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럭셔리버프-13화 (1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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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제대로 된 돈을 벌다.

버프를 모두 시전하고 할 일이 없던 그는 짐꾼의 곁으로 다가가 앉았다.

“짐꾼 한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한 1년 정도 되었습니다.”

“그래요? 근데 굳이 그 몸이면 짐꾼 말고 다른 일을 해도 괜찮을 듯한데…… 짐꾼을 하는 이유가 있으세요?”

그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하하, 솔직히 성격이 한곳에 오래 붙어 있질 못해요. 짐꾼은 내가 쉬고 싶을 때 얼마든지 쉴 수는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간혹 마력석 같은 것이 좀 나오면 뽀지도 들어오기도 하고요. 뭐 그맛으로 짐꾼하고 있지요.”

“아~! 그렇군요. 마력석…… 오늘이라도 하나 터지면 좋겠네요.”

“크~! 그렇죠. 저도 한 개라도 터지면 좋겠습니다.

두 사람은 이런저런 수다를 떨며 사냥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생명의 샘물!!”

그런데 그때 느닷없이 가인이라는 치유계가 외쳤다.

“응? 왜 저러는거지?”

갑작스런 그녀의 말에 뭔가 일이 잘못 되었나 싶었다. 하지만 짐꾼이 곁에서 말했다.

“능력을 사용한 겁니다.”

“네? 능력이요? 치유계도 저런 능력이 있나요? 힐만 있는 게 아니었어요?”

“하하? 농담이시죠? 아무리 그래도 저보다 더 모르십니까? 모든 능력자들은 다들 각기 능력이 있어서 능력자가 된 거잖아요. 문제는 5~7등급의 방어계, 치유계, 공격계 들은 딱히 새로운 능력이랄 것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뭐 있어봐야 본인이 이름 지어 만든 능력 정도랄까요? 그…… 아시잖아요? 튀어 보이고 싶어 하는…… 그런 부류들.”

다른 능력자들이 듣지 않을 정도로 아주 조심스럽게 말하는 그.

그의 말에 따르면 세 종류의 능력자들은 능력 명칭이라기보다는 본인 스스로에게 상승효과를 가져 주기 때문에 개별적인 능력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4등급 이상부터는 새로운 능력이 생기고, 그것을 저렇게 대상에게 시전이 가능한 개별적인 능력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보조계가 7등급부터 공격력, 방어력 강화를 시전해주는 것과 똑같은 개념이다.

“그런데 생명의 샘물이라면 뭘 말하나요?”

“아…… 좀 유치하긴 하지만, 간혹 저렇게 자기 스스로 이름을 정해서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4등급의 경우 일반적인 힐이 아니라, 조금씩 생명력을 채워주는 능력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 그래요?”

“네. 생명의 샘물과 힐 두 가지를 겸해서 사용하면 생명력이 그만큼 더 빨리 차게 되는 것이지요.”

“그렇군요! 오늘 많은 걸 배우네요. 감사합니다.”

“하하…… 무슨 말씀을. 정 고마우면 자주 불러주세요.”

그는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였다.

어느덧 사냥을 한지 10분이 다가오고 있었고, 자리에서 일어난 신민배는 다시금 버프를 모두에게 걸어주고 앉았다.

“그런데 솔직히 너무 눈치 보이네요. 이렇게 버프만 하고 앉아 있으니까.”

“눈치 볼 필요가 뭐가 있나요? 솔직히 그쪽의 버프가 아니면 탱커도 힘들어 질 수 있는 문제고, 분배는 저들이 더 가지고 갈 거잖아요?”

“그, 그런가요?”

“일일이 신경 쓰지 마세요. 그래봐야 머리만 아플 뿐입니다. 그저 고생 안하고 버는 돈이 가장 속편한 겁니다.”

그의 이름은 양지호. 35살로 짐꾼 노릇만 2년 가까이 되어간다. 그렇다보니 웬만한 사냥에 대한 모든 정보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건 그냥 드리는 말인데요. 가급적이면 고정팀을 만드시는게 좋으실겁니다.”

“그건 왜 그런가요?”

“아무래도 고정팀이 서로 손발도 자주 맞추다보니 안전성에서도 좋고요. 또한 그쪽 같은 보조계가 크게 손해 보는 경우가 많이 없거든요. 솔직히 초반이야 보조계가 가진 능력이 너무 미흡해서 인정을 못 받지만, 등급이 높아질수록 보조계의 가치가 상당히 뛰어납니다. 하물며 레이드 팀에서 보조계의 능력은 상상을 불허하지요. 잘난 보조계 한명이 공격력 면에서 엄청난 영향을 끼치게 되니까요.”

보조계가 다소 무시를 받고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능력이 낮은 7등급에 한해서라는 소리다.

그리고 그런 보조계의 등급이 높아지면 그 능력은 상위 괴수를 잡는데 있어서 빼놓을 수 없을 정도였다.

