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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드 만물상점-26화 (26/167)

<-- 26화 :레벨업 -->

재수 없는 사람은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지는 법이다.

하지만, 운이 좋은 사람은 자다가도 떡을 먹기 마련이다.

동하가 지금 그랬다.

운이 좋다 못해 1등짜리 로또를 주운 것만큼 수지맞은 기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동하는 원래 서클을 형성시켜주는 약을 사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생각으로 정령의 관까지 갔다가 결국 눈물을 머금고 인벤토리만 사서 돌아오고 말았다.

모든 게 포인트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1서클을 형성시켜 주는 약이 3천 포인트였다. 무리해서 1서클 약을 살 수는 있지만, 사실 서클이 만들어진다고 바로 마법을 펼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던가? 마법 관련 주문들이 필요한데, 주문서는 따로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보면 1서클을 형성하고 마법 관련 주문서들을 구매하는 것으로 가지고 있던 포인트를 다 써야할 판이었다.

결국 동하는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가지고 있는 능력에 최대한 집중을 해서 다음 필드에 대비를 하고 포인트에 여유가 있을 때 마법 관련 아이템을 구매할 생각이었다.

한데, 마나가 감지되었다고 느닷없이 괴음이 들려왔던 것이다.

천국과 지옥은 그야말로 간발의 차이였다.

만약 동하가 서클을 만들고 마법 아이템을 구매했다면 아까운 포인트만 날렸을 것이었다.

동하는 괴음이 인도하는 대로 자세를 취하고 마나심법을 운용했다.

-1서클이 형성되었습니다.

동하는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마나심법은 운기행공과는 달리 누워서도 할 수 있고, 의자에 앉아서 할 수도 있었다. 동하는 의자에 앉아서 마나심법을 운용하는 쪽을 선택했던 것이다.

동하는 알 수 없는 기운이 심장 주위를 휘도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단전에 자리 잡은 공력과는 느낌이나 형태가 달랐다.

띠링!

-1서클 마법의 주문들이 각인 되었습니다.

-스펠 없이 시동어 만으로 1서클 마법을 펼칠 수 있습니다.

동하의 머릿속에 수많은 정보들이 밀려들어왔다.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동하는 마치 오래전부터 마법 주문들을 알고 있던 것처럼 익숙한 기분이 들었다. 당장이라도 시동어를 외치면 마법을 펼칠 수 있을 것 같았다.

동하는 잠시 생각을 했다가 호텔 안에서 펼쳐도 괜찮은 것을 떠올렸다.

“라이트!”

순간 그의 손바닥에서 강렬한 빛이 흘러 나왔다.

지속 시간은 대략 2분이었다.

원래 마법사들은 체력이 약해서 여러 번 마법을 펼치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상당한 피로감을 느끼지만, 동하의 신체는 특별했다. 그의 단전에는 공력이 자리 잡고 있었고, 불사지체와 거인의 힘으로 단단하기 그지없었다.

동하는 라이트를 몇 번 반복해서 펼쳤지만, 별로 피곤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주위에 마나만 충분하다면 육체가 피곤해서 마법을 펼치지 못할 일은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지구로 돌아간 이후가 문제였다.

서클이라는 것도 공력만큼이나 꾸준히 수련해서 능력을 높여나가야 하는데, 현실세계로 돌아가면 마나가 부족해서 과연 수련을 꾸준히 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어딘가?

동하의 몸속에 먼저 생긴 건 단전과 공력이었지만, 결국 앞서 나가기 시작한 건 마법이었다.

마법에는 머릿속에 각인이란 주문을 걸어 마법을 배우게 하는 일종의 패시브 스킬 같은 장치가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연습을 소홀히 할 수는 없었다.

마법은 머릿속으로 이미지를 그리고 주문을 걸어야 성공하기 때문이었다.

☆ ☆ ☆

창문 사이로 아침 햇살이 비쳐오고 있었다.

동하는 가부좌를 틀고 자리에 앉은 채 한창 운기행공에 열중하고 있었다.

내공을 높여주는 환단을 복용하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운기행공에 빠져 있었다. 자정부터 시작한 운기행공이 벌써 7시간째 계속되고 있었던 것이다.

번쩍!

동하의 두 눈이 떠졌다.

기광이 날카롭게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띠링!

-운기행공을 마칩니다. 10년의 내공이 더해졌습니다.

-공력이 2성으로 올랐습니다.

-공력이 3성으로 올랐습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10년의 내공으로 단숨에 공력이 3성까지 올라갈 줄은 생각도 못한 일이었다.

그래서일까?

평소보다 몸이 더 가벼웠다.

마치 깃털이라도 된 것처럼 구름에 붕 떠 있는 기분이었다. 10년의 공력을 얻었을 뿐인데도 이러면 20년의 공력을 얻으면 또 어떤 기분일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동하는 생각보다 빨리 공력의 힘을 끌어 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제 하루 종일 쇼핑을 하고 부지런히 발품을 판 덕분에 새로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내공을 높여주는 방식에도 여러 가지가 있었다.

동하가 처음에 구매하려던 약이 노멀 방식으로 된 환단이었다. 이건 초기 비용이 적게 들어간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고 있었다.

두 번째는 플러스 방식이라는 것이었다.

