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마 무신의 기억-44화 (44/298)

# 44

44. 바람.

44.

폭풍은 무려 열흘 동안이나 지속 되었다. 세르토리우스가 이끄는 선단은 폭풍과 혹시 모를 안니우스군의 추격을 피해 카다스 해협(지브롤터 해협)을 지나쳐 히스파니아의 북쪽으로 조금 더 항해한 뒤 그곳에 상륙했다.

“상륙한 지점이 바이티스(Baetis, 과달키비르)강 유역이라 이번에는 물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사비누스가 세르토리우스에게 병사들과 해적들이 찾은 물을 가져다주며 말을 꺼냈다. 하루 전에 상륙한 섬은 물조차 없는 무인도라 휴식도 제대로 취할 수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군. 자. 테세우스. 너도 마셔라.”

세르토리우스는 가볍게 목을 축인 뒤 서후에게도 물그릇을 건네주었다.

“감사합니다.”

서후는 가볍게 인사한 뒤 물을 받아 마셨다.

“함께하는 인원은 어떻게 되나?”

“폭풍으로 인한 피해는 생각보다 미미한 것으로 보입니다. 총 2000명이 조금 넘는 숫자로 합류하지 못한 자들은 안니우스군과의 전투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때 후사인이 다가왔다. 그의 뒤로는 해적이 아닌 자들이 함께하고 있었다.

“이 근방의 뱃사람들입니다.”

세르토리우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후사인에게 말했다.

“수고했네.”

알다시피 현재 히스파니아는 안니우스에게 협조하는 곳이다. 따라서 이곳에 자리를 잡는다면 애써 도망친 일이 무용한 일이 되어버린다.

그러니 쓸만한 곳이 있다면 그곳을 거점으로 삼아야 한다. 이 주변의 뱃사람들이라면 지리에 제법 정통할 테니 그것을 알아보기 위해 세르토리우스는 그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 주변에 물과 양식이 풍부한 지역이 있나?”

“그.. 글쎄요. 요즘 이 주변 지역은 이래저래 전쟁으로 흉흉해서.”

“섬이라도 상관없다.”

그러자 중년사내가 손을 내저으며 그에게 대답했다.

“나으리. 그런 섬이 있다면 이미 저희들이 가서 살고 있지 않겠습니까?”

그때 머리가 희끗희끗한 늙은 사내가 입을 열었다.

“으흠. 제가 직접 본 것은 아니라 확답은 드릴 수 없는데 여기서 서쪽으로 계속 항해하다 보면 저승의 낙원이라는 섬이 있다고는 합니다.”

“저승의 낙원?”

“사시사철 따뜻하고 적당한 바람과 비가 내리며 땅은 기름져서 농사를 짓기에 적합하며 도처에 과일나무들이 열려있어 먹고 살기에 충분한 낙원이라고 하더군요.”

그런 곳이 있었다고? 세르토리우스는 솔깃한 마음에 다시 반문했다.

“이 근방에 그런 곳이 있었나?”

“이 근방은 아닐 겁니다. 수십 년 동안 배를 탔지만 그런 곳은 코빼기도 보지 못했으니까요. 아마 그곳에 도달하기 위해선 서쪽으로 한참 항해하셔야 할 겁니다.”

“으흠.”

그 말에 후사인과 사비누스가 거의 동시에 침음을 뱉었다. 그 정도로 먼 곳이라면 전략상 후퇴가 아니라 아예 도망치는 것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세르토리우스는 거리가 멀다는 말에 더욱더 마음이 솔깃해졌다. 그렇게 먼 곳이라면 술라 등이 추격군을 보내오지도 않을 테니 그만큼 안전하다는 소리였고 그곳이라면 전쟁과 정쟁에서 벗어나 평화로운 나날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로마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있지만 이런 지경에 처하다 보니 다 부질없어 보였다.

사비누스는 그런 그의 기색을 느끼고 급히 뱃사람에게 질문했다.

“이래저래 전쟁으로 흉흉하다고 한 부분에 대해 말해봐라.”

“일단 로마군은..”

저들도 눈이 있고 귀가 있는데 이들이 안니우스군과 싸운 세르토리우스군이라는 걸 짐작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 생각에 잠겨 있던 세르토리우스가 저들이 두려워하는 기색에 편안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너희들을 해치지 않을 테니 안심하고 말해봐라.”

