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드우드-184화 (184/275)

184화

찻집을 나오자, 내 눈치를 보던 클로에가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진다.

“정말 아시는 거예요?”

“그럼 모르는데 그런 이야기를 꺼냈을까.”

클로에가 어어, 하는 소리를 내고 나를 바라봤다.

“화장실의 오물이 싹 비워져 있어. 조각상이 있던 서재 안에서 타르가 발견되었고.”

“그래서요?”

나는 그 말에 대답했다.

“화장실의 오물을 나르는 마차는 사람들의 불평을 피하기 위해, 심야에 운행되지.”

그리고, 그런 종류의 마차들은 보통 담당 구역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가 찾아야 하는 건 벤그리프 교수의 집이 있는 일대를 담당하는 거름마차야.”

“설마, 조각상을 그 오물 덩어리에 파묻어서 옮겼다는 건가요? 그랬다가는 조각상이…….”

나는 그 말에 대답했다.

“서재에서 타르가 발견되었잖아.”

왜 타르 흔적이 서재에 남아있을까? 타르를 바른 천은 돛에 사용할 정도로 방수 성능이 뛰어나다. 천으로 감싸고, 그 위에 타르를 발라놓으면 오물이 조각상을 손상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클로에가 내 말에 흐어, 하는 소리를 냈다.

“보통은 그런 식으로 오물을 나르는 마차는 가득 차면 바로 거름을 만들기 위해 한 곳에 쏟아내고 썩히지.”

하지만, 까놓고 말해서 그걸 바로 거름으로 만들기 위해 쏟아놓고 썩히느냐, 그러지 않느냐는 인분을 퍼 나르는 사람 마음이다.

“일리는 있네요.”

“그래, 물론 가서 확인해 봐야겠지만…… 현재로서는 그거 말고는 다른 방법을 썼을 거라고 생각할 수 없으니까.”

우리는 벤그리프 교수의 집 일대의 인분을 수거하는 마차와 그 주인을 확인하고, 그가 머무르는 장소로 향했다. 당연히, 그 장소는 왕도 밖에 있었다.

“여긴가.”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말했다.

“집 안에 사람이 있어. 너는 가서 그자를 포박해.”

클로에가 진지한 표정을 한 채 집으로 접근했다. 그 사이, 나는 마차 쪽으로 다가가서 숨을 참았다.

“젠장맞을.”

마차의 짐칸을 덮은 천을 치우자, 인체 신비의 놀라운 최후가 산더미처럼 쌓인 채 나를 반기고 있다.

“이건 진흙이다. 이건 진흙이다.”

육체의 감각은 정신을 이기지 못한다. 나는 그렇게 되뇌면서 그 더미 속으로 발을 딛고, 손을 확 밀어 넣고 휘젓기 시작했다.

“크흐.”

뭔가, 천 같은 느낌의 감촉을 그 더미의 바닥에서 발견한 나는 그대로 상체를 거의 파묻다시피 하고 문제의 물건을 양손으로 꽉 잡고 몸에 마력을 돌렸다.

“찾……았다.”

나는 그렇게 중얼거린 다음, 천에 둘둘 말린 사람 크기의 덩어리를 마차 옆에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잠깐 구역질을 했다.

“마틴 님! 집 안에 있던 사람을 생포…….”

밧줄로 묶은 사람을 질질 끌며, 밝은 표정으로 다가오던 클로에가 내 모습을 확인하고 서서히 걸음을 멈추더니 자신도 모르게 창백하게 질린 표정으로 뒷걸음질 쳤다.

“빨리, 저 집에서 몸을 씻을 물이랑 옷가지를 가져와. 저 친구랑 이 조각상은 내가 지키고 있을 테니.”

내 말에 클로에가 네! 하고 말한 다음 엄청난 속도로 집으로 달려가더니, 거대한 나무 욕조에 물을 가득 채워 옷가지와 함께 들고 왔다.

“고생했다.”

“……마틴 님이야말로 고생하셨어요.”

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재빠르게 옷을 벗어 던진 다음, 클로에가 가져온 물과 가루비누로 재빠르게 몸을 닦았다.

“저게, 그건가요.”

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오물로 뒤덮인 천을 풀어 내렸다. 휘감긴 천 아래 숨어있던 건 역시 조각상이었다. 클로에가 멍하니 그 조각상을 바라보다가 침을 삼키고 나를 바라봤다.

“그, 충격적인 모습을 하실만한 가치가 있었네요. 서류로 확인했던 벤그리프 교수의 조각상과 일치해요.”

“어차피 재빨리 닦아내면 독이 오르지는 않으니까.”

수건으로 몸을 닦아내고, 집 안에 있던 옷을 대충 챙겨입은 나는 밧줄로 묶여있는 녀석을 보고 음산하게 웃으며 입에 물린 재갈을 풀어주었다.

“마틴 레드우드…… 코랄린 관문 대전의 영웅이 왜 이런 일에?”