이는 말 그대로 10년짜리 환단을 복용하고 다음에 또 10년짜리 환단을 복용하면 20년의 내공을 얻을 수 있는 방식이었다.

확실히 노멀 방식보다 조건이 괜찮았다.

하지만, 노멀 방식에 비해 배는 더 비싸고 사용횟수도 2번까지 제한이 뒤따랐다. 그러니까 10년짜리 환단을 구매해서 내공을 높일 수 있는 횟수는 딱 2번까지였다. 그 이후에는 무조건 년차가 다른 것으로 구매해야 효과를 볼 수 있었다. 5년짜리 환단을 복용해도 상관이 없고, 15년짜리 환단을 구매해도 상관없었다.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하듯 한번 선택한 방식은 나중에 바뀌지 않는다.

처음에 비교적 저렴한 노멀 방식의 환단을 복용했다가 나중에 플러스 방식의 환단을 복용하면 효과를 전혀 얻을 수 없다는 뜻이었다.

이런 방식이 무림관에만 적용된 건 아니었다.

마나와 서클 역시 두 개의 방식으로 되어 있었고, 불사지체와 거인의 힘과 관련된 것은 다른 쪽으로 제한이 가해져 있어서 어느 종족이든 비슷한 조건의 레벨링 시스템이 적용되어 있었다. 포인트가 부족한 사람은 레벨업 하기 쉽지 않았다. 오히려 계속 제자리걸음만 하기 일쑤였다.

가장 좋은 건 한 번에 영약과 영단으로 공력을 높여주는 것이었다.

영약과 영단은 두 가지 방식에 상관없이 효과를 볼 수 있었다. 물론 그만큼 가격이 비싸서 그림에 떡이라는 게 문제긴 하지만.

아무튼, 동하가 선택한 방식은 플러스였다.

10년짜리 내공이었지만, 그 가격은 노멀 방식에 비해 2배가 넘는 5천 포인트였다.

초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노멀 방식에 비해 배가 넘게 비싸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득이라 할 수 있었다. 만약 동하가 자세히 알아보지 않았다면 노멀 방식의 환단을 사고 두고두고 후회했을 것이었다.

동하는 10년짜리 플러스 환단 하나에 가지고 있던 포인트를 대부분 소비하고 말았다.

그로 인해 끝내 무공 초식을 사지 못했다.

그래도 아예 답이 없는 건 아니었다. 다음 필드에서도 근딜 계열의 능력자처럼 맨몸으로 해결하는 방법이 남아 있었다.

동하는 불사지체와 거인의 힘의 능력도 각각 5%씩 올려놓았다.

원래는 각각 3%씩 올릴 생각이었지만, 다음 필드에도 근딜 계열로 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불사지체와 거인의 힘의 능력을 좀 더 끌어올릴 수밖에 없었다.

각각 8백 포인트씩 해서 6,600포인트를 사용한 상황.

인벤토리를 산다고 쓴 100포인트까지 포함해서 지금 현재 남아 있는 포인트는 637포인트 밖에 없었다.

마법 1서클

내공 3성. 무공 초식은 없음

불사지체 8% 복구

거인의 힘 8% 복구

이것이 지금 현재 동하의 능력치였다.

아직 염동력은 건드려볼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실 염동력 부분도 탐이 나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실생활에 더 밀접한 연관이 있어서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할까……?”

고민이 되는 순간이었다.

권법이나 장법 중에서 500포인트 정도면 살 수 있는 것들이 있긴 있었다.

물론 위력이 그렇게까지 뛰어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삼류무공의 허접한 쓰레기도 아니었다. 일류 무공과 이류무공의 중간 정도?

무엇보다 권법이나 장법은 접근전에 유리해서 어찌 보면 근딜 계열과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었다.

“그럼, 권법이나 장법 중에서 하나만 살까?”

하지만, 그렇게 되면 생활관에서 아무것도 살 수 없었다.

동하는 이래저래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어느 하나 포기하기 힘들었다.

바로 그때였다.

띠링!

-내공이 3성 이상부터 초식 수련이 가능해집니다. 검법, 도법, 권법, 장법, 지법, 금나수 조법 중 선택할 수 있습니다.

불친절하기 그지없는 괴음이 선택하란다.

괴음이 처음으로 동하의 의사를 물어오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동하는 고민할 것도 없이 권법을 외쳤다.

띠링!

-백보신권을 다운로드 합니다.

동하의 눈앞으로 백보신권의 초식들이 쫘르륵 펼쳐지고 모든 자세와 동작들이 자동으로 기억되었다.

백보신권.

한 번 주먹을 휘두르면 백보 밖의 바위를 가루로 으스러뜨릴 수 있다는 전설의 권법이었다.

원래 무공은 초식 수련이 마법보다 늦다.

하지만, 스마트폰에 녹아 있는 프로그램을 찾지 못했다면 아무리 공력이 3성이 되었다고 해도 무공 초식이 전해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었다. 내공 수련과 관련된 프로그램은 동하의 몸속에 녹아 있었고, 초식 수련과 관련된 프로그램은 스마트폰에 녹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야말로 천운이라 할 수 있었다.

서클에 이어 무공 초식까지.

우연이 반복되면 운명이라고 했다.

동하는 드디어 본격적인 9성급 S몬의 능력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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