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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드 만물상점-131화 (131/167)

<-- 131화 : 만물상점의 새로운 주인-02 -->

어린 아이가 검을 휘두르면 위험한 법.

검은 훌륭한 무기지만 통제가 되지 않으면 자신이 휘두른 검에 자신이 다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지금 샤이언 종족의 상황이 그랬다.

그들은 자기가 휘두른 도끼에 발등을 찍힌 격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기계 골렘은 샤이언 종족의 최고 기술과 문명이 총집결된 최고의 걸작이었다. 특히, 기계 골렘의 근간을 이루는 액체의 능력은 타누스 박사가 가장 두려워하던 것으로 우주 말살 프로젝트에서 제외시켰던 이유이기도 했다.

시얀은 동하를 죽이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다 한 가지 결론을 찾아냈다.

자신과 타누스 박사가 설정한 프로젝트를 답습해서는 절대 동하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다른 무언가가 필요했다.

타누스 박사와 설정했던 프로젝트에서 없어야 하며 상대가 위압감을 느낄 정도의 엄청난 위력이 있다면 금상첨화였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바로 액체 종족의 능력인 금속 액체였다.

액체 종족.

그들의 근간을 이루는 건 금속 액체였다.

어떤 모습으로도 변형이 가능한 건 물론이고, 목이 잘려도 죽지 않고 심장이 파괴되어도 금세 본래의 모습을 회복했다. 그런 면에서 금속 액체야말로 불사의 능력을 지닌 괴수 종족보다 더 무서운 능력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금속 액체가 만능은 아니었고, 무적은 더더욱 아니었다.

무엇으로도 파괴할 수 없을 것 같은 금속 액체지만, 의외로 불에 약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샤이언 종족도 그런 점을 십분 활용해 강렬한 화기를 앞세워 액체 종족을 정복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액체 종족이 무조건 불에 약한 건 아니었다.

금속 액체를 무력화 시키려면 화기의 온도가 엄청나게 높아야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불사지체와 만나면 불에도 견딜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완전한 무결점의 능력으로 재탄생할 수 있었다.

타누스 박사는 그걸 경계했다.

샤이언 종족 말고 무결점의 능력이 생기는 건 좋지 않았다.

혹시라도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샤이언 종족 역시도 파괴할 수 없기 때문에 처음부터 우주 말살 프로젝트에서 제외시켰던 것이다.

한데, 시얀이 끝내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리고 말았다.

처음에는 그 역시 고민을 안 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액체 능력이 아니고는 동하를 잡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이것으로 우주 말살 프로젝트는 정점을 찍게 될 것이었다.

시얀은 기계 골렘으로 충분히 동하를 잡을 수 있다고 믿었고, 타누스 박사보다 더 위대한 업적을 남길 수 있으리라 자신했다.

하지만 시얀의 계획은 처음부터 어긋나고 말았다.

그건 아주 사소한 발상의 전환에서 시작된 일이었다.

대개 함정에 빠지면 누구나 벗어날 궁리부터 한다.

그건 동하도 마찬가지였다.

동하는 처음엔 기계 골렘을 파괴하고 만물상점을 벗어나는데 중점을 두었다.

하지만, 기계 골렘들의 프로그램을 해킹하고 놈들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모든 것이 달라졌다.

동하는 은빛 기계 골렘에 이어 다크 기계 골렘까지 해킹에 성공.

두 개의 기계 골렘을 모두 손에 넣었다.

무엇이든 처음 한 번이 어려운 법이다.

더구나 동하는 기계 골렘의 구조와 설계를 시얀보다 더 자세히 꿰고 있지 않은가?

동하는 다크 기계 골렘의 해킹은 굳이 꼼수를 부리지 않고도 란테와의 싸움에서 일방적으로 승리할 수 있었다.

그때부터 동하의 대대적인 반격이 시작되었다.

지금까지는 샤이언 종족의 공격을 일방적으로 받기만 했지만, 이제부터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었다.

“기다려라. 모두 죽여줄 테니까.”

☆ ☆ ☆

“저기 온다.”

“다들 준비해.”

F블록으로 들어서는 입구에 동하가 기계 골렘들을 끌고 모습을 드러냈다.

동하는 단순히 받은 걸 돌려주는 차원에서 끝낼 생각이 없었다.

차원의 관리자들을 죽이는 건 물론이고 만물상점을 빼앗아 샤이언 종족의 야욕을 꺾어 버릴 생각이었다.

삼십여 명의 차원의 관리자들이 동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이미 만반의 준비를 갖춘 상태였다.

통제 센터에서 이미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모든 차원의 관리자들이 현재 어떤 상황인 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팽팽한 긴장감이 전해지고 있었다.

귀로 들을 때와 눈으로 보는 것과는 다르다.

기계 골렘은 통제 센터에서 전해들은 것보다 더 위압감이 전해졌다.

확실히 쉽지 않은 상대라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차원의 관리자들은 아이템으로 온몸을 무장하고 있었다.

제아무리 동하의 능력과 기계 골렘들이 무서운 능력을 갖고 있다고 해도 그들 역시 아이템으로 능력을 한껏 업그레이드 한 이상 전혀 밀릴 게 없었다.

