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럭셔리버프-9화 (9/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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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동창회는 아픔을 남기고

숙취로 인해서 이틀간이나 휴식을 취한 신민배는 또다시 짐꾼의 일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보조 능력을 더불어 짐꾼의 자리를 찾으니 다른 짐꾼들에 비해서 수월하게 팀에 합류할 수가 있었다.

하루하루 짐꾼으로써의 역할을 하는 그로써는 고되고 힘든 하루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서서히 시간은 흘러 두 달 째 짐꾼의 일을 하고 있는 신민배.

이제는 팀을 구하는 이들 중에서도 신민배를 찾는 이들이 종종 있었다. 이유야 당연하다. 싼값으로 다른 7등급의 보조계보다 약간 높은 버프까지 받을 수 있고, 짐도 대신 들어주기 때문이다.

보통의 보조계들은 나름대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높이기에 짐꾼과 같은 역할은 하려고 하지 않는다. 차라리 짐꾼을 할 바에야 사회에 나가서 일반 직장인이 되는 것을 선호하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보조계들은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인 것이다.

약간의 안면이 있는 팀들은 그와 자주 사냥을 떠나기도 했다. 물론 신민배의 하루 일당은 예전 그대로였다.

괴수 사냥이 순조롭게 나름대로 매입가가 제대로 나올 경우 그에게 보너스로 15만 가량을 얹어주곤 했지만, 그것으로 생활이 피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짐꾼의 역할을 자처하고 버프를 주며 일행들의 뒤를 따르고 있다.

“그래도 오늘은 운이 좋군요. D급 마력석까지 이렇게 나와주니 말입니다.”

“그러게요. 왠지 이번 녀석을 잡아도 마력석이 떡하니 나올 것 같네요. 하하하.”

마력석 하나로 그들에게 돌아가는 금액 자체가 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 얼굴에는 미소가 만발해 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것은 괴수 퇴치를 함께 한 능력자들에 한한 것이지. 짐꾼 역할을 하는 신민배와는 전혀 연관이 없는 대화였다.

“그런데 오늘은 왠지 괴수 사냥이 좀 빠른 듯한 느낌이 드는군요. 혹시 버프 때문에 그런 건가?”

“하하, 그렇겠지요. 다른 파티의 경우 보조계를 대동하진 않으니까요.”

“그렇긴 하네요. 그런데 느낌이 좀…… 하하, 오늘은 뭔가 일이 진행이 잘 되려나 봅니다.”

그들은 마력석 하나 때문에 상당히 기분이 들떠 있는 상태였다.

‘씨발…… 두 달 가량을 짐꾼을 해도 도무지 적응이 안되는군.’

신이 난 그들에 비해 신민배는 허리가 꺾여 나갈 것 같은 기분이었는데, 가파른 산을 오르자니 더욱 미칠 것만 같았다.

‘평지 사냥을 하는 팀을 찾던가 해야지. 도무지 산은 이제 힘들어서 못해먹겠다.’

짐꾼들의 경우 산에서 사냥하는 팀보다 평지 사냥을 선호한다. 이유야 간단하다. 가파른 산길 보다는 평지가 훨씬 편하기 때문이었다.

“민배씨. 많이 힘드시죠?”

“네? 아…… 괜찮습니다.”

사실 힘들어 죽을 지경이었지만, 그런 것을 내색하다보면 짐꾼도 못해먹을 것 같았기에, 민배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오늘까지만 고생해주세요. 내일부터는 평지 사냥을 할 생각이거든요.”

“저, 정말요? 그거 참 다행이군요.”

“하하, 어지간히 힘들긴 힘드셨나보네요. 하긴…… 짐꾼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무게가 40키로 가량 나가는 가방을 들고 이런 산길을 오른다는 게 보통 일은 아니니…….”

그는 현재 팀의 탱커를 맡고 있는 인물이다. 걱정스러운 듯 신민배에게 말을 건넨다 할지라도 그를 도와주거나 하는 행동은 없었다. 진정한 갑과 을의 관계인 것이다.

“학학…….”

신민배의 숨소리가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오늘따라 허리도 많이 안 좋은 것 같은 느낌과 가파른 언덕에 돌이나 바위가 많았기 때문에 발을 디딜 곳이 그렇게 평탄치 않은 이유다. 더군다나 새벽에 비가 왔기 때문에 미끄럽기 그지없었다.

