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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영국으로.
휴가가 진행되는 가운데 각 나라별로 크고 작은 일들이 벌어졌다. 중국에서는 난징 지역의 리수이 일대에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가장 큰 싱크홀이 생겼고, 그곳에서 많은 괴수가 한 꺼번에 쏟아져 나온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능력자를 보유한 중국은 순식간에 능력자들을 소집시켰고, 그 일대의 괴수들을 섬멸해 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E~C급까지의 괴수를 사냥하고 있던 가운데, B급 괴수가 출현을 하면서 상황이 반전된는가 싶었다.
능력자들은 수없이 괴수를 몰아치다 B급 괴수로 인해 후퇴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하지만 중국은 그렇게 만만한 국가가 아니었다.
중국의 최고 자랑인 홍련 샤오윈이 나섰다. 그녀는 극강의 화염 능력을 지녔고, 2등급 공격계의 능력자다.
위력은 실로 말 할 것도 없다. 만약 방어 능력만 갖춰진다면, E~C급 괴수도 혼자 잡을 수 있는 막강한 화력을 지닌 그녀다.
그런 그녀를 주축으로 중국은 다시 B급 괴수를 상대로 선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싱크홀이 생기고 일주일 동안 수 백이 넘는 괴수들이 쏟아져 나왔고, B급 괴수만 해도 18마리 이상이 나온 것이다.
가까스로 중국은 위험을 잠재울 수 있었지만, 마지막 날 A급 괴수가 출몰했다. 변태를 하거나 태어난 것이 아닌, 싱크홀 내부에서부터 빠져 나온 것이다.
중국은 수많은 능력자를 동원해서 A급 괴수를 상대 할 수 있었지만, 그 희생이 너무나 막강했다. 중국 최고의 능력자라고 하는 홍련 샤오윈도 중상을 입을 정도였다.
이번에 중국에서 나타난 A급 괴수는 백사자라는 이름으로 명칭 했다. 백사자는 전신이 백색의 털로 뒤덮혀 있는 사자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사자와는 다르게 이빨이 상당히 길었다. 목 주위로 긴 털이 나있지는 않았으나, 괴수의 포효 소리가 사자와 매우 흡사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백사자의 포효는 단순한 괴성을 지르는 것에 끝나는 것이 아니다. 포효를 듣는 순간 몸이 일순간 경직이 되는 현상을 가져왔고, 백사자의 특별한 능력으로 판단을 내렸다.
그렇다보니 몸이 경직 된 순간에 많은 능력자들이 괴수의 공격을 피하지 못하고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중국의 능력자 수는 30만이 넘는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그 중 5,000명에 가까운 능력자가 희생을 하면서 A급 괴수 백사자를 처리 할 수가 있었다.
세계는 이 일로 인해서 A급 괴수가 얼마나 대단한 힘을 지녔는지 알 수 있게 되었으며,
호주에서 A급 괴수를 처리한 백호 길드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단순한 괴수 문제만이 아닌, 지진으로 인한 피해도 속출하기 시작했다. 또한 지진으로 인해 화산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화산이 폭발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었다.
조금씩 지구가 이상 현상을 보이고 있었지만, 지금 당장의 세계인들은 괴수로 인한 위협을 가장 우선시 생각하고 있었다. 가장 직접적이며 살아있는 생물이기 때문이었다.
며칠간의 휴식이 끝나고 남백호와 임창종 그리고 신민배가 함께 자리하고 있다.
터널 사건 이후로 남백호와 신민배는 더욱 사이가 돈독해졌고, 이제는 신민배를 친동생처
럼 생각하고 있는 남백호다. 이런 두 사람의 모습에 내심 질투심이 나는 임창종이었다.
“두 사람 요즘 너무 붙어 계시는거 아닙니까?”
애초에 약속이 남백호에게 보고 할 일이 있어 들렀던 임창종이 두 사람을 본 것이다.
“민배씨는 요즘 안젤리나씨와 사이가 안좋으세요?”
“네? 아뇨. 전혀요. 너무 사이좋게 지내고 있는걸요?”
“그래요? 그런데 왜 내 눈에는 여자보다 남자와 더 자주 있는 게 목격이 될까요?”
“하하…….”
