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화 : 능력 전이-02 -->
“뭐, 뭐야?”
동하는 주변을 둘려보았지만,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
그때 또 다시 어디선가 동일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나가 부족해서 서클을 형성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누, 누구야? 어떤 새끼가 계속 장난치는 거냐고?”
동하가 주변을 둘러보며 소리를 질렀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반쯤 잠긴 창문 너머로 밖을 내다보았지만, 딱히 사람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마나가 희박합니다. 서클을 형성하려면 마나가 풍부한 차원으로 이동하세요.
“아니, 어떤 새끼가 계속 지랄이야?”
이쯤 되면 누가 이기나 어디 한번 해보자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동하는 목소리가 들려오기 무섭게 후다닥 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하지만,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사람 코빼기는 물론이고 개미새끼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하아!”
동하가 숨을 씩씩거리고 있을 때였다.
-경고! 바닥에 앉아 운기조식을 취하세요.
쿵!
동하는 얼빠진 표정으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이건 누군가 장난치는 것이 아니었다.
바로 자신의 내부에서 들려오는 것이었다.
소름이 돋았다. 17년 전 과거로 회귀한 것도 부족해 글자들이 눈앞에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거기에 한술 더 떠서 자신의 내부에서 이상한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는 것이다.
계속 이상한 일들만 벌어져서 그럴까?
이젠 어떤 일이 벌어져도 그리 놀라지 않을 것 같았다.
바로 그때였다.
그가 놀라서 바닥에 앉은 자세가 대충 무림의 고수들이 운기조식을 하기 위해 바닥에 앉은 것과 비슷했다.
단전 부근에 따듯한 기운이 일어나더니 순식간에 혈도를 타고 전신으로 퍼져 나갔다.
-운기행공을 시작합니다.
“어어?”
더 이상 놀라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한 게 1분도 되지 않아서였다.
동하는 생소한 상황에 소스라치게 놀라 바닥에서 일어서려 했다.
-움직일 수 없습니다. 운기행공 중에 움직이면 주화입마에 빠질 수 있습니다.
무협소설에나 등장할 법한 용어들이 마구 흘러나왔다.
동하도 남자이기에 무협소설을 읽은 적이 있었다. 주화입마에 빠지면 불구가 되거나 심하면 죽을 수도 있었다.
‘이, 이게 가능할 리 없잖아?’
동하는 거대한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이 시대에 무공이니 내공이니 하는 것들이 존재할 리도 없지만, 설령 있다고 해도 동하는 단연코 무공을 배운 적이 없었다.
하지만, 왠지 이걸 농담으로 치부하고 넘어가기에는 소름끼치는 일이었다.
지금까지 이보다 더 황당하고 불가사의한 일들을 겪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동하는 꼼짝없이 바닥에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 ☆ ☆
-운기행공을 마칩니다. 단전에 일성의 공력이 생겼습니다.
동하가 자리에서 일어설 수 있었던 건 대략 1시간 정도가 지나서였다.
그제야 혈도를 따라 전신 곳곳을 움직이던 따듯한 기운이 거짓말처럼 멈추었다.
몸이 조금 가벼워진 것 같았다. 단전에는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따듯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아주 생소한 기운이었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지, 진짜로 공력이 생긴 거야?”
하아!
이젠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동하는 돌아버리기 일보 직전이었다.
-전신을 스캔합니다.
또 다시 들려오는 괴음.
-불사지체가 복구되어 3%로 올라섰습니다.
-거인의 힘이 복구되어 2%로 올라섰습니다.
귀를 막아도 괴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동하는 자신의 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내공이니 마나니 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마당에 불사지체와 거인의 힘?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올 지경이었다.
이건 뭐, 애들 장난도 아니고.
하지만, 단전에 공력의 기운이 뚜렷하게 느껴지다 보니 불사지체와 거인의 힘 역시 마냥 무시하기 어려웠다.
세상에 아무 이유 없이 결과가 생겨나지 않는 법.
동하는 자신이 회귀를 하고, 글자들이 떠다니며, 판타지나 무협소설에 등장할 법한 일들이 벌어지는 것에 반드시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흐음. 그게 뭘까?”
마지막 순간에 9성급 S몬과 같이 죽은 것 외에는 특별히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호, 혹시?”
그러고 보니 9성급 S몬은 무공과 마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더구나 수십 개의 핵미사일에도 끄떡없을 정도로 그 방어막이 막강하지 않았던가? 시간을 다스릴 수 있다는 소리도 들은 기억이 있었다.
“그, 그렇다면 설마 내…… 내가 9성급 S몬?”
동하의 눈이 크게 치떠졌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9성급 S몬의 능력이 동하에게 전이된 것 같았다.
믿기 힘든 일이었지만, 그렇게밖에는 달리 설명이 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9성급 S몬과 함께 죽을 때 문제가 생겼던 게 틀림없었다.
죽기 직전에 스마트폰 액정에 있던 성혜를 보며 이맘때를 생각한 것도 맞았다.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까지 자신에게 벌어졌던 괴이한 일들이 모두 딱딱 맞아 떨어졌다.
동하는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밑으로 내려 자신의 두 손을 살펴보고 몸 이곳저곳을 만져보았다.
다행히 자신이 알던 최동하의 몸 그대로였다.
동하는 자신에게 엄청난 기연이 찾아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9성급 S몬의 능력이라니.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동하는 너무 기뻐서 주체하기 힘들 정도였다.
앞으로 힘이 없어서 죽을 일은 없을 것 같았다.
몬스터들이 침공해도 쉽게 당하지도 않을 것 같았다.
물론 막강했던 9성급 S몬의 능력에 비하면 지금 동하의 능력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서클은 생기지도 않았고, 공력은 일성 수준에 불과했다. 그리고 불사지체는 3%였고, 거인의 힘은 고작 2%였다. 아무리 9성급 S몬의 능력이 강해도 이 상태로는 1성급 그린몬조차 이기기 힘들 터였다.
“어떻게 해야 능력을 올릴 수가 있는 거지?”
지금까지 괴음이 무엇을 했다는 것만 설명해 주었지, 어떻게 수련을 하고 능력을 높이라는 말은 해 주지 않았다.
정작 가장 중요한 설명이 빠진 것이다.
불사지체와 거인의 힘은 알아서 복구가 되는 건가?
하지만, 단전이 생기고 공력이 일성 수준으로 올라서고 나서야 불사지체와 거인의 힘이 조금이라도 복구된 것 같았다.
“그럼 공력을 높이고 서클을 만들어야 올라가는 건가?”
동하는 혹시 몰라 이렇게도 말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았다. 아마 지나가던 사람들이 보았다면 영락없이 미친놈이라 생각했을 것이었다. 동하는 마음속으로 질문도 걸어 보았지만, 더 이상 괴음은 들려오지 않았다.
“끙!”
하늘 높이 올라갔던 마음이 순식간에 곤두박질쳐지는 기분이었다.
이놈의 괴음은 너무도 불친절했다.
아쉬운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일단 다시 괴음이 들릴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동하는 괴음이 들릴 때 혹시 말을 걸어 볼 생각이었다.
왠지 대화가 될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었다.
“킁킁! 근데 아까부터 이게 무슨 냄새지?”
어디선가 신맛과 달달한 향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차!
“냉면 육수!”
동하는 화들짝 놀라 반지하 방으로 내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