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번/패러디] 라크스 클라인 세뇌 계획 -25-
화려한 조명과 환호에 휩싸이고 있는 대형 콘서트장.
그 콘서트 무대 중앙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미아가 노래하고 있었다.
노래에 맞춰 경쾌하게 스텝을 밟으며 객석을 향해 손을 흔들자, 회장의 열기는 더욱 무르익어갔다.
지금 이 콘서트에 모인 모인 수만 명의 팬들은 미아의 몸짓과 목소리에 매료되어 있었다.
(아아... 이 환호, 다 내꺼야.... 모두가 나를 주목하고 있고 모두가 나를 라크스 클라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그래! 내가 바로 라크스야! 나야말로 진짜 라크스! 또 한 명의 라크스는 이젠 누구에게나 가랑이를 벌리는 음란하고 섹스에 미친 창녀일 뿐... 그런 게 디바 라크스일 리가 없어! 이제야 내가 진정한 라크스 클라인이야! 자! 더, 더 나를 숭배하고 환호해줘!)
노래가 끝나자, 회장은 박수와 갈채로 채워진다.
그 환성에 보답하듯 미아는 크게 손을 흔들면서 회장에 몰려든 팬에 소리쳤다.
"저를 보기위해 오신 여러분! 제 라이브를 들어주셔서 감사해요!"
미아의 응답에 회장의 함성은 더욱 커져만 갔다.
"오늘은 저 라크스 클라인도 있는 힘껏 노래를 할 테니 여러분도 마음껏 즐겨주시길 바래요! 그럼, 바로 다음 곡을 갈게요!"
터지는 환호 속에서 미아는 다음 곡을 부르기 위해 크게 숨을 들여 마시려고 할 때,
"윽!"
난데없이 찌르는 격통이 미아의 얼굴에 덮쳐왔다.
미아는 너무나 아픈 고통을 참지 못하고 얼굴을 감싸면서 그 자리에 그래도 웅크려앉았다.
어떤 것에 부딪힌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그 증거로 통증은 간헐적으로 미아의 얼굴 안쪽에서 계속해서 퍼져 나오고 있었다.
피부가 찢어지고 뼈가 깎이는 것 같은 고통에 미아는 그저 버틸 수밖에 없었다.
"어, 뭐야? 무슨 일이 생긴 건가?"
"라크스님, 무슨 문제라도...?"
"어딘가 아파보이는 것 같은데 괜찮을까...?"
라이브의 주인공이 고통에 주저앉아버린 갑작스러운 사태에 노래의 반주는 멈추었고 회장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아..., 으... 흐... 아악"
그리고 바로 그 소동의 원인인 미아는 지나친 통증에 신음조차 내지 못할 정도였지만, 다행히도 그 통증은 1분도 되지 않아서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하아, 하악, 하악, 하아... (뭐지? 도대체 뭐였지, 그 통증은? 도대체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걸까?)"
간신히 가라앉은 통증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얼굴에 상처 같은 게 나지 않았는지 살펴보았다.
(아, 우선 다친 것은 아닌 것 같구나... 일단 지금은 회장의 팬들을 안심시켜야 해...)
미아는 여전히 휘청 거리는 다리에 힘을 넣어 어떻게 든 일어나서 회장을 향해 호소했다.
"여러분! 갑작스럽게 걱정을 끼쳤지만 전 이젠 괜찮아요~!"
그렇지만 미아의 외침에 돌아온 것은 조용한 침묵이었다.
"저기... 왜, 왜 그러시죠? 다들 왜 그렇게...?"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응에 미아는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그런 미아의 의문에 답하듯 군중들로부터 웅성거림이 생겨났다.
"저기... 저건 누구지...? 라크스는 어디 간 거야?"
"글쎄? 하지만 조금 전까지 저 여자가 라크스 클라인이었어..."
그 작은 웅성거림이 의외로 무대 위의 미아에게 또렷하게 들려왔다.
그리고 그 내용은 모두 자신이 라크스 클라인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여, 여러분...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제가... 제가 라크스 클라인이잖아요..."
하지만 미아의 주장과는 달리, 객석에서는 반론의 웅성거림이 더욱 퍼지고 있었다.
(무, 무슨...? 도대체 왜 그러는 거지...? 조금 전까지 그렇게 나를 라크스라고...)
그 순간, 지금까지 신경 쓰지 않고 있던 자신의 머리카락이 문득 눈에 들어왔다.
"앗! 이, 이건 ...!"
미아가 눈에 들어온 자신의 머리카락. 그 색깔은 라크스의 트레이드 마크라고도 할 수 있는 핑크색이 아니었다.
불길한 예감이 든 미아는 자신이 크게 비추고 있는 무대 뒤쪽의 대형 스크린으로 뒤돌아보았고... 그대로 얼어붙었다.
스크린에 비춰진 그녀의 얼굴은 지금까지의 라크스와 똑같이 성형한 얼굴이 아니라 미아 캠벨 본래의 얼굴로 변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거, 거짓말... 어, 어째서 갑자기... 이런..."
그대로 멍하니 서 있는 미아의 귓가엔 관객들로부터의 웅성거림이 점점 더 크게 울려갔다.
"저 년은... 그 년은 라크스가 아니야! 가짜야!"
"뭐라구! 그럼, 우리들은 계속 저 년에게 속고 있었던 거야!"
"잘도 지금까지 속여왔네! 이 가짜 년!"
"가짜는 꺼져! 진짜 라크스를 돌려줘!"
객석의 웅성거림은 순식간에 심각할 정도의 욕설로 변해갔다.