터널 사건에서부터 신민배는 남백호를 ‘형님’이라고 호칭을 변경했다. 그 이후부터 두 사람은 서로 말을 섞는 경우가 많았는데 신민배는 몰랐다. 남백호가 이렇게 말이 많은 사람인 줄.
무뚝뚝하고 다혈질인 줄만 알았던 남백호가 호칭을 트고 나서부터는 수다쟁이로 변해 있었다. 그런데 임창종이 보기에는 그런 부분 또한 남백호에게 약간이나마 섭섭하기만 했다.
“무슨 일이야 그런데?”
“아! 우선 이걸.”
임창종은 남백호에게 서류 하나를 내밀었다.
“현재 의뢰가 하나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약간 문제가 있습니다.”
“문제라니? 의뢰비용을 후려치기라도 한거야?”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연합을 제의해 왔습니다.”
“그래? 어느 나라가?”
서류를 대충 훑어보는 남백호. 그런 그의 성격을 알기에 그가 서류를 보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입을 통해서 전해주는 임창종이다.
“영국에서 연합 제의가 들어왔는데…… 그것이 길드에서 연합 제의를 했습니다.”
“뭐?? 정부가 아닌 길드에서 연합 제의를 했다고?”
“그렇습니다. 또한 그곳 길드장이 신민배씨를 꼭 뵙고 싶다고 말씀했다더군요.”
“길드장? 아니. 백호 길드장인 나는 무시하는거야 뭐야? 대체 뭐하는 사람인데?”
임창종은 조심스럽게 남백호가 들고 있는 서류를 몇 장 넘겨보였다. 그러자 그곳에는 사진 한 장이 나왔다.
“성녀 베르나입니다.”
“뭐?”
성녀 베르나.
얼마 전 세계가 선전한 가장 위대한 능력자로 뽑인 인물 중 한 명으로 그녀는 세계 랭킹 10위 안에 들어가는 강력한 길드의 길드장으로 있다.
사진으로 보는 그녀는 상당히 고운 자태를 하고 있었다.
금발의 머리카락에 약간 외소한 체형을 하고 있었다.
“이 여자에 대해서 뭐 좀 아는게 있어?”
남백호는 세계가 선정한 위대한 인물이고 뭐고 간에 관심이 없었다. 어차피 그들을 만날 일도 없을뿐더러, 괴수로 인해 죽고 죽이는 세상에서 그런 이들을 알아봐야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만 들뿐이기 때문이었다.
“성녀 베르나는 치유계입니다. 그것도 상당히 강한 치유력을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2등급 치유계로 아주 빠른 재생력의 능력을 사용합니다. 홀로 신성이라는 길드를 만들어 세계 랭킹 10위까지 끌어올린 대단한 사람입니다. 또한 길드원들에게 매우 신뢰도가 높아서 한 번 길드 가입한 능력자는 절대 나가지 않는다더군요. 해서 신성 길드는 세계에 있는 길드 중 가장 많은 능력자 1,400명을 보유한 길드입니다.”
“1,400명? 미친 듯이 끌어 모았구만. 그런데 대체 왜 우리 길드와 연합을 하자는거야? 세계 랭킹 10위에 들어갈 정도면 그 무력이 상당할텐데?”
남백호의 말대로 세계 랭킹 10위의 위엄은 절대로 무시 할 수가 없다. 만약 신성 길드의 베르나가 한국에 온다고 가정했을 때, 대통령이 마중을 나가야 할 정도로 그 위상이 대단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계가 선정한 위대한 능력자 12인에 랭킹 되어 있다면, 그 능력이 최소한 신민배에 버금간다는 소리였다.
“저도 그 부분이 의문입니다. 듣기로는 괴수 퇴치의 목표가 아닌 신민배씨와의 만남이 우선으로 보였습니다.”
“그래? 대체 무슨 꿍꿍이야? 설마 민배를 스카웃 하려고 그러는건가?”
두 사람이 신민배를 조심스럽게 바라보았다.
“전 스카웃이 온다고 해도 갈 생각이 전혀 없는데요?”
“모르지…… 예쁜 여자나 돈으로 회유한다면…….”
그 말에 오히려 신민배가 웃으며 답했다.
