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함정>
즐거운 마음으로 일을 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퇴근시간이 훨씬 일찍 찾아왔다고 느끼며 자매와 함께 ‘라그론의 숲’으로 향했다.
조금 수상한 자매긴 했지만, 자신이 위험할 상황에 처할 것이란 상상이 잘 가질 않았고, 또 예약 장소가 수도 한복판이었기에 아무 걱정 안 하고 맛난 걸 먹고 오기로 결정하였다.
시안이 식사를 즐기는 도중에 라샤와 키라트는 시안을 관찰하는 데 집중하였다.
시안은 식사가 마음에 드는지 처음부터 한껏 경계가 풀어진 느낌으로 대화에 임하고 있었다.
“아… 그러면 부모님은 지금 콘 왕국과 무역을 하는 상인이시라고요?”
“네. 지금은 상행에 나가계셔서 현재 저택에는 저희 둘과 가신들만 머물고 있답니다. 다행히도 주위에서 도와주시는 분이 많아 편한 생활을 하고 있지요.
아, 그리고 키랏, 사과드릴 일이 있지 않니?”
“아… 저번에 시안 경에게 폐를 끼쳤던 것을 사죄드리고 싶어요…….”
“죄송합니다. 이 아이가 부모님께서 자주 바깥으로 돌아다니시다 보니 외로움도 많이 타고… 장난기도 많아서…….”
키라트와 라샤는 기존에 정해진 각본대로 사과를 했다.
길거리에서 보이지도 않은 상태로 돌아다니는 것은 일반인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키라트가 조사하려고 기술을 쓴 것은 들키지 않았더라도 투명한 채로 돌아다닌 것에 대한 해명은 필요했다.
다행히도 나라샤 후작 측을 통해 투명화를 가능하게 하는 아티팩트를 구할 수 있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의 해명은 될 것이다.
“아, 괜찮습니다… 키랏 양, 랏 양. 그럴 수도 있지요. 저에게 하신 일 때문이라면 너무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애초에 피해본 것도 없는데요. 그리고 쓰러진 것에 대해서는 제 실수도 있으니 오히려 제가 죄송하지요.”
맛있는 식사에 기분이 좋아진 상태인 데다가 어려 보이지만 예의를 지키는 키라트의 모습에 시안도 어리다고 말을 놓지 않고 예의를 지키며 답하였다.
하지만 아무 생각 없는 시안의 대답에 두 자매는 흠칫 하고 놀랐다.
지금 이 이야기는 자신들이 스캔하려고 했던 것을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이런 건 예상에 들어있지 않았다. 이제까지 탐색에 쓰였던 미묘한 엑사르의 흐름을 반더가 알아챘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음… 시안 경? 키랏이 쓰러진 게… 시안 경의 실수라는 게 무슨 뜻인지요?”
라샤는 당황하지 않고 다시 물어보았다. 이자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알아보아야 한다.
이러한 라샤의 질문에 시안 경은 어리둥절하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음… 키랏 양이 엑사르 능력을 쓰신 걸로 사과하신 것이 아닌가요? 그런 거라면 괜찮습니다. 궁금해서 그러셨을 수도 있지요.”
시안은 슈빌 양을 본 적이 있기에 키라트 역시 엑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보아하니 자신에게 무언가를 하려고 한 것 같은데…….
듣기로는 엑서의 능력은 너무나도 다양해서 꽃이 필 자리에 열매를 맺게 할 수 있는 쓸데없는 능력부터 일정지역의 낮을 밤으로 바꾸어버리는, 말도 안 되는 능력까지 천차만별이라고 들었다.
그렇기에 열다섯 살의 어린아이가 자신에게 악의가 있어서 무언가를 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사과를 받은 것이다.
애초에 자신이 누군지 알고 그런 짓을 하겠는가?
키라트에게서 발현된 엑사르가 미약했기에 그렇게 생각한 것도 있었다.
어느 정도 대화를 통해 여기까지 알아낸 라샤와 키라트는 눈앞의 시안이 정확히 알지 못한 상태로 넘어간 것에 대하여서는 안심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러한 미약한 엑사르의 흐름을 눈치채고 튕겨내 버린 것에 대해 경계심을 높였다.
그 때문에 시안이 경계심을 가질까 봐 예상과 달리 추가적인 조사는 해보지도 못하고 식사를 마친 채로 시안을 돌려보내야만 했다.
