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화 (21/28)

[일/번/패러디] 라크스 클라인 세뇌 계획 -21-

 삐삐삐삣, 삐삐삐삣, 삐삐삐삣...

 "으... 으음응..."

 방안에 울려 퍼지는 딱딱한 전자음이 기절했던 루나마리아의 의식을 억지로 깨우게 만들었다.

 "으음... 여기는...?"

 희미하게 눈을 뜬 그녀는 어슴푸레한 시선으로 주위를 둘러봤고, 곧 익숙한 자기 방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어...? 나... 도대체...?"

 간신히 그녀는 자신의 방 침대에 누워있다는 것을 깨닫고, 어떻게든 손을 짚고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윽!"

 그 순간, 머리를 찌르는 날카로운 통증에 루나마리아는 무심결에 얼굴을 찡그렸다.

 찌르는 듯한 통증은 잠시뿐이었고 재차 덮쳐 오지 않았지만, 욱신욱신한 두통이 계속 엄습해왔다. 게다가 분명 잠을 잤을 텐데 온몸에 말할 수 없는 나른함이 남아있었다.

 "음~..."

 우선 간헐적으로 덮쳐 오는 두통을 참으면서 아직도 요란하게 계속 알람을 울리는 시계를 꺼봤지만, 두통은 전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왜 이렇게 지끈거리지...?"

 고통에 얼굴을 찡그리면서 다시 방 안을 둘러보니 책상 위에 있는 보고서 뭉치가 보였다.

 "아, 그러고 보니, 보고를 위해 보고서를... 아앗!!!"

 계속 몽롱하게 중얼거렸던 루나마리아는 단번에 정신을 차렸다.

 "이런! 지, 지금 몇 시...!"

 그녀는 허둥대며 조금 전 알람을 껐던 시계를 살펴보고, 시간을 확인했다.

 현재 시간을 표시하는 스크린에서 아직 08시가 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좋았어... 아직 늦지 않았네...”

 최악의 사태, 즉 오늘 10시부터 예정되어 있는 의장님과의 회의를 늦잠으로 지각하는 사태만은 피했다는 것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어쨌든 자신의 늦잠으로 시간에 쫓기고 있는 상황은 변함이 없었다.

 지금부터 몸치장을 정돈하면서 빠듯한 회의시간까지 보고서를 대충 훑어서 그 내용을 정리해두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루나마리아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곧바로 회의 준비를 착수했다.

 (이상하네~ 이렇게 중요한 일을 끝내지 않고 자버리다니... 어제는 너무 피곤했던 걸까...?)

 소란스럽게 작업을 하면서도 루나마리아는 어젯밤 일을 필사적으로 기억해내려고 했지만, 당시의 기억은 거의 생각나지 않았다.

 하지만 일어났을 때의 상황을 보면, 자신이 어젯밤에 보고서를 정리하던 도중에 침대에 누워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는 것을 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그게 사실이라면, 지금의 루나 마리아는 조금이라도 촉박한 시간 안에 열심히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

 "좋아, 몸치장 완료! 이젠 가능한 한 보고서에 빨리 정리를..."

 몸치장을 자기가 할 수 있는 최단의 시간으로 갱신한 것 같다.

 단시간에 항상 입던 붉은 제복으로 갈아입고 옷매무새를 정돈하고 곧이어 도중에 정리를 중단한 보고서 정리 작업을 다시 시작했다.

 그러나 정리 시작부터 루나마리아는 다시 위화감에 휩싸였다.

 (어? 첫 페이지조차 전혀 읽은 기억이 없어... 정말 어젯밤에 나는 뭘 한 걸까?)

 책상 위에 바로 펼쳐진 보고서의 페이지는 어젯밤에 살펴본 것 같아서 그 다음의 페이지 훑어봤지만 전혀 읽어본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어쨌든, 지금은 정리를 끝내자!)

 어젯밤의 자신의 모호한 기억에 어딘가 의문이 들기는 했지만 루나마리아는 마음을 비우고 정리에 다시 열중했다.

 “좋아, 다 끝났어!”

 09시 40분이 지날 무렵, 루나마리아는 보고서에 대충 정리를 마치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 짧은 시간 안에 작업을 끝낸 능력은 과연 붉은 제복의 군인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보니, 그렇게 시달렸던 두통과 전신에 남아있는 나른함이 어느새 거의 사라졌다.

 그리고 루나마리아는 마지막으로 옷매무새를 매만지고, 듀랜달님과 미아님이 기다리는 집무실로 향했다.

