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이드 만물상점-102화 (102/167)

<-- 102화 : 스카우트 전쟁-02 -->

그건 충격과 경악 그 자체였다.

한차례 폭풍이 휘몰아친 기분이었다.

사람들은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회귀라니.

상식적으로 사람이 회귀를 한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

영화나 소설 속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서용훈 사장은 이제야 그동안 의아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모두 풀리는 기분이었다. 동하는 처음부터 관상을 볼 줄 알았던 것이 아니라 미래에서 왔기 때문에 미래에 벌어질 일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멤버십 카드와 M뱅크 역시 그런 것 같았다.

‘그렇다면 앞으로 나올 전 세계의 기술들을 모두 알고 있단 소리로군.’

이건 반칙이나 마찬가지였다.

서용훈 사장은 예전에도 동하의 무서움을 알고 있었다.

동하 때문에 대한그룹이나 새경텔레콤 같은 대한민국 굴지의 대기업들이 휘청거리기도 하고, 반대로 만년 꼴찌 기업이 날개를 달고 비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지구에서 유일하게 동하만이 앞으로 일어날 미래를 알고 있는 것 아닌가?

이제부터 세계의 경제가 동하를 중심으로 재편될 게 뻔했다.

동하와 손을 잡을 수 있는 곳은 승승장구할 것이고, 그렇지 못한 곳은 추락을 거듭해 끝내는 도태당할 것이었다.

동하와 척을 졌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한 서용훈 사장이었다.

미현은 문득 지난 몇 달 동안 동하의 행동을 떠올렸다. 천하에 둘도 없던 개망나니 오빠가 완전히 달라져 있지 않았던가? 설거지 한 번 해본 적이 없던 오빠가 갑자기 음식을 하질 않나, 주식부자가 되어 있질 않나, 대한민국 최고의 그룹들이 동하 앞에서 눈치를 보질 않나…….

그놈의 ‘미국 드립’을 믿은 건 아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회귀라니.

왠지 미국 드립보다 더 황당한 생각이 들었다. 한데, 신기하게도 회귀라는 공식을 대입하자 지금까지 미현이 품었던 모든 의혹들이 말끔하게 풀렸다.

유경은 처음엔 동하가 농담을 하는 줄 알았다.

하나 동하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진지했고, 자신의 소개로 학교 선배를 통해 벙커를 만들고 있지 않던가? 분명 괴수들이 침공할 줄 알고 미리 대비하려 했던 게 틀림없었다. 그러다 문득 그녀는 무언가 깨닫고 두 눈을 크게 치뜬 표정으로 동하를 쳐다보았다.

“동하 씨는 그냥 과거로 회귀만 한 게 아니죠?”

동하가 맨손으로 괴수들을 죽인 건 어떤 말로도 설명이 되지 않았다.

단순히 회귀만 했다고 괴수를 죽일 수 있게 되는 건 아니었다.

동하가 가볍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지경이 되어서 굳이 자신의 능력에 대해 숨길 이유가 없었다.

“유경 씨의 말이 맞아요. 제가 괴수들을 죽일 수 있었던 것은 몸속에 9성급 S몬의 능력이 전이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9성급 S몬? 그게 뭐죠?”

“지금 나타난 괴수들은 1성급 몬스터라고 합니다. 이전 생애에서는 가장 기초적인 능력을 지녔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죠.”

“마, 말도 안 돼.”

“그렇게 강한 놈들이 겨우 기초적인 능력을 지녔다고?”

“놈들의 몸에는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방어막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인류의 무기가 전혀 통하지 않는 것이죠.”

“하지만, 동하 씨는 괴수들을 맨주먹으로 죽였잖아요.”

“그건 제가 1성급 몬스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허세 작렬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나 유경과 혜주 그리고 미현은 이미 동하가 어떻게 괴수들을 때려잡았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본 터라 자신들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근데, 1성급 몬스터니 9성급 S몬이니 하는 게 다 무슨 뜻이죠?”

