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이드 만물상점-64화 (64/167)

<-- 64화 : 차원의 관리자들-01 -->

역시 생각대로였다.

능력의 합성이 가능했다.

예측 안경의 능력으로 동하는 이전 생애에서 보았던 기억들을 좀 더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떠올릴 수 있게 됐다.

이전 생애의 기억이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모두 미래의 일이 아닌가?

예측 안경은 동하의 기억과 생각을 자세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렇게 예측 안경의 능력을 활용해 기억을 구체화시킨 다음, 매직 카메라의 능력으로 사진을 찍었다.

찰칵!

사진을 현상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오히려 그것보다 더 확실하게 동하의 머릿속에 피사체가 각인이 되었다.

결국 동하는 두 개의 능력을 합성해서 새로운 자동차를 복사하는 것도 성공했다.

“으흐흐.”

동하는 눈앞의 자동차를 보고 황홀한 나머지 절로 웃음이 흘러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동하가 복사한 자동차가 람보르기니 모델 중 16억 원 정도 한다는 레벤톤이었기 때문이었다. 레벤톤은 앞으로 몇 년 후에야 출시되는 차였고, 지금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모델이었다.

그래서 더 특별했다.

이건 오직 세상에서 오직 한 대 뿐인 차였다.

동하는 예측 안경으로 기억을 좀 더 자세히 만들긴 했지만, 내부 장식과 인테리어는 약간 틀린 부분이 있었다. 실제의 차를 스캔하고 복사한 것이 아니기에 당연한 현상이었다.

만약 예전 같았다면 절대로 복사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었다. 아마 ‘복사 오류’라고 떴을 것이었다. 원래는 원본하고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복사가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동하의 몸으로 아이템의 기운이 흡수되면서 그 능력이 크게 증폭이 되었던 것이다.

지금처럼 틀린 부분이 있어도 복사가 되는 건 물론이고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은 동하가 원하는 대로 바꿀 수도 있었다.

부분 변경.

한마디로 ‘페이스 리프트’라 할 수 있었다. 페이스 리프트란 자동차 모델을 변경시킬 때 앞부분과 뒷부분을 거의 신차에 가깝게 바꾸는 것을 말한다.

풀 체인징과는 거리가 멀지만, 이런 식으로 외관과 실내 장식을 바꾸면 또 하나의 차를 복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것도 능력이 증폭되면서 생겨난 현상이었다.

“이제 집으로 가볼까?”

동하는 습관적으로 차를 타고 공간을 이동하려고 했다.

한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굳이 차를 탈 필요가 없었다. 동하는 이미 만능 자동차의 능력을 흡수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굳이 차를 타지 않고도 공간이동을 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동하는 람보르기니를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집을 떠올렸다.

순간 예측 안경을 썼을 때와 똑같이 눈앞이 하얗게 변하더니 어느새 동하는 집 근처로 이동해 있었다.

동하는 조금씩 공간이동에 대한 제약이 사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곧 동하가 점점 9성급 S몬의 완전체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 ☆ ☆

달동네는 블랙홀이라 할 수 있었다.

한번 달동네로 오면 이곳에서 벗어나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간혹 운이 좋아서 빠져나간다 해도 그건 시간이 짧게는 몇 년에서 길면 십여 년 이상은 지나야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일까?

동네 사람들이 아침부터 이사하는 데 모여들었다.

축하 인사를 건네는 사람도 있었지만, 시기하고 질투하며 험담을 늘어놓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동하의 가족들은 이사하는데 정신이 없었다. 짐은 그리 많지 않아서 1톤짜리 용달차 한 대로도 충분했다.

용달차 아저씨는 제법 경험이 많았지만, 이렇게 단출한 이삿짐은 처음이었다.

하다못해 옷장 하나, 세탁기 한 대 보이지 않았다.

이런 경우는 가구와 가전제품을 새로 산다고 봐야 한다.

“헛헛. 학생들은 좋겠어. 이런 곳에서 아파트로 이사 가는 것도 대단한데, 세탁기며 냉장고 그리고 가구를 모두 새로 사나 봐.”

“헤헤!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

“우리 같은 사람은 딱 보면 바로 견적이 나오지.”

보통 이사를 하면 저녁때쯤 되어야 대충 마무리가 되는데 이건 짐이 별로 없다 보니 오전 안에 끝날 것 같았다.

“어디보자…… 이것들만 모두 옮기면 끝인가?”

용달차 아저씨가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옆에 쌓여져 있는 라면 박스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짐은 별로 없죠? 하지만, 라면 박스들은 혼자 들기 어려울 거예요. 그 안에 언니와 제 책들이 잔뜩 들어 있거든요.”

“헛헛! 무거우면 얼마나 무겁다고.”