나를 아는 모양이네.

“안녕 친구? 우리 잠시 대화를 좀 나눠 볼까.”

나는 클로에를 향해 외쳤다.

“집 뒤져서, 컵 하나 가져와.”

클로에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한 채 일단 집으로 가서 컵을 하나 챙겨 왔다. 나무를 깎아 만든 컵이다. 나는 그걸 이리저리 살펴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딱 좋네.”

나는 곧바로 컵의 바닥에 구멍을 내고 녀석의 입속에 그걸 밀어 넣고는 녀석의 뺨을 한 번 툭 쳤다.

“말하고 싶어지면, 크게 세 번 으, 으, 으! 하고 외치는 거야. 알았지?”

그다음, 나는 녀석의 몸을 묶은 오랏줄과 이어지는 밧줄을 꽉 잡은 채 인분이 쌓여있는 마차로 다가갔다.

“으! 으으!”

나는 녀석을 마차의 짐칸에 세워놓고, 그대로 슥 밀었다. 녀석의 몸이 뒤로 서서히 넘어간다. 녀석의 몸이 / 형태가 되었을 때, 나는 밧줄을 잡아 녀석이 뒤로 넘어지지 않도록 만들었다.

“내 말을 잊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

말을 마친 나는 손으로 붙잡고 있는 줄을 서서히 풀기 시작했다. 녀석의 몸이 서서히 뒤로 넘어가며 / 형태에서 ㅡ 형태로 변하기 시작한다.

“네 입에 밀어 넣은 컵에는 내가 구멍을 뚫어놓았어. 네 몸이 완전히 이 오물더미 속에 빠지게 되면…….”

뚫린 구멍을 통해 인체가 빚어낸 더럽게 신비로운 것들이 입 안으로 쏟아져 들어갈 거다.

녀석이 내 말을 듣고 얼굴이 퍼렇게 질렸다.

“참고로, 네가 순순히 대답해준다면 치안대로 넘기지 않을 거야.”

당근과 채찍, 말하면 도망칠 수 있고, 말하지 않으면 입 안으로 카레를 닮은 형용할 수 없는 무언가를 마주하게 되는 입장에 처한 녀석은 당연히 내릴 수밖에 없는 결정을 내렸다.

“으, 으, 으!”

그 소리를 들은 나는 다시 밧줄을 당겨 녀석을 바로 세운 다음, 입에 박아넣었던 컵을 뽑아냈다. 입 안이 찢어져서 고인 피를 뱉어낸 녀석이 급하게 외쳤다.

“말, 말하겠습니다!”

“현명하기도 하지.”

누런 공포를 앞에 둔 녀석에게 거짓말을 할 여유 같은 건 없었다.

서른 가지 정도의 질문 사이에 원래 목적인 큰손 전당포의 왕도 지점 위치나 함께 범행을 저지른 녀석들의 신상정보를 슬쩍 끼워서 물어본 나는, 다시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녀석은 같은 대답을 돌려주었다.

즉, 이 녀석의 진술은 거짓말이 아니라는 거다.

나는 클로에를 돌아보며 히죽 웃었다.

“역시, 정중하게 물어보면 성실하게 대답해 줄 거라고 생각했어. 진심은 통하는 법이라니까. 그렇지?”

내 말에 클로에가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이걸로 목적은 달성했으니…….”

나는 녀석을 묶어놓은 밧줄을 풀어주고 턱짓을 했다.

“안 잡을 테니, 기왕이면 몸 정도는 씻고 가라.”

왕도 외곽에서 다시 벤그리프 교수가 머무르는 치안대 지부로 향하는 시간이라면, 녀석이 씻고 도망갈 시간은 충분하겠지. 조각상을 짊어진 나는 클로에와 함께 다시 움직였다.

“제가 들까요?”

“싫어. 내가 똥물 뒤집어쓰면서 구하는 데 성공한 내 새끼야.”

내 말에 클로에가 황당한 표정을 짓고 나를 바라보다가 이내 쓰게 웃으며 한마디 했다.

“애가 아주 장성해서 어엿한 숙녀가 다 되었네요.”

마침내 우리는 조각상을 챙겨 치안대 지부 앞에 도착했다.

“그건…….”

“벤그리프 교수의 조각상. 훔친 녀석은 수상함을 눈치챘는지 도망쳐버린 모양이지만, 어떻게든 팔려나가기 전에 조각상을 확보하는 데는 성공했다.”

내 말에 허어, 하는 소리를 내고 치안대의 병사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찾아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벤그리프 교수가 좋아하겠군요.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나저나 입고 계신 옷이…….”

좀 초라해졌나? 여기에는 말할 수 없는 더러운 진실이 숨어있어. 나는 대충 손을 휘휘 저으며 대화 주제를 돌렸다.

