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드우드-23화 (23/275)

023화

거참, 가기 전에 이걸로 끝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같은 소리라도 한 번 외쳐주고 가지. 아니면 오늘도 역시 납니다! 같은 것도 있잖아.

그냥 저렇게 휭하니 가버리는 게 어딨어. 정 없게시리.

“도리안 대장은 어떻습니까?”

“죽지는 않을 것 같던데.”

그렇군, 피터의 대답을 들은 나는 도리안에게 다가갔다.

“몸은 좀 어떠십니까?”

“죽겠다.”

방금 전에 피터의 진술과 현저한 차이가 보이는 대답이군. 몸 괜찮은 거 확인했으니, 이제 진짜 궁금한 걸 좀 물어봐야겠다.

“생포한 이유가 뭔지 아시겠습니까?”

내 말에 도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모를 수가 있나. 사람 묶어놓고 계속 물어본 게 하난데.”

그래? 그게 뭔데. 도리안이 나와 시선을 마주친 채 잠깐 고민하는 표정을 짓는다. 정말? 이러기야? 내가 이렇게 개고생을 해서 여기까지 왔건만 그거 하나 안 알려주겠다고?

“잿빛 비석의 위치를 묻더군.”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피터가 허, 하는 소리를 냈다.

“그걸 왜 대장에게 물어본 거지? 애초에 그냥 전설이잖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물건인 모양이다.

“아니, 7년 전에 한 번 가본 적 있다.”

도리안의 말에 피터가 입을 쩍 벌렸다.

“하이랜더들의 무덤을?”

나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살짝 손을 들어 올렸다.

“지금 못 알아듣는 사람은 저 말고 없는 겁니까?”

꽤 유명한 물건인 것 같은데. 니들만 알지 말고 나도 좀 같이 알자. 내 말에 도리안이 후우, 하는 소리를 내고 대답했다.

“하이랜더들은 죽고 나면 시체를 남기지 않아. 마치 증발하듯이 시체가 사라져버리지.”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하이랜더들의 시체는 휙 사라지는 게 아니라, 잿빛 비석이라는 물건이 놓인 곳으로 향한다고 한다. 쿠르스트 산맥에 오기 전에 읽었던 책이 온통 추측만 남발한 이유가 있었군.

시체를 해부해보지 않은 게 아니라, 못 해부한 거였어.

“잿빛 비석이 놓인 곳에는 그동안 죽은 수많은 하이랜더의 시체들이 산처럼 쌓여있다고 전해진다.”

피터의 말에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비슷한 이야기를 하나 알고 있지. 코끼리들의 상아무덤. 대충 비슷한 이야기 같은데.

이미 지구에서는 도시전설로 밝혀졌지만, 이 세상의 코끼리 무덤은 또 다른 모양이다.

도리안이 목격했다고 했고 그 불타는 깡통이 도리안을 고문한 이유가 그 때문이라고 했으니까.

“그 비석이 뭔가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도리안이 굳이 포로로 잡힌 대원들 앞에서 고문을 참아가며 입을 다물고 있을 이유가 없으니까. 내 말에 도리안이 대답했다.

“아니, 거기에 쌓여있는 하이랜더들의 시체가 대단한 거야.”

나는 그 말에 잠깐 고민하다가 이내 아, 하는 소리를 냈다. 생각해보면 코끼리 무덤도 무덤 자체가 대단해서 전설이었던 게 아니잖아. 거기 묻어져 있을 거라 생각되는 무지막지한 양의 상아가 대단했던 거지.

“그렇군요.”

하이랜더의 가죽은 어지간한 힘으로 검을 휘둘러도 제대로 상처를 내기 힘들 정도로 질기다. 머리뼈는 칼을 박아넣고 그렇게 두들겼는데도 깨지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다. 내가 상처를 입히는 데 성공한 발목의 힘줄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내구도가 좋았지.

“우리는 하이랜더를 죽여도 얻을 수 있는 게 없어.”

시체가 모두 잿빛 비석이 있는 곳으로 향하니까. 가죽이고 뼈고 힘줄이고,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하지만 잿빛 비석이 자리 잡은 곳에 있는, 산을 이룰 정도로 많은 양의 하이랜더 시체라면…… 왕국의 병력을 모두 무장시킬 수 있을 거다.”

하이랜더의 힘줄로 만든 활시위, 뼈로 만든 무기, 가죽으로 만든 갑옷과 방패라. 상상만 해도 강력해 보인다. 도리안이 끝까지 입을 다문 이유를 알 것 같다. 그런 게 자신의 조국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손에 들어가게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겠지.

