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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만남은 경매로부터.
“
“경매 진행되기 전에 간단한 정보 만 좀 알려주세요.”
종업원의 질문에 대답을 마친 신민배는 한쪽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생각보다 더럽게 떨리네.’
근래들어 울프에게 위기를 넘긴 다음으로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자!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상품을 소개해 드립니다!
사회자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종업원이 손짓했고, 신민배가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갔다.
앞에 나와 멀뚱히 서 있는 그를 보며 사회자가 설명하기 시작했다.
-여러분. 많이 늙어 보이죠? 뭐 그래도 28살입니다. 그렇게 노인은 아니니 긴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키는 180! 나이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28살! 경매 시작가는…… 3만원부터 갑니다!
앞서 자신보다 잘나 보이는 20살의 남자가 오백원부터 시작했었다. 그런데 자신은 3만원이라니? 그의 생각과 마찬가지로 많은 여자들이 불만을 토했다.
“에이~! 겁나게 비싸요.”
“볼 거 없어요! 그냥 다른 상품으로 바꿔요~!”
“진짜 웃긴다. 3만원부터래. 대체 무슨 자신감이야?”
여자들의 비난이 계속되자 사회자가 한 마디 했다.
-여성 여러분. 3만원이 너무 큰가요? 그럼 이분의 정체를 밝혀드리겠습니다! 능력자입니다!! 그것도 5등급!!
“헉!!”
“진짜?”
“능력자래!! 완전 대박!”
여자들은 능력자라는 소리에 놀라고 말았다. 그녀들도 능력자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능력자가 그만큼 희소성이 있는 것은 물론 5등급이라는 소리에 혹하게 되는 것이다.
“3만원!!”
“3만 5천원!!”
“3만 7천원!!”
여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손을 들어 외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멀리서 고창식이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자! 7만원 나왔습니다. 더 없으십니까? 5등급 능력자입니다. 다들 아시죠? 능력자의 한 달 수익은 5천 만원이라는거!!
사회자는 경매 금액을 더욱 부추기기 위해서 일반인들이 쉽게 벌 수 없는 금액을 언급했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5등급 정도의 능력자들은 한 달 5천 만원은 우습게 벌 수 있는 능력들이 대다수 있었다. 또한 시간과 팀만 잘 짜여 진다면 이런 금액은 더욱 우스울 수도 있다.
이런 엄청난 금액은 여심을 흔들어 놓았다.
“8만원!!”
-8만원 나왔습니다!!
“9만원!!”
사회자의 거짓말에 의해 호가는 계속 상승되었다. 그리고 어떤 여자가 소리쳤다.
“저기요! 카드도 되나요?”
-카드요? 당연한 말씀을 왜 물으십니까!!
사회자도 신이 났다. 마치 자신의 일처럼 여자들을 부추기고 있었다.
“15만원!!”
“야, 카드도 된데! 계속 가자!! 20만원!!”
여자들은 이런 기회를 쉽게 놓칠 리가 없었다. 사실상 사랑을 금전으로 살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물론 사람의 마음이 어떠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만큼의 도박을 해 볼 수는 있는 순간인 것이다.
“30만원!!”
“32만원!!”
여자들의 경매가 계속 진행되었다.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들떠 있는 표정이었다. 지금까지 감옥살이가 오픈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경매 상품으로 올라왔지만, 능력자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문제는 5등급의 능력자라는 것.
능력자들에게 있어서 5등급은 높은 등급이 아닐 수 있으나, 일반인들이 보는 5등급의 연봉은 꽤나 높기 때문이다.
-자! 58만원 나왔습니다! 더 없으시면 이대로 경매 마무리 하겠습니다! 하나! 둘! 셋! 낙찰!!
사회자의 말에 경매가 낙찰 되었다.
주변이 자신을 비추고 있기 때문에 신민배는 어떠한 여자가 자신을 샀는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종업원의 안내에 따라서 테이블로 다가간 신민배는 드디어 여성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녀들은 총 세 명이었는데 척보아도 어려보일 정도였다.
“안녕하세요. 여기 앉으세요.”
단발머리의 새침하게 생긴 여자가 신민배를 자신의 곁에 앉혔다.
“저기…… 죄송한데. 제가 친구랑 같이 와서요. 친구도 합석을 하면 안될까요?”
“물론이죠! 친구 분 데리고 오세요.”
“그럴 필요 없습니다. 벌써 왔거든요!”
여자들의 뒤에 이미 고창식이 도착해 있는 상태였다. 그를 본 여자들의 표정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으며, 이내 신민배를 향해서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들이 함께 합석을 하고 종업원이 다가왔다.
“이건 서비스입니다.”
종업원은 그들의 테이블에 발렌타인을 내려놓았다.
