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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우드-67화 (67/275)

067화

저놈이 던진 단검은 터진다. 문제는, 터지는 순간을 저 녀석이 조절할 수 있는지의 여부다. 만약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면 지금 내 눈앞에 서 있는 후드를 뒤집어쓴 음침한 친구가 몸에 주렁주렁 걸고 다니는 단검이 전부 다 원할 때 터뜨릴 수 있는 폭탄이나 다름없다는 소리니까.

아마, 마차에 누워있는 시체에도 단검이 꽂혀 있었겠지. 내가 폭발의 살상 범위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터뜨릴 생각이었을 거다.

“인사부터 나누자고. 안녕?”

녀석의 뒤편에 분신이 만들어졌다. 녀석은 곧바로 허리를 젖히며 분신을 향해 단검을 던졌다. 날아간 단검이 폭발하고, 그 위력에 휩쓸린 분신이 사라진다.

“나머지 네 명은 어디에서 뭘 하고 있어? 얼굴 좀 보자.”

녀석이 손에 든 단검을 빙글빙글 돌리기 시작했다.

“곧 죽을 놈이 궁금한 것도 많구나.”

“확신하지 말라니까.”

뒤편에서 검과 검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린다. 보이지 않던 네 명이 어디에 갔다 싶었더니만, 호위병과 클로에를 상대할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마틴 레드우드.”

녀석은 그렇게 중얼거린 다음 단검 몇 개를 땅바닥에 꽂아 넣었다.

하는 행각을 보아하니 저 단검이 폭발하는 순간은 저 친구가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모양이다. 땅에 박아놓고 일종의 지뢰처럼 쓰겠다는 건데.

“야, 자신 있어?”

말을 마친 나는 분신을 만들어서 바닥에 박혀 있는 단검들을 뽑아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녀석은 쉬지 않고 바닥에 단검을 박아넣기 시작했다. 그래, 열심히 해라. 나는 검을 들어 올리고 녀석을 향해 달려들었다.

달려드는 나를 노리고 녀석이 단검을 던졌다. 나는 달려드는 허상을 남기고 살짝 옆으로 빠졌다.

“……?”

허상은 여전히 녀석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허상을 노리고 던져진 단검이 폭발하며 허상을 휩쓴다.

“땡.”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다시금 녀석을 향해 달려들었다.

“어딜!”

녀석의 손에 다시금 단검 한 자루가 잡힌다. 나는 다시 허상을 만들었다. 이번에 만들어낸 허상은 땅을 박차고 뛰어올라 녀석의 머리 위에서 아래로 떨어져 내린다.

그사이 나는 녀석의 가슴을 노리고 돌진한다. 둘 중 하나는 진짜야. 확률은 50%니까, 좋을 대로 골라봐.

물론, 그러는 와중에도 내가 만들어낸 분신은 부지런히 주변 땅바닥에 박힌 단검들을 제거하는 중이다.

“젠장, 아무리 그래도!”

녀석은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엄청난 속도로 사방에 단검을 흩뿌리기 시작한다. 나무에 박힌 단검도 있고, 땅을 파고든 단검도 있다. 심지어, 그냥 바닥에 툭 하고 떨어진 단검도 있다.

나는 내 주변으로 날아오는 단검들을 빠르게 분신으로 튕겨내 안전지대를 확보한 다음 히죽 웃었다.

“너, 던진 단검이 어디에 박혀 있는지는 다 기억하냐?”

내 말에 녀석은 잠깐 움찔한다. 기억하지 못하는 모양이네.

“기억력이 나쁘면 이런 짓 하지 마.”

나는 녀석에게 바짝 붙었다. 녀석이 움찔하며 손에 들고 있는 단검을 내지를 준비를 한다. 이 거리에서 터뜨릴 수는 없을 거다.

“이건 어때.”

하늘로 훌쩍 뛰어오르는 허상을 만들어내면서, 동시에 바닥에 바짝 엎드렸다. 녀석의 시선이 본능적으로 위로 뛰어오르는 허상으로 향한다. 그 사이, 바닥에 엎드렸던 나는 다시 일어나며 칼을 올려붙였다.

“크으!”

화들짝 놀란 녀석이 뒤로 물러난다.

“이야, 호다닥 뒤로 빠지는 거 봐. 그래서 나는 언제 죽는 거냐?”

내 말에 녀석이 잠깐 부르르 몸을 떨고는 양손에 단검을 들고 이리저리 돌리면서 나를 노리고 달려들었다.

“네가 여기에 있는 동안 호위병들은 무사할 것 같나?”

“응. 무사할 것 같은데.”