“빨리 끝내자고.”

“놈. 감히 여기가 어딘 줄 알고 마음대로 활보하고 다닌단 말이냐?”

차원의 관리자들은 손에 쥐고 있던 무기에 힘을 주었다.

부득부득 이를 가는 자도 있었다.

일격필살.

그들은 처음부터 가진 능력을 모조리 펼쳐내 단박에 동하와 기계 골렘을 끝장낼 생각이었다.

차원의 관리자들의 얼굴에는 비장한 기운마저 흐르고 있었다.

사실 기계 골렘을 동하에게 빼앗긴 것만으로도 그들에겐 충분히 치욕적인 일이었다.

한데, 동하는 도망을 가서 훗날을 도모하기는커녕 감히 버젓이 만물상점 안으로 들어오려 하고 있었다.

차원의 관리자들이 그 의도를 모를 리 없었다.

자존심에 엄청난 스크래치가 생기는 순간이었다.

차원의 관리자들은 단 한 번도 이렇게까지 무시를 당해본 적이 없었다.

그들은 이가 갈리고, 살기가 자신들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그들은 이거 하나만으로도 동하를 용서할 수 없었다.

더구나 만물상점은 샤이언 종족의 중요 거점 중 하나였다.

이곳에서 수많은 종족들을 훈련시켜 다른 행성을 공격하는데 사용할 도구로 만들기도 하지만, 샤이언 종족의 전사를 양성하고 있었다.

만물상점은 우주 말살 프로젝트의 핵심이었다.

당연히 만물상점을 빼앗기는 건 적에게 심장부를 내어주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감히 만물상점을 차지해 보겠다?”

“네놈의 생각이 얼마나 한심한 것이었는지를 똑똑히 가르쳐주마.”

그것이 더 차원의 관리자들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만물상점에는 차원의 관리자들이 백 명이 넘게 있었다.

숫자로만 따져도 100대 3이었다.

이건 애초에 싸움이 될 수 없는 일이었다.

동하의 옆에 남궁혜와 닌자 종족의 사람들이 뒤따르고 있었지만, 차원의 관리자들의 눈에는 그들이 들어오지 않았다.

하긴, 그럴 법도 했다.

남궁혜 등이 정상적인 몸이었을 때도 차원의 관리자들의 상대가 될 수 없거늘 하물며 지금은 기계 골렘과의 싸움으로 온몸이 상처 투성이였다.

그나마 동하가 사체의 액체로 만든 약을 발라 주어서 어느 정도 회복은 되었지만, 아직까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어디 그뿐인가?

만물상점에는 S급 아이템과 A급 아이템들이 넘쳐나고 있어서 필요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차원의 관리자들의 능력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었다.

“방어력이 높은 자는 앞으로.”

“신성 계열의 힐러는 옆에서 지원한다.”

“증폭 계열의 능력자는 뭐하고 있나? 어서 자리를 잡고 공격 계열의 능력자들을 보좌하지 않고.”

삼십여 명이 일사분란하게 자신의 능력에 따라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동하와 기계 골렘이 충분히 가까워졌을 때 일제히 공격을 퍼부었다.

이때만 해도 동하가 앞서 있고 기계 골렘들이 뒤를 따르는 형국이었다. 기계 골렘 뒤에 남궁혜 등이 있었다.

하지만, 적들이 공격을 퍼붓는 것을 기점으로 동하는 재빨리 뒤로 물러서고 기계 골렘들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콰콰콰콰!

가히 융단폭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마나와 공력, 그리고 염력 등 온갖 공격 계열의 능력들이 일제히 쏟아져 들어왔다.

여기에 증폭 계열의 능력자들이 힘을 더해 공격을 증폭시켜 주었다.

그렇게 우주의 운명을 건 건곤일척의 대전이 시작되고 있었다.

☆ ☆ ☆

펑! 과르르릉!

엄청난 폭음이 폭발했다.

지축이 흔들리고 만물상점이 들썩거렸다.

기계 골렘들은 피하지 않고 적들의 공격을 고스란히 몸체로 받아냈다.

그들의 뒤에는 동하뿐만 아니라 남궁혜 등이 있었기 때문에 기계 골렘이 일종의 방패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기계 골렘들의 거대한 몸체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휘청거렸다.

차원의 관리자들 개개인의 능력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게다가 아이템으로 온몸을 무장했으니 평소보다 더 능력이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융단폭격에는 제아무리 동하라도 견디기 어려울 터였다.

하물며 남궁혜 등은 두말할 나위도 없었다.

여기서 기계 골렘들이 부서져 나가면 몸을 회복하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 터.

그렇게 되면 남궁혜 등이 적들의 공격에 노출되기 십상이었다.

동하에게 믿는 구석이 없었다면 선뜻 만물상점을 빼앗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남궁혜 등도 처음에 동하에게 만물상점을 빼앗겠단 말을 듣고 너무 무모하다 생각했을 정도니 말이다.

동하는 두 손에 사체의 액체를 잔뜩 흡수한 상태였다.

