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럭셔리버프-20화 (2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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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연씨네 가족

털썩~!

그리고 그때 고란이 먼저 쓰러졌고, 그들도 동시에 자리에 누워버렸다.

“헉헉헉! 끝났다…….”

시현은 마지막 휘두른 검이 고란에게 박혀 있었음에도 그것을 뽑을 기운도 없이 자리에 쓰러졌고, 시은 역시 마찬가지로 방패와 해머를 손에서 놓고 주저 앉아버렸다.

비틀~!

김연희는 마지막까지 서 있는 모습이었지만, 이미 그녀 역시도 한계인 상황이었다.

“그래도 다행이네요. 겨우 이렇게 마무리라도 할 수 있어서요.”

대답하는 사람도 없다. 그들 모두 지금의 상황이 얼마나 위험했던지 알게 된 터였다.

“헉헉! 확실하게 형의 버프 효과가 입증이 된 셈이네요. 아마도 형의 버프가 없었다면 시은이 누나도 이미 쓰러졌을테고, 시란이는 목숨을 잃었겠죠.”

“맞아요. 오빠가 아니었으면 아마 저는 죽었을 거예요. 오빠의 힘을 실감하게 되네요.”

“너무 그렇게 부추기지마라. 부끄러워지려고 한다.”

마무리 된 고란의 시신을 처리하고, 그들은 한 자리에 모였다.

“아무리 휴식을 취했다지만, 시란이 상태는 좀 더 휴식이 필요할거에요. 그치?”

그 말에 시란은 아무런 말도 못했다. 아직도 옆구리에 통증이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오늘은 여기까지 하는 게 좋겠습니다. 솔직히 8마리면 다른 팀들에 비해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요.”

현재 시간이 3시였고, 앞으로 한 두 시간 정도는 더 사냥할 수가 있었지만, 시란의 몸 상태로 인해서 그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8마리의 총 정산액은 592만이네요. 제 몫 10%를 제외하고 나머지를 다 입금해드릴게요. 계좌번호 좀 알려주시겠어요?”

5인 기준에서 보조계는 언제나 10%를 차지한다. 사실상 이것도 감지덕지다. 이유야 보조계는 5인 팀에 들어오는 경우가 거의 드물기 때문이었다.

신민배의 이러한 말에 그들은 잠시 무언가 말들을 주고받기 시작했고, 잠시 후 김연희는 사양하지 않고 자신의 계좌번호를 알려주었다.

“저기…… 오빠 죄송한데 저희 말 좀 들어주지 않으실래요?”

“응? 무슨 말?”

시은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솔직히 오빠 같은 분이 없으면 저희 가족은 사냥하기가 힘들어요. 이렇게 많은 괴수를 잡아 본적도 크게 없고요.”

“그런데?”

“그래서 말인데…… 괴수의 30%의 몫을 드릴테니 앞으로도 저희와 함께 사냥을 해주시면 안될까요?”

보조계에게 30%의 분배는 상당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그가 가장 많이 받아봤던 분배는 예전 15%가 다였다. 그러니 지금 이 말이 얼마나 매혹적인지는 그 스스로도 느끼고 있었다.

‘음…… 고민되네. 솔직히 592만의 30%라면 177만이 넘는 돈이야. 많은 돈이라고 할 수는 있는데…… C급 괴수를 잡을 때와는 확연한 손해를 보는 건 사실이고…….’

그는 많은 고민을 해보기 시작했다. 현재 이 가족들이 힘들어서 함께 팀을 이루기는 했지만, 불편함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가족적인 분위기에 마음까지 편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등급 상태로 봐서는 절대로 D급 이상 괴수를 사냥하는 것은 무리.

그것은 곧 자신에게 손해로 다가 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또다른 장점은 생명의 안전성이라는 거다.

물론 괴수 사냥은 언제 어디서나 위험이 따르는 것은 사실이다. 지금 당장 이들의 실력으로는 D급 정도만 잡기 때문에 C급보다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할 수 있다.

30%의 분배를 받으면서 안정성까지 확보한다면 생활은 계속 풀릴 것이 자명한 사실.

‘아…… 그래도 돈이 약간 아쉽긴 한데…….’