라샤와 키라트는 편안한 마음으로 나왔는데 만만치 않은 일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저택에서 기다리고 있을 동료들과 이야기를 추가적으로 하기 위하여 발걸음을 옮겼다.
☆ ☆ ☆
“장로님, 나라샤 후작에게서는 연락이 왔습니까? 어떻게 하기로 했습니까?”
지하에 모여 있던 동료 중 하나인 케라탄은 가운데에 있는 5장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여기 모여 있는 모두가 그 녀석을 죽이지 못할 거라 생각하는 자들은 하나도 없다.
설령 열일곱에 그랑-반더인 대천재라고 해도 상관없다. 나이가 어리다고 칼이 박히지 않는 건 아니니까. 오히려 그 정도의 재능이라면 죽일 수 있을 만큼 약할 때 죽여 놓아야 한다.
단지 후작이 그 녀석이 로만가의 둘째라는 것을 밝혀낸 후 망설이고 있기 때문에 행동에 나서지 못하는 것이다.
자신을 바라보는 눈동자들을 느끼며 5장로는 후작과 하고 온 이야기를 떠올렸다.
‘어차피 방해가 될 녀석이라면… 죽여야 한다면 죽여야 하겠지. 단, 절대 들키지 말아야 하오! 설령 들킨다 하더라도 당신과 나의 관계가 입증될 만한 증거를 남기면 안 되오. 아무리 로만 백작이 중립을 지킨다고 하여도… 자식이 죽었을 때까지 그럴 리는 없어 보이니.’
나라샤 후작의 부탁은 자신들에게는 그리 어려운 것이 없는 것이었기에 알았다고 대답하고는 돌아왔다.
어차피 자신들이 후작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수도에서 난리를 피우면 다른 자들이 모일 수 있기 때문에 어차피 외곽으로 유인하려고 했었다.
<…그래, 나라샤 후작이 결심을 내렸다. 어차피 처리할 일이라면… 빨리 하도록 하지……. 계획대로 간다…….>
그 소리를 듣자마자 저택 안에 모여 있던 모두는 눈을 빛내었다.
그러고는 각자의 역할을 상기하며 오랜만에 벌어지는 전투에 대한 기대감을 아낌없이 뿜어내었다.
다만 키라트와 라샤만이 무언가 마음에 걸리는 표정으로 뒤에서 묘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 머리를 흔들며 자신들도 준비에 들어갔다.
☆ ☆ ☆
“흠흠흠… 식사 식사~”
시안은 즐거운 표정으로 외곽지의 키랏네 저택을 향해 가고 있었다.
하인을 통해 온 편지에는 자신들의 부모님이 이번 일에 대해 듣고 꼭 한 번 더 사과하고 싶다며 자신을 초대한다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역시 사람이 착한 일을 해야 복을 받는구나~’
저번의 식사를 떠올린 시안은 빈손으로 갈 수는 없었기에 근무가 끝나고 적당한 선물을 사서 저번에 키랏을 데려다주었던 기억을 더듬어 외곽지의 저택으로 향하고 있었다.
거기다 미모의 여성인 랏과 아직 어리지만 장래가 유망한 키랏과의 만남을 생각하며 즐거운 상상을 하던 시안은 어느새 저택에 도착했음을 깨닫고 머리를 한번 매만지며 저택의 문을 두드렸다.
“계십니까?”
“반갑습니다, 시안 폰 로만 님.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저택 안으로 들어간 시안은 맛있는 냄새가 풍기는 것을 느끼며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지만 동시에 뭔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굉장히 조용하네…….’
상단의 주인이 귀환했다고 하여 더 많은 사람이 북적일 것으로 예상했던 시안의 생각과는 달리 저택은 을씨년스러웠다.
하지만 랏 양의 아버지가 시끄러운 걸 싫어할 수도 있기에 그냥 넘어가기로 하고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는 랏 양의 아버지에게 집중하기로 했다.
“오, 안녕하신가. 우리 딸이 이번에 신세를 졌다고 들었네. 반갑네. 케라탄이라고 하네. 이쪽으로 오게나.”
“별말씀을요. 반갑습니다.”
웃으며 대답한 시안은 전에 왔던 식당의 안으로 들어섰다. 안쪽은 호위병들이 서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키랏 양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군요?”
의아한 표정으로 묻는 시안을 보며 케라탄은 웃으며 이야기했다.
“그래, 키랏은 여기 없다네. 위험하기 때문이지.”