“예.예. 일단 그 전투와 마우레타니아 지역의 왕위 쟁탈전 때문에 그 주변이 시끄럽다고 들었습니다.”

“마우레타니아? 게다가 왕위쟁탈전이라고? 보쿠스 왕의 신변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건가? 아니 그건 아니겠군. 수명이 다한 건가?”

누미디아는 포에니 전쟁 때 로마의 편에서 싸움으로 로마와 친화적인 나라 중 하나였다. 누미디아의 왕 미킵사에게는 두 명의 적자가 있었다. 아데르발과 히엠프살. 그러나 그의 조카 유구르타는 용맹하고 너그러워 그들보다 민심을 크게 얻고 있었다. 후에 유구르타가 로마귀족의 후원까지 얻자 미킵사는 마음을 바꿔 누미디아를 세 명에게 고루 분배하며 화목하게 지낼 것을 당부한 뒤 죽음을 맞이한다.

그런데 이 유구르타가 배은망덕하게도 누미디아를 모두 차지하기 위해 아데르발과 히엠프살을 공격하고 로마의 중재안도 무시한다. 이에 그를 토벌하기 위해 나선 포스투미우스가 이끄는 로마군을 무찌르는 등 로마를 상대로 한참이나 선전한 유구르타는 자신의 장인인 마우레타니아의 왕 보쿠스 1세와 함께 로마에 대항한다.

하지만 결국 패배한 유구르타는 장인 보쿠스 손에 의해 술라에게 넘겨져 마리우스 개선식 후에 툴리아눔(감옥의 이름)에 버려져 BC 104년에 굶어죽는다. 참고로 이때는 술라가 마리우스 휘하에서 활약할 때였다.

장인이 사위를 넘길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넘어가고 아무튼 이로 인해 누미디아와 달리 마우레타니아는 로마의 호의를 얻을 수 있었고 보쿠스 1세의 왕권도 자연히 탄탄대로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그가 누군가에게 암살당했을 리는 희박해 보였다.

그러자 그에게 대답했던 늙은 사내가 입을 열었다.

“저희가 자세한 걸 뭘 어찌 알겠습니까? 마우레타니아에서 왕위쟁탈전으로 흉흉하니 당분간 그쪽으로 향하지 않는 게 좋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뿐입니다. 나으리. 저희가 아는 건 이것이 전부입니다.”

세르토리우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편히 가게.”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나으리.”

후사인은 섬뜩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봤지만 세르토리우스가 보내주기로 마음먹은 이상 손을 쓸 수는 없었다. 당연히 마음에 들지 않는 기색이었다. 아군의 정보를 적에게 줄 수 있는 자들을 그대로 보내다니? 이건 물러도 너무 무른 것이 아닌가?

후사인에게 붙잡혀온 뱃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한 뒤 급히 저들에게서 멀어졌다.

세르토리우스 군은 피레네산맥에서 이곳까지 연신 전투만 치른 셈인데 주변 왕국의 정보를 들을 겨를이 어디 있었겠는가? 하지만 그 전에 얻은 정보로 일어난 일을 추측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사비누스. 보쿠스 왕의 적자가 소수스 마스타네소스 였던가?”

“그렇습니다.”

“적자인 마스타네소스와 왕위쟁탈전을 벌일 정도의 위상을 가진 자가 마우레타니아 왕국에 있었나?”

“아프타의 아들 아스칼리스라면 가능합니다. 아프타는 마우레타니아의 용맹한 장수였고 마찬가지로 왕가의 핏줄을 가진 자였습니다.”

“마우레타니아의 내전에는 발을 내딛지 않는 것이 현명하겠군.”

세르토리우스의 단언에 후사인은 결국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흥! 그럼 그 저승의 낙원으로 도망이라도 치겠다는 거요? 내가 허명을 보고 사람을 택했군. 우리들은 이대로 아스칼리스에게 합류할 것이요. 다행히 내가 그자와 안면이 있으니 우리의 도움을 크게 반길 것이오.”

“나를 떠나겠다?”

“무를 대로 무른 당신 밑에서라면 정말 외딴 섬에서 농사라도 지어야 할 판이로군. 가자! 쯔. 샤파트 그놈의 판단이 옳았을 줄이야. 제길.”