이런 사실은 대다수 능력자들 모두가 아는 것이 아닌, 주로 강력한 레이드 팀을 꾸리는 이들이 아는 사실이었다.

“덕분에 좋은 정보를 얻게 되었네요. 저도 그럼 5등급만 벗어나면 제대로 된 능력자 취급을 받게 되는 건가요?”

“물론 그렇죠. 당연히 어떠한 능력이 생기느냐에 따라서 달라지긴 하지만, 그래도 그 이상 등급만 되어도 상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알고 있어요. 아마 그때가 되면 억울했던 지난날들이 우습게만 느껴지실 겁니다.”

“감사합니다. 만약 다음에 제가 짐꾼이 필요할 때면 반드시 그쪽을 찾을게요. 혹시 연락처 좀 주실 수 있을까요?”

“하하, 물론이지요. 저야 찾아주시는 분이 있다면 감사할 따름입니다.”

능력자가 된 이후 최초로 번호가 저장 된 순간이었다. 단지 짐꾼이라 할지라도 그의 성격을 보면 나쁜 사람 같지는 않았다.

C급의 괴수는 생각보다 사냥이 힘들었다.

탱커들은 가급적 괴수의 공격을 몸으로 부딪쳐야 한다. 그렇지 않고 회피를 많이 하게 될 경우 괴수가 자연스럽게 다른 이들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 해서 아무리 강한 공격력을 지닌 괴수라 할지라도 탱커는 이 악물고 맞대결을 펼칠 수밖에 없었다.

사냥은 벌써 30분 째 사냥이 진행이 되고 있는 상태였다.

“눈빛이 흔들리고 있어요! 어그로가 튈지 모르니 대비들 하십시오.”

C급의 괴수를 많이 잡아본 솜씨답게 괴수의 눈빛만 보고도 다음의 상황을 대략 예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말이 끝나고 5분 정도가 지났을 때, 고개를 공격계들을 향해서 돌리는 괴수였다.

“도망치세요!”

어그로가 뺏긴 이상 무식하게 그 자리에 서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그랬기에 공격계들과 치유계는 즉각 자리를 이동했다.

탱커는 이동속도가 상당했다. 그랬기에 케롭에 순식간에 접근하여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대략 50미터 정도 케롭이 공격계들을 따라가다 멈추고 방어계인 심규환과 시선을 마주쳤다.

“멈추세요!!”

도망치고 있는 팀원들을 향해서 큰 소리로 외친 심규환.

케롭은 공격계들을 포기하고 다시금 심규환에게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방패를 들어 올리고 즉시 방어자세를 취하는 그에게 힐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제 공격하셔도 됩니다!”

심규환의 말에 공격계들은 다시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고, 신민배도 혹시 모르는 상황에 버프를 미리 넣어주었다.

C급의 괴수였으나 그렇게 힘겨운 것은 없었다. 치유계가 한 명이라고는 하지만, 버프로 인해서 그녀도 크게 힘겹지 않게 힐을 하고 있었다. 다만 한 번의 실수가 모두의 생명을 앗아가는 것은 사실이다.

괴수 사냥은 대략 1시간 정도가 지나서야 끝이 났다.

“휴…… 다들 수고 하셨습니다.”

“고생들 많으셨습니다.”

심규환이 괴수가 죽은 것을 확인했다. 그에 이어 자리에서 일어난 신민배가 모두에게 격려를 해주고 있었다.

이후 심규환은 괴수 매입처로 전화를 걸었다.

나머지 일행들은 정신력 소모로 인해서 자리에 그대로 앉아서 쉬었다. 공격계 세 명의 경우는 아예 드러누워 있는 상태였다.

‘한 시간 동안 저렇게 미친 듯이 능력을 사용했으니 쓰러질 만도 하겠구나.’

아무리 공격 속도가 늦은 원거리 공격계라고 하지만, 1시간가량을 정신력을 소모한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부담을 안겨주게 되어 있다.

그런 그들에 비해서 보조계인 자신은 아무것도 하는 것 없이 편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막상 등급이 낮았을 때에는 힘들고 불만만 가득했었지만, 그래도 5등급이 되었다고 이렇게 편해질 수가 있네……,’

현재 심규환과 가인은 쉬면서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척 보기에도 썸을 타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저렇게 좋아하는 사람이랑 함께 사냥을 다녀도 참 기분 좋겠네…….’

두 사람의 모습이 무척이나 부러워 보였다. 젊은 사람들의 수줍게 미소를 띠고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본 것이 언제인지도 몰랐다.

그 모습을 보니 얼마 전 자신의 과거도 떠올랐다.

‘그때는…… 나도 참 좋았었지…….’

가만 생각해보면 능력을 얻기 전이 마음은 훨씬 편했다고 생각했다.

‘괜찮아. 어차피 난 이제 시작이잖아? 5등급도 되었겠다…… 돈 벌이도 제대로 할 수 있을테고, 그리고 여자 친구도 만들 수 있겠지……!!’