케라탄의 말에 의아함을 느낀 시안이 궁금한 표정을 짓는 순간, 케라탄이 허리에 차고 있던, 의전용 검인 줄 알았던 칼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시안을 향해 날았다.
이를 신호로 호위병들이 뿜어내는 강렬한 기세가 식당을 감싸며 폭풍과도 같은 검격들이 시안을 향해 날아들었다.
☆ ☆ ☆
‘뭔가 불안하다…….’
저택 근처 언덕에서 상황을 지켜보는 키라트에게 갑자기 든 생각이었다.
키라트 자신은 전투인원이 아니기에 이곳, 멀리서 대기하며 저택 쪽의 상황을 관찰하고 있었다. 저곳에 가까이 가면 휘말려들 것이다.
대수림 출신이기에 약하지는 않지만, 전투는 자신의 전문이 아니기에 저 근처에서 동료에게 방해가 되지 않을 자신은 없다.
계획은 완벽했다.
<저번에 연결해 둔 친분을 기반으로 외곽지의 저택으로 유인해내어 덮친다.>
간단하지만 가장 효과적이다.
후작도 말했으니까. 저 저택은 존재하긴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주인이 없는 것으로 되어 있는 안가이니 올 사람도 없고, 부서져도 상관없다고. 수도에서도 떨어져 있기에 안성맞춤이다.
자신들은 쓸데없이 힘을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기습을 준비했다(뻐기기를 좋아하는 케라탄이 걱정이지만 오버하지는 않을 것이다).
자신들이 살던 북대수림에서 ‘여력을 남긴다’ ‘여유를 보여준다’는 죽고 싶다는 말과 비슷했다. 그곳의 모든 생명체들은 항상 필사적이다.
필사적이란 말이 이렇게 어울리는 곳도 없을 것이다. 필사적이지 않으면 반드시 죽으니까.
그렇기에 이곳의 명예나 격식에 얽매이는 무인들을 아래로 본다. 자신들보다 더 약한 주제에 그런 것에까지 얽매이면 우습게 보기 싫어도 아래로 볼 수밖에 없다.
게다가 5장로는 이곳의 말로 그랑-반더라는 경지에 오른 지 50년이 넘었다.
그렇기에 그 남자가 그랑-반더라고 해도 걱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키라트는 뭔가 다른 이유로 걱정이 되었다. 그게 무언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던 중 전투가 시작되었는지 저택에서 격렬한 느낌이 감지되었다. 키라트는 이번에야말로 상황을 잘 살펴보겠다는 듯 스킬을 발동시키려고 했다.
그 순간, 허공에 정보창이 올라갔다.
[퀘스트 발생: 친자매 칼-라샤와 동료들을 구출하라.]
-동료들이 위기에 처하였다. 안에 있는 칼-라샤와 동료들을 구출하여라.
[보상: 칼-라샤 구출시 경험치 40,000, 동료들 구출 시 1인당 경험치 20,000]
허공을 바라본 키라트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었다. 동료들이 위험하다니… 게다가 그의 언니인 라샤까지!
게다가 겨우 구출인데 주는 경험치의 양이 비정상적으로 높았다. 이는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감을 느낀 키라트는 황급히 상황을 살피기 위해 저택 쪽을 향해 달려갔다.
그 순간, 저택을 중심으로 엄청나게 흉악한, 하지만 동시에 거대하며 압도적인 기운이 사방으로 퍼져 나왔다.
‘까드득…….’
키라트는 정신을 잃을 뻔했지만 오히려 저 기운을 느꼈기에 초인적인 의지로 쓰러지지 않을 수 있었다.
저 기운의 주인을 막지 못한다면… 모두 죽고 말리라는 것을 깨달았기에.
거기까지 생각한 키라트는 자신의 언니를 떠올리며 저택을 향해 달려갔다.
☆ ☆ ☆
시안은 자신을 향해 휘둘러 오는 검집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지?’
맛있는 식사를 기대하고 왔더니 랏 양의 아버지라는 작자는 살의를 듬뿍 담아 식사 대신 한칼 먹여주려 하고 있었고, 주위의 호위병들은 일개 상단주의 호위병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한 명 한 명이 자신의 형보다 훨씬 강한데 고작 콘과 티안을 연결하는 상단주의 호위병일 리가 없다.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자신에게 칼을 휘두르는 사람 중 랏 양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혹시 저번 상처 때문에 키랏 양이 죽기라도 한 건가?’
말도 안 되는 추측이지만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설명하려면 차라리 그런 말도 안 되는 추측이 필요한 상황이다.
