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8 / 0176 ----------------------------------------------
18. 무기라는 건.
“네. 어떤 무기를 찾으시나요?”
말만 들어도 그가 능력자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여종업원은 친절하게 그를 대하고 있었다.
“검이 좋겠네요. 한손 검 위주로 좀 보여주시겠습니까?”
“네. 잠시만 기다리세요.”
그녀는 조심스럽게 몇 개의 길 다란 상자를 가져왔다. 그리고는 그 뚜껑을 열었다.
“푸른 분노라는 검으로 많은 분들이 애용하는 검입니다. C급 괴수에게서 얻은 뼈로만 만든 검이죠.”
“그렇군요. 다른 옵션은 없는 건가요?”
“아…… 옵션이 있는 검을 찾으시는군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그녀는 백호 길드의 제복을 보았지만, 시현의 나이와 현재 백호 길드의 입지를 생각해서 옵션이 없는 검들만 꺼내 왔던 것이다.
그러나 옵션이 있는 검을 찾고 있다는 말에 얼른 가져온 검들을 다 열어보이지도 않고, 다른 상자들을 꺼내왔다.
세 개의 길고 검은 상자를 가져와 앞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것의 뚜껑들을 모두 열어 보였다.
“일본에서 만든 검으로 아수라라는 이름을 지닌 검입니다. 사용자 능력을 2%더 끌어 올려주는 검이죠. 그리고 이것은 이탈리아제로 로젤리라는 레이피어입니다. 얇은 검신과 가벼운 것이 특징이지만 단단하기는 이를 때 없죠. 옵션은 공격속도가 3% 증가합니다. 마지막으로 태백이라는 검으로 우리나라에서 만든 검이죠. 사용자 능력을 2% 상승 시키며, 내구도가 상당히 뛰어난 검입니다.”
검들을 이리저리 둘러보는 시현. 하지만 그 무엇도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옵션도 그렇지만 전체적인 외형에서 로젤리라가 가장 마음에 들었으나, 너무나 여성스러운 검이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죄송합니다. 다른 곳 좀 둘러보고 올게요.”
시현은 민배를 데리고 곳 장 다른 곳으로 옮겼다. 여기저기를 둘러보던 시현은 아무래도 마음에 드는 것이 없는지 한숨을 깊게 내쉬고 있었다.
“아직 4층 반도 안 돌아다녀봤다. 그리고 5층도 남았어. 한숨 그만쉬어.”
민배는 시현의 어깨를 툭툭치며 그를 다시 인도했다. 여기저기를 돌며 결국 그들은 5층까지 오게 되었고, 5층을 둘러보던 중 건물의 중앙쯤에 왔을 때였다.
“어서오세…… 요? 어머? 민배 오빠?”
손님이 오자 여자 종업원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 그런데 민배를 알아보는 그녀. 바로 현민주였다.
아이템 상점에 일을 한다고 했었던 현민주는 바로 이곳 명품 대장간에서 일을 하고 있었나 보다.
그녀와 연애를 했었지만, 일하는 직장까지 찾아오지는 않았었다. 개인적인 사정의 문제도 있는 법이고, 직장까지 찾아오는 것을 크게 반기지 않았던 그녀였기 때문이다.
“어? 민주야……. 너 여기서 일했어?
“네…….”
그녀는 민배 앞에서 당당한 모습을 보이진 못했다. 아무래도 스스로가 다른 남자에게 갔기 때문에, 민배에게는 미안한 마음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오빠가 여긴 어쩐 일로? 보조계라고 그러지 않았어요?”
“응. 난 상관없고. 동생 무기 좀 보려고.”
“동생요? 오빠 가족 없지 않았어요?”
“하하…… 어쩌다보니 정말 소중한 동생들이 생겼거든. 한 손 검들로 좀 보여줄래?”
“아…… 네. 알겠어요.”
그녀는 한쪽에서 무기 상자들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매장에는 함께 일하는 여성 두 명이 더 있었다. 아무래도 다른 곳에 비해 큰 매장이다보니 여종업원이 더 있었던 것이다.
“아는 분이시니?”
“응…… 예전에 잠시…….”
“그렇구나. 넌 어떻게 된 게 능력자만 만나니? 부럽다 얘.”
같이 무기 상자를 꺼내기 시작하던 종업원은 민배와 시현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입고 있는 옷이…… 백호 길드 아니니?”
“백호 길드? 어디어디?”
함께 있던 또 다른 여인이 고개를 돌려 두 사람이 입고 있는 제복을 보았다.
“어머? 그러네? 백호 길드라면 상당히 잘나가는 곳 아냐?”