나는 저기 걱정 안 해. 클로에가 있는데 뭐 설마 지기야 하겠어? 네 명이나 되니 이기기는 힘들겠지만 이 싸움이 끝나기 전에 먼저 당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이 친구의 동반자 네 명이 클로에와 호위병들을 묶어놓고 있다면 여기로 바로 달려올 가능성은 없군.

“그리고 그건 내 질문에 대한 대답이 아니잖아. 이 새끼야.”

내가 질문했으면 너는 대답을 해야지, 왜 되묻고 자빠졌냐.

그런 말을 내뱉으며 녀석의 코앞에 분신을 만들어 순간적으로 시야를 가린 나는, 그사이 내가 서 있는 자리에 허상을 남겨놓고 은신을 사용했다.

느낌은 혼자 마술쇼 하는 기분이다. 분신을 공격해 지워버린 녀석은 내가 서 있던 자리에 남아있는 허상을 노려보는 중이다. 그래, 애쓴다.

“커……헉?!”

그때였다. 은신을 쓰고 바닥에 박힌 단검 근처를 지나가는 와중, 갑자기 바닥에 꽂힌 단검이 폭발했다. 땅이 뒤집어 엎어지고, 충격파와 함께 박살 난 단검의 파편과 돌조각이 몸을 두들긴다.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된 나는 허공에 뜬 채 날아갔다.

폭발로 온몸에 격통이 달리고, 머리가 멍한 와중에도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한 가지 생각.

이대로 바닥을 구르면, 땅에 박혀 있는 단검 근처로 떨어진다. 그럼 죽을 수도 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나는 급하게 분신을 만들었다. 나타난 분신이 내 몸을 확 잡아 올려 안전한 곳으로 집어 던졌고, 나는 바닥을 굴렀다.

씨팔.

“흐흐ㅤㅎㅡㅎ.”

그리고 녀석이 만족스러운 웃음을 흘리며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역시, 숨겨 놓은 수가 있기는 했군. 하지만 나도 마찬가지였다.”

속이 확 뒤집혀, 입으로 핏물이 확 솟구친다. 바닥에 피를 쏟아내고 입가를 훔친 나는 충격에 휩쓸려 흔들리는 시선으로 녀석을 바라봤다.

녀석이 꼭 직접 터뜨려야 하는 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누군가 근처로 다가오면 자동으로 폭발하도록 할 수도 있는 건가.

젠장, 이런 식으로 능력을 활용할 수 있었다면 이 새끼들이 전복된 마차 근처에 머무르고 있을 이유가 없잖아!

그냥 시체에 단검 박아놓은 다음 뒤로 쭉 빠지면 되는 거였으니까.

이건 노린 거다. 땅에 박아놓은 단검은 저 녀석이 모종의 신호를 보내지 않으면 터지지 않을 것처럼 위장하고, 이 순간을 기다렸다.

“아무래도, 이건 니 대가리로 떠올릴 만한 생각은 아닌 것 같은데.”

누가 미리 시나리오를 짜서 건네준 것 같다. 누군지는 몰라도, 이 녀석에게 습격을 지시한 놈이겠지. 나는 축 늘어진 채 덜렁거리는 왼팔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망할, 부러졌잖아. 게다가, 덤으로, 왼쪽 눈에도 무슨 일이 일어난 모양인지 시야의 초점이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

“은신이라. 발현점에 도달해서 두 가지 능력을 얻게 된 모양이군.”

녀석이 뭐라고 씨부리는 동안, 나는 억지로 머리를 굴렸다. 저 녀석, 그러고 보면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고 있다. 그 말은, 근처에 접근했을 때 폭발이 일어나는 건 적과 아군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거다.

움직이지 않는 걸 보면, 어디에 단검을 박아두었는지는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모양이고.

그렇다면…….

“일 다 끝내고 떠들어 새끼야.”

그리고, 숨겨두었던 카드를 썼는데도 불구하고 내가 숨통이 붙어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나는 휙휙 머리를 흔들고 녀석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 근처로 뭔가가 다가오면 터진다는 거지. 일단 지뢰부터 싹 다 걷어내야 하나. 분신을 하나 만들어서 근처에 박힌 단검으로 달리게 했다. 바닥에 박혀 있던 단검이 폭발하며 분신을 쓸어버린다.

“하나씩 지워보자고. 언젠가는 전부 사라지겠지.”

“그럴 시간이 있을 것 같나?”

녀석은 그렇게 중얼거리고 나서 나를 노리고 단검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잠깐 사이에 나를 노리고 날아오는 단검이 여덟 개다.

무슨 기관총도 아니고. 나는 옆으로 몸을 던져 피하며 다시금 녀석의 코앞에 분신을 만들어 시선을 가렸다.

