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이드 만물상점-159화 (159/167)

<-- 159화 : 마지막 카운트다운-02 -->

각 나라의 정부는 1,2차 침공 때 있었던 강화 무기 악몽이 떠올랐다.

그때는 출시 국가 명단에 포함되는 것이 기본적으로 원하는 바였고, 그 외에도 무조건 1차 리스트에 포함되기 위해 무한 로비를 벌였었다.

당시 전 세계는 외교 전쟁을 벌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초기 명단에 들어가지 못한 나라의 경우 자국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이 악화되거나 국민 저항에 부딪치는 참사를 겪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무기를 강화하는 것.

얼마 되지 않은 근래의 일이었지만, 과거의 일처럼 멀게만 느껴졌다.

신인류의 등장으로 인해 더 이상 무기를 강화할 필요가 없게 되었고, 전 세계가 더 이상 대한민국에 대해 목을 맬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현재 인류에게 닥친 상황을 놓고 보았을 때 각 정부는 은근히 뒤가 켕겼다.

각 정부의 첩보기관에서는 대한민국에 ‘신인류의 시초’가 있다는 소문을 감지하고 난 상태였는데, 신인류와는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그들은 무기 강화 사업의 배경에도 신인류의 시초가 관여하고 있다는 것까지 알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게 아직 확인된 것은 아니었다. 신인류의 시초가 정말 존재하는 것인지, 그리고 신인류를 압도하는 엄청난 능력이 있는 게 정말인지는 모든 게 미스터리였다.

지금까지 신인류의 시초에 대해 각 정부의 입장은 부정적이었다.

그런 사람이 존재할 리도 없지만, 대한민국에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낸 거짓일 가능성이 높았다.

바로 그럴 때 즈음해서 다온그룹에서 강화 배터리를 출시했다.

물론 이것 역시 동하의 작품이었다.

동하가 마법의 용광로를 얻고 가장 먼저 강화한 것이 칼과 검이었다면 두 번째로 한 일이 바로 핸드폰 배터리 강화였다.

요즘처럼 배터리와 전기가 중요한 시대도 없었다.

지금 세계 곳곳에 전기가 끊기가 수많은 사람들이 어두운 지하실에서 지내고 있는 실정이었다.

사실 한번 파괴된 발전소를 복구하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 하물며 그 일대는 정전 사태로 모든 시설이 마비되어 버린다.

현대인들에게 전기는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다.

전기가 끊어지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설령 발전소가 파괴되지 않아도 전기를 공급하는 배선에 문제가 생겨도 정전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그렇게 이런 저런 이유로 세계 곳곳은 해가 지면 중세 시대처럼 주변이 온통 암흑에 휩싸였다.

그런 의미에서 강화 배터리는 세상을 밝힐 유일한 구원의 수단이었다.

한번 충전을 하면 30일 이상 사용할 수 있는 강화 배터리는 거의 모든 사회 분야에 두루 퍼져 나갔다. 일반 건전지와 핸드폰 배터리 그리고 자동차 배터리와 보조 발전기를 움직일 수 있는 미니 발전소에까지.

강화 배터리 사업은 단순한 사업 이상의 의미가 있다.

아직 인류가 사체를 녹여 사물을 강화한다는 생각까진 하지 못할 때였고, 혹시 그 방법을 안다고 해도 현재의 인류에겐 마법의 용광로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없었다.

그건 동하가 과거로 오게 된 그 시점 이후, 나비효과로 모든 것들이 앞당겨진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사체와 관련된 기술은 거의 동하가 독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동하의 이전 생애와 하나 다른 점은 동하가 기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전 생애보다 모든 시기가 앞당겨졌다는 것이다.

강화 배터리는 출시되자마자 매진 행렬을 이루었다.

배터리를 사기 위해 매장 앞에서 노숙을 하는 건 기본이고 자리다툼을 하다 칼부림이 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사건들은 수요가 많은데 반해 생산이 극히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들이다.

원래 동하는 세상이 지금보다 평화로웠다면 수정에게 MP3가 가능한 핸드폰이나 카메라 기능이 있는 핸드폰을 제안했을 것이었다.

당시에는 한창 MP3가 뜨고 있을 때였고, CD플레이어가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던 중이었다.

핸드폰과 MP3의 결합은 엄청난 파급효과를 만들어 낸다.

카메라 기능 역시 마찬가지다.

나중엔 전화 기능보다 카메라 기능을 더 중요시하는 사람들이 생겨날 정도였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우선순위라는 것이 있다.

지금은 편의 기능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사람들의 안전에 더 신경을 써야 할 때였다.

강화 배터리.

이것 역시도 혁신적인 일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전기를 발견했을 때보다 더한 광풍이 일 정도였다.

수많은 나라들이 구매를 원했지만, 실질적으로 판매가 된 것은 한국과 미국, 두 개 나라가 전부였다.

이것으로 다른 나라의 정부는 한 가지 사실을 분명하게 감지할 수 있었다.