후사인은 세르토리우스의 태도가 심히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휘하의 군대가 얼마나 강력한지 잘 알고 있었기에 감히 그들을 공격하지는 못하고 해적들을 이끌고 마우레타니아 지역으로 이동할 준비를 했다.

“이 자들이!!”

사비누스가 크게 분노하며 검자루에 손을 가져갔으나 말없이 손을 드는 세르토리우스의 행동에 그만두었다.

그로 인해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전투가 일어나진 않았지만 떠나려는 해적들로 인해 안 그래도 보잘 것 없던 진중이 그야말로 풍비박산 되었다.

결국 세르토리우스 진중에 남은 자들은 병사들까지 합쳐 천 명도 채 되지 않았다. 황당한 일이다. 병력을 보강하고자 피티우사 제도를 함락시키고 그들을 데려왔으나 도리어 그 가운데 자신에게 충성된 병사들만 잃은 셈이다. 물론 백여 명 가량의 해적들은 그와 함께 남아 있었지만 저들을 단련된 병사들에게 비할 수 있을까?

세르토리우스는 씁쓸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서후는 주변의 소란에도 불구하고 그런 그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레가투스..”

사비누스가 그를 불렀으나 세르토리우스는 힘없는 눈빛으로 서후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너도 나를 떠나려느냐? 입양절차가 완료되지 않았으니 엄연히 말해 너와 나 사이는 아직 부자 관계가 아니다. 그러니 너도 저들과 함께하고자 한다면 개의치 말고 지금 떠나라.”

서후는 그의 두 눈을 직시하며 입을 열었다.

“레가투스께서 하신 말씀은 그저 말뿐이었습니까? 적법한 절차가 없으면, 사람들의 인정이 없으면 허무하게 사라져버리는?”

세르토리우스는 서후의 눈빛에 허망한 마음을 지우고 그를 바라봤다.

“아니 그렇지 않다.”

“당혹스런 제안이긴 했지만 저도 그렇습니다. 아버지.”

우연이든 저들의 인정이야 어쨌든 당사자 간의 동의로 이미 맺어진 관계다. 더욱이 부자 관계로 맺어졌거늘, 상황이 어렵다고 그것을 깨버리면 금수만도 못한 행동이나 다름없다. 세르토리우스가 면죄부를 주긴 했지만 하늘이 알고 자신이 안다.

‘이익과 상황의 유리함만 쫓아다니면 결국 그런 사람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무엇이 유리하고 불리한지, 무엇이 현명하고 어리석은지는 결국 마지막에 가봐야 아는 법. 그러니 스스로를 지키겠다.’

서후의 대답에 세르토리우스는 말없이 다가와 그의 어깨를 오른손으로 꽉 잡았다.

“그래. 내가 너를 얻었구나. 내 이름을 이을 내 아들을 얻었구나. 전쟁에서 잃어버린 내 왼쪽 눈을 오늘에서야 찾았구나.”

세르토리우스는 오른쪽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다시 뜬 그의 눈에는 형형한 광채가 흐르는 것 같았다.

“테세우스!”

“예.”

“내가 너를 얕봤음을 용서해라. 또한 오늘부터 네 정식이름은 퀸투스 세르토리우스 테세우스다.”

그런 뒤 사비누스를 향해 입을 열었다.

“내 아들은 입대할 수도 없는 나이이니 정식 직함을 내려줄 수는 없지만 트리뷰누스 라티클라비우스에 준하는 대우로 대해주길 바란다.”

“알겠습니다. 레가투스!”

트리뷰누스 라티클라비우스(Tribunus Laticlavius)는 원로원 계급의 자제들로 구성된 지휘관 계급으로 원로원 계급이라는 이유로 군단장에 이어 서열 2위에 준하는 신분으로 군단장 유고시 군단장 대리를 맡을 수 있는 막강한 군계급이다. 하지만 군경력이 전무한 자제들로 구성되기에 지휘보다는 행정업무등을 보며 군에 대해 배우는 것에 중점을 둔 직위였다.

경험이 풍부한 사비누스가 세르토리우스의 뜻을 헤아리지 못할 리가 없었다. 무엇보다 사비누스도 이 담대하고 용맹한 소년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테세우스! 말해봐라! 이 상황에서 지휘관이 취해야 할 태도에 대해서 말이다. 네 심중에 품고 있는 생각을 가감없이 말해라. 내 긴히 경청하마.”