그녀의 말에 다른 한명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예전이야 그랬지. 그런데 지금은 밑바닥이야. 길드라고 부를 수도 없을 걸? 얼마전엔 조작 동영상까지 나왔다고 난리도 아니더라. 근데 저런 사람들이 돈이 있을까?”
“그거야 물어보면 되지 뭐. 현주야. 네가 물어봐.”
“으응…….”
그녀는 신민배를 향해서 넌지시 물었다.
“가격대는 얼마 정도로 생각하세요?”
“응? 음…… 그냥 가격 생각하지 말고 좋은거 있으면 다 보여줘.”
“네? 아, 알겠어요.”
가격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에 현민주가 약간 당황했다.
분명 그녀가 알기로 그는 보조계다. 보조계는 괴수 사냥을 참여하기가 힘들어서 제대로 된 돈을 벌 수 없다고 하였다.
이미 예전 방어계 능력자 남자를 만나서 능력자들의 현실에 대해서는 약간 들은면이 없지 않아 있었던 것이다.
“얘. 저거 분명 허세야. 다 죽어가는 길드가 뭐가 가격을 안따지겠니? 뭐 보나마나 이러다가 비싼거 알면 금방 몇 백짜리 찾겠지. 그냥 대충 가져가서 가격 비싸게 불러. 아마 안살거야.”
가격이 비싼 무기들의 경우 매우 조심스럽기에 꺼내기도 불편하다. 그렇다보니 단지 물건만 보고 가는 능력자들 때문에 종업원들이 번거로웠던 것이다.
그녀의 말을 듣고 현민주는 미안했지만, 어쩔 수 없이 눈에 보이는 상자를 들고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뒤에 종업원 두 명 역시도 상자 몇 개를 들고 뒤 따랐다.
현민주를 대신해 곁에 있던 다른 종업원이 무기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하늘검이라는 것으로 상당히 예리하게 제련 된 검입니다. 능력 증폭을 2% 상승 시켜주고, 힘을 북돋아 준다고 합니다. 이 검은 그레이 소드로 검날이 큰 것이 특징입니다. 능력 증폭 4%로 상당히 뛰어난 검이지만 투박해 보인다는 것이 단점이지요. 그리고 이 검은…….”
그녀들의 설명을 계속 듣고 있던 시현이 고개를 좌우로 가로저었다. 아무래도 그의 마음에 드는 검이 없었던 모양이다.
“능력 증폭은 모르겠는데…… 외형들이 다 마음에 들지 않네요. 차라리 아까 푸른 분노라는 검이 제일 나은 듯 보여요.”
“네? 푸른 분노요?”
종업원이 시현의 말을 듣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
“손님. 푸른 분노는 외형만 그럴싸할 뿐, 제대로 된 효과를 낼 수 없습니다. 또한 C급 괴수의 뼈를 가공한거라서 내구성도 약하죠.”
푸른 분노의 경우는 아무런 능력 증폭이 없다. 말 그대로 마력석을 섞어서 만든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가격 면에서도 천만 단위가 넘기는 힘들었다.
두 종업원의 눈빛이 마주쳤다. 아마도 자신들이 얘기 했던 것에 대해 긍정을 표하는 눈빛이었다.
“형, 다른데 알아봐요.”
“다른데? 음…….”
비록 자신과 옛 여인이라고 하지만, 아는 집에서 사주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던 신민배. 그녀에게 대한 배신감이나 분노 따윈 없었다. 그때의 현실은 그녀에게 있어서 미래를 보고 선택한 판단이기 때문이다.
“현주야. 미안하다. 동생이 여기는 마음에 드는 검이 없나봐.”
“괜찮아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되요.”
“그래…… 그럼 수고해.”
그녀와 말 한마디 한마디를 나눌 때마다 과거 추억이 떠올랐다. 생각해보면 그때의 기억들은 행복하기 그지없었다. 물론…… 지금은 그 모든 것이 추억일 뿐이며, 그녀에게 또다시 마음이 싹트거나 하진 않았다.
두 사람이 다른 매장으로 가자 종업원 두 명이 말했다.
“저봐! 내 저럴 줄 알았어. 가격을 안보긴 뭘 안봐. 보나마나 몇 백 짜리 검 찾고 있겠지. 이곳이 어떤 곳인데…… 아무리 찾아보라지. 몇 백짜리가 이곳에 있나…….”
“그래도 사람 좋게 봤었는데, 역시 허세는 어쩔 수 없나보다. 자신이랑 헤어진 걸 아마도 후회하게 만들어 주고 싶었나봐. 어쩌면 알고 여기에 온걸지도?”
“아니에요…… 저 오빤 그런 성격 아니에요.”
“얘는? 네가 사람을 어떻게 알아? 그래서 저번 그 능력자에게 양다리 걸쳐진거니?”
“언니! 그 얘긴 하지마세요.”