어차피 위치를 말해줘도 못 찾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만약이라는 게 있잖아.

“왕국에 보고하지 않으신 이유가 있습니까?”

내 말에 도리안이 픽 웃고는 대답했다.

“보고했었지. 잿빛 비석을 발견했다고. 곧바로 왕국에서는 대량의 인원을 파견해 조사를 감행했지만…….”

결국 다시 발견하지는 못한 모양이다.

“무덤이 이동이라도 하는 건가?”

피터의 중얼거림에 나는 속으로 웃었다. 이동하는 무덤이라니, 그건 무덤이라기보다는 운구차라는 표현이 더 맞지 않아?

“그래서, 오늘 이 일을 겪기 전까지는 나도 그냥 헛것을 봤다고 생각하고 기억에서 잃어버렸다.”

뒤져봤는데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면 그렇게 생각할 만하다. 벌써 7년도 지난 일이고, 왕국에서 엄청난 인원을 파견해 조사를 했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면, 보고자인 도리안은 윗선에서 깨져도 아주 단단히 깨졌을 거다.

당연히, 한 번 크게 데인 도리안 입장에서는 그 이후 잿빛 무덤에 대해 입도 벙긋하지 않았을 거다.

“결국, 정보의 출저가 한정되어 있다는 거 아닙니까?”

지금 중요한 건 그거다. 잿빛 무덤에 쌓여있을 하이랜더들의 시체는 당연히 왕국에서 극비로 취급했을 것이다. 아마, 왕국에서 파견한 사람들은 자신이 뭘 찾고 있는 건지도 모른 채 찾아다녔겠지.

군대에 그런 거 흔하잖아. 왜 하는지 알려주지도 않았지만 시켰으니 일단 하는 거. 그렇게 특이할 것도 없다.

“7년이나 지난 지금 와서 누군가 대장을 찾아와 잿빛 무덤의 위치를 물어본다는 건…….”

오늘 우리와 싸웠던 그 녀석들은 왕국의 극비 정보까지 손에 넣을 수 있다는 뜻이다. 심지어 7년 전 물건이다.

“극비 정보가 쓸모없게 되면 파기되지 않습니까? 그대로 천년만년 보관해두지는 않을 텐데.”

도리안이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왕국에서는 무덤을 찾아내지 못하고 돌아갔으니, 당연히 극비 정보였던 내용은 적절한 절차를 걸쳐 파기되었다.

정리하자. 우리와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던 그 누군가와 졸개들은 최소한 7년 전부터 존재했고, 당시에도 왕국의 극비 정보에 접근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이 있었다는 소리다.

도출한 결론은 참 여러 가지 의미로 기가 막힌다.

“병력 증원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피터의 말에 도리안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뭐라고 말할까. 잿빛 무덤을 찾겠다고 나를 고문한 녀석들이 있다고?”

이미 왕국은 그 말을 7년 전에 거짓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제 와서 도리안이 또 말해봤자 의미가 없지.

어디보자…… 이러면 어떨까.

“녀석들의 졸개로 보이는 녀석이 로티샤 호수에 왔던 적이 있습니다.”

“그래, 그 갑옷이 너를 두 번째 보는 거라고 했지.”

중요한 건 나를 한 번 봤냐 두 번 봤냐가 아니다.

“어부 일가가 죽은 일이 있어 게롯 경과 함께 살펴봤는데, 우리가 상대한 녀석의 졸개로 보이는 여자가 테네스 공국 산 화장품을 씁니다. 어머니에게 물어봤더니 공국 안에서도 사용하는 사람이 드문 귀한 물건이라고 했습니다.”

내 말을 들은 도리안이 잠깐 나를 보다가 히죽 웃었다.

“그래서, 이 일련의 사건을 테네스 공국에서 벌인 일로 하자고?”

나는 그 말에 어깨를 으쓱했다.

“굳이 그렇게 확정 지을 필요 있습니까? 쿠르스트 산맥을 지키는 왕국의 병력을 누군가 납치했는데, 그 녀석들 중 한 명이 테네스 공국 산의 귀한 화장품을 쓰더라. 이런 식으로 말해주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외국의 누군가가 남의 나라 국경을 침범해서 병사들을 생포하고 협박했다. 이 정도만 해도 왕국에서 굉장한 관심을 보일 것 같은데. 당연히 그런 관심은 쿠르스트 산맥에 대한 병력 증원으로 이어지겠지.

“일리가 있어.”