“조각상을 찾는 데는 성공했지만, 범행을 저지른 녀석들을 잡는 데는 실패했어. 인상착의를 설명해주지.”

내 말에 치안대 병사도 곧바로 내 말을 주의 깊게 들으며 내용을 받아적었다.

“협조에 감사합니다. 진술해주신 내용은 곧바로 치안대에 전달해 전 병력이 인지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고생하게. 아, 그리고 벤그리프 교수에게 안부 인사를 전해주게.”

“네, 그러겠습니다. 살펴 가시기 바랍니다.”

말을 마친 나는 클로에와 함께 왕궁으로 걸음을 옮겼다.

“오늘 밤인가요?”

“당연히 오늘 밤이지.”

위치를 알아냈으니, 찾아가는 시간이 빠를수록 좋다.

“이 정도 속도라면 파티 전이 아니라, 아예 오늘 밤 중으로 끝내버릴 수도 있겠는데요.”

그럼 더 좋은 거지.

“이번에도 찾아가서 정중한 대화를 나누실 생각인가요?”

“당연하지. 어차피 우리가 대화를 하겠다고 들이닥치면 그 전당포에서 우리를 막을 수는 없을걸.”

어차피 파티에 가게 된다면 모리스 핀들턴의 성격상, 그 굉장한 기사단장과 한 번은 반드시 검을 나누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내 상태를 고려해보면 모리스 핀들턴이 전력을 다해도 최소한 지지는 않을 자신이 있다. 옆에 있는 클로에도 새로 얻은 장비까지 포함하면 죽여도 죽지 않던 로베르도 붙잡아 놓을 수 있는 실력자고.

기껏해야 도둑놈들이 훔친 물건을 대신 팔아주는 장물아비 조직에서 우리를 막을 수는 없다.

“조각상을 훔쳤던 녀석들이 큰손 전당포에 미리 언질을 줬을지도 몰라요.”

나는 그 말에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 싶어도 시간이 부족했을걸.”

도망치는 것만으로도 빠듯한 시간이다. 게다가 이미 녀석을 포함해 범죄를 저지른 녀석들의 인상착의까지 치안대의 손에 넘어간 상황이니. 지금 그 녀석들은 도망치는 거 말고 다른 걸 생각할 겨를이 없다.

내 이야기를 듣고 있던 클로에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금 질문을 하나 했다.

“근데, 생각해보면 굳이 그 범죄자를 도망치게 해줄 필요가 있었나 싶어요.”

나는 그 말에 턱을 괸 채 대답했다.

“그냥 도망치게 해준 이유는 조만간 알게 될 거야.”

“그렇게 말씀하시니, 저로서는 믿을 수밖에 없네요. 잠깐 쉬었다가 밤이 깊으면 찾아가는 걸로 알고 있을게요.”

자리에서 일어난 클로에가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 잠깐 문을 바라보고 있던 나는…….

“다시 목욕해야지.”

아까의 끔찍한 경험이 아직도 척추를 타고 흐르는 기분이었기 때문에, 다시금 목욕재계를 몸을 청결하게 만들었다. 약 2시간에 걸친 목욕이었다.

“방금 전까지 씻고 계셨던 거에요?”

클로에가 내 젖은 머리를 확인하고는 빙글빙글 웃으며 그런 말을 던졌다.

“너도 한번 빠져보지 그랬어.”

“매력적인 제안은 아니네요.”

클로에가 찾아온 이유는 뻔하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챙겨입고는 머리를 비비고 있던 수건을 대충 걸어놓고 왕궁을 나섰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왕도 외곽에 자리 잡고 있는 커다란 공중목욕탕이었다.

“목욕탕이라는 이름이 울겠군.”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의 몰골이 더러운 건 이해하겠는데, 왜 안에 있다가 나오는 사람들까지 땟국물투성이인 걸까.

내 표정을 보던 클로에가 잠깐 고민하다가 조심스럽게 한마디 했다.

“말이 목욕탕이지, 사실 몸을 씻는 용도로는 사용되지 않는 걸로 알아요.”

“홍등가라면 이전에 가봤던 곳이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내 말에 클로에가 웃음을 흘렸다.

“거긴 그래도 생활에 여유가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장소고, 여기는 좀 달라요.”

“목욕하러 들어갔다가 병에 걸려 나오는 장소라는 거지. 알아들었어.”

어차피 우리가 가야 하는 곳은 목욕탕이 아니라, 그 근처에 있는 허름한 건물이다.

폐건물의 뒤쪽으로 돌아가자, 작은 기름등 하나가 걸려있는 쪽문이 보인다. 문은 허름한 중절모를 푹 눌러쓰고 있는 덩치 두 명이 지키고 있었다.

“누구지?”

우리가 녀석들 쪽으로 다가가자, 그들이 허리춤의 검 쪽으로 손을 가져가며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나는 그 질문에 대답을 돌려주었다.

“큰손 전당포 지부장 밀론 카프리를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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