암울했던 시간은 두 달로 족했다. 더 이상 그에게 괴로움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10분 정도가 지나자 괴수 매입처에서 사람들이 왔다. 그들은 괴수를 운반할 수 있는 거대한 수레를 끌고 왔다. 그것으로 괴수를 옮겨 트레일러에 싣고 가는 것이다.

“매일 수고가 많으십니다. 심규환씨.”

“하하, 뭘요. 어떻게? 가격은 좀 나왔나요?”

“잠시만요. 측정 좀 해보겠습니다.”

먼저 괴수의 순수한 사체는 인터넷을 통해서 하루하루 올라오는 시세를 기준으로 한다. 하루에도 수많은 괴수가 물량에 오르기 때문에, 매번 똑같은 가격을 받는 것은 아니었다.

“케롭의 현재 시세는 30% 세금을 제외한 420만 이군요. 어제보다 20만원 올랐습니다.”

“그렇군요. 마력석은 없나요?”

“잠시만요.”

이어 그는 대략 20센티 정도 되는 네모난 물건 하나를 꺼냈다. 그것이 바로 마력석에서 나오는 파장을 체크할 수 있는 측정기였다.

삐릿~!

작은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그는 약간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아쉽게도 이녀석에게는 마력석이 없군요.”

“뭐 어쩔 수 없죠. 마력석이 그렇게 잘 나오는 것도 아니고요.”

E~D급 괴수에 비해서 C급 괴수가 마력석을 잘 준다고는 하지만, 그 확률이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었던 것이다.

“우선 케롭에 대한 대금은 바로 통장으로 입금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조심해서 사냥하시고 또 불러 주십시오.”

크레인으로 케롭의 시체를 싣고 그들은 사라져 갔다.

팀의 휴식은 생각보다 길었다. 치유계를 제외한 네 명이 5등급이다 보니 정신력 면에서 많은 소모를 했으며, 회복을 기다리는 시간도 꽤나 길었던 것이다.

괴수를 사냥하는데 1시간가량 걸렸으며, 휴식을 취하는데 또한 1시간가량이 소모 되었다. 마지막으로 이동을 해서 괴수를 찾는 시간이 30분. 그런 것을 따지면 하루에 많이 잡아도 세 마리 정도 밖에 잡지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D~E급의 괴수를 잡는 것 보다는 훨씬 돈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자~! 다들 어느 정도 회복되셨으면 다시 사냥을 진행해보러 갈까요?”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섰고, 그들은 또다시 괴수 사냥에 나섰다.

9시부터 진행했던 사냥은 오후 4시 반이 되어서야 끝이 났고, 괴수는 C급 케롭 세 마리가 전부였다. 불행히도 마력석은 나오지 않았지만, 괴수 세 마리의 가격만 하더라도 1,260만원이 된 것이었다.

이 금액 중 20만원은 짐꾼인 양지호에게 주었다. 아무래도 C급 괴수 사냥은 금액이 커지다보니 짐꾼도 돈을 좀 더 받는 듯 보였다.

1,240만원으로 여섯 명이 나누어야만 한다. 하지만 이미 분배에 관해서는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공격계 3인이 가져가는 30%의 금액은 372만원이었다. 개인당 124만원씩 챙겨가는 것이다. E~D급 괴수 사냥할 때보다 많은 금액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 치유계가 약속한대로 15%의 금액을 받은 신민배는 186만원의 금액이 입금 된다는 소리를 들었다.

‘와! 진짜 대박이네. 내가 저 186만원을 벌려면 얼마나 개고생을 했어야 했는데!!’

등급이 달라지다보니 하루에 버는 수입마저도 틀려지고 말았다. 더불어 그는 E~D급 괴수가 아닌 C급 괴수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보니 금액이 더 큰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대박이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나도 진짜 능력자답게 좋은 집에, 좋은 차를 타고 다닐 수 있겠네!! 굉장해!!’

그의 얼굴에 미소가 한 가득이었다. 그리고 옆을 바라보고는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현금으로 받았다면 돈이라도 더 드리고 싶은데…….’

양지호에게 고생에 대한 보답을 더 해주고 싶었으나 그럴 수 없다는 것이 못내 안타까웠다.

비록 그가 많이 벌었다고는 하지만, 나머지 682만원이 넘는 금액은 치유계와 방어계 두 사람의 차이였다.

‘좋겠다. 이거야 바로 럭셔리 커플이 아니고 뭐겠냐?’

하루에 둘이 합쳐 682만원을 벌어들이는 커플. 비록 썸을 타고 있는 사이라고 하지만, 이 두 사람이 커플이 된다면 한 달에 쉴 것 다 쉬어가면서 괴수 사냥한다 할지라도 못해도 1억 이상은 충분히 벌어들일 것이다.

“모두들 오늘 고생하셨습니다. 좋은데 가서 맥주라도 한 잔하고 싶은데, 제가 일이 좀 있어서 오늘은 먼저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네. 수고하셨습니다.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심규환씨.”

“고생들 하셨어요.”

모두는 그렇게 인사를 건네고 각자의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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