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2화 (22/28)

[일/번/패러디] 라크스 클라인 세뇌 계획 -22-

 2시간 후.

 기지의 최심부. ‘Train room'이라는 플레이트가 걸린 방에 세 소녀가 있었다.

 그중 두 명, 미아와 루나마리아는 언제나처럼 나노 슈트를 두른 모습으로 앞으로 있을 ‘재조교’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방 중앙에 설치된 받침대에는 미아들과 마찬가지로 슈트를 두른 모습의 라크스가 양팔과 양다리를 좌우 쫙 벌린 ‘大’자의 모양으로 구속되어 있었다.

 약을 주입당했는지, 조용히 숨소리만 반복되어 들려올 뿐 깨어날 기색이 보이지 않은 라크스를 힐끔 보더니 루나마리아는 입을 열었다.

 "이러고 있으니까, 미아님과 제가 라크스님을 ‘접대’를 했던 그 날이 생생하게 떠오르게 되네요."

 “그렇군요. 그 이후로 3 개월이라...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네요. 그리고 많은 게 변했고요..."

 미아는 그렇게 말하고 라크스의 곁으로 다가가 3개월 전보다 더욱 더 추잡하게 개조된 라크스의 몸을 응시하면서 중얼거렸다.

 "애써 여기까지 왔어. 이제 와서 되돌아 갈 수도 없어..."

 "미아님...?"

 어느 때보다 깊이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짓는 미아에게 어떤 말을 걸어야 좋을까... 그렇게 루나마리아가 고민하고 있던 그 때,

 "준비는 다 되었는가?"

 방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소리가 울리더니, 천장 모서리에 설치된 소형 디스플레이에 전원이 켜지고 집무실에 있는 듀랜달의 모습이 나타났다.

 "예. 대부분 준비되었습니다."

 미아는 순식간에 태도를 전환해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듀랜달을 맞이했다.

 "그런가, 이쪽도 준비가 끝났기 때문에. 그럼 새삼스럽지만 이번 ‘재조교’에 대해 다시 설명하도록 하지..."

 "...?"

 듀랜달의 설명이 시작하고 몇 분 후, 루나마리아는 방에 희미한 냄새가 나기 시작한 것을 깨달았다.

 감귤류의 과일과 같은 그 냄새는 정말 희미해서 상당하게 주의하지 않으면 깨닫지 못하는 정도였다. 실제로 자신의 앞에서 듀랜달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 미아는 이 냄새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뭐지, 이 냄새는... 도대체 어디서...?)

 방 안에는 다양한 기기와 도구들이 놓여 있기 때문에, 그 중 하나에서 새어나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루나 마리아가 주위를 살펴보려고 할 때,

 "...윽!"

 갑작스레 덮쳐온 두통으로 루나마리아는 무심결에 얼굴을 찡그렸다.

 그것은 예리한 통증은 없었지만 머릿속 깊은 곳에서부터 둔탁한 통증이 욱신욱신 간헐적으로 밀려오고 있었다.

 (이런 또! 왜 하필 이런 중요한 때에... 아침에 괜찮아진 게 아니었어?)

 "...라는 거네."

 “알겠습니다. 루나마리아씨도 괜찮죠?”

 그때, 막 듀랜달의 이야기가 끝난 듯 미아가 갑자기 루나마리아에게 말을 걸어왔다.

 “에, 네. 괜찮습니다! 맡겨주시길.”

 실제론 이야기의 절반 정도밖에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느닷없는 미아의 말에 루나마리아는 무심코 대답한다.

 (머, 뭐, 어떻게든 되겠지...)

 일단 풍겨오는 냄새에 대한 것은 무시하고, 두통에 대한 것은 어떻게든 체력으로 버텨보기로 결심한 루나마리아는 다시 자세를 바로 잡았다.

그런 루나마리아의 모습을 본 듀랜달은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 그렇지만 그 웃음의 숨겨진 의도를 두 명이 알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다음을 잘 부탁하네."

 듀랜달은 거기까지 말하고, 한 템포를 쉬다가 확신한 어조로 말했다.

 "이제 또 다른 한명이여, 눈을 뜰 때이다."

 그렇게 말하고 통신을 마쳤다.

 "...? 마지막 말씀은 무슨 뜻일까요?"

 미아는 듀랜달의 의미심장한 마지막 말에 무심코 고개를 갸웃거렸다.

 "루나마리아씨, 당신은 의장의 마지막 말의 의미가..."

 그렇게 말하면서 뒤에 있는 루나마리아를 돌아보려고 한 그 순간,

 "으윽!!!"

 갑자기 미아는 왼팔을 뒤로 제압당한 채 그대로 밀려 넘어져 바닥에 깔려 눌러지게 되었다.

 "무, 무슨!?"

 미아는 너무 급작스럽게 엉겁결 크게 소리쳤다.

 지금 자신을 제압하고 있는 사람. 그것은 라크스가 자신의 바로 옆의 받침대에 구속되어져 있는 이상, 당연히 또 다른 한 명인 루나 마리아밖에 없었다.

 "르, 루나마리아씨! 갑자기 무슨 짓을...!!"

 체격은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상대는 군사 훈련을 받아온 군의 엘리트였다. 정말 미아는 지금의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큭 ...!"

 겨우 목만 움직여서 뒤에서 누르고 있는 루나마리아의 모습을 본 순간, 미아는 이상함을 깨달았다.

 루나마리아의 모습이 분명히 조금 전까지와는 달랐다.

 붉게 상기되어 있는 얼굴, 거칠게 내뱉고 있는 호흡 그리고 어딘가 초점이 잡히지 않은 듯한 멍한 눈동자.

 그러한 모습들을 미아는 3개월 동안 여러 번 목격해왔었다.

 지금까지 자신들이 해온 수많은 조교에 의해 라크스와 마류가 수없이 겪은 자신의 욕정을 억누를 수 없게 된 상태, 그 모습이었다.

 (왜 루나 마리아 씨가 갑자기 이런 모습으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루나마리아가 그녀의 귓가까지 얼굴을 가까이 갖다 댔다.

 "하아, 하아... 미, 미아님... 함께... 함께 더 기분 좋아져요..."

 그렇게 말하는 순간, 목덜미에 뭔가 딱딱한 것이 눌러져 왔다.

 "!?"

 그것이 무엇일까 생각을 짜내고 할 때, 곧 ‘퓻’ 작은 소리와 함께 목덜미에 가벼운 통증이 느껴졌다.

 "이, 이건 ..."

 제압하는 힘이 약해졌기 때문에, 어떻게든 몸을 일으키려고 한 그 순간, 흐릿흐릿 시야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급속히 희미해져가는 의식 속에서 어떻게 든 시선을 움직이자, 루나마리아의 손에는 미아도 여러 번 사용한 적이 있는 총 모양의 주사기가 쥐어져 있었다.

 "르, 루나마리아... 씨... 어, 어째서... 이런, 일... 을..."

 "걱정하지 마십시오... 괜찮습니다, 미아님.... 그저 약간의 진정제이니까..."

 간신히 힘을 짜낸 미아의 질문을 개의치 않고, 루나 마리아가 대답했다. 그녀의 모습에서는 지금 자신의 행동을 전혀 자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자... 함께 라크스님에게 몸을 맡기고 ... 더욱 더 기분 좋아져요..."

 "...!? 도..., 도대체... 무슨 말... 을... "

 미아는 루나마리아가 왜 갑자기 돌변했는지 그리고 왜 그런 걸 말하기 시작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 의문에 입을 열려고 했지만, 곧 미아의 의식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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