경매가가 58만원이나 나오다보니 발렌타인을 서비스로 주는 상황이었다. 감옥살이에서도 이런 일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양주를 앞에 놓고 신민배는 아무런 말도 못했다. 그도 그렇지만 여자들 역시도 그저 신기한 사람을 보는 시선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기…… 그런데 나이가 얼마나 되시는지?”
아무리 봐도 여자들의 나이가 너무 어려 보였다.
“저희요? 21살요. 술 마실 나이는 충분히 되요.”
“예? 그, 그렇군요.”
자신들에 대해서 어필보다는 편하게 먼저 다가가려는 듯 보이는 그녀들.
“오빠들. 말 편하게 해요. 우선 만난 것도 기념인데 다들 한잔 할까요?”
술잔을 기울이며 신민배를 카드로 낙찰 한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리 간단하게 자기소개 먼저 할까요? 전 노아영이라고 해요. 21살이고. 학생이랍니다.”
노아영은 168정도 되는 키에 매우 날씬한 몸매를 지니고 있었다. 쫙 들러붙은 스키니진으로 인해서 몸매가 더욱 살아나는 듯 보였고, 허리 라인은 매끄럽기 그지없었다.
생기 있고 긴 검은 머리가 허리까지 내려왔는데, 조명이 그녀를 비출 때마다 후광이 비추는 듯 한 착각까지 불러 일으켰다.
크고 긴 눈과 새하얀 피부로 인해서 친구들 사이에서 뿐만 아니라, 이곳 감옥살이 내에서 가장 예뻐 보일 정도였다.
“저는 친구 김지연이라고 해요.”
“전 이지하요. 셋 다 같은 대한 대학을 다니고 있어요.”
친구 둘 역시도 예쁜 축에 속했다. 또한 셋 모두 옷차림이 상당히 세련되어 있었고, 비율이 좋아서 모델이라고 불러도 과언은 아닐 듯 했다.
그녀들의 말이 끝나고 고창식과 신민배 역시도 소개를 했다. 그리고 나이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말을 편하게 하기로 했다.
이지하의 마지막 말을 염두에 두고 있던 고창식이 놀라며 말했다.
“대한 대학이면 제일 명문 대학이잖아? 와. 너희들 공부 엄청 잘하나 보구나.”
그녀들에 비해 두 사람은 이름도 없는 대학을 나왔다. 사실 두 사람 모두 공부와는 거리가 상당히 멀다.
솔직히 얼굴과 옷을 너무 신경 써서 그런 것인지, 대한 대학에 다닌다는 사실을 믿지 못할 정도로 그녀들은 예뻤다.
“그나저나 학생이 무슨 돈이 있어서 그렇게 돈을 많이 쓴거야?”
아무래도 경매에 대한 말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대학생이 한 번에 거금을 사용한다는 것은 거의 있을 수가 없다. 재벌 딸이 아닌 이상 말이다.
“이정도 돈은 알바해도 충분히 벌 수 있는 돈이잖아요? 다른 허툰데 쓰지만 않으면 알바하고도 돈은 남지 않을까요?”
“그래서 알바는 하니?”
“호호, 당연하죠. 간혹 아버지 서류 정리해드리면서 용돈 좀 받아요.”
“용돈을 꽤나 많이 받나보네? 이런데 막 쓰는걸 보면?”
신민배의 말에 곁에 있는 이지아가 입을 열었다.
“오빠들 우리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에요? 우리들 그래도 꽤나 잘나가는 집안사람들인데?”
“자, 잘나가는 집안?”
사실상 사람이 잘나간다는 말은 해도, 집안이 잘나간다는 말은 섣불리 하지 않는 것이 일상적이다. 하지만 이지아는 그런 말을 너무 아무렇지 않게 했다.
그리고 그녀들의 부모님들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거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우선 노아영의 경우 아버님이 중소기업 사장이다. 그것도 괴수 시체를 가공하는 중소기업이다.
괴수 가공 중소기업은 다른 직종과 다르게 수입원이 상당히 높다고 보면 된다.
김지연의 경우는 부모님들이 자신들의 이름을 내 걸로 병원을 세우고 원장을 도맡아 하고 있는 규모가 꽤나 큰 병원이다.
이지아는 검사 집안의 딸로 그녀 역시 검사를 꿈꾸고 있다고 한다.
“셋 다 상당히 쟁쟁하구나? 우리와는 너무 차이나는데?”
“에이? 뭐 당장 우리가 어떻게 하자는 것도 아닌데 너무 앞선 걱정하시는거 아니에요? 그냥 즐기는 자린데 신경 쓰지 말고 재밌게 놀아요.”
쿨한 성격의 김지연이 말했지만, 두 사람은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
무엇하나 빼놓을 것이 없는 그녀들과 이제 막 5등급의 능력자로 첫발을 땐 신민배와 내세울 것이 하나도 없는 고창식의 경우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오빠는 능력자가 된지 얼마나 됐어요?”
“음…… 능력자 된지 얼마 안됐어.”
“그런가요…….”
