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4 / 0176 ----------------------------------------------
15. 시끄러워서 깼다.
“악! 자, 잠시만요!”
“왜? 뭔데? 무슨 일인데? 아직 몸이 불편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의 몸을 이리저리 살펴보기 시작하는 남백호.
“그게 아니라…… 너무 세게 잡으셨어요.”
자신의 손목을 보며 한 말에 남백호가 화들짝 놀라며 손을 땠다.
“사냥 가기 전에 먼저 다녀 올 때가 있어서요. 그때까지만 먼저 사냥들 하십시오.”
“에? 어디가게? 여자 친구라도 만나러가게?”
“그런 게 아닙니다…….”
이에 남백호는 신민배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근엄하게 말했다.
“난! 차세희는 반대다!”
“예? 갑자기 그 여자 이름은 왜 나와요?”
“너 거기 가려고 그러는거 아냐?”
“마, 맞긴한데…….”
“거봐! 역시 그랬어! 네가 차세희랑 잘되고 차상훈이랑 친하게 지내는 꼴은 절대 못 본다!”
그 말만을 하고 등을 ‘휙’ 돌리고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는 남백호.
“하하, 이해하십시오. 사실 민배씨가 얼른 깨어나서 함께 사냥하길 가장 고대하던 분이 바로 길드장님이셨으니까요.”
임창종은 지금의 분위기가 매우 좋다고 생각 들었다. 사실7개월 동안 백호 길드는 약간 암울한 분위기였다. 그런데 신민배 한 명이 깨어났다고 분위기가 틀려진 것이다.
“그럼 아무쪼록 볼일 잘 보시고 빨리 함께 사냥을 했으면 좋겠군요.”
“네. 알겠습니다.”
임창종의 손짓에 주변에 있던 백호 길드원들이 즉각 이동을 시작했다. 그 중에는 시현과 안젤리나도 포함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두 사람의 행동이 좀 이상했다.
앞장서서 가는 시현이 안젤리나의 손목을 잡고 끌고 가고 있었고, 안젤리나는 끌려가면서 울상을 지으며 신민배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뭐야? 쟤들 무슨 사이야?’
7개월 동안 남녀 사이에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보니, 그저 궁금할 따름이었다.
길드원 사람들이 모두 떠나고 남은 사람은 네 명이었다. 바로 그와 가장 친한 고창식과 세 명의 여인. 노아영, 이지은, 김지연이었다.
“들었다시피 난 볼일 좀 보러가야겠다.”
“오빠, 정말 혼자서 괜찮겠어요?”
노아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신민배.
“응. 괜찮다니까? 솔직히 7개월 동안 몸은 더 좋아진 것 같은 느낌이야. 그래서 뭔가 이상해서 능력자 관리소 좀 가보려고 그러는 거다.”
그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능력자가 아닌 네 사람이 신민배의 몸에 대해서 알 리가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다들 오늘 와 준거 정말 고맙다.”
그 말을 끝으로 신민배는 택시를 탔고, 능력자 관리소로 향했다.
접수를 마치고 차세희와 마주 앉은 신민배.
“퇴원하셨다는 이야기는 들었어요. 그리고 이곳으로 올 것도 알았고요.”
“하하, 설마 차세희씨를 보러 왔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죠?”
“어머? 아닌가요? 난 제일 먼저 나를 보러 올 줄 알았는데?”
“설마요…….”
“쳇…… 아니면 말구요. 그런데 온 이유는 아무래도 몸 상태 때문이겠죠?”
“네. 맞습니다.”
이미 그녀는 신민배가 퇴원을 하면 자신을 만나러 올 줄 알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사실 신민배씨가 가사상태에 빠지고 나서 병원 측과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어요. 아무래도 병원 측에서 신민배씨의 가사상태의 이유를 모르다보니 저희 능력자 관리소에서 직접 나선거고요. 채혈을 하고 DNA까지 검사를 진행해 보았어요. 그리고 놀라운 사실을 알았죠.”
대한민국 최초의 4등급 보조계다. 당연히 그가 가사상태에 빠졌다는 것은 나라로써도 중대한 사안일 수밖에 없었고, 능력자 관리소 역시도 신민배의 안위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해서 여러 테스트를 차세희가 직접 해보게 된 것이었다.
“네? 놀라운 사실요?”
“그래요. 신민배씨는 현재 능력이 상승한 상태세요.”
“예? 누워만 있었는데 말입니까?”
“저도 그게 궁금하긴 하지만, 이는 능력자들의 각기 다른 개성 때문이겠지요. 사실 민배씨 자체가 조금은 특별한 케이스라 저희 연구진들도 의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검사를 하면서 몇 가지를 알게 되었어요.”