미국의 대통령이 그렇게 위험한 시기에 대한민국으로 날아간 것이 지금처럼 의미심장하게 다가온 적이 없었다.

미국이 바보라서 대한민국을 지지한 것은 아닌 상황.

어쩌면 대한민국에 신인류의 시초가 되는 인물이 존재할 수도 있고, 그의 능력이 소문에 알려진 것보다 몇 배는 더 대단할 수도 있다는 것 또한 모두 사실일지도 몰랐다.

일각에서는 로우피림과 하이피림이 갑자기 사라진 배경 뒤에 신인류의 시초가 있다고 수군거릴 정도였다.

각 정부의 불안감은 점점 증폭되어 갔다.

특히 앞장서서 대한민국을 성토했던 몇몇 나라들은 로우피림과 하이피림이 침공했을 때보다 더 겁에 질려 있었다. 대한민국을 왕따 시킨 것이 ‘셀프 빅엿’이 되어서 각 정부를 옭아매는 족쇄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 ☆ ☆

‘자고 일어났더니 스타가 되어 있었다’는 말이 있다.

동하의 가족들이 지금 그 경우였다.

엄밀하게 말하면, 스타까지는 아니더라도 믿기 힘든 일이 일어난 건 맞았다.

그들은 살다 보니 이런 일도 다 있다는 생각에 어안이 벙벙할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텔레비전에서만 볼 수 있던 한국의 대통령과 청와대 보좌관들, 그리고 미국의 대통령과 참모들이 동하가 만든 벙커에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양국의 정상들이 하루에도 몇 번은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열었다.

그런 모습이 쉽게 적응이 될 리 없었다.

동하의 가족들은 미국의 대통령이 참모들과 함께 한국을 방문했다는 사실을 뉴스를 보고 알고 있었다. 이제 벙커에도 텔레비전이 나오고 라디오도 들을 수 있었다.

동하가 돌아와 벙커를 보수할 때 새로 설치했기 때문이었다.

그때는 그것만으로도 놀랍게 생각했다.

살다 보니 미국의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방문하는 모습을 다 본다며 동하의 가족들은 뿌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하지만 이게 웬걸?

단순히 대한민국을 방문한 게 아니라 벙커를 찾아온 것이다.

양국의 정상들이 처음 벙커를 방문했을 때는 다들 딱딱하게 얼어붙어서 한 마디로 하지 못했었다. 그나마 며칠이 지나고 났을 때는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서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해 지긴 했지만, 여전히 어려운 건 마찬가지였다.

동하의 가족들은 하루에도 깜짝 깜짝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특히 졸린 눈을 비벼가며 새벽에 화장실에 갔다가 우연히 거실에서 미국 대통령을 만나기라도 하면 눈이 번쩍 떠지고 잠이 확 달아났다.

처음에는 금방 떠나겠지 싶었지만, 전혀 그럴 기미가 없었다.

떠나기는커녕 오히려 온갖 살림살이들이 추가되었다. 더구나 양국의 정상들이 모든 정무를 벙커에서 처리했다.

“도, 동하야.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그냥 편하게 생각하세요.”

“그, 글쎄다. 이러다 갑자기 우리가 여기에서 나가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구나.”

“후후. 그런 일은 절대 없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 그렇다면 다행이다만…….”

가족들도 최악의 상황은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그건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알 수 있다.

미국 대통령은 동하를 대할 때면 정중하기 이를 데 없었고, 참모들 역시 동하를 무척이나 어려워했다. 심지어 한국의 대통령도 항상 동하에게 깍듯했다.

그에 반해 동하는 그들 모두를 너무 쉽고 편하게 대했다. 이래서는 누가 윗사람이고 누가 아랫사람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였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그 누구도 그런 동하의 행동에 불만이 없다는 것이었다.

동하의 정체를 알고 있는 미현의 경우에는 어렴풋이 그 이유를 짐작하고 있었지만, 다른 가족들은 어안이 벙벙할 일이었다.

벙커는 어느새 청와대와 백악관을 대체하는 상징으로 변해 있었다.

그야말로 대체 불가.

무엇으로도 벙커를 대신할 수 없었다.

벙커는 이제 노아의 방주를 넘어 세계의 중심으로 올라선 것이다.

하지만, 동하는 처음부터 양국의 정상들을 받아들일 마음은 없었다.

동하에겐 가족들이 먼저였다.

혹시라도 양국의 정상들이 벙커에서 지내면 벙커의 존재가 외부로 알려지는 건 시간문제였다.

하나 미국 대통령이 간곡히 부탁을 하고 한국 대통령까지 고개를 숙여가며 부탁을 하는데 동하 역시 한 발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게 더 일을 처리하는데 편했다.

특히, 연합 길드를 수련하고 멤버를 채워 나가는 일은 수시로 양국의 정상과 동하가 협의를 거쳐야 가능한 일이었다.