용달차 아저씨가 호기로운 표정으로 라면 박스를 한 번 들었다가 하마터면 헛바람이 튀어 나올 뻔했다.

정말 무거웠다.

설마 이렇게 커다란 라면 박스 안에 책을 잔뜩 집어넣었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보통은 이런 크기의 박스에는 절반 정도만 채워 넣고, 조금 작은 박스에는 잔뜩 집어넣는다.

“쯧쯧, 이렇게 무겁게 만들면 누가 이걸 들어?”

“그러니까 제가 무겁다고 했잖아요. 라면 박스를 구하기 어려워서 어쩔 수 없이 책을 잔뜩 집어넣을 수밖에 없었어요.”

“그것도 그렇군.”

“힘드시면 저 옆에 있는 작은 걸 드세요. 큰 것들은 오빠가 들어도 되니까.”

“쯧쯧, 그건 학생이 잘 몰라서 하는 소리야. 우리 같은 사람은 이런 일에 익숙해서 무거운 걸 드는 요령이라도 있지. 우리가 무겁다고 생각하는 건 일반 사람들은 절대 들지 못해. 자칫 허리가 나갈 수도…….”

하지만, 용달차 아저씨가 말을 하다 말고 눈이 커다랗게 치떠졌다.

동하가 커다란 라면 박스 위에 두 개의 라면 박스를 척척 올려놓더니 별로 힘든 표정 없이 번쩍 들어 올리는 것이 아닌가?

허걱?

눈이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저, 저 청년이 방금 말한 학생 오빠인가?”

“예.”

“설마…… 저것들 모두 빈 상자는 아니지?”

“에이, 그럴 리가요. 저 라면 박스에도 책이 잔뜩 들어 있어요.”

“세, 세상에.”

“그러니까 우리 오빠가 힘이 세다고 했잖아요.”

미현도 동하가 그렇게 힘이 세고 천하장사의 뺨을 후려갈기고도 남을 정도인지는 어제 처음 알게 되었다.

그건 동하가 늦게 집에 돌아오고 난 다음의 일이었다.

하루 종일 세 명의 여인이 짐을 싸고 한쪽에 정리해 두는 것도 어려워서 쩔쩔 맸다.

한데, 동하는 너무 가볍게 번쩍 들더니 20개나 되는 라면 박스를 혼자서 지하실 입구에 가져다 놓는 것이 아닌가? 나중에는 양쪽 어깨에 두 개씩 얹어 놓고 지하실 계단을 오르는데 기가 질리다 못해 눈을 의심할 지경이었다.

“맙소사.”

“오, 오빠. 무…… 무슨 힘이 그렇게 세?”

“아, 이거? 미국에서 꾸준히 운동했더니 그런가? 나름 가벼운데?”

순간 미진과 미현이 꽥 하고 소리를 질렀다.

“오빠! 계속 말도 안 되는 소리 할 거야?”

“오빠 몇 개월 전만 해도 뚱뚱했었거든?”

☆ ☆ ☆

이사는 용달차 아저씨의 예상대로 정오가 되기도 전에 모두 끝났다.

점심을 먹고 1시부터 가전제품과 가구들이 온다고 하는데, 그건 굳이 동하가 없어도 상관없는 일이었다.

동하는 가족들에게 약속이 있다고 양해를 구하고 집을 나섰다.

오늘은 나름 역사적인 순간이 아니던가?

어쩌면 공간이동에 새로운 이정표를 기록할 날일지도 몰랐다.

동하는 사진관에 들려서 어제 맡겼던 사진과 필름을 찾았다.

단지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곳에 묻어 있던 여러 가지 추억과 정보들이 동하의 머릿속으로 흘러 들어왔다.

이것은 매직 카메라에도 없던 능력이었다. 아무래도 동하가 매직 카메라의 기운을 흡수하면서 그 능력이 증폭이 되며 새로운 기능이 생겨난 모양이었다.

“아!”

동하의 입에서 짧은 탄성이 터졌다.

현상한 사진을 보자 남궁세가의 가주와 장로들이 단 열 명의 차원의 관리자들 손에 피를 토하며 패하는 모습이 동하의 머릿속에 파노라마처럼 촤르륵 펼쳐졌다.

“그렇군.”

대충 알 것 같았다.

사진 속의 분위기와 동하가 읽어낼 수 있는 정보는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 같았다.

최근 남궁세가에서는 남궁혜 한 명만 남은 채 모든 사람들이 노예로 끌려갔다고 하지 않았던가?

당연히 남궁세가에는 쓸쓸함과 적막감이 감돌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사진 속에도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 만약 사진 속의 분위기가 긍정적이었다면 동하가 읽을 수 있는 추억이나 정보도 덩달아 긍정적인 것으로 바뀌었을 것이다.