"그런.... 아, 아니에요... 제가..., 제가 라크스..."
이젠 살기까지 띈 욕지거리에 미아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무대에서 달아나려고 했다.
"에... 머, 뭐지!? 왜...!?"
하지만 미아는 그제야 자신의 다리를 전혀 움직일 수 없게 된 것을 깨달았다.
일어설 수는 있었지만, 마치 발바닥이 무대 바닥에 붙어버린 것처럼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었던 것이다.
도망 갈 수도 없는 상황에서 객석의 욕설이 계속 들려오자, 미아는 다시 그 자리에 웅크리고 앉아 양쪽 귀를 막았다.
그러나 아무리 귀를 막아도 객석의 욕설은 그 기세를 완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미아의 귀 속으로 파고 들었다.
"왜... 왜 내가 이런 일을 당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지... 이젠 싫어! 이런 건 싫어!"
그때 미아 옆으로 한 사람이 다가왔다.
인기척에 미아는 고개를 들자, 자신을 내려다 듀랜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으, 의장님! 의장님, 부탁해요! 모두... 모두에게 제가 진짜 라크스라고 말해 주세요.!"
미아는 듀랜달의 다리를 매달리며 필사적으로 애걸했다.
하지만 듀랜달은 미아의 손을 뿌리치고 그대로 발길을 돌렸다.
"미아군... 아쉽지만 이렇게 되어 버린 이상, 이젠 자네는 내 계획에 필요 없게 되었네. 쓸모 없다는 말이네. 내 앞에서 사라지게."
그렇게 내뱉은 냉혹한 듀랜달은 그대로 미아의 앞에서 사라졌다.
"그, 그런...! 으, 의장님! 저를..., 저를 제발 버리지 마세요!"
미아는 정말 필사적으로 애원했지만 이미 듀랜달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고, 남겨진 것은 미아에 대한 관객들의 심한 욕지거리뿐이었다.
"사라져라! 가짜 년!"
"죽어라! 가짜!"
관객들의 욕설은 어느새 증오와 살의로 가득 차 있었다.
"이제 그만해... 부탁이니까 더 이상..."
듀랜달의 후원을 잃은 미아는 일말의 희망도 남아 있지 않았다.
애절하게 눈물을 흘리며 벗어날 수 있도록 기도했지만 그 누구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다.
어느덧 주위는 완전히 어둠에 뒤덮였고 미아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신으로 그대로 그 세계에 남겨지게 되었다.
욕설의 파도는 사라졌지만, 미아의 머릿속에서는 그 울림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 헤집고 다니며 미아를 끊임없이 공격했다.
"이제... 싫어... 그만둬..."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미아에게 거의 영원히 지속되는 것 같이 느껴졌다.
눈물은 이미 메말랐고 마음도 갈기갈기 찢어져 버렸다.
그렇게 미아의 정신이 완전히 망가지려고 할 때, 어디선가 손이 나타나 미아의 어깨에 살며시 올려졌다.
"히잇!"
자신을 괴롭히려는 누군가가 나타났다고 생각한 미아는 두려움에 반사적으로 그 손을 지나칠정도로 격하게 뿌리쳤다.
그러나 뿌리쳐진 그 손은 다시 미아의 어깨에 부드럽게 감쌌다.
"...씨. 미... 씨... 미아씨..."
그리고 심한 욕설의 파도를 뚫고 미아를 향해 말을 걸어왔다.
"그, 그 목소리는 ... 라크스... 님...?"
갑자기 들려 오는 자신과 같은 목소리에 미아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래요. 저예요..."
미아의 대답에 응하듯 어깨에 놓인 손의 주인인 라크스가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미아씨, 괜찮아요...?"
"뭐죠... 이제와서 무슨... 당신도 의장과 똑같이 저를 조롱에 하러 온 건가요...? 좋아요. 원하는 만큼 저를 매도하고 비웃어요.... 어차피... 어차피 저는 ... 가짜니까요..."
라크스의 상냥한 말에 이미 피폐해진 미아는 체념한 듯 힘없이 대꾸했다.
그러나 그런 미아의 모습에 라크스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 그런 짓은 하지 않아요. 전 당신을 구하기 위해서 온 거예요."
"구하기...? 당신에게 그토록 심한 짓을 해 온 저를 구한다고 건가요?"
"그래요... 게다가 저는 당신을 결코 원망하지는 않아요."
"거짓말... 거짓말이야.... 그딴 건 믿을 수 없어..."
라크스의 말에 미아는 격한 갈등에 휩싸였다.
"정말이에요. 왜냐하면 당신은 저이잖아요? 그리고 저는 당신이니까요. 자기 자신을 구원하고 싶은 것은 절대 이상한 일이 아니잖아요?"
그렇게 말하고 라크스는 어깨에 감싼 손을 뻗어올려 미아의 머리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그 손은 매우 상냥하고 따뜻하게 미아의 피폐해진 마음을 순식간에 감쌌다.
"정말... 정말인가요...? 이런 저를 구해주는건가요...?"
"그래요. 제가 당신을 도와드릴게요..."
그렇게 말하고 라크스는 다시 미아에게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아... 흐으으윽..."
미아의 눈동자에서 메말랐던 눈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에는 미아는 울면서 라크스에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런 미아를 라크스는 강하게 껴안으며 환대했다.
어느새 그토록 심하게 미아를 괴롭던 머릿속의 울림은 사라졌고 그녀의 모습도 성형 뒤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어둠에 휩싸인 둘만의 공간에서 두 명의 라크스 클라인은 서로를 강하게 끌어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