C급을 잡으면 많게는 몇 배까지 차이가 나는 금액이니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고민을 하다 신민배는 그 가족들을 잠시 바라보았다. 만약 그가 아니라 다른 보조계를 들인다면 이 정도까지 사냥이 가능할까하는 의문도 들었다.

자신의 버프가 다른 보조계보다 약간 높은 수치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은 그 스스로도 알 수 있었다.

그렇다고 지금 자신이 빠지게 되면 아마도 이 가족들은 제대로 된 팀을 이룰 수가 없이, 각기 뿔뿔이 흩어져야 할 생황이 생기게 된다.

“오빠…….”

아주 작은 목소리로 자신을 부르는 것이 아닌…… 좋은 대답이 나오기를 바라는 시란의 간절한 목소리.

‘그래! 까짓거…… 30%를 어디 가서 받겠냐? 차후에 좀 익숙해지고나면 더 많은 사냥도 가능하겠지. 더군다나 첫날에 이정도면 다음날이면 더욱 노련해질테고!!’

그는 자신의 생각을 굳혔다.

“알겠어. 그럼 그렇게 하자. 대신 30%는 무르기 없기!!”

“엇? 진짜요? 정말 감사해요!”

시은이 놀란 눈을 뜨고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그 뒤에 시란이 살며시 웃으며 말했다.

“헤헤, 난 오빠가 허락할 줄 알았어요. 이럴 줄 알았으면 20%로 할 걸 그랬나봐?”

“뭐라구? 분명히 난 물리기 없다고 말했다?”

그들은 내일을 기약하고 정산도 마무리 지었다.

신민배가 177만이 넘는 금액을 가지게 되었고, 그들 가족에게 돌아간 금액은 415만원이라는 큰 금액이었다.

그들 모두가 고생한 것에 대한 보답을 받은 것이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하루의 끝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돈 문제부터 시작해서 팀의 상황까지.

다소 상황이 위험해질 수도 있겠지만, 도전해 볼 가치는 충분히 있었다. 또한 그들 역시도 능력자. 반드시 강해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 전에 나부터 능력이 늘어났으면 좋겠네…… 그렇게 되면 저 가족들 모두가 더욱 안전한 사냥을 할 수 있을텐데 말이야…….’

사실 가족과는 거리가 먼 신민배는 그들 가족이 무척이나 보기 좋았다. 그들 모두가 삶이 힘들어서 그렇지, 가족 하나하나를 생각하는 마음이 대단한 듯 했다. 그런 가족을 보니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울컥 할 정도였다.

‘다 잘 될거야…… 나도…… 그 사람들도…….’

절대 손해 보는 일은 아니었기 때문에 마음 편하게 하루를 마무리 할 수 있는 그였다.

그날 새벽. 천둥이 치고 억수 같은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시간 신민배는 끙끙 앓고 있었다.

이유 없이 몸이 아프기 시작했던 것이다. 움직일 때마다 온 몸이 삐걱대는 소리가 나는 것 같았고, 세포 하나하나가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그것 또한 고통으로 다가왔다.

고열은 두 말 할 것도 없었고,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의 엄청난 고통.

‘대, 대체 내가 왜 이러는거야?’

일어서서 병원이라도 가보고 싶었으나, 도무지 그럴 기운조차 나지 않았던 그는 점점 정신을 잃어갔다.

정신을 잃고 나서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눈을 떴을 때, 좁은 창으로 새어 들어오는 아침햇살이 너무 따스하다는 것을 느꼈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시계를 바라보았다.

‘음…… 아직 7시 밖에 안됐네? 대체 밤에 아팠던 건 왜 인거야? 능력자들이 되면 한 번씩 다들 이유 없이 아픈건가……?’

어젯밤의 기억이 생생했다. 그랬기에 조금이나마 걱정이 되었다.

‘시간이 나면 병원가서 종합 검사라도 받아봐야 할 것 같네. 혹시 모를 일이니 말이야.’

새벽에 그렇게 심한 비가 내렸음에도 아침은 너무나 맑았다. 그리고 비가 온 흔적이라고는 전혀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바깥 날씨도 화창했다.

‘그나저나 오늘은 어디로 사냥을 갈지? 미리 전화라도 해봐야겠다.’

아침 7시라면 김연희의 가족 역시도 모두 일어나서 사냥 준비를 할 시간이니 미안해 할 필요는 없었다.