사실 그녀들은 지금 신민배의 말을 이해 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대다수 돈에 큰 구애를 받지 않는 집안들은 고등 교육을 마치는 20세가 되면 바로 적성 검사를 하여 능력자 인지 아닌지를 판별한다. 물론 능력자에 관심이 없는 집안들은 테스트도 받지 않는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서는 10대들도 능력자 테스트를 받곤 한다.
그렇다보니 그녀들은 28살이나 되는 신민배가 이제 막 능력자가 되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특성은 뭔데요?”
“보조계…….”
자신감 없는 말이었지만, 그 중 노아영은 상당히 놀라고 있었다.
“어머? 보조계가 5등급은 매우 드물다고 하던데? 능력자 된지 얼마 안됐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어…… 그렇긴 하지.”
“오빠 능력 좋나보네요? 5등급의 보조계라니…….”
아버지가 괴수와 관련 된 직업이다보니 능력자에 대해서 일반인들에 비해서는 많은 상식이 있었다.
“뭐 다른 능력자들에 비해서 형편없는 것은 사실이라…….”
“무슨 말씀이세요? 형편없다니? 우리나라 능력자가 몇 명인지나 알고 하시는 소리세요? 형편없는 능력도 없는 사람들도 많다고요. 배부른 소리세요.”
신민배는 지금까지 무시만 받고 열등감에 빠져 있었다. 그런데 노아영은 그런 신민배는 오히려 질책하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기분이 뭔가…….’
지금까지 보조계가 되었다고 해서 그를 부러워하거나 칭찬해 준 사람은 없었다. 물론 5등급이 되고 나서야 조금씩 인정을 받긴 했지만, 보잘 것 없는 하위 등급의 보조계 능력자도 인정해주는 노아영의 경우는 특별했던 것이다.
이후 그들은 괴수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저희들은 능력자 테스트 받았지만, 합격한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그래서 능력자가 부럽기도 하고. 오빠! 괴수 잡을 때 어때요? 무서워요?”
“응? 아…… 난 뭐 뒤에서 보조 역할이라 뒤에만 있지만…… 그래도 확실히 괴수는 무섭지. 만약 방어계들이 막아주지 않는다면, 그 외의 능력자들은 속수무책으로 괴수에게 죽임을 당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거든.”
“그렇구나…… 위험한거였구나…….”
술을 어느 정도 마신 그들은 약간 취기가 돌기 시작했다. 양주 한 병이라고 한다하지만 5명이 나눠 마시는 것이기 때문에 심하게 취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리고 그들은 2차로 자리를 옮겼고, 점차 분위기는 무르 익어갔다. 약간의 자괴감에 빠져 있던 고창식도 이제는 편하게 그녀들을 대하고 있었다.
자라온 환경이 달랐지만 그녀들은 상당히 올바른 생각과 셋다 착한 성격의 소유자였던 것이다.
“너희들 이녀석한테 잘 보여라. 조만간 아주 크게 될 녀석이야!”
“어머? 그런 오빠는요? 뭐 평생 이대로 살거에요?”
“나야 뭐…… 능력껏! 살아가야지!”
“오빠도 뭔가 특별한 능력이 있을거에요. 걱정 말아요.”
사람에 대한 차별을 크게 두지 않는 그녀들. 지금까지 고창식과 신민배가 많은 여자를 만나 온 것은 아니지만, 그 중에서 단연 톱으로 꼽을 만한 그녀들이었다.
“저, 저기…… 우리들 연락처 교환 할까? 다음에도 만나서 놀게 말이야.”
고창식이 용기내서 말했고, 그녀들은 웃으며 답했다.
“호호, 그래요. 어차피 집에 갈 때 쯤 물어보려고 했던 말이었는데, 남자답게 매너가 좋으시네요.”
다섯 사람들은 각자 연락처를 교환하게 되었고, 취기가 오른 그녀들은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마지막 이지아까지 택시로 배웅해준 두 사람은 눈빛을 마주 쳤다.
“어때? 괜찮지 않았어?”
신민배가 먼저 물었다.
“솔직히…… 너 같으면 싫겠냐? 그런데…… 이미 사는 환경이 틀린 애들이잖아? 저런 애들과는 좋은 미래를 볼 순 없겠지.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냐?”
“그렇지…….”
이미 환경에서부터가 많은 차이를 지니고 있는 그녀들이었다. 일정한 중산층 이상인 그녀들이 자신들을 좋아하고, 사랑한다 할지라도 그녀들의 부모는 다를 것이다. 그것이 현재 사회의 인식이니까 말이다.
사회적 지위……. 어른들은 언제나 그것을 염두에 두고 살아간다.
“뭐…… 그래도 친하게 지내면서 저런 애들에게 힐링이라도 하는게 좋지 않겠냐? 알고 지내는게 죄는 아니니까 말이야.”
“맞아! 죄가 아니지!
두 사람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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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일찍 보신 쿤다라님이 심심해 하실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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