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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미쳐가는 세상
병원에 입원하고 5일을 버티지 못하고 유현미는 세상을 떠났다. 의학 기술이 아무리 발달을 해도, 썩어버린 내장과 곪아 버린 척추를 되살 릴 수 있는 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유현미의 사망에 남백호가 그의 가족들을 위로하며 삼일장을 함께 치뤘다.
백호 길드원이 장례식에 전원 참석하고, 각기 친분이 있던 타 길드의 사람들은 물론 정부 측 인사들까지 왔었다.
하지만 정부 측 인사들은 장례식장 안으로 출입은 할 수 없었다. 밖에서 백호 길드원들이 그들을 막아섰기 때문이다. 이는 임창종의 명령으로 그들이 들어오게 되면 장례식장이 난장판이 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유현미의 가족들도 정부 측 인사들을 반기지 않았다.
그렇게 유현미의 장례식장은 길드원들의 슬픔과 함께 끝이 났다.
정부에서는 이번 탐사에 대한 것을 기사로 내지 못하게 막았다. 만약 이 사실이 알려진다면 대한민국에 큰 파장이 일어날 것이 불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또한 탐사 중 사망한 이들에게는 등급에 맞게 보상금을 지급했는데, 유현미의 가족이 받은 보상금은 고작 2억에 불과했으며, 능력자가 아닌 일반인들의 경우 4천 만원에 그쳤다.
이런 사실에 분노가 극에 달한 남백호는 정부 측에 아무런 부탁도 하지 않았다. 길드의 자금으로 1차 탐사 팀에 대한 보상을 자신이 직접 해주었으며, 일반인에게도 5억이 넘는 금액을 지급해 주었다.
사실상 이 문제에 대해서 백호 길드가 나서지 않아도 되는 문제였으나, 그의 성격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현재 백호 길드는 호주 원정으로 인해서 엄청난 자금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보니 위로금 지급으로 지출한 금액은 사실상 얼마 되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하다. 다만 그렇게라도 해서 사망자의 가족들이 조금이라도 편안한 생활을 하길 바랬던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남백호는 정부에 엄청난 반감을 사고 있었다.
***
“이번 탐사에 대한 기사들은 모두 막았지만, 인터넷 전체를 떠도는 소문에 대한 것은 막지 못했습니다.”
“뭐 괜찮아. 어차피 그런 소문이 떠돌아봐야 금방 식을거야. 냄비근성들이 어디 가겠어? 이러다가 큰일 터지면 또 거기에 난리고. 월드컵이라도 진행되면 그런 건 잊어버리고 또다시 ‘대한민국’만 외치겠지. 신경 꺼도 돼.”
괴수 안전 대책 본부의 수장인 이용석과 비서실장의 대화였다.
비서실장은 그런 이용석을 보며 한 마디 했다.
“그래도 팀사 팀들에게 보상금을 좀 더 높게 책정해야 하지 않았을까요?”
비서실장 역시도 보상 문제에 대해서 많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장난해? 탐사에 들어가서 죽은 인원 중 대다수가 5등급 이하 아니었던가? 너 장사 하루 이틀 해? 그런데 지출 할 돈이 어디 있어?”
“하지만 이런 문제가 지속되면 능력자들이 의뢰 같은 것을 안받아 들일 수가 있습니다.”
“야야, 걱정마. 어차피 돈 보고 괴수 잡는 놈들이야. 돈이라면 목숨도 아깝지 않는 놈들이 그놈들이라고. 의뢰를 안받아? 하! 웃기는군. 어차피 돈 단위 올리면 ‘바글바글’ 몰려 들 텐데 무슨 걱정이야? 정 안되면 다른 나라 능력자라도 부르면 되지!”