그의 숨소리가 거칠어진다고 해서 다른 능력자들이 그를 보살펴주거나 하진 않았다.

‘진짜 더러워서라도 능력 상승이 되어야 할텐데…….’

두 달 동안 신민배는 단 한 번도 능력 상승 확인을 해본 적이 없었다. 확실치도 않은 것에 몇 백 만원을 들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저곳에 울프가 보이네요.”

멀리 있었지만 탱커는 팀을 멈춰 세웠다.

방어계의 경우 다른 능력자들에 비해서 신체 조건이 월등히 앞선다. 또한 시력까지도 매의 수준에 해당 될 정도로 뛰어났다.

“이곳에서 그럼 사냥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신민배씨는 버프만 넣어주시고 이곳에서 쉬고 계세요.”

“아, 알겠습니다. 공격력 강화! 방어력 강화!”

버프가 주입되자 탱커는 그대로 울프를 향해서 달려갔다.

울프는 소형 괴수로 크기는 약 2미터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동속도나 공격속도가 약간 빨랐기 때문에, 실력이 없는 탱커의 경우는 어그로를 제대로 잡지 못해 팀에 피해가 가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봐온 이 팀의 탱커는 생각보다 어그로를 잘 잡았고, 막상 팀에게 괴수가 달려들려고 해도 곧장 진로를 방해하여 안전을 확보하곤 했다.

‘휴…… 이녀석만 잡고 마무리 되었으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무리겠지?’

오후 2시 반이 넘었다. 잡는 시간으로 따진다면 아직 한 마리를 더 잡을 시간이 존재한다. 더군다나 기분이 들떠 있는 이들이 황금 같은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아침부터 지금까지 잡은 괴수의 수는 총 3마리에 불과했다. 이번까지 잡아야만 4마리째다. 물론 몇 마리를 더 잡는다고 해도 신민배에게 오는 금액은 똑같다. 그러니 1분이라도 일찍 마치는 것을 선호했다.

시간이 점차 지나갔다. 시간에 맞춰서 신민배는 버프를 계속해서 주입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대략 20분을 넘겼을 때였을까?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빌어먹을!! 저게 뭐야!”

공격계 능력자 중 한 명이 놀라 소리쳤다.

일행들은 전투를 치르다 말고 한쪽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곳에는 울프 두 마리가 달려오는 것이 눈에 들어 왔던 것이다.

“젠장!! 모두 도망쳐요!”

탱커는 그 즉시 모두를 향해서 외쳤다.

‘제, 젠장!!’

세 마리의 울프. 이 괴수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지금 꾸려진 이 팀이 두 배는 더 있어야만 겨우 가능할 것이다. 허나 지금 이들은 5등급과 더불어 치유계가 6등급이었다. 그렇다보니 힐량도 버거울뿐더러, 이동속도와 공격속도가 빠른 울프를 상대로 탱커가 모든 것을 도맡아 할 수는 없는 입장이었다. 해서 탱커는 사냥하던 울프를 뒤로하고 모두에게 소리쳤던 것이다.

5명의 능력자들은 볼 것도 없이 그대로 도주를 하기 시작했다. 지금의 상황은 모두가 자신의 안위만을 신경 써야 한다.

타인의 안위를 생각하다보면 결국 죽음으로 결정되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 그것은 신민배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신민배는 짐가방을 챙길 생각도하지 않고 그대로 산을 달려 내려가고 있었다.

제일 먼저 달려가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탱커였다. 기본적인 신체 능력이 상당하기 때문에 그를 따라 잡을 수 있는 이들은 없었다.

그리고 그 뒤가 바로 신민배였다. 이미 멀리서 사냥을 지켜보다 도주 소리를 듣자마자 산을 내려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가장 뒤에 있는 치유계였다.

모든 능력자들이 신체 조건이 좋은 것은 아니다. 주로 신체 조건이 월등한 이들을 고른다면 방어계와 근접 공격계 뿐이다. 그 외에 원거리 공격계와 치유계, 보조계는 거의 일반인과 신체조건이 많이 다르지는 않다.

하물며 지금 보이는 치유계는 몸집이 상당히 크고 뚱뚱했다. 그렇다보니 달리기에 있어서 모든 이들에 비해 떨어지는 것은 당연지사.

그런 그가 일행들의 제일 마지막에서 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시, 싫어! 저리가!!”