은신은, 아는 사람이 없을 때 유용하다. 고로, 이놈은 다른 사람들에게 내 능력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전에…… 이 자리에서 무조건 죽여야 한다. 내가 다시 모습을 숨기자 녀석이 희미하게 웃음을 흘리며 다시 사방으로 단검 수십 개를 던진다. 다시금, 주변에 지뢰가 깔린다.

* * *

마틴을 상대하던 남자는 속으로 웃었다. 이렇게 사방에 폭발하는 단검을 뿌려놓는다면, 모습을 숨기더라도 그에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하늘. 그는 고개를 하늘로 돌렸다. 마틴 레드우드가 검을 쥔 채 위에서 아래로 뛰어내리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마틴의 눈에 당혹감이 자리 잡았다.

남자는 히죽 웃으며 마틴을 향해 단검을 던졌다.

“끝이다.”

허공에서 단검이 폭발한다.

폭음과 함께 박살 난 단검의 날카로운 철조각이 마틴의 몸을 휩쓴다.

“……?”

그리고, 위에서 아래로 뛰어내리던 마틴의 몸이 흩어지듯 사라진다.

“또 허상이었나. 뭐 상관없지.”

어차피 땅은 수십 개의 단검이 박혀 있는 지뢰밭이다. 녀석이 노리고 들어 올 수 있는 곳은 하늘 말고 없다. 설사 은신을 한다고 해도 바닥에 깔린 단검은 근처에 다가오는 무언가를 느끼면 바로 폭발한다.

“어차피 네놈이 다가올 수 있는 방법은 하늘 말고 없다.”

따라서, 조심해야 하는 건 갑자기 그의 주변에서 나타나는 분신뿐이다.

그 순간, 날카로운 통증과 함께 녀석의 가슴팍에 쑥 하고 칼날이 솟아났다.

* * *

“그……흑…….”

은신으로 몸을 숨긴 나는 녀석의 심장을 꿰뚫는 데 성공했다. 나는 히죽 웃으며 녀석의 머리를 툭툭 쳤다.

“그러니까, 함부로 확정 짓지 말라고 했잖아.”

내가 너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 하늘밖에 없다고 멋대로 생각해버리니까 이런 꼴이 나는 거잖아.

“어떻게.”

나는 그 말에 대답했다.

“지뢰도 규칙에 따라 매설한다는 거 알고 있냐? 왜 그런지 한번 생각해 본 적 없어?”

지뢰 매설하는 규칙을 적어놓은 교범도 있어. 녀석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 이 세상에는 지뢰 같은 게 없겠구나. 쉽게 말해줘야겠네.

“근처로 다가오면 터지는 단검을 그렇게 마구잡이로 뿌려놓았으면, 단검이 박혀 있는 위치는 기억해 둬야 할 거 아니야.”

그냥 잔뜩 뿌려놓고 까먹어버리니 파고들 수 있는 사각이 만들어져도 알 도리가 없지.

“뿌려진 단검은, 수십 개였다. 그걸, 그걸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

입으로 핏물이 올라오는 바람에 녀석은 말을 제대로 마치지 못한 채 힘겹게 그륵거리기 시작한다.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시끄러 인마. 뒤지는 놈이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

나는 그대로 녀석의 가슴을 뚫고 나간 칼을 위로 확 올려붙였다. 녀석의 상반신이 반으로 쩍 갈라지고, 사방으로 피가 튄다.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나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부러졌던 팔을 바라봤다. 그래도, 에린실의 마력 덕분에 서서히 회복되는 중이다. 완전히 부러졌던 뼈가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 붙기 시작하는 게 느껴진다.

“자, 문제는…….”

이 녀석이 뿌려놓은 지뢰는 죽고 나서도 터질까? 나는 그 질문의 해결을 위해 분신을 하나 만들어 땅에 단검이 박힌 장소로 보냈다. 곧바로 폭음과 함께 분신이 흩어진다.

“죽고 나서도 터지는군.”

이러면 진짜 지뢰랑 다를 게 없는데. 나는 짜증 난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이러고 있는 동안에도, 저 멀리에서 병장기가 서로 부딪치는 소리가 들린다. 아직도 싸우는 중인가?

“서둘러야겠네.”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분신을 만들어 근처에 뿌려진 단검을 모두 터뜨리기 시작했다.

녀석이 뿌린 단검은 87개다. 박혀 있는 위치도 전부 기억하고 있으니, 처리에 문제는 없었다. 시간이 조금만 더 지나면 나도 까먹기 시작할 테니, 서둘러야겠지.

“좋아, 그럼 가볼까.”

계속 분신을 만들어 박혀 있는 단검을 모두 기폭시킨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클로에가 싸우는 장소를 향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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