동하는 양국의 정상들에게 단단히 다짐을 받고서야 그들을 받아들였다.

절대 벙커의 존재가 외부로 알려지게 하지 말 것이며 만에 하나 벙커가 일반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만드는 쪽은 무조건 밖으로 내보내겠다고.

명백한 협박이었다.

하나 양국의 정상들은 두말없이 동하의 뜻을 수용했다.

☆ ☆ ☆

“동하 씨, 본사 지하에 작업장을 만들고 사업을 늘려나갈 생각이에요.”

“부평 공장은 핸드폰 배터리를 만든다고 했는데, 본사 지하는 어떤 배터리를 강화하는 겁니까?”

“자동차 배터리는 생각보다 수요가 많지 않더라고요. 대신 보조 발전기용 배터리 수요가 많아서 그쪽 생산을 늘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어요.”

동하에게 설명해 주고 있던 수정의 얼굴은 크게 들떠 있었다.

한국과 미국에만 판매가 되고 있음에도 주문이 밀려와 도저히 수요를 맞추기 어려울 정도였다.

지금이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아마 엄청난 투자를 통해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만들었겠지만, 언제 다시 괴수들이 나타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다온그룹은 그것이 못내 아쉬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배터리를 강화하는 데 그렇게 많은 설비나 인력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수정은 처음 동하에게 강화 배터리 사업에 대해 들었을 때도 대박이란 생각을 했었지만, 막상 시장에 출시가 되었을 때의 반응은 그녀의 상상을 100배는 뛰어넘었다.

-혁신의 아이콘 다온그룹.

-강화 배터리 사업으로 브랜드파워 수직 상승.

-각 정부에서 밀수입을 대놓고 권장할 정도로 강화 배터리는 문화 혁명을 불러오다.

시장의 반응은 고스란히 글로벌 기업 순위에도 반영이 되었다. 한 때 M뱅크로 대한민국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글로벌 기업 순위 100위 안에 간신히 들어갔던 다온그룹은 이번에 강화 배터리로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야말로 겹경사였다.

다온그룹은 축제 분위기였다.

급격하게 기울었던 그룹이 우뚝 일어서다 못해 전 세계를 정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룹 차원에서 모든 역량을 강화 배터리에 쏟아 붓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영원히 풀지 못할 난제도 있었다.

그건 바로 글로벌 기업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한 회사가 바로 대한그룹이기 때문이었다.

대한민국의 기업이 1, 2위를 차지한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었다.

하긴, 1위는커녕 100위 안에 들어간 것도 일전에 M뱅크로 대박을 쳤던 다온그룹이 유일한 기록이다.

대한그룹과 다온그룹의 엄청난 비상이었다.

기존에 상위권에 있던 그룹들이 괴수들의 침공으로 하나같이 몰락을 거듭한 반면 대한그룹과 다온그룹은 혁신적인 아이템을 발표하면서 세계의 문화를 이끌었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다.

국가 차원에서도 경사였다.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중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이 마냥 환상적인 일이라며 기뻐했다.

하지만 대통령은 물론이고 대한그룹과 다온그룹은 서로의 배경 뒤에 동하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결국 동하 한 명이 대한그룹과 다온그룹을 글로벌 기업 순위 1위와 2위로 올려놓은 것이었다.

다만 그런 사실이 외부로 전혀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었다.

동하는 철저히 자신의 존재를 감추었고, 몇 몇 관계자들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저…… 동하 씨?”

“예?”

“근데 말이에요.”

수정의 표정이 조심스럽게 변했다.

그녀는 예전부터 동하에게 유경의 존재를 묻고 싶었다.

다온그룹에서 강화 배터리 사업을 일선에서 지휘하고 있는 사람이 수정이라면 대한그룹에서 아이템 사업을 지휘하고 있는 사람이 유경이었다.

당연히 유경의 존재가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다온그룹과 대한그룹의 사이는 예전부터 앙숙과도 같았고, 사사건건 서로의 발목을 잡을 정도로 험악했다. 재계의 자존심도 걸려 있었지만, 동하만큼은 양보할 마음이 없었다.

동하의 나이 때문에 매번 수정을 구박하던 허은실 여사도 이제는 그룹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동하를 사위로 인정할 정도였다.

하지만, 수정은 끝내 아무것도 묻지 못했다. 동하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몰라 두렵기도 했지만, 지금은 한가하게 남자를 놓고 유경과 삼각관계를 벌이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아니에요.”

전략적인 후퇴였다.

여기서 강짜를 부려봐야 그녀에게 하등 도움이 되지 않았다.

대신 수정은 요즘 항간에 돌고 있는 소문을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게 정말인가요?”

“뭐가 말입니까?”

“대한민국에 신인류의 시초가 되는 사람이 있고, 그 능력이 하늘을 뒤엎을 정도라고 하는데…….”

수정은 아무리 봐도 신인류의 시초가 동하인 것 같았다.

대한민국의 재계는 물론이고 세계 기업 순위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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