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럭셔리버프-41화 (4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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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갑작스런 B급 괴수의 출현.

그들이 도망가기 시작했을 때, 마치 바위에 금이 가는 듯한 소리가 크게 사방으로 울려퍼졌다.

푸확!!

그리고 마치 뭔가가 터지는 듯한 소음이 들리며, 블랙 터틀의 단단한 외피가 사방으로 뿌려졌다.

“크악!!”

“아아악!!”

“컥!”

사방으로 뻗어 나간 파편은 족히 200미터 이상이 떨어진 곳의 군인들에게도 피해를 줄 정도로 어마어마한 폭발이었다.

이 모든 것이 20초만에 진행 된 일이었다.

“끄롸롸롸롹!!”

괴수의 엄청난 괴성.

괴수의 포효를 듣는 순간, 온 몸이 움찔 거렸으며, 능력자들 모두가 자신들의 몸이 떨리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A…… A급이다…….”

남백호는 참담한 표정으로 멀리 떨어진 A급 괴수 블랙 터틀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이제는 블랙 터틀이라는 이름을 바꿔야 할 정도다.

전체 피부는 검은색이었지만, 거북이라고 부르기엔 모양새가 너무나 달랐다.

푸화화확!!

녀석이 뭔가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녀석의 등에서 뭔가 거대한 것이 활짝 펴졌다.

바로 날개다.

족히 100미터는 될 듯한 날개. 이미 크기부터가 범접하기 힘들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능력자들은 지금 눈앞에 있는 괴수를 보며 자신이 얼마나 초라한지를 느낄 정도였다.

펄썩! 펄썩!

날개를 위 아래로 흔들 때마다 거대한 바람이 일어났다. 태풍보다도 무시무시한 이 바람은 근처에 있던 트레일러가 뒤집어 질 정도였으며, 자세를 제대로 잡고 있지 않다면 능력자, 민간인 할 것도 없이 모두가 날려갈 판국이다.

파앙~~!!

그런데 그 순간 괴수가 날개 짓을 세차게 하더니 그대로 허공으로 떠올랐다.

늦은 밤 괴수가 허공으로 사라지자, 녀석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 수가 없었다.

주변은 매우 고요했다. 능력자들은 아직까지 자신의 눈을 의심할 정도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괴수. 더군다나 수많은 괴수 정보를 익혔지만, 그 어떠한 정보에도 나타나지 않은 괴수.

하물며 날개까지 지니고 있는 괴수를 처음 본 상황에서 이들 모두는 단 한 가지의 생각에 봉착했다.

A급 괴수의 등장!

그것도 대한 민국에 A급 괴수가 나타났다는 것은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할 수가 있다.

현재 대한 민국은 능력자 면에서 세계 15위 권 내에 들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리고 A급 괴수에 대한 위력은 익히 그들 역시도 알고 있다.

많은 능력자들이 동원 된다고 해서 과연 지금 나타난 A급 괴수를 쓰러뜨릴 수 있을지?

아니, 그들은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모두가 체념한 듯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작전 참모가 남백호의 앞에 나타났다.

“지금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저건 A급 괴수지 않나!!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하려고 하느냔 말이야!!”

작전 참모로써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B급 괴수를 상대하기 위해서 모였었다. 헌데 갑자기 그런 B급 괴수가 A급 괴수로 탈바꿈 했기 때문이다.

A급 괴수가 나타났다는 것은 거의 재앙 수준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의 국가 안전이 위협되는 순간.

작전 참모로써 지금 이 상황을 무시 할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남백호의 앞에서 작전 참모는 목에 핏대를 세우고 따지고 들기 시작했다. 만약 전투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지 않았다면 A급 괴수가 나타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해서 이 모든 잘못을 백호 길드에게 떠 넘기려는 의양인 듯 보였다.

남백호가 떨구고 있던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그리고 오른 손으로 작전 참모의 관자놀이를 잡았다.

“이, 이게 무슨 짓이냐! 이거 놓지 못해! 윽! 악!! 아아아악!”

점점 강하게 조여지는 강력한 악력에 작전 참모는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그런 그의 곁에 수많은 군인들이 자리 했지만, 그 어느 하나 나서는 자는 없었다.

빡!