“이전 생애에서는 17년에 걸쳐 1성급 몬스터에서 9성급 S몬까지 점차 진화를 거듭하게 됩니다.”

“맙소사.”

사람들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다. 1성급 몬스터만 해도 무시무시하거늘 그보다 더 강력한 괴수들이 줄줄이 남아 있다는 말에 절망감마저 들었다.

“그, 그럼 동하 씨도……?”

“아직 놈의 능력을 모두 각성한 것은 아니지만, 하나씩 각성해 갈 때마다 능력이 강해지고 있는 건 맞습니다.”

동하는 잠시 고민했지만, 아무래도 말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 이후부터 동하는 이전 생애에서는 5년 후에 괴수들의 침공이 일어났다는 것, 그리고 인류가 17년 동안 괴수들과 전쟁을 벌이게 된 것. 그러는 사이 인간들 중에 능력을 각성한 사람이 나타나서 괴수들과 맞서 싸우게 되는 것, 하지만 끝내 9성급 S몬의 손에 모든 나라가 멸망에 이르고 자신 또한 어떻게 죽게 되는 것까지…….

동하의 담담한 목소리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사람들은 얼음이라도 된 마냥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

눈앞이 캄캄해지고 현기증이 일었다.

인류가 멸망을 한다는데 과연 의연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사람들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믿고 싶었다.

“도대체 9성급 S몬은 얼마나 강한데, 인류가 막아내지 못하고 멸망을 하는 건가요?”

“9성급 S몬은 그야말로 전지전능한 신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세상에 못하는 것이 없고 불가능한 영역이 없는 놈이죠.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도 있고, 사물을 꿰뚫어 볼 수 있는 힘도 있어요.”

“그렇다면 동하 씨에게도 이런 능력이 있는 건가요?”

“아직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은 없습니다. 사물을 완벽하게 꿰뚫어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동하는 9성급 S몬의 완전체에 70퍼센트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당연히 지금 놈들과 싸운다면 십중팔구 질 게 뻔하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아직 9성급 S몬이 나타나려면 시간이 한참 걸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동하는 그때까지 부족한 능력을 끌어 올려야만 했다.

그렇다고 마냥 안심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1차 침공도 5년이나 앞당겨졌는데, 9성급 S몬 역시 얼마나 시간을 앞당겨서 세상에 나타날지 예측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당장 눈앞에 닥친 일을 해결하는 것이 먼저였다

“조만간에 업그레이드된 놈들이 나올 겁니다. 이전 생애에서는 그놈들을 1성급 S몬이라고 불렀는데, 1성급 몬스터보다 몇 배는 더 강합니다.”

“그, 그건 또 무슨 말이에요?”

“이전 생애에서는 2년 뒤에나 나오는 패치 업그레이드가 이번에는 2주 뒤에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소리입니다.”

☆ ☆ ☆

유비는 제갈량을 얻기 위해 삼고초려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대통령은 동하를 청와대로 부르지 않고 자신이 직접 동하를 찾아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대통령은 보안을 위해 극비리에 움직였다.

비상시국임에도 경호 인력을 최소화했다. 평소처럼 대규모 인력을 동원하고 움직이면 단박에 대통령의 행적이 외부에 알려질 게 뻔했다.

대통령은 동하의 존재가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래도 대통령님, 경호 인력이 너무 부족합니다.”

“괜찮아요. 괴수들이 없는 루트로 움직이면 안전하다고 했던 사람이 비서실장 아닙니까?”

“그거야 그렇긴 하지만…….”

“그럼, 된 거 아닙니까? 미국이나 중국 등에서 최동하 군의 존재를 알아봐야 좋을 거 없습니다.”

괴수의 존재가 무엇인지는 누구도 알아내지 못했다.

어떤 이유로 동시다발적으로 전 세계에 나타난 것인지 과학적으로 규명할 수 있는 사람 역시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 거 하나는 괴수들을 죽이지 못하면 아무리 미국 같은 초강대국이라 해도 멸망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괴수들이 나타난 지역에서는 사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대통령은 모든 병력을 동원해서 괴수들이 다른 지역으로 넘어오지 못하게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지만, 지금으로서는 무척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공간이 열린 곳에서 계속 괴수들이 튀어 나오고 있어서, 놈들의 숫자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괴수들이 군대를 쓸어버리고 경계선 밖으로 빠져 나오는 건 시간문제였다.