서후는 고개를 끄덕인 뒤 입을 열었다.

“저승의 낙원이란 곳이 그토록 좋은 곳이라면 저도 가보고 싶고 그곳에서 살고 싶습니다. 하지만 중대사를 결정하기엔 너무 불확실한 정보이며 무엇보다 로마인은 로마로 돌아가야 합니다. 만약 아버지께서 그런 결정을 내리신다면 해적들뿐만 아니라 병사들도 크게 동요하게 될 겁니다. 그럴 바에는 보다 확실한 목표를 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게 전쟁이라 할지라도 말입니다.”

사비누스는 자신이 차마 하지 못했던 말을 서후가 말하자 속이 시원하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세르토리우스도 모르지 않았다. 다만 흔들렸을 뿐이다. 계속된 고난은 어리석어 보이는 쉼이라고 할지라도 그 달콤함에 끌리게 만드는 법이다.

“네 말은 아프타의 아들 아스칼리스를 도와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더냐?”

“아니 정반대입니다. 바티스왕의 적자를 도와야 합니다.”

“소수스 마스타네소스 말이냐? 어째서 그런 판단을 내렸지?”

“첫째, 후사인은 아스칼리스와 안면이 있다고 했습니다. 해적인 그와 안면이 있다는 소리는 아스칼리스가 주둔한 지역이 해안지역일 확률이 높다는 소리고 아무래도 해안지역은 깊숙한 내륙지역보다 아군이 점령하기 용이한 지역입니다. 만에 하나 후퇴하기에도 해안지역이 훨씬 더 용이합니다.”

“허.. 그리고?”

“아군이 어느쪽을 돕든 로마의 술라는 아군의 반대편을 도울 겁니다. 당연히 명분은 마스타네소스에게 있습니다. 반란군이나 해적들과 함께하여 얻을 건 악명밖에 없습니다. 로마를 등에 업은 술라야 별 문젯거리도 아니겠지만 아군은 그렇지 않습니다. 따라서 향후 일어날 일들을 감안하면 마스타네소스를 돕는 편이 이득입니다. 무엇보다 후사인이 따로 먼저 아스칼리스를 돕는다고 나섰으니 그만큼 아버지의 입지가 그만큼 줄어듭니다. 따라서 아스칼리스를 돕는 건 여러모로 비효율적인 선택입니다.”

세르토리우스와 사비누스는 크게 놀란 표정으로 서후를 바라봤다.

“군신 마르스뿐만 아니라 지혜와 용맹의 여신 미네르바(Minerva, 아테네)도 너와 함께 하는 모양이로구나. 실로 탁월한 식견이다. 실로 탁월해!”

세르토리우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큰소리로 외쳤다.

-로마에 대해 알아보기- (읽지 않으셔도 큰 상관없습니다.)

참고. 저승의 낙원은 현대의 마데이라, 포트산트 섬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임.

유구르타. 뭔가 불쌍합니다. 그래도 로마에 대항해 위세등등하던 일세를 풍미한 왕이었는데 굶어죽었다니.. 개선식 때 죽은 것으로 되어있는데 보다 상세하게는 그 후에 굶어죽은 걸로..

이어지는 설명은 좀 깁니다. 어쩌면 매우; (패스하셔도 무방합니다만 숙지하시면 유익? 합니다. 공지에도 올라갑니다. 이 부분에 대한 설명에서 오류를 발견하시면 그 부분은 공지에 댓글을 달아주세요.^^)

로마는 왕정에서 공화국에서 제국으로 변모했다가 서로마 동로마로 갈라지고....

하지만 제 소설에선 공화국이 중점이 되기에 공화국 한정으로 간략하게?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도 양이 상당히 많을 듯싶네요;

1).공화국의 체제.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1. 공화정 원로원.

2. 공화정 민회.

3. 공화정 정무관

정무관 최고위직인 집정관이 원로원과 상의하여 민회를 주재하고 그것에 따라 국정을 이끌어가는 형태라 보시면 됩니다. 각 정무관은 그에 해당하는 임무를 주관, 보조하거나 감시하는 역할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1. 공화정 원로원.