뭔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아마도 작전 참모의 관자놀이의 뼈가 부서지는 소리인지도 모른다.

손을 놓자 작전 참모는 힘없이 그 자리에 쓰러졌다. 이런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고 있던 임창종이 말했다.

“치유해주세요.”

곁에 있던 치유계 한명이 천천히 작전 참모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즉시 힐을 시전 했고, 정신을 잃었던 작전 참모가 아주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 번 더 지껄여라…… 그땐 두개골을 아예 박살을 내버릴테니…….”

그 자리에서 등을 돌리고 남백호는 어디론가 사라져 갔다.

괴수가 사라 진 후, 백호 길드도 사라졌다.

군병력은 최대한 괴수가 사라진 것을 조사하기 시작했고, 괴수는 현재 그 자취를 감춘 상태였다. 한편으로는 우리나라를 떴다는 설도 있으며, 정부에서 은폐를하고 있다는 가설까지 나오고 있는 상태다.

이미 미디어는 블랙 터틀이 나타났을 때부터 속보로 모든 정보를 제공하고 있었지만, A급 괴수에 대한 정보는 숨긴 상태였다. 만약 A급 괴수가 나타났다는 사실이 보도 된다면, 전국민이 혼란에 빠질 수가 있을 정도로 중대한 사안이었다.

괴수 처리에 실패를 하고 길드로 돌아온 백호 길드원들은 모두 자택으로 귀가한 상태였다. 이미 A급 괴수의 위치까지 파악할 수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 이상 길드를 지키고 있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쾅! 쾅쾅쾅!

와장창창!!

길드로 복귀한 남백호는 자신의 사무실에 있는 모든 것을 때려 부수고 있었다.

킹덤 길드를 넘어 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날아 가버렸던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블랙 터틀이 변태를 하기 위해 외피가 사방으로 터져 나갈 무렵, 많은 길드원들이 중상을 입기도 했다.

얻은 것 아무 것도 없이 길드로 돌아온 남백호의 화는 머리끝까지 치솟아 있었고, 그의 손에 잡히는 모든 것들을 박살내고 있었다.

“진정하십시오.”

“닥쳐!!”

임창종이 그를 만류했지만 들을 생각도 없는 남백호.

“지금 이러실 때가 아니란 말입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지금 이 짓이라도 하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건물 밖으로 뛰어 내릴 것 같은 기분을 네가 알기나 해? 그러니까 닥쳐!! 더 이상 부술게 없으면 그때 조용해 질테니까!!”

콰창!!

와장창창!!

그의 사물 파괴는 20분 간 계속 유지되었다. 생각보다 그의 사무실에는 부술 것이 많았나 보다.

“씩씩!”

더 이상 부술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는 천천히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피해는?”

“사상자가 12명이 나왔습니다. 그 중 9명은 단순 외상이지만, 2명은 중상이며 한 명은 의식불명입니다.”

“제기랄…….”

단 한 번도 이런 피해를 보고 받은 적이 없었던 남백호는 분노가 치밀어 오를 정도였다.

“왜 하필 거기서 변태가 된단 말이야…….”

모든 것을 탓해 본들 더 이상 아무런 해결책은 없었다.

“그래. 중상을 입은 사람들은 얼마나 지나야 회복 될 것 같나?”

“회복이야 금방 되겠지만, 더 이상 능력자로써 생활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 정도……인가?”

“네. 한 사람은 등에 파편을 맞아 척추가 완전히 나가서 걸을 수조차 없습니다. 또 다른 한 명은 한 쪽 다리를 잃었습니다.”

치유계가 아무리 뛰어나다고 한 들, 각종 신경에 의해서 파괴 되어버린 신체는 완치 시킬 수가 없다. 하물며 신체의 한쪽을 잃어버린 사람은 출혈을 빠르게 멈추게 하고, 상처를 회복시킬 수는 있지만 복구 시킬 수는 없었다.

“젠장…….”

그 누구보다 길드원을 아끼는 사람이 바로 남백호다. 자신의 길드원이라서가 아니라, 길드를 이정도로 발전시킬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길드원들이라고 믿고 있는 그였다.

다혈질적인 자신의 성격을 알면서도 모두가 백호 길드에 남아 있는 자체가 고마울 따름이었다.