그건 다른 나라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죽하면 시민들이 빠져 나오지 못한 도시에 핵폭탄을 투여하겠다는 말이 나오는 게 결코 우연의 일치는 아니었다.

한데, 핵폭탄을 사용하지 않고도 괴수들을 물리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당연히 국운이 걸린 일에 사활을 걸고 덤벼들 수밖에 없는 법.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서라도 동하를 손에 넣으려 할 게 뻔했다.

“그래도 대통령님, 최동하 군이 같은 민족의 고통을 외면하고 돈을 선택하겠습니까? 그건 배신입니다.”

“글쎄요. 그건 모르는 일입니다.”

지금은 감정에 호소하는 때는 지났다.

설령 동하가 돈을 택했다고 욕할 것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그 능력과 재능에 걸맞은 대우를 해주지 않고 무조건 싸게 이용해 먹으려는 것 자체가 도둑놈 심보나 마찬가지였다.

“비서실장, 나는 말입니다. 지금까지 국제 정세가 경제력이 강한 나라가 강대국으로 통했다면 앞으로는 왠지 괴수들을 이길 수 있는 힘이 있느냐 없느냐로 재편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게 그거 아닐까요? 소위 강대국에는 막강한 무기들이 있지만, 개발도상국에는 변변찮은 무기들밖에 없으니까요.”

“그래서 지금 미국이나 러시아 등에서 괴수들을 죽였다는 뉴스가 나왔습니까?”

“그건 아닙니다만…….”

“바로 그겁니다. 괴수들은 어째서인지 무기가 통하지 않습니다. 여기에 있어서만큼은 강대국이나 개발도상국이나 별 차이가 없다는 겁니다.”

“그렇군요.”

비서실장이 마음속으로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예전부터 대통령은 남다르게 국제 정세에 해박한 지식이 있었는데, 이번에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대통령은 단순히 동하의 능력을 높이 사서 괴수들과 맞서 싸우려고 하는 것이 아니었다.

어쩌면 괴수들과 맞서 싸울 수 있는 능력자를 가지고 있는 나라가 강대국이 되고 세상의 중심이 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자원이 부족하고 언제나 강대국의 틈바구니 틈에 끼어 샌드위치 신세나 다름없는 대한민국에게는 하늘이 주신 기회나 마찬가지였다.

☆ ☆ ☆

강승민 회장은 새벽이 이렇게까지 길게 느껴지긴 처음이었다.

그는 간밤에 혜주의 연락을 받고 무사하단 것은 알고 있었지만, 밤새도록 텔레비전에서 전해지는 속보에 점점 초조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달이 차고 시간이 지날수록 사상자의 숫자가 계속 늘어만 가고 있었다.

“여보, 아직 혜주에게 연락이 없어요?”

유해인 여사는 이제 울기 일보직전이었다.

해가 뜬 지 한참이 되었는데도 아직 혜주에게 연락이 없었다.

이대로 시간이 조금만 더 흐른다면 아마 미치고 말 것 같았다.

바로 그때였다.

따르릉!

강승민 회장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려댔다

“여보세요?”

-아빠.

순간 유해인 여사가 재빨리 가로챘다.

“혜주야! 정말 혜주니?”

-엄마, 걱정했어?

“아이고, 이것아. 지금 연락을 하는 거야. 아빠하고 엄마는 네가 잘못된 줄 알고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미안해, 엄마. 진작 연락을 하고 싶었는데, 압구정동을 빠져 나온다고 정신이 없었어.”

“압구정동을 빠져 나왔다니 그게 무슨 소리니?”

“우린 무사해. 지금 대한전자 서초사옥으로 가고 있는 중이야.”

“네가 거길 왜 가? 압구정동을 빠져나왔으면 곧장 집으로 와야지.”