“하하, 여자야 세상에서 제일 예쁜 안젤리나가 있고, 돈이라면 매일 같이 쓰고도 남아 있습니다. 더 이상 돈을 준다고 해봐야 딱히 어디다 쓸지도 모르고요.”
그의 말대로 현재 신민배는 돈에 관해 크게 집착하지 않는다.
B급 괴수 의뢰를 전문으로 하고나서부터 그의 통장에는 돈이 마를 날이 없었다. 쓰고 써도 쌓여가는 돈.
그렇다고 신민배가 명품에 집착하는 것도 아니다. 애초에 검소한 부분이 몸에 베여 있기 때문에 옷을 하나 사더라도 몇 만원짜리를 넘기는 힘들었다.
간혹 브랜드의 이름을 제대로 알지 못해서 엉뚱하게 비싼 곳으로 들어가 산적은 몇 번 있긴 했지만, 그 외에는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물며 그와 같이 사는 동생들과 안젤리나 역시도 크게 사치스럽지 않기 때문에 현재 있는 돈만해도 이자가 계속 불어나 죽을 때까지 먹고 살 수 있을 정도였다. 또한 얼마 전 A급 괴수를 잡고나서 들어온 돈은 지금까지와는 단위 자체가 틀릴 정도였다.
“그 말을 들으니…… 안심은 되지만…… 사람 일은 장담은 못한다.”
남백호는 뭔가 걱정스러운 어투로 말을 하고 있었다.
“걱정마세요. 현재로써는 저는 이곳 백호 길드가 제일 좋으니까요.”
“오호~? 이놈봐라? 현재로써는 이라는거지? 그럼 바뀔 수도 있는 부분이라는 거잖아? 야, 창종아. 이녀석 연봉 좀 팍 올리고 계약서 찢어버리고 다시 노예 계약 좀 맺어라. 아무래도 이놈 불안하다.”
“하하, 알겠습니다. 알게 모르게 노예 계약이 어떤 것인지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으로 가겠습니다.”
두 사람이 웃으며 말을 했지만, 그 자리에서 직접 듣고 있는 신민배는 뭔가 ‘오싹’한 기분이 느껴질 정도였다.
“하하, 형님. 왜 그러십니까? 그리고 창종 형님도 그런 농담은 좀…….”
뭔가 서늘했다. 날카로운 칼날이 등을 스치고 지나가는 기분이다. 남백호의 눈빛이 자신을 노려보며, 임창종의 손동작은 신민배의 눈을 속인다.
두 사람이 잠시 신민배를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별일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그래서? 부길드장인 네 생각은 어떤데?”
이에 임창종은 자신이 생각한 바를 말했다.
“연합을 해서 나쁠 것은 없다고 봅니다. 의뢰비용은 예전에 비해서 더 높은 수준이기도 하며, 괴수의 사체 부분에 대한 권리를 신성 길드가 가진다고 할지라도 괴수 사체의 비용은 확실히 높게 책정해주니까요. 또한 성녀 베르나입니다. 위험도는 확실하게 줄어 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 그럼 우리는 민배 고삐만 제대로 잡고 가면 되겠네?”
언제나 도망을 갈까 이제는 신민배의 목에 목줄이라도 채우고 싶은 남백호였다.
“동생은 뭐 찜찜한 기분 없는가?”
남백호가 그제야 신민배의 의사를 물어본다.
“하하, 형님이 정말로 제 목에 목줄만 채우지 않는다면 어디를 가던지 따라가겠습니다.”
“뭐…… 그럼 목줄은 좀 그렇고 수갑 정도로 만족할까나?”
빙긋이 웃는 그의 웃음이 너무나 살벌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정말 살기가 아닌 웃음기 가득한 표정이다.
“아참. 민배씨. 이번에 영국에 갈때는 시란씨도 함께 가는 것으로 했습니다. 물론 안전에는 최선을 기하겠습니다.”
“아? 그래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번 원정에는 시현이를 뺐으면 합니다.”
“음…… 알겠습니다.”
그들 모두 시현에 대한 일을 알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거론하지 않았다. 지금 그에게는 마음의 치유가 매우 필요할 때였다.
사람이란 시간이 가면 잊혀진다. 다만 그 시간이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경