생각을 하던 중 어느새 의전용 칼로 생각했던, 하지만 상상도 못할 정도의 날카로움을 담고 있는 케라탄의 칼날이 검붉은 빛을 뿌리며 자신의 앞까지 다가온 것을 쳐다보았다.
‘그래. 우선 다 때려눕히고 물어보자.’
그 상냥했던 랏 양까지 자신에게 칼날을 휘두르는 것은 뭔가 사정이 있을 것이다. 거기다 자신은 이제까지 원한을 쌓지 않고 착실히 지내오지 않았는가?
사정도 모르고 다짜고짜 죽일 수는 없기에 시안은 굉장히 자비로운 결정을 내렸다고 자화자찬하며 허리춤에 있는 칼집을 풀었다.
눈앞까지 다가온 칼날을 살포시 피해준 후 들고 있던 칼집으로 옆에 있는 호위병을 후려치려 한 시안은 갑자기 자신을 옭아매는 끈적끈적한 느낌에 덜컥 하고 몸이 굳고 말았다.
느낌은 저번의 슈빌 양과 키랏 양에게서 느낀 엑사르가 맞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강대하고 압도적인 악의를 가지고 끈적끈적하게 자신에게 달라붙었다.
어디서 온 것인가 하고 호위병 너머를 바라보니 하녀의 분장을 하고 있는 한 여성이 자신을 바라보며 심장의 엑사르를 박동에 맞추어 맹렬하게 회전시키고 있었다.
가볍게 힘을 주어 떨어 보려고 했지만 저번처럼 호락호락하지가 않았다.
저번에 슈빌 양이 자신에게 보낸 엑사르는 별 의지나 악의가 담겨있지 않았기에 영향을 줄 수 있었지만, 이렇게 명확한 의지를 가지고 엑사르를 발현하니 딱히 손쓸 방법이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뒤에서 맹렬한 기운이 폭발하며 자신을 향해 다가왔다.
‘음… 이 정도면 아버지? 아니다. 좀 더 강하다.’
아버지의 기운이 정제되어 있고 좀 더 근엄한 느낌이라면 뒤에서 자신을 찢어놓기 위해 다가오는 기운은 훨씬 더 사납고 더 강렬했다.
이건 이 생각 저 생각 하며 피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엇’ 하는 순간 자신의 어깨를 노리고 다가온 기묘하게 생긴 칼 한 자루를 튕겨내기 위해 시안은 옆에 있던 호위병을 후려치려던 칼집을 뒤쪽으로 휘둘러 걷어내었다.
자신을 얽어매는 검은 기운을 걷어낼 새도 없이 사방에서 날아오는 칼을 하나둘 걷어내며 천천히 외곽 쪽으로 빠져나온 시안은 자신을 견제하고 있는 상대방과 대치하며 잠시 소강상태에 빠진 틈을 타 말을 걸었다.
“음… 저희가 이런 사이는 아닌 것 같은데… 아직 말로 하실 생각은 별로 없으신가요? 전 아직 사람 죽여본 적이 없어서… 웬만하면 무난하게 끝내고 싶은데요.”
그 말을 들은 케라탄을 비롯한 동료들은 코웃음을 쳤다. 완전 애송이 아닌가?
허세를 부리지 않는 솔직함이 기특하긴 하지만 그런 걸 칭찬해줄 정도로 가까운 사이가 아닌 그들은 시안의 말을 비웃으며 소강상태를 깨고 달려들었다.
‘미친개도 아니고… 왜 사람이 말하면 듣지를 않는 걸까…….’
이걸 보며 시안은 한숨을 쉬었다. 저쪽이야 자신과 사생결단을 내겠다며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자신 입장에서는 귀찮을 뿐이다.
평소처럼 칼집으로 때려주면 좋겠지만 한 명 한 명 수준이 낮지 않은 편인 데다가 저쪽에서 흉흉한 기세로 머리를 예쁘게 세 조각으로 썰어주겠다고 칼을 휘둘러대는 아저씨가 거슬려 그렇게는 힘들 것 같았다.
그렇다고 얌전히 죽어 줄 수는 없는 모양이니… 조금만 풀어서 쓰면 괜찮으리라.
“아… 그렇게 되는 건 정말 싫은데… 그쪽이 먼저 시작한 겁니다.”
그리고 시안은 5년 전부터, 자신의 안쪽에서 잠그고 있던 ‘무언가’를 풀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