“무슨……?”
그녀는 서류 몇 가지를 꺼내어 보며 신민배에게 알려주기 시작했다.
“채혈과 DAN를 통해서 능력자 세포질을 검사 하던 중 이상한 점을 발견 했어요. 바로 능력자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능력자 세포가 있는데, 이는 항상 분열을 한다는 거죠.”
“그게…… 알아듣기 편하게 좀 말씀해주세요.”
“간단하게 말해서 능력자 세포는 꾸준한 분열을 통해서 능력 상승을 가져와요. 그런데 신민배씨의 능력자 세포 중 하나인 강화 계열 중 두 가지 즉, 공격력 강화와 방어력 강화의 세포가 분열을 하지 않고 활성화만 되어 있다는 거죠. 그 말은 더 이상 세포 분열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해요. 다시 말해 그 두 가지 강화 능력은 아마 앞으로도 더 이상 능력이 상승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이 되요.”
“그래요? 그럼 등급이 오르더라도 마찬가지란 소린가요?”
“네. 등급이야 능력과 실력 보고 결정하는 거라 상관은 없는 부분이죠. 솔직히 학계에서도 세포 분열에 대해 많은 의견이 있지만, 이렇게 활성화만 하고 있는 경우가 없어서 아직 확실한 답은 내려드리기 힘들어요. 하지만 추측컨대 더 이상 공격력 강화와 방어력 강화 능력은 상승하지 않을거라고 많은 분들이 결론을 지었죠.”
보조계에게 있어서 수많은 버프들이 있지만, 그 중 가장 대표적인 버프가 바로 강화 계열인 공격력과 방어력 강화였다.
이 능력은 보조계라면 대다수 인물들이 지닌 가장 기초적인 능력이라고 보면 되었다.
“안타깝군요… 더 이상 강화 능력이 상승하지 않으면…….”
사실 강화 버프의 수치가 낮았을 때에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지만, 10%의 수치가 되면서 많은 능력자들이 확실하게 공격력과 방어력 상승효과를 맛보았다. 그랬기에 신민배는 이 두 가지 능력이 계속 강해지길 바랬던 것이다.
“그래도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병원에 계신 동안 마지막으로 세포 분열이 되고, 수치가 상승했어요. 그걸 끝으로 활성화 단계에 들어간 것 같지만요.”
“그런거군요…….”
“어머? 수치가 얼마나 올랐는지 궁금하진 않으세요? 난 그게 궁금할 줄 알았는데…….”
“하하…… 그냥 좀 그렇네요. 더 이상 강화 능력이 상승하지 않을거라는 생각을 하니, 앞날이 좀 어두운 느낌이라고나 할까…….”
“뭐 그렇긴 하지만, 현재 그 수치만큼은 세계 제일이니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되요. 그리고 더 기뻐하실 문제가 있어요.”
세포의 활성화 단계로 인한 소식은 신민배에게 암울했다. 그런데 그녀는 수치가 오른 것을 오히려 기쁨으로 생각했나보다.
“신민배씨가 7개월이라는 가사상태에 빠지신 동안 3등급 능력자가 되셨어요.”
“예? 자고 있는 동안에요?”
“네. 황당하죠? 제가 오히려 궁금할 정도에요. 지금까지 이런 경우는 없었으니까. 처음 혼수 상태에서 가사상태로 넘어가면서 각성을 한 듯 보여요. 다른 능력들이 생기셨거든요.”
“또 다른 능력이요?”
단순 능력 상승이 아닌 각성이다. 4등급 각성을 하면서 신민배에게 여러 가지 능력이 생겼었다. 그것을 알기에 각성이라는 말 자체가 그에겐 너무나 매력적으로 들렸다.
“네. 하나씩 설명을 해드릴게요…….”
신민배는 주먹을 꽉 쥐었다.
“첫 번째 정신력 강화가 있어요. 이는 대상의 정신력을 상승 시키는 것으로 이미 다른 보조계 상위 능력자와 동일해요. 하지만 수치 면에서 두 배 이상 차이가나는 30%라는 엄청난 능력이시네요.”
두 눈을 크게 뜨고 경청하고 있는 그를 보며, 그녀는 또 다른 능력에 대해 말해주었다.