그리고 사진 속에 남궁혜도 있었다면 더 많은 추억과 정보를 얻었을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공간이동을 하는 데 성공할 확률이 좀 더 높아졌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건 그녀의 잘못이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셀카 찍는 법을 가르쳐 주지 않은 동하의 실수였다.

“좋아.”

동하는 아쉬운 대로 공간이동을 시도해 보았다.

사실 이것만으로도 처음보다는 조건이 많이 좋아진 상태였다.

동하는 사진 속의 남궁세가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정신을 집중했다.

하나 눈앞에 공간이 일렁이거나 하얗게 변하지 않았다.

동하는 매직 카메라의 능력을 이용해 사진을 스캔했다. 그리고 예측 안경의 능력을 활용해 남궁혜가 사진 속에 있다고 상상을 했다.

능력의 합성이었다.

순간 어린 남궁혜가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며 아빠와 술래잡기 하는 영상이 펼쳐지는 것이 아닌가?

동하는 잠시 흠칫 놀랐다.

왠지 사진을 찍기 직전에 남궁혜가 그런 상상을 하며 기억을 떠올린 것 같았다.

바로 그때였다.

드드드드.

사진이 금방이라도 찢어질 듯 마구 흔들리기 시작했다.

동하는 사진을 잡은 손에 더욱 힘을 주고 정신을 집중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갑자기 눈앞이 하얗게 변하더니 동하의 몸이 공간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 ☆ ☆

남궁세가.

5대 세가 중 하나로 무림 종족 내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한때는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여기저기 잡초가 무성하고 건물의 처마가 낡아서 부서지고 떨어져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마저 풍겼다.

그건 주변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남궁세가는 번화가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엄밀하게 말하면 남궁세가를 중심으로 수천 개의 집과 시장 그리고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고 해도 무방했다. 그것만 봐도 이곳이 한때는 크게 떠들썩했던 곳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하나 지금은 거리에 지나다니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시장에도 물건을 파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더구나 집집마다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고 먼지만이 잔뜩 쌓여 있었다. 마치 마을 전체가 유령의 마을이라도 된 것처럼, 적막함 그 자체였다.

지이잉!

공간이 열리고 동하가 모습을 드러냈다.

‘성공이다.’

드디어 공간이동에 새로운 역사가 새겨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동하는 재빨리 은둔술로 자신의 몸을 주변과 동화시켰다.

순간 동하의 몸은 한 줄기 바람이라도 된 듯 투명하게 변해 결국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실로 대단한 능력이었다.

60% 수준으로 회복된 은둔술의 위력은 예전하고는 비교할 수 없었다.

예전에는 30초 이상 사용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1시간 이상 사용할 수 있었고, 쿨 타임은 고작 10초 밖에 되지 않았다.

이 정도면 페널티가 거의 사라졌다고 봐야 한다.

동하는 은둔술을 펼친 상태에서 공력을 끌어 올려 주변의 소리에 이목을 집중시켰다.

다행히 주변에는 사람의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제야 동하는 은둔술을 풀고 남궁세가 안으로 들어갔다.

동하는 아직 무림 종족의 언어에 능숙하지 못했다.

이곳에는 언어가 저절로 해석되는 마법진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서 다른 사람을 만나면 자신의 정체가 바로 탄로 날 수 있었다.

더구나 이곳에는 차원의 관리자들이 있다고 남궁혜가 말하지 않았던가?

남궁세가는 물론이고 주변을 이루는 집들의 풍경이 마치 중세 중국의 모습 같아서 동하는 호기심이 들었지만, 가급적 사람들과 만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동하는 앞으로 이곳에서 만물상점으로 들어갔다가 이곳으로 나올 생각이었다.

이것으로 동하는 마지막 하나 남은 고민거리도 해결하게 되는 셈이었다.

이제 지구와 관련된 흔적도 완전히 지울 수 있어서 동하는 지금보다 좀 더 안심하고 행동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남궁혜는 벌써 만물상점에 갔는지 세가에 없었다.

“쩝. 아쉽군.”

남궁혜를 놀라게 해 주려고 나름대로 깜짝 서프라이즈를 준비하고 온 건데, 아무래도 그건 실패한 것 같았다.

동하는 주인도 없는 집을 구경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다 싶어 만물상점으로 향했다.

처음으로 지구가 아닌, 다른 곳에서 접속하는 것이었다.

일말의 불안감이 들 수밖에 없었다. 만에 하나 지구 외에는 접속이 안 되면 굳이 공간이동을 해서 무림 종족의 행성까지 날아온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이었다.

하나 다행스럽게도 여전히 스마트폰 속의 베타테스트 어플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동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만물상점을 접속했다.

“응?”

만물상점의 공기가 평소와는 너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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