전화를 하기 위해서 휴대폰을 확인한 그는 깜짝 놀랐다.

[부재중 전화 8건]

“헉? 언제 이렇게 전화가 온 거야? 새벽에 온 건가?”

새벽이야 몸이 무척이나 아팠기 때문에 그가 못 들었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전화의 대부분은 연락처를 주고받은 연시은이 전화를 한 것이었다.

전화가 걸려 온 시간을 확인하기보다 그녀에게 연락이 온 이유가 궁금했던 그는 즉각 시은에게 전화를 걸었다.

두르르르르~!

“여보세요?”

-오, 오빠?

“어. 그래. 어제 새벽에 전화 했었어?”

-네……? 아, 아뇨…….

“아, 그래? 부재중 전화가 들어와 있던데? 새벽이 아니면 언제 한 거야? 어제 새벽에 내가 좀 아파서 전화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거든.”

그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핑계 삼아 전화 한 이유를 듣고 싶었다.

-저기…… 오빠 뭔가 잘못 알고 계신 것 같은데, 전 어제 전화 한 적이 없어요.

“음? 그래? 근데 부재중 전화가 와 있던데? 8건의 부재중이 전부 네 이름이잖아?”

-어제가 아니라…… 삼일 전을 말씀하시는 거 아니에요?

“뭐??”

시은이 하는 말을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신민배는 잠시 전화를 귀에서 때고 부재중 전화의 시간을 확인 했다. 시간은 대다수 아침 8시부터 해서 오후 1시까지 줄 곳 이어져 있었다.

‘뭐지? 시간이… 대체 왜 이래?’

그는 전화기가 고장이 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아, 저기 미안한데. 내가 좀 있다가 다시 전화 줄게.”

-네? 네…….

신민배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전화기의 상태를 확인했다. 시간과 날짜.

“뭐야? TV 시계와 다를 게 없이 맞는데? 날짜도 맞…… 뭐지 이거?”

화면을 보고 깜짝 놀라고 만 그. TV에 나오는 날짜를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21일.

그는 김연희의 가족들과 사냥을 한 날이다. 돈도 많이 벌고 정감이 가는 팀들이라 확실하게 기분이 좋은 하루였다.

그런데 지금 시계를 보니 24일이다.

그가 알고 있는 22일이 아닌, 삼일이나 더 지난 24일이 표기 되어 있었던 것이다.

“대, 대체 이게……?”

그는 순간 의아함을 느꼈다. 그리고 그 즉시 인터넷을 통해서 22일 새벽에 천둥과 비가 심하게 내렸다는 것 또한 알게 되었다.

“그럼 내가 아파서 3일이나 자고 있었단 말이야?”

지금까지 태어나서 잔병치례를 많이 해본 적이 없는 그는, 그 흔한 감기조차도 잘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22일 새벽 심한 고열과 고통은 태어나서 처음 겪는 느낌이었다.

그는 지금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몸이 대체 얼마나 아프면 3일 동안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잠만 잤단 말인가? 그런데…….’

그렇게 심하게 아파서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던 것에 비해, 지금의 몸 상태는 최상이라고 볼 수 있었다.

아픈 곳 하나 없었고, 철근이라도 씹어 먹을 기세였던 것이다.

‘안되겠다. 병원이라도 지금 당장 가봐야겠다.’

신민배는 그 즉시 시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 시은아. 오빠가 정말 미안해. 내가 좀 많이 아파서 3일 동안 연락을 받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어. 진짜 미안하다.”

-아, 아니에요. 아프셨다니 어쩔 수 없죠.

“정말 미안한데 오늘 하루 더 쉬어야 할 것 같아. 아무래도 병원가서 검사를 좀 받아봐야 할 것 같아서.”

-오빠 많이 아프셨던 거에요? 그것 때문에 연락 못 받으신거고요?

“당연하지. 아프지 않는 이상 내가 왜 연락을 안 받았겠어?”

-저, 정말요?

그녀의 목소리는 약간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뭔가 기뻐하는 듯한 목소리도 엿 들렸다.

-민배 오빠가 아파서 연락 못 받은 거래요!

-진짜? 와!! 난 형이 그럴 줄 알았어!

-오빠가 그렇게 우릴 못 본 척 할 리가 없지!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소리에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많이들 불안했나 보구나…… 내가 고의로 연락을 피한 줄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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