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9화
하지만, 우리를 가장 먼저 맞이해 준 것은 언데드가 아니라, 3m 정도 크기의 전갈 스무 마리였다. 광택이 도는 시커먼 갑각으로 온몸을 감싼 녀석들이다. 꼬리 끝에 달랑거리는 어지간한 단검 크기의 독침에서는 누런 액체가 뚝뚝 떨어진다.
녀석들은 등딱지 위에 사람을 한 명씩 태우고 있었다. 쉬마그라고 하던가? 하나같이 모래가 입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목도리 비슷한 걸로 얼굴을 감싼 채, 샴쉬르를 손에 쥐고 등에는 활을 걸고 있다.
뭐, 질로는 이길 자신이 없으니 양으로 밀어붙여 보겠다는 건가. 나는 검을 뽑아 들고 손목을 풀며 말을 건넸다.
“니들 뒤통수 안 가렵냐?”
바로 뒤에서 전갈 독침이 딸랑거리고 있잖아. 나는 불안해서 저기 타지도 못할 것 같은데. 전갈이 실수로 재채기라도 하면 그대로 등짝에 독침 박히는 거잖아. 기왕에 타고 올 거면 뭐 사막여우 같은 귀여운 걸 타고 올 것이지. 전갈이 뭐냐, 전갈이. 무섭게.
“계약자 마틴 레드우드 님. 여기까지 온 이상 적으로 간주하겠습니다. 존대 또한 이걸로 마지막입니다.”
녀석들 중 하나가 나를 향해 말을 건다.
“존대가 마지막이 아니라…….”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모래를 박차고 뛰어올라 녀석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니 명줄이 마지막이겠지!”
전갈 위에 타고 있던 녀석이 눈을 크게 뜨고 가까스로 샴쉬르를 들어 올려 내 공격을 막아낸다. 역시, 원하는 장소에 원하는 만큼의 마력을 즉각 불어넣을 수 있다 보니 움직임이 이전보다 훨씬 빨라졌다.
“크으으…!”
녀석의 손에 쥐여진 샴쉬르가 끼긱거리는 비명을 내지른다. 녀석이 타고 있던 전갈의 독침이 나를 노리고 휘둘러진다.
“이리 와.”
내 머리를 노리고 휘둘러지는 독침을 손으로 꽉 붙잡자, 화끈거리는 고통이 전해진다. 자세히 보니, 독침에는 바늘같이 뾰족한 털이 북실거리고 있었다. 이 털을 통해서도 독액을 주사할 수 있는 모양이다.
“흑마법으로 강화시키고 거대화한 전갈의 독이다. 제아무리 네 녀석이라 해도 오래 버티지는 못할…….”
뭐라고 말하는 녀셕을 향해 검을 휘두르며, 나는 독침에 찔린 손을 바라봤다. 전갈에게 찔렸던 장소에서 누런 독액이 주르륵 흘러나온다. 마치, 몸 안의 피가 주입된 독액을 다시 상처 밖으로 밀어내는 것처럼. 독에 면역을 가진다길래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 건지 궁금했는데, 이런 식이었군.
“거참, 잠깐 사이에 얼마나 때려 박은 거야.”
나는 계속 흘러나오는 독액을 이리저리 살피다 히죽 웃으며 전갈 위에 타고 있는 적들을 바라봤다.
“그거 아냐? 전갈은 자기 독에 면역이 있어. 그래서, 이 검으로 찔러도 자기 독에 죽지는 않아.”
하지만 니들은 아니지. 나는 칼날을 손바닥에 고인 독으로 적신 다음 녀석들을 향해 휘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