이용석은 능력자를 별로 달갑게 생각하지 않았다. 해서 그가 괴수 안전 대책 본부의 수장으로 있으면서도 능력자를 위해서 돈을 많이 쓰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자국의 능력자를 위해서가 아닌, 오히려 해외 원정팀에게 더욱 큰 기대를 거는 것이 사실이며, 본국의 능력자들은 거의 호구 취급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만약 이 사실이 알려지고 능력자들이 다른 나라에 귀화 신청이 늘어나게 된다면 상황은 심각해집니다. 괴수 안전 대책 본부의 자리가 위험해질 수도 있는 겁니다.”
“아, 신경 쓰지 말라니까? 귀화 할 놈들이 있었으면 진즉에 했어. 지들이 해외 가서 귀화 하면 뭐 잘먹고 잘 살 것 같나? 다 똑같아. 말이 안통해서 제대로 생활도 못해. 더군다나 등급이 높지 않는 이상은 쉽사리 길드 가입도 힘들어. 그럼 결국 일반 팀을 짜서 해야겠지. 그게 어디 쉽나? 말도 통하지 않는 능력자를 잘도 받아주겠다. 어차피 능력자 놈들은 지들 편한 위주로 할거야. 아무리 대우가 좋지 않아도 그 상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돼. 아무리 돈이 적고 해도 결국은 자국이 편하다는거지.”
이용석은 이번 일에 대해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와는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비서실장은 다른 안건을 꺼냈다.
“현재 싱크홀의 터널에서 괴수가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해서 군정부나 길드 관계자들은 터널의 입구를 막는 것이 우선이며, 괴수가 터널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으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들 역시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고요.”
“그래? 그럼 터널 안에서 괴수 사냥이 가능하긴 한건가?”
“그것이 이번에 무사히 탈출한 능력자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터널 안에서의 전투는 매우 위험하다고 합니다. 괴수들이 터널을 통해 이동하는 것이다보니, 괴수를 갑작스럽게 만나기도 하며, 괴수와 전투를 벌이면 터널의 붕괴 위험도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 그럼 뭐 별 수 없군.”
비서실장은 그에게 다시 물었다.
“그럼 폭파 지시를 내릴까요?”
“미쳤어?”
이용석이 두 눈을 크게 뜨고 말한다.
“예?”
“미쳤냐고. 괴수와 전투를 벌이기도 힘든 상황이라며? 그럼 외 터널을 폭파해?”
“그게…… 터널을 폭파해야 최대한 괴수들이 지상으로 나오는 것을 막을 거 아닙니까? 또한 민간인들도 위험에서 약간 줄어 들 수 있고요.”
“하하? 지금 그딴 민간인 위험 줄이자고 나라의 기둥을 흔들셈이야?”
이용석의 말에 비서실장이 동공이 흔들리고 있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야?’
그가 대체 무슨 의도로 지금 이러한 말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비서실장! 넌 대체 어디 소속으로 일하는거야? 국민이야? 아니면 정부야?”
“그야 당연히…… 정부죠.”
“그럼 그에 걸맞게 머리를 굴려야 할 것 아냐? 터널을 붕괴하면 괴수를 잡을 수 있는 확률이 줄어든다는거 아냐? 현재 괴수가 얼마나 많은 곳에 쓰여지고 있는지 알기나 해? 괴수 수확률이 줄어들면 기업들이 힘들어져. 더군다나 마력석으로 인한 대체 에너지는 어떻게 하려고? 네가 감당할 수 있겠냐? 괴수의 사냥 수가 줄어들면 결국은 괴수에게서 죽는 인간이 늘어나는게 아니라, 일자리를 잃어서 자살하는 녀석들이 더 늘어나! 알고 떠들어야 할 것 아냐?”
따지고 보면 이용석의 말도 맞는 말이다.
결국 정부는 괴수와 공조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 국민들이 아무리 괴수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나라의 근간이 흔들려버리면 위험 수준이 아닌, 폭동이 일어날 것이 뻔했다.
‘결국은…… 희생을 통해서 나라를 유지해보자는 건가…….’
비서실장은 그동안 괴수 안전 대책 본부에 일을 하면서 나름대로의 자긍심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로써 그는 생각을 바꿔버렸다.