“더 이상 돈 걱정은 하고 살지 않게…… 보상은 확실히 해줘…….”

“알겠습니다…….”

백호 길드는 다른 길드에 비해서 피해 보상 금액이 확실하게 높았다. 이유는 남백호는 이익을 따지는 길드장이 아닌, 명성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식 불명은 누구야?”

“음…….”

임창종이 쉽게 입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침묵을 뒤로 하고 그의 입에서 이름 석자가 흘러 나왔다.

“신민배입니다.”

쿠쾅쾅쾅!

신민배의 이름이 흘러나오자, 더 이상 부술 것이 없던 남백호는 자신의 사무실 벽을 그대로 부셔버리고 말았다.

***

쩌적! 쩌적!!

블랙 터틀의 외갑에 금이 가기 시작했을 무렵, 길드원 모두는 남백호가 외치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것은 신민배도 마찬가지였으며, 그의 퇴각 소리에 다른 공격계와 마찬가지로 즉시 자리를 이탈하기 시작했다.

파사사사삭!

이탈하여 즉시 퇴각을 할 무렵, 괴수의 외피 부분이 사방으로 비산 되었다. 비산되는 속도가 어마어마 했으며, 근처에 있던 자동차나 그 외 장비들이 파괴 될 정도였다.

“크아악!”

“아아악!”

연 이어 들이기 시작하는 비명 소리들.

“괘, 괜찮아요?”

파편에 맞은 동료들을 보며 신민배가 외쳤다. 이미 그들은 상당한 타격을 입고 그 자리에 쓰러져 있었던 것이다.

급히 그들의 곁으로 가 상태를 살펴보았지만, 그들에게 그 어떠한 도움의 손길 조차 내밀 수 없는 것이 지금 현재의 신민배였다.

“치유계! 빨리 여기 치유를!!”

하지만 그 말을 듣는 치유계는 없었다. 이미 후퇴 명령이 내려진 와중에 그곳에 자리하고 있는 이는 없었다.

그리고 신민배의 말을 들었다 하더라도 섣불리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쓰러진 동료들을 보며 드는 강렬한 생각은 그들을 ‘도와주고 싶다. 지켜주고 싶다.’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애초에 도주를 감행 할 때부터 자신의 능력으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그 역시도 잘 알았다.

능력의 재사용 시간도 걸렸으며, 정신력의 한계를 맞이하고 있었다. 단지 도와주고 싶다라는 마음만 간절할 뿐. 그 어떠한 행동도 할 수 없는 자신이 너무나 한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내가 약한건가…… 강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이 정도였단 말인가…….’

도와주고 싶은데도 아무런 행동을 취할 수가 없다. 또한 지금 자신의 능력으로 그들의 고통을 감소시켜 줄 수 있는 방법도 없다.

지금 신민배가 할 수 있는 유일 한 것은 이 자리에서 그들을 부축하고 함께 안전지대로 가는 것뿐이었다.

많은 이들이 쓰러져 있지만, 단 한 사람 밖에 도울 수 없다는 그 사실도 너무나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다.

“으으으윽!”

“괘, 괜찮을거에요! 걱정말아요!”

신민배는 바닥에 쓰러져 신음하고 있는 그를 일으켜 세웠다.

그는 자리에서 두 발로 지탱도 하지 못할 정도로 큰 타격을 입은 듯 보였다. 조금씩 일으킬 때마다 그의 입에서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크아아악!”

“조, 조금만 참아요!”

신민배는 그 사람이라도 함께 데리고 안전지대로 가고 싶었다. 그런데 그 순간.

“억!”

그의 입에서 단발 음성이 터져 나왔다.

후두부를 뭔가에 강하게 맞은 것이다. 허공으로 비산했던 블랙 터틀의 외피가 떨어져 내렸던 것이다.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시선은 옆을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쓰러지는 다른 능력자.

현재 자신이 쓰러졌지만, 큰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단지 정신이 아늑해지는 가운데 고통에 신음하는 동료의 표정만이 눈에 들어올 뿐이었다.

지금 그 어떠한 누구에게도 도움을 줄 수 없다는 한심함이 마음을 짓눌렀다.

동료를 향해서 손을 천천히 뻗는 신민배. 그런 그의 정신은 천천히 아늑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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