원로원 의원은 과거 회계 검사관을 지냈던 인물을 대상으로 재무관의 검토를 거쳐 결정된다.(다시 말해 귀족들만 입성, 본디 코르수스 호노룸은 귀족들에게만 해당하는 관직 코스를 뜻함) 단 예외로 평민이라도 호민관을 맡은 경력이 있다면 자동으로 원로원 의원이 되었다. 더 자세한 건 생략. 원로원은 자문기관으로 권력이 없으나 권위에 의한 정치를 주도하여 실질적으로 로마의 공화정은 귀족에 의한 과두제였다.

2. 공화정 민회.

총 4개의 민회로 이뤄져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민회에 참석하려면 일단 시민권을 가진 시민이어야 합니다. 조금 복잡합니다. 민회의 구분은 4개지만 혼재된 형태입니다. 문화 자체가 이런 건지.. 어째 죄다 혼합형태인 것 같기도..;)

로마의 정치는 공화정 제도였으므로, 시민들은 대표자를 뽑지 않고 각 민회에 직접 투표를 했다. 그러나 시민 투표자들은 투표 외에 다른 권력은 없었다. 각 민회는 정무관이 주재했으며, 정무관이 절차과 적법성에 대한 모든 결정을 내렸다. 정무관의 권력은 민회에서 거의 절대적이었고 이 권력에 대한 견제는 다른 정무관의 거부권밖에 없었다. (평민들의 신분 투쟁 시 호민관의 존재가 나타난 이유!)

*쿠리아 민회. (씨족회의. 사실상 귀족회의)

- 왕정 시대부터 있던 가장 오래된 민회. 쿠리아는 로마의 사회단위–가족(Familia), 씨족(Gens), 쿠리아(Curia), 부족(Tribus)–중 특정 지역에 거주하는 씨족들의 모임으로 로마사 초기에 모두 합해서 30개의 쿠리아가 있었다. 그리고 로물루스 시대에 10개의 쿠리아가 각기 하나의 부족을 형성해서 로마는 3부족[티티에스(Tities), 람네스(Ramnes), 루케레스(Luceres)] 체제로 출범했다. 그 중에서 쿠리아는 로마 공동체의 공적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사회단위였다.

쿠리아 회는 쿠리아에 속해 있고, 무장 가능한 모든 성년남자들의 총회였으며 혈통귀족(Patricii)에 의해 지배. 하지만 공화정 시대에는 영향력이 미미하므로 패스.

*켄투리아 민회. (시민회의)

- 참가자격 시민. 주요기능은 각 켄투리아 단위로 투표를 해 집정관, 법무관, 중요한 재판, 전쟁 등 시정의 중요 사항이 토의되었다.

왕정시대 때 세르비우스 툴리우스왕이 로마군을 구성하는 모든 시민을 재산에 따라 6개의 계급으로 나누고 또한 그 계급별로 세세하게 구분하여 총 193개의 ‘켄투리아’로 나눈 것에서 기원. 기원전 5세기 경 설립. 가장 중요한 민회

투표를 통해 고위 정무관을 선출했고 투표권은 각 켄투리아마다 한 표가 주어졌다. 단 193개(기병 equites 18C, 보병 Pedites 170C. 비무장병 5C로 조직) 중 98개가 귀족 등 부유층에 의해 또한 먼저 투표가 이루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가난한 계급의 의견이 국민위원회에서 반영되는 일은 거의 없었다. 다시 말해 이론적으로 켄투리아회는 무장 가능한 모든 계층의 시민을 대표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상위 켄투리아를 차지한 보수적 토지 귀족에 의해 지배되었다.

*트리부스 민회.(부족회의 내지 트리부스 인민회라고 부름)

- 로마 행정과 관련된 민회. 참가자격은 귀족 파트리키 계급과 평민 플레브스 계급 모두 참가가능. 주요기능은 트리부스 민회는 포룸 로마눔에서 열린 수석 조영관, 재무관, 트리뷴 밀리툼이라는 군단 사령관의 선거를 결정.

로마 공화정 시기에 시민은 4개의 로마 시내 부족과 31개의 시 외곽 부족으로 총 35 부족을 기반으로 이뤄짐. 본래 이 구분은 혈연과 지역에 따라 존재했으나 아버지의 부족에 아들이 속했기에 결국 수백 년 동안 뒤섞이게 되고 결국 이러한 구분은 무의미해짐.