“그럴 수 없어. 지금 동하 씨하고 같이 있는데, 누구보다 동하 씨하고 같이 있는 게 가장 안전하단 말이야.”

“동하 씨?”

유해인 여사는 처음 듣는 이름이라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강승민 회장은 귀가 번쩍 뜨였다.

그는 곧장 유해인 여사의 손에서 핸드폰을 빼앗아 들고 혜주에게 말했다.

“진짜 동하라는 사람과 같은 있는 게냐?”

“아저씨가 한남동에 나오셨거든. 그래서 동하 씨에게 간청을 해서 지금 서초동으로 가고 있는 거야.”

“알겠다. 나도 갈 테니까 잠시만 기다려.”

“아빠도 오겠다고?”

“가야지.”

괴수들 때문에 세상이 어수선했지만, 그렇다고 회사 등을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 ☆ ☆

괴수의 시대는 제4의 물결이라고도 불렸다.

괴수들이 침공한 이후 인류의 삶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누구라도 망설이지 않고 두 가지를 뽑을 것이었다.

하나는 능력을 각성한 사람들이 나타나면서 모든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 된다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괴수들의 사체가 새로운 대체 에너지로 각광을 받으면서 인류의 문명은 급속도로 발전을 이룬다는 것.

그중 가장 핵심적인 분야는 무기 화학 분야였다.

비록 17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불과했지만, 그 성과는 지난 백년 넘게 쌓아온 무기 화학 분야를 뛰어 넘고도 남았다.

그건 곧 앞으로의 경제가 급속도로 무기 화학 분야로 재편이 된다는 뜻이기도 했다.

방위산업은 여러 기업에 분산되어 있는 게 특징이었다. 그건 곧 하나의 회사에서 여러 개의 무기를 만들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전차는 현미로템

자주포는 대한텔레스

장갑차는 대웅종합기계

총알은 한국화약

미사일은 넥스원

총은 대웅정밀기계

구축함 대웅해양조선과 현미중공업

이 많은 방위산업체 중 대한그룹의 계열사는 대한텔레스 하나뿐이었다. 심지어 총알과 총을 만드는 회사도 제각각 달랐다.

동하는 오래전부터 대한그룹의 방위산업을 이용해 무기를 만들고 싶어 했다.

자주포만 만들 수 있다는 단점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위력은 그 어느 것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괴수들을 효과적으로 잡을 수 있었다.

사실 동하는 간밤에 사체로 강화한 검으로 괴수들을 사냥했었다.

그때 실험을 하기 위해 힘을 주지 않고 검만 살짝 휘둘렀다. 과연 사체로 강화한 검이 결정체로 만들어 낸 보호막을 뚫고 들어갈 수 있을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결과는 절반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었다.

사체로 강화한 검은 한 번에 보호막을 뚫진 못했다. 하지만, 단단하기 그지없는 보호막에 조그마한 흠집을 만들어 낼 수 있었고, 몇 번이고 같은 곳을 내려치자 결국 와장창 요란한 소리와 함께 깨져버렸다.

역시 결정체를 품은 괴수들은 생각보다 강했다.

1성급 괴수들이 이 정도면 1성급  S몬은 더 힘들 것이었다.

그래도 당장은 이 방법 밖에 없었다.

자주포 겉면에 사체의 액체를 바르면 로켓 강화는 끝.

화력이 강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보호막을 박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이전 생애에서 인류가 만들어 낸 무기에 비하면 명함도 내밀지 못할 만한 솜씨였다.

하나 그러면 또 어떤가? 지금 인류가 가진 무기 중에 사체로 강화한 검보다 더 강력한 무기도 없었다.

“그게 정말인가?”

서용훈 사장과 서 회장의 얼굴에 호기심이 떠올랐다.

동하의 말처럼 앞으로의 미래가 그렇게 변한다면 대한그룹도 방위산업 위주로 바꿀 용의도 있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했습니다.”

동하는 공간을 열고 인벤토리를 꺼냈다.

“어?”

사람들의 눈이 크게 치떠졌다.