 만약 이때 루나마리아에게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면, 거의 입어본 적이 없는 색상의 제복이 옷장에 있는 거나, 평소의 백의가 평상시와 전혀 다른 곳에 수납되어 있던 것을... 심지어 교묘하게 설치된 몰래 카메라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을지도 몰랐다.

***

 루나마리아가 집무실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배우들은 모여 있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니, 괜찮네. 게다가 아직 약속 시간 전이니. 사과할 필요는 없네."

 "그래요, 루나마리아씨, 저도 도착한 지 별로 안됐어요."

 루나마리아를 듀랜달과 미아가 맞이했다.

 사실, 어제부터 밖으로 외출했던 미아는 시설에 돌아온 지가 얼마 안 되었다.

 세 명이 소파에 모두 앉자, 듀랜달이 이야기를 꺼냈다.

 "그럼 지금까지의 진행상황을 알 수 있을까?"

 "네. 그럼 연구소에서 제출한 라크스 클라인님과 마류 라미아스에 관한 세뇌의 현황을 보고 드리겠습니다."

 듀랜달의 말을 듣고, 바로 방금 전에 정리한 보고서의 개요를 설명하려고 루나마리아가 입을 열려고 할 때,

 삐삣, 삐삣...

 느닷없이 집무실 책상 위에 놓여있던 통신 단말기에서 벨소리가 울려 퍼졌다.

 “미안하지만, 루나마리아군. 조금 기다려주지 않겠나.”

 듀랜달은 그렇게 실례하고 통신 단말기의 수화기를 손에 들었다.

 "아, 나네. 무슨 일인가. 뭐라고? 그런가... 아... 아..."

 뭔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대화를 계속하는 듀랜달을 미아와 루나마리아는 불안스럽게 바라봤다.

 "아, 알겠네. 그렇게 해주게. 이쪽 두 명에게 그렇다고 알려 주겠네."

 3분 정도 대화를 나눈 후, 그럭저럭 이야기가 끝난 듯 듀랜달은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무슨 일인가요?"

 미아의 질문에 듀랜달은 다소 진중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연구소에서 긴급 연락이 왔네. 아무래도 라크스 클라인의 뇌파에 이상이 발견되었다는군. 즉, 그 말은 라크스에게 실시한 세뇌가 풀려지고 있다는 것 같네."

 "!!! 그런! 왜 갑자기..."

 듀랜달의 말에 미아와 루나마리아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 두 명에게 듀랜달은 말을 계속 이어 갔다.

 "글쎄, 지금은 그런 징후가 보인다고 하니까 크게 신경을 쓸 정도는 아니네. 하지만 그 상태로 둘 수는 없겠지. 연구소도 지금 그 원인을 조사하고 있지만 응급 처치도 필요하다고 하네. 그래서 너희들에게 다시 라크스 클라인의 ‘조교’를 요청하는 거네. 갑작스럽겠지만 괜찮겠나?"

 "맡겨만 주세요."

 "예. 맡겨주십시오."

 듀랜달의 요청에 두 사람은 즉답했다.

 "고맙네. 그럼 조속히 준비에 착수하도록. 루나마리아도 모처럼만 보고를 준비해주었는데, 그건 다음에 듣도록 하지."

 "괜찮습니다, 그런 말씀하지 마십시오."

 "그런가, 미안하네. 그럼 둘 모두 2시간 후에 전의 그곳으로 모이도록 하게."

 "우후후. 오랜만에 몸이 떨리네요. 그럼 의장님, 실례하겠습니다."

 미아는 그렇게 말하고, 루나마리아와 함께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방을 빠져나갔다.

 두 명이 사라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방 안쪽의 문이 열리고 한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실례합니다. 아까의 호출 타이밍은 이것으로 좋았습니까?"

 방에 들어온 여자, 사라는 입을 열고 듀랜달에게 이렇게 물었다.

 "아, 문제없었네. 거기다가 루나마리아도 임시변통으로 준비한 보고를 하지 않아서 내심 안도하고 있을 거네. 그건 그렇고 연구소에서의 보고는? "

 "예. 관찰 팀의 보고에 따르면, ‘루나마리아 호크의 현재까지의 모습에서 이상한 점이 보이지 않는다’라고 합니다. 경과는 순조롭습니다."

 "그런가, 그렇다면 다행이네. 그 다음은 실제로 효과가 발휘하는 것인가... "

 듀랜달은 사라에서 전달받은 보고서를 읽으면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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