨달은 게 있는지 바로 답했다.

새로운 사업을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사업을 재해석해 확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사업거리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 * *

퇴근한 진혁은 회사 근처의 고깃집에서 희준, 한지철과 술을 마셨다.

회사 밖이라 한지철이 편하게 말했다.

“이렇게 셋이서 술 마시는 것이 오랜만인 것 같다.”

“그러게 말입니다. 사는 게 뭐가 그리 바쁜지.”

“너 혼자 바쁜 거거든. 우리는 아니거든.”

“오호, 그래? 한가하단 말이지. 내일부터 확실히 굴려 줄게.”

“자식이. 치사하게.”

“고기나 구워, 인마.”

진혁의 한 방에 나가떨어진 희준이 입을 삐죽이며 고기를 구웠다.

진혁이 한지철에게 물었다.

“기존 가맹점들의 리틀 지니 전환율은 어떻습니까?”

“70%가 넘어. 가로수길의 리틀 지니 1호점의 성공을 보고도 주저하면 안 되지. 나머지 30%는 우리 조건을 맞출 여력이 안 돼서 직영 매장으로 가지로 했다.”

“기존 가맹점주들이 서운하지 않게 직원으로 채용하든지 해서 최대한 수용해 보세요.”

“그렇게 유도하고 있는 중이니 걱정마라. 그보다 중국 쪽 매출이 갈수록 하락하는 게 걱정이다.”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 여파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요우커가 발길을 끊자 관광 수입이 당장 반 토막이 났다.

중국 내 사업도 알라딘 그룹이야 미리 철수했지만 다른 기업들은 그러지 못했다.

중국 정부의 탄압과 중국 국민들의 반한 감정이 극에 달해 거의 영업을 못 하고 있었다.

철수하고 싶어도 현지 동업자의 비협조로 진퇴양난에 빠져 있었다.

알라딘도 전혀 영향이 없지 않았는데, 메이왕 매장에 납품하는 화장품의 매출이 눈에 띄게 떨어져 한지철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었다.

진혁이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한 선배 잘못이 아니니 너무 마음 쓰지 마세요. 우리보다 더한 기업이 태반입니다.”

말을 마친 진혁이 구워진 고기를 입으로 가져갔다가 바로 인상을 찌푸렸다.

“윽. 퉤퉤.”

“왜 그래? 뭐가 묻었어?”

“탄내가 너무 나잖아. 좀 제대로 구워라.”

“그래?”

구운 고기를 먹어 본 희준이 오히려 화를 냈다.

“맛있기만 하구만. 자식이 괜히 성질내고 그래. 선배가 한번 맛보세요.”

한지철도 고기를 가져다가 먹어 보고 말했다.

“난 괜찮은데.”

“거봐.”

“왜 나만 그러지? 아…….”

진혁이 불현듯 깨달았다. 오필구가 외국산 숯의 문제점에 대해 했던 말이 떠올랐다.

희준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뭐 생각나는 것 있어?”

“아니야. 내 것만 뭐가 묻었나 봐. 신경 쓰지 말고 먹어.”

진혁은 일부러 감췄다. 잘 먹고 있는데 괜히 초를 칠 필요는 없었다.

다만, 다시는 이 집에 오지 않겠다고 결심만 했다.

한지철이 갑자기 끊긴 말을 이었다.

“진혁이 네 말대로 다른 기업들이 더 힘들다는 것은 아는데, ‘동행 한마당’ 행사로 정부의 규제와는 상관없이 중국인들이 한국 화장품을 선호하는 것이 확인됐는데도 양국 관계가 개선되기만 기대하는 게 너무 답답해서 그런다. 좋은 제품들을 많이 개발했는데 도대체가 알릴 방법이 없으니…….”

한지철이 한숨을 내쉬었다.

진혁의 도움으로 예전 태후 화장품도 SNS를 통한 마케팅 방식을 통한 홍보방식을 택해 왔다.

그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게 중국 인기 연예인이 자신의 SNS에 한국 제품을 소개하는 왕홍 마케팅이었다.

“왕홍만이라도 행동해 주면 좋을 텐데…….”

“선배님도 참. 중국은 공산주의 국가잖아요. 공산당에 찍히면 한 방에 골로 가는데 어떤 미친 왕홍이 버젓이 한국 제품을 홍보해 주겠어요. 한국에서라며 모르지만.”

“그렇긴 하지.”

“잠깐만! 희준아, 너 다시 말해 봐.”

진혁이 갑자기 지르는 소리에 희준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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