두 사람은 이 이후에 어떠한 일이 대한민국에 일어날지 예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
“시현아. 밥 좀 먹어라.”
식음전폐하고 있는 시현을 부르는 민배.
유현미가 세상을 떠나고, 일주일이 넘게 시현은 그 무엇도 입도 대지 않고 있었다. 그런 시현을 보는 민배의 마음은 계속해서 무너져 내려가고 있다.
“오빠! 정말 왜 이래? 정신 좀 차리라고! 오빠가 이러면 우리는 대체 어떻게 하라고!”
시란의 말에 시현의 눈빛이 약간 달라졌으나, 그것도 순간뿐이었다.
“아 진짜!”
시현의 이런 모습에 애타는 마음은 시란도 똑같았다. 시현이 힘없는 모습에 마치 전염이라도 되는 듯 가족들 모두가 그랬던 것이다.
위로를 해주는 것도 하루 이틀이다. 그것이 계속 되면 결국 슬퍼하는 마음보다 짜증만이 가득하게 되고, 왜 이러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탐사 팀의 전원 사망에 의해서 백호 길드는 잠시 조용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하지만 사람이란 것이 자신의 일이 아니면 체감을 잘 하지 못하듯이 길드원들 대다수도 슬펐던 일은 금방 잊게 되었다.
하지만 그 일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사람은 매우 극소수일 뿐.
호주의 원정이 끝난 후로 백호 길드 1군은 약간의 휴식 기간에 들어 간 상태다.
“시현이는 아직도 그래요?”
“응…… 영 기운을 못 차리네.”
“그렇구나…….”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긴 힘들었다.
“오빠도 내가 죽으면 그렇게 될까요?”
“무슨 소리야?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릴.”
“헤헤…….”
안젤리나가 실없이 웃고 있다. 그녀 역시도 유현미와 나태희와는 친분이 있었기 때문에 슬픔을 함께 공유했었다.
“그런데 오빠. 나 할 말이 있어요.”
“응? 무슨 말?”
“나 사실 러시아에서 스카웃 요청을 받았어요.”
“그래? 그래서?”
안젤리나는 러시아계 사람이다. 그렇다보니 러시아에서는 이런 저런 정보를 모으던 중 안젤리나에 대한 부분을 알게 되었고, 특성상 치유계의 그녀를 러시아로 회유하려고 한 것이다.
“그래서라뇨? 당연히 거절했죠. 내 애인이 여기 있는데 가긴 어딜가요?”
“하하, 그럼 나랑 가면 갈거야?”
“당연히 가야죠. 오빠가 가는데라면 다 따라가야지!”
안젤리나가 신민배에게 매달리며 말하고 있다.
“그런데 그 문제를 왜 말하는거야? 굳이 네가 거절했다면 말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 아닌가?”
“뭐 그렇긴한데…… 혹시나 오빠도 이런 일 있나 해서요.”
이번 일이 일어난 이유는 바로 호주의 A급 괴수 사건 때문이었다. 사실 알게 모르게 백호 길드의 1군 능력자들은 다른 나라의 귀화 요청을 받은 이들이 있었으나, 그들은 대다수 고민 할 것 없이 거절했다.
자신의 능력이 뛰어나서 A급 괴수를 잡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가 느끼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들에게는 현재 신민배와 함께 팀을 이루고 있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며, 금전의 문제도 예전과는 상황이 전혀 다른 상황이다.
그렇다보니 누가 한 순간의 목돈을 생각하고 엄청난 부를 버리며 귀화를 할 생각이 있겠는가?
이런 문제가 알려지면 신민배의 마음에도 변화가 생길까, 1군 길드원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부분이었다.
============================ 작품 후기 ============================
음.... 그냥 말 안할랍니다.
두 편 정도는 낮에 올리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다들... 좋은 밤 되시길...
P.S 이제부터 신민배 뿐만 아닌, 12인의 능력자들과 그 외에 특별하고 강한 능력자들이
선을 보일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