그렇게 생각해주니 다행이네. 사실, 나는 지원해주지 않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본다. 차마 충실한 왕국의 기사인 도리안과 피터 앞에서 꺼낼 수는 없는 이야기지만, 나는 이 일련의 상황에 왕국의 높으신 분들이나, 최고 존엄 및 그 가족들이 한패일 확률도 생각하고 있다.

그야, 극비 정보를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하면 보통 그 나라 대빵들부터 의심할 수밖에 없잖아.

외국인이라고 생각될 수 있는 용의자 X가 국경을 넘어와서 자국 병력을 인질로 잡는 일이 벌어졌는데 왕국에서 별다른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런 모션을 취하기만 해도 왕국의 높으신 분들은 용의 선상에 확실히 오르는 거다. 대놓고 수상하니까.

이후, 왕국에서 어떤 식으로 움직여주건 괜찮다. 아무 상관없다.

충분한 지원이 약속된다면 쿠르스트 산맥 일대의 경계를 강화할 수 있고, 지원해주지 않는다면 용의자가 특정될 것이다.

“어떻게 나오나 한번 봐야지.”

먼저 걸어가는 도리안과 피터를 잠깐 바라보던 나는 걸음을 서둘렀다.

“문제없겠군.”

본부로 돌아가는 와중에 뜬금없이 피터가 내 등을 두들기며 말했다. 뭐가 문제없어. 문장에 보어가 없잖아. 이 자식아. 나보고 어떻게 이해하라는 거야.

“대원들도 이제 막 새로 들어온 녀석이 자기 위에서 지시를 내린다는 게 불안했을 거다.”

이제야 알아듣겠네. 나는 그 말에 어깨를 으쓱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도움을 많이 받아야 할 거라 생각합니다.”

“물로 흔적을 남길 때까지만 해도 사나흘 정도는 시달릴 각오를 했다. 그 녀석들이 가짜 흔적을 남기는 걸 봤으니.”

녀석들이 남겼던 가짜 흔적을 뒤쫓았더라면 시간이 많이 늦어졌을 것이다. 그리고, 도리안의 몸 상태도 피터의 능력을 통해 단번에 나아지기는 어려운 지경이 되었겠지.

피터가 도리안의 말에 동의하는 기색을 비친다.

“빨리 찾은 건 네 덕분이다. 병사들도 그 정도는 알 거야. 이후 어지간해서는 네 판단에 직접적으로 딴지를 걸 녀석은 없을 거다.”

좋은 소식이군.

“그럼, 월버트 경의 자리를 대신하게 되는 겁니까?”

내 말에 도리안이 대답했다.

“우리만으로 판단할 문제는 아니지. 이전까지 월버트 아래에서 지시를 받던 병사들이 있다. 그 친구들의 의견도 들어봐야겠지.”

어차피 나는 잠정적으로 월버트를 대신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지금 이 시점에 바로 월버트를 대신해 병사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것을 병사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이다.

이 세상에서 사용하는 무기는 총알이 없다면 병신같이 생긴 막대기와 다를 바 없어지는 총이 아니라 날이 시퍼렇게 갈려 있는 검이고, 따로 시건장치 같은 것도 없다.

마음에 들지 않는 지휘관의 등짝을 칼로 쑤시는 건 일도 아니라는 뜻이니, 당연히 병사들의 의견도 중요하다.

“알겠습니다. 가능하면 마음에 들어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건 걱정할 필요 없을 것 같다.”

도리안이 나와 피터의 대화를 듣다가 몸을 한 번 부르르 떨었다.

“춥고 배고프고 아프다니. 거지꼴이 따로 없군. 빨리 돌아가서 쉴 수 있을 때 쉬자고.”

그래, 또 무슨 일이 언제 터질지 알 수 없는 곳이니까. 걸음을 서두른 우리는 어떻게든 해가 떠 있을 동안 막사 안에 도착하는 데 성공했다.

도착하자마자 도리안이 뒤편의 병사들을 보며 외쳤다.

“묻어놓은 고기 꺼내고 불 지펴.”

도리안의 말을 들은 병사가 오, 하는 소리를 냈다.

“오늘 고기 뜯습니까?”

“그래, 죽다 살아서 그런지 동물 사체를 좀 구워서 뜯어야 쓰겠다.”

뭐, 원래도 지시는 곧잘 수행하는 대원들이었지만 그 지시를 들은 병사들의 움직임은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먹으면서, 네 이후 입지에 대한 이야기도 할 거다.”

피터가 나에게 그렇게 귀띔을 해준 다음 눈에 파묻어놓은 고기를 꺼내는 병사들을 향해 외쳤다.

“이 새끼들이 다 꺼내지 말고 좀 남겨놔! 오늘 먹고 내일 죽을 생각이냐?!”