각 부족은 별도로 분리된 투표를 실시, 각 부족마다 다수결에 의해 결정이 내려졌으며, 각 부족이 보유한 선거인 수와 관계없이 최종결정은 1표로 계산되었다.

마찬가지로 트리부스회 역시 켄투리아회와 마찬가지로 보통 시민은 억압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 놓여있었다.

*플레브스 민회.(평민회의 내지 트리부스 평민회라고 부름. 구분을 보다 명확하게 하기 위해 본작에서는 플레브스 민회로 표기할 것임.)

- 기원전 471년에 신분 투쟁을 벌였던 평민들이 쟁취한 민회로 귀족들의 관직 독점과 자의적 재판에 반대하여 세운 민회로 평민위원회다. 참가 자격은 평민만 참가할 수 있고 켄투리아 민회보다 훨씬 민주적이었다. 호민관 2명 평민 조영관 2명을 선출하며 후에 호르텐시우스 법에 의해 법안 의결권도 부여되었다.

이러던 것이 귀족층에 참가한 평민들이 노빌레스(새로운 지배계급)을 형성하고 그들도 플레브스 민회에 참가함으로 회의의 성격이 변질된다.(호르텐시우스 법이 대두되게 된 이유 중 하나.)

트리부스 민회(인민회)와 혼동되어 쓰이는 경우가 있기는 하나 엄연히 다르며 플레브스 민회는 오직 트리뷴, 호민관만 소집할 수 있었다.

3. 공화정 정무관.

콘술(consul, 집정관)은 로마 공화정의 최고위 정무관이다. 집정관은 민정과 군사 두 분야에서 모두 최고의 권한을 보유했다. 로마 시 안에서 집정관은 로마 정부의 수반이다. 집정관은 원로원과 협의하며, 민회를 주재했다. 국외로 나가면 각 정무관은 군대를 지휘했다. 국외에서 집정관의 권한은 거의 절대적이다.

참고: 자치집정관은 두움비르(duumviri)라고 다르게 불렀다.

프라에토르(praetor, 법무관)는 민법을 집행하였으며 속주 군대를 지휘하였다. 또한 법무관을 거쳐야 집정관이 될 수 있었다.

켄소르(censor, 감찰관)는 징병을 위한 인구조사(census)와 재산조사가 주업무이며, 이외에도 불미한 자를 원로원이나 정무관에서 쫓아내고 시민의 도덕과 풍기를 단속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아이딜레(aedile, 조영관)는 공공 오락이나 경기 및 축제 등 로마 도시의 내부 행정을 집행하는 관리이다.

쿠에스토르(quaestor, 재무관)는 보통 로마시에서는 집정관을, 속주에서는 총독을 보좌하였다. 이들의 직무는 주로 재정 업무이다.

트리뷴(tribunus : tribune, 호민관)은 플레브스의 대표자로서 이를 사회하고 평민의 이익을 옹호하며, 정무관이나 원로원의 결정을 거부(veto)할 권한을 가진다. 호민관의 임기는 1년이며, 그 신체와 생명은 불가침이다. 따라서 누구라도 임기 중인 호민관에 해를 끼치거나 방해하면 죽임을 당할 수 있다. 호민관의 모든 권력은 이 불가침성에서 나온 것이다. 그리하여 호민관을 해하거나 거부권을 무시하고 방해하는 행위는 중대한 범죄로 여겨졌다.

딕타토르(dictator, 독재관)은 국가비상시 선출되었으며 임기는 6개월이다. 이때 독재관에게 공화정의 전권이 위임된다. 그러나 독재관의 임기가 끝나면 원래의 평시 공화정 체제로 되돌아간다.

독재관 외에도 비상시 정무관이 여럿 존재하나 생략합니다. 필요하다면 그때 다시.

*다시 말해 전편에서 술라는 헌법개혁으로 평민들의 거부권을 빼앗고 법무관의 권한을 축소하여 원로원의 중요성을 높이려고 한 건데 이것 자체가 로마 헌법에서 크게 어긋나는 행동입니다. 일단 원로원은 자문기관으로 권력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로마 헌법도 자료가 조금 있긴 하지만 제가 법무관에 출사할 것도 아니고 독자분들도 아니실 테니; 후에 필요한 부분만 간략하게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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