세 마리의 울프는 아랑곳하지 않고 치유계에게 달려들었다.

“크아앙!”

거대한 입을 벌리며 치유계의 어깨를 그대로 물어 버렸다. 피가 순식간에 튀고 치유계의 눈에서는 눈물이 미친 듯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그 누구 하나 그에게 도움을 줄 수는 없는 입장이다. 지금 치유계의 꼴이 되지 않으려면 미친 듯이 도망을 치는 것뿐.

‘젠장! 어쩌자고 갑자기 울프가 들이 닥쳐서는!!’

능력자가 된 이래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는 신민배. 어쩌면 능력자로써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하루다.

“긴급 상황입니다. 현재 위치는 개봉산 C진입로. 빨리 보호를 요청합니다. 울프 세 마리에게 쫓기고 있습니다!!”

빠르게 달리고 있는 탱커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그가 전화를 건 곳은 괴수 안전팀이라는 곳으로 나라에 속한 능력자들이 있는 곳이다. 주로 괴수 안전팀이 하는 것은 괴수 사냥이 아니라, 능력자들이 위험한 순간 그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역할을 한다.

-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출발합니다. 5분이면 될 것입니다.

“예? 5분요? 지금 장난합니까? 그 시간이면 모두 죽고 말겁니다.”

-어쩔 수가 없습니다. 개봉산은 괴수 안전팀과는 가장 멀리 떨어진 산이라서요. 당장 헬기가 떴으니 그렇게 아시면 됩니다.

“제길!!”

탱커는 신경질 적으로 휴대폰을 끊었다. 이미 치유계가 희생 된 것을 목격한 그로써는 한 명이라도 더 많은 능력자가 살아나길 빌 수밖에 없었다.

“으아아아아악!”

또 다른 비명소리가 들렸다. 공격계 능력자 한 명이 울프에게 당하고 말았다.

‘씨발! 씨발!’

최대한 빠르게 달리고 있었지만, 언제 울프에게 잡힐지 모르는 상황었다. 울프들은 물어 죽인 능력자들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오히려 도망치고 있는 능력자들에게 더 신경을 곤두세우고 즉각 쫓아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탱커가 아닌 이상, 울프에게 물렸을 경우 거의 10초를 버틸 수가 없는 생명력이다. 더군다나 10초를 버틴다고 하더라도 힐러가 없는 상황이라면, 거대한 상처에서 나오는 출혈이나 충격으로 인해서 죽음을 맞는 것이 탱커를 제외한 능력자들의 한계였다.

세 마리의 울프에게 쫓긴지도 고작 2분이 약간 넘은 상황. 그 안에 이미 능력자 두 명이 당하고 말았다.

그리고 달리는 순서는 신민배가 세 번째까지 떨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자신의 뒤에 있는 공격계와 거리는 고작해봐야 5미터. 언제 따라 잡힐지도 모르는 거리다. 그렇다면 죽음의 순위에 더욱 가까워질 수밖에 없었다.

“크아아앙~!”

무서운 속도로 쫓아오고 있는 울프들.

그리고 이내 자신의 뒤에 있던 공격계 한 명이 또다시 목숨을 잃고 말았다.

‘이젠 나야! 이젠 나라구!!’

무서운 마음에 고개를 뒤로 돌려볼 자신도 없었다. 이미 울프가 지척까지 다가왔다는 느낌이 왔기 때문이다. 해서 신민배는 그 어떠한 행동보다 달리는데 집중을 하고 있었다.

미끌!!

하필이면 디딤돌로 딛었던 바위에서 약간 미끄러지고 말았다. 그리고 자세를 잡으려 한 순간.

삐걱!

“으아아악!”

허리가 크게 휘어지며 그대로 땅에 곤두박질치고 만 신민배.

“아악…… 아악아악!!”

허리가 꺽인 통증은 이로 말할 수가 없었다. 그로 인해서 달리는 것은 물론 일어서는 것조차도 고통으로 다가왔다.

“크르르르…….”

그가 넘어진 바위 위에 울프 한 마리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 안돼…….”

============================ 작품 후기 ============================

음... 원래 저녁에 올리려고 했지만, 코멘 달아 주신 두분께 감사의 마음으로

한편을 더 올려드립니다.

혹여나 또다시 코멘이 달린다면 9시 이후에 한편 더 올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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