“그래. 알았어. 아무튼 미련 버려. 보조계라면 먹고 살기 힘들다. 상황이 어려운 백호 길드에 겨우 들어갔는지는 몰라도 앞으로 미래 없다. 미련 버려.”
두 종업원은 더 이상 그에게 볼 것이 없다고 애써 현민주를 위로 했다.
그녀는 신민배의 등을 바라보았다. 비록 자신이 먼저 배신을 했지만 참으로 착한 성격의 그였다.
당시 힘든 일 괴로운 일 그와 함께하면 절반이 되었고, 행복은 몇 배가 되었다. 새로운 남자에게 마음이 끌린 것은 어쩔 수 없었으나, 신민배는 결코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
‘그때…… 난 무슨 생각으로 그랬을까…….’
이별을 먼저 통보한 자신. 그리고 다른 남자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지 못하고, 그저 몸이 가는대로 행동했던 스스로가 바보처럼 느껴질 따름이었다.
그녀를 뒤로하고 매장의 다른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화장을 했지만, 너무 앳되어 보이는 여종업원이 있었다.
두 사람과 눈이 마주치고 고개를 숙여보이는 그녀.
“여기서 구경 좀 할까요 형?”
“그러자.”
다른 곳에 비해 그렇게 큰 규모는 아니다. 소규모로 무기 장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서오세요.”
두 사람이 다가가자 그제야 인사를 건네며 반기는 여종업원.
“무기를 좀 보러 왔는데요.”
기껏해야 시현과 동갑 정도로 보이는 그녀.
“아! 그러시군요. 구체적으로 찾으시는 무기가 있으신가요?”
“한손 검을 좀 찾고 있습니다.”
“그러세요? 그럼 가격대는 얼마나 생각하고 계세요?”
그 질문에 시현을 대신해 신민배가 답했다.
“가격은 신경 쓰지 말고 보여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잠시만요.”
그녀는 잠시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안쪽에서 멋진 문양이 그려진 몇 개의 상품을 힘겹게 꺼냈다.
테이블 위에 올려진 것은 3개의 한 손 검이었다.
“제일 왼쪽에 있는 이것은 홍검이라는 것으로 붉은 털 늑대 괴수를 잡아서 만든 거예요. C급 괴수이지만, C급 마력석을 함께 제련해서 공격속도가 좋은 검입니다.”
홍검을 바라보는 시현의 눈빛이 지금까지와는 달라져 있었다. 아무래도 붉은 검신이 매우 마음에 들었나보다.
“그리고 이것은 청검이라는 것으로 상당히 경쾌한 소리가 납니다. C급 괴수 푸른 비늘 괴수의 뼈를 가공해서 만든 것이고요. 옵션은 없지만 검의 외형과 소리 면에서는 단연 최고라고 할 수 있어요.”
청검의 외형은 화려하지 않고, 오히려 너무 평범해보였다. 하지만 그런 평범함이 꾸밈이 없어 더 매력적이기까지 하다.
“마지막은…… 용광검이라는 것으로 B급 괴수 용광을 잡고 나온 B급 뼈와 B급 마력석을 제련하여 만든 것입니다. 성능은 능력자 기술을 6% 상승 시키는 효과를 지니고 있으며, 상당히 단단한 용광 괴수의 뼈로 인해서 내구도도 상당히 높습니다.”
용광검은 검신 자체가 붉은게 아니다. 다만 빛을 받아 보는 방향에 따라 붉은 빛이 세어나오는 특이한 검이었다.
현재 대한민국은 A급 괴수 사태 이후 달라진 것이 있다면, 바로 아이템을 파는 매장들에 B급 아이템들이 들어와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B급 괴수를 잡더라도 그 수요가 워낙 적다보니, 대한민국에서 파는 경우가 없었다. 그런데 A급 괴수 출현 빈도가 높아지기 시작하면서, 세계적으로 많은 능력자들이 B급 괴수에 도전했다. 물론 희생은 했지만 도전 횟수가 많아지는 통에 B급 괴수에 대한 아이템들이 조금씩은 늘어났던 것이다.
“이거 어때? 멋져보이는데? 성능도 괜찮아 보이고.”
“그러게요. 저도 그게 멋지긴한데…….”
이미 B급 괴수 용광을 잡아서 만든 검이다. 그렇다보니 가격이 비쌀 것을 이미 예측하는 시현. 섣불리 대답할 수가 없었다.
‘아…… 나도 돈은 있지만, 이런 걸 살만큼 여유있는 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나에겐 사치니까…….’
어느 누가 멋지고 성능 좋은 무기를 마다하겠는가? 다만 자신의 현실과 타협을 하며 살아
갈 뿐이다.
============================ 작품 후기 ============================
연참은... 계속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