동하가 사용하는 인벤토리는 남성용 크로스백이었다.

공간 안에서 가방이 나온다는 건 듣도 보도 못한 전대미문의 일이었다.

그들이 신기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을 때 동하는 인벤토리 안에서 사체로 강화한 칼과 방패 그리고 옷을 꺼냈다.

“세, 세상에…….”

저 작은 가방에 이 많은 물건들이 나올 수 있다니.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방금 제가 말한 사체로 강화한 무기들입니다.”

그때였다.

사장실 문이 열리고 대통령과 비서실장이 안으로 들어섰다.

☆ ☆ ☆

샌프란시스코 일대는 대피령이 내려진 상태였다.

마지막 경계선마저 무너져서 이제 괴수들이 밀어닥치기 일보직전이었다.

미국의 피해는 특히 더 심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린몬만으로 구성되었어야 할 1차 침공 몬스터 중에 불행하게도 블랙몬이 끼어 있었던 것이다.

놈은 필드 2관의 포식자 중 하나였던 자이언트 악어였다.

엄밀하게 말하면 놈은 1차 침공을 이끄는 보스라 할 수 있었다.

놈은 자이언트 악어 중에서도 유난히 컸다.

길이가 15미터가 넘는 초대형 괴물이었고, 피부 또한 다른 자이언트 악어보다 더 단단해서 굳이 보호막이 없어서 총알이나 미사일이 통하지 않았다. 하물며 보호막이 온몸을 보호해 주고 있으니 천하의 미군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으악!”

“아악!”

거리는 아수라장이나 마찬가지였다.

자이언트 악어를 본 사람들은 겁에 질려 제정신이 아니었다.

샌프란시스코를 빠져 나가려는 행렬에 대 혼돈에 빠졌다. 차도에는 차들이 길게 늘어서 끝이 보이지 않았다.

전투기가 날아오르며 십여 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하나 자이언트 악어의 몸에 닿기도 전에 미사일은 보호막에 가로막히고 말았다.

쾅! 콰르르릉!

그 충격으로 인해 건물이 부서졌다.

하지만, 자이언트 악어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쾅!

자이언트 악어가 꼬리로 건물을 후려 갈겼다.

순간 건물의 한쪽이 부서져 나가며 파편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그중 하나의 파편이 하늘을 날고 있던 전투기를 향해 쏜살같이 날아가는 것이 아닌가?

설마 이런 식으로까지 공격이 가능할 줄은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파괴력이었다.

조종사가 그것을 눈치 챘을 때에는 너무 늦은 뒤였다.

펑!

파편 조각이 정확하게 전투기 기체에 꽂혔다.

전투기가 공중에서 폭발을 일으키며 불꽃에 타오른 채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상황은 더욱 최악으로 치달았다.

남은 전투기들은 샌프란시스코 시민들이 탈출할 때까지 괴수들을 막으려 했지만, 끝내 자이언트 악어의 손에 하나둘 무너져버렸다. 그렇게 1시간이 흘렀을 때는 모든 전투기가 하늘에서 폭파되어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크아아앙!”

자이언트 악어가 승리의 포효를 내질렀다. 그와 동시에 그린몬들은 더욱 기세를 올리며 도시를 파괴해 나갔다.

-샌프란시스코가 무너졌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15미터 초대형 악어입니다. 놈의 손에 전투기들이 파괴되는 참사마저 벌어졌습니다.

속보는 빠른 속도로 전 세계로 송출되었다.

세계는 경악했고, 두려움에 휩싸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금세기 최강국인 미국이 침몰한 것은 전 세계가 침몰한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었다.

미국은 모든 방법을 동원했지만, 백약이 무효했다.

결국 백악관에서는 자이언트 악어를 상대하기 위해 핵폭탄을 투하할 마음까지 먹어야 했다.

이대로 종말이 오는 것 같아 종말론이 더욱 극성을 부렸다.

그때, 한 통의 전화가 CNN 본사로 걸려왔다.

“저는 한국지사 특파원인 제인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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