사체의 액체를 몸 안으로 흡수하게 된 이후부터 그 능력이 대폭 올라가지 않았던가?

단순히 상처 부위를 치료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적절한 상황에 사용할 수 있다면 충분히 신성 계열의 힐러처럼 묘기를 부릴 수 있었다.

바로 이거였다.

동하는 신성 계열의 능력이 없었지만, 사체의 액체를 두 팔 가득 흡수해 신성 계열의 능력자로 각성한 것이었다.

츠츠츠.

동하는 재빨리 기계 골렘들을 향해 힐을 나누어 주었다.

순간 융단폭격을 받고 거대한 몸체에 쩍쩍 금이 가고 부서져 나가려던 기계 골렘들이 빠른 속도로 회복을 하며 정상으로 되돌아오기 시작했다.

드르륵!

톱니바퀴 소리와 함께 기계 골렘의 팔이 총으로 바뀌었다.

그와 동시에 귓전을 찢어발길 듯한 총성과 함께 거대한 총알들이 마구 난사했다.

차원의 관리자들 역시 어느 정도 대비가 되어 있는 상태였다.

방어력이 높은 자들이 가장 앞에서 방패를 들고 총알을 막고 있었다.

하나 밀려오는 충격을 다 흡수하지 못하고 조금씩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기계 골렘의 힘은 압도적이었다.

그들은 힘에서 밀리고 있었다.

차원의 관리자들은 이를 악물고 견뎌냈다.

여기서 자신들이 뚫리면 뒤에 있는 동료들이 고스란히 위협에 노출되기 때문이었다.

“빨리 증폭 능력 좀 보내달라고.”

“이러다 방패가 부서지겠어.”

“공격 계열의 능력자들은 뭣들 하고 있어. 어서 공격을 퍼붓지 않고.”

여기저기서 악다문 소리들이 뛰어 나왔다.

그 잠깐 기계 골렘들의 총을 방패로 막는 것만으로도 벌써 팔이 저려오고 온몸이 뻐근하게 아파올 정도였다.

기계 골렘의 능력치는 통제 센터에서 들었을 때보다 더 엄청난 것이었다.

아이템으로 능력을 업그레이드 했는데도 이 정도면 과연 아이템 없이 달려들었다면 결과가 어땠을지 상상만 해도 소름이 돋았다.

한데, 동하는 저런 무시무시한 기계 골렘을 하나도 아니고 둘씩이나 무너뜨리고 거기에다 프로그램까지 해킹했다고?

어이가 없어서 말이 다 안 나올 지경이었다.

그제야 그들은 기계 골렘의 뒤에 숨어 있는 동하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웠고, 사소한 동작 하나에도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콰콰콰콰!

다시금 공격 계열의 능력자들이 마나와 공력. 그리고 염력 등을 퍼부었다.

공격과 수비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게다가 힐러들과 증폭 계열의 능력자들이 옆에서 적절하게 보조를 맞춰 주고 있는 덕분에 그들의 공격과 수비는 몇 배나 더 위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기계 골렘들은 피하지 않고 적들의 공격을 모조리 받아냈다.

기계 골렘들의 거대한 몸체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또 다시 휘청거렸지만, 동하가 재빨리 사체의 액체를 흡수한 팔을 휘둘러 기계 골렘에게 힐을 퍼부어 주었다.

드르륵!

금세 정상을 회복한 기계 골렘들의 한쪽 팔이 특유의 톱니바퀴 소리와 함께 거대한 유탄발사기로 변했다.

“이, 이런 젠장.”

차원의 관리자들의 눈이 크게 치떠졌다.

그렇게 공격을 퍼부었는데도 저런 미친 회복 능력이라니.

숨이 턱턱 막힐 정도였다.

그들은 동하가 뒤에서 힐을 퍼부어 주고 있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다.

펑펑!

탕타타타탕!

비가 오듯 기계 골렘들의 공격이 쏟아져 내렸다.

한쪽 팔로는 총을 난사했고, 다른 팔은 유탄을 쏘아댔다.

주르륵!

연이은 공격에 방어 계열의 능력자들 사이에 균열이 생겨났다.

방패는 부서지기 일보직전이었고, 그들의 입술 끝에서는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신성 계열. 빨리 힐을 달라고.”

“제길.”

신성 계열의 능력자들이 입술을 깨물고 힐을 퍼부어 주었지만, 연이은 상황에 이러단 그들부터 나가떨어질 판이었다.

바로 그것이었다.

동하의 전략은 신성 계열의 능력자들의 힘부터 봉쇄할 생각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이 끊임없이 힘을 쓰게 만드는 것밖에 없었지만, 전략은 생각보다 효과적이었다.

기계 골렘은 오로지 탱커로 적들의 어그로를 끄는 역할에 불과했다.

과연 기계 골렘의 엄청난 회복능력에 적들은 지금까지 헛힘만 쓰고 있었다.

동하와 남궁혜 등은 조금의 타격을 받지 않은데 반해 적들은 방어 계열의 능력자부터 신성 계열의 힐러까지 계속 힘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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