“지금부터 말씀드리는 능력들은 전부 최초로 생겨난 능력이라고 아시면 되요. 돌진이라는 능력이 생겼는데, 5분 동안 물리 공격 속도를 20% 상승 시켜요. 이것은 아마도 신체 부위의 특정 부분의 민첩성을 끌어 올려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 같아요. 방어계나 근접 공격계가 사용하면 상당히 좋겠죠? 그리고 정신일도라는 능력은 정신력 사용 속도를 20% 상승 시킨다는 거예요. 그렇다보니 원거리 능력자나 치유계에게 특화 된 것 같아요. 그런데 이 능력은 민배씨 본인에게는 별다른 소용이 없을 거예요. 민배씨 능력은 사용한 능력의 세포가 다시 본래대로 돌아와야 재사용이 가능한 것들이기 때문에 정신력을 빨리 사용하는 것과는 상관이 없죠.”
그녀의 말을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말대로라면 이것은 분명 괴수 사냥 속도를 현저하게 줄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철벽방어라는 능력이 생기셨어요. 능력을 사용하면 받는 피해를 30초 동안 50% 흡수 시킬 수가 있어요. 엄청난 능력이라고 보시면 되요. 아마 이 능력이라면 방어계가 아닌 이들도 괴수를 상대로 탱킹이 가능할걸요? 물론 30초라는 시간이 너무 짧긴 하지만…….”
‘보호막이랑은 비교도 안되는군?’
보호막과는 차원이 틀린 철벽방어 능력에 그 조차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그런데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약간 의아함을 느낀 신민배.
“대체 이 능력들의 이름은 누가 정하는 겁니까?”
약간 부끄러워하는 차세희.
“다, 당연히 제가 짓는 거죠. 학계에도 없고…… 그렇다보니 제가 인위적으로…….”
부끄러워하는 그녀를 보니 귀엽기까지 했다.
“좋네요. 혹시나 다음에도 능력이 상승하게 되면 그때도 부탁드릴게요.”
신민배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그녀가 급히 말렸다. 신민배에게는 또 다른 문제가 있기 때문이었다.
“자, 잠시만요!”
“왜요?”
“아직 능력 모두를 말씀 드린 것이 아니에요.”
“예? 또 있다구요?”
끄덕.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모니터를 돌려 신민배에게 보여주었다. 하지만 지금 화면에는 온갖 영어와 숫자 밖에 적혀 있지 않았다.
“이게 뭐 어쨌는데요?”
모르는 것을 당당하게 물어보는 신민배.
“지금까지 모든 능력자는 방어, 공격, 치유, 보조 능력으로 정해져 있어요. 그 틀을 벗어나진 않아요.”
“그런데요?”
“그런데 이 능력은 그 틀을 벗어나버렸어요.”
“벗어나다니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모르는 신민배.
“디버프라고 보시면 되요. 대상의 능력을 약화 시키는 능력이죠.”
“예에?”
황당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강화와 보호 능력만을 사용해 오던 그. 그런데 이제는 디버프 능력으로 대상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건 아무짝에 쓸모없는 거잖아요? 대상이라면 능력자를 말하는게 아닌가요?”
“호호,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간단하게 생각해보세요. 지금까지 능력을 어디서 테스트를 했었는지.”
“그야…… 테스트 장에서 마네킹… 어? 그럼 능력자가 아니라 괴수에게도 적용이 된다는 말인가요?”
“물론이죠!! 지금 이 강화 버프들 자체도 괴수를 강하게 만들 수가 있을 걸요?”
능력자 중 누가 괴수에게 버프를 걸어줄 생각을 하겠는가? 그렇다보니 괴수와 버프를 연관 지을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럼 지금 말한 디버프는 능력자용이 아닌 괴수용이라는 말씀이죠?”
“그래요. 앞으로 민배씨의 이 능력으로 인해서 괴수들의 생명력이 하락하게 되요. 그렇게 되면 사냥 시간이 짧아지는 것은 당연하죠. 비록 수치가 그렇게 크진 않지만, 10%의 효율만으로 따졌을 때, 최소한 10시간 동안 잡는 괴수를 9시간으로 줄일 수가 있다는 거죠.”
B급 괴수 이상은 사냥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린다. 그런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은 능력자의 피로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좋네요! 보여주세요. 저에게 생긴 능력 모두 다!”
그녀는 서류 하나를 뽑았다. 신민배가 알아 볼 수 있게 정리해둔 것이다. 서류 하나를 건네받은 신민배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다음화는 아마도 큰 파장이 예상 될 걸로 봅니다.
여자 문제? 아니죠!
연애 문제? 아니죠!
능력 문제? 아니죠!
두 사람의 대화로 인해서 어쩌면 아주 큰!!! 그림이 그려질지도 모른다는 거죠. 물론 아직 구체화 되지는 않았지만... 전 조금...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답니다...
예상은... 여러분들 스스로...!!!!!
안녕히 주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