잠깐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나도 준비를 돕기 위해 대원들에게 다가갔다.

고기를 구워 먹을 준비는 빠르게 끝났다. 도우려고 갔더니만 준비하던 녀석들이 손사래를 치며 막았다.

“오늘 고생 엄청 하셨는데, 이런 잡일까지 하시게 둘 수는 없습니다.”

무슨 소리야, 고기 구울 준비를 하는 게 잡일이라니.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먹을 준비하는 게 어떻게 잡일이야. 세상에서 제일 중요하구만.

어쨌든 대원들의 격렬한 반대 속에서 나는 뒤로 물러나 구울 준비하는 광경을 구경하게 되었다

“날이 추워서 그런가.”

그냥 고기를 금속상자에 넣은 다음 눈 속에 파묻어 두기만 해도 냉동고가 따로 없어서 고기가 상하지 않는다.

불을 피우는 사이, 도리안이 술 몇 병을 꺼내서 병사에게 건네주었다.

“물에 적셔서 눈에 파묻어 둬.”

고기에 술이라. 죽다 살아난 도리안이 오늘 인심을 크게 쓸 모양이다. 대부분의 대원들은 기뻐하지만, 그렇지 못한 병사들도 있었다. 당연히, 오늘 중으로 순찰이 예정된 녀석들이다.

“따로 고기랑 술 준비해 둘 테니, 복귀해서 먹어라.”

군대라는 특성상, 모두가 한날한시에 함께 즐기기는 힘들다. 녀석들은 아쉬워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쉬워하던 병사들이 장비를 챙겨 떠나고, 남은 사람들이 술과 고기를 전투적으로 작살 내기 시작한다.

사라지는 속도를 보니, 딱 일주일만 주면 어지간한 크기의 외양간 하나를 통째로 비워버릴 수도 있을 것 같다.

“다들, 마틴이 누구를 대신하기 위해 수색대에 온 건지는 짐작하고 있을 거다.”

어느정도 병사들이 배를 채우고 나자 도리안이 꺼낸 말에 식사를 하던 병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월버트는 조국과 전우들을 위해 많은 희생을 했다. 우리는 모두 그를 그리워하고 있지만, 월버트가 더 이상 임무를 수행하기 힘들다는 사실도 또한 받아들여야겠지.”

모 영화에서처럼 목발 짚은 애한테 음식 하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김치찌개고 된장찌개고, 아무리 잘 끓여도 소용없다.

“마틴은 충분한 훈련과 실전 경험을 쌓은 후, 월버트가 수행하던 임무를 이어받게 될 예정이었다.”

큼, 하는 소리를 낸 도리안이 병사들을 쭉 훑어보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금일 있었던 사태를 해결하는데 마틴이 보여준 판단력과 결단력을 생각한다면, 어쩌면 내가 예정했던 시간보다 더 빠르게, 월버트의 빈자리를 대신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병사들 사이에서는 별다른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내 도움으로 더 빠르게 구조된 대원들도 있고, 실제로 내 말을 듣고 움직였던 대원들도 있었으니까.

최소한, 내가 보기에는 반발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대원들의 의견도 들어봐야겠지. 서로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도리안은 말을 마치고 잠시 시간을 주었다.

잠깐 주변을 돌아다니며 다른 병사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병사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저 친구가 가장 선임인 모양이다.

“저희는 불만 없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난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대답을 들은 도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렇다면 별 불만이 없는 것으로 알겠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나는 시선을 도리안에게 돌렸다.

“구체적으로 뭘 해야 하는 겁니까?”

생각해보니 그게 문제네. 내 말에 도리안이 간단하게 대답을 돌려주었다.

“상황 발생 시에는 위협요소의 격퇴에 참가한다.”

그야 당연한 일이다. 여기까지 기사 불러들여 놓고는, 하이랜더나 기타 괴물들이 발견되었는데 펜대나 굴리고 있게 두겠어? 나는 평시 업무를 말하는 거다.

“평시 월버트는 발견된 흔적의 추적과 정보 취합을 담당했다. 자신 없다고 하지는 않겠지.”

아, 그 비슷한 종류는 전문 분야긴 하지. 생각해보면 처음 만났을 때 도리안이 나에게 관심이 생겼다고 한 것도 게롯이 편지에 적었던 내용 때문이었으니까.

관련 업무가 평시 업무가 되는 건 필연이겠구나.

“문제없습니다.”

“좋아, 그럼 내일부터 피터는 임시로 담당하고 있던 월버트의 일을 마틴에게 인수인계하도록.”

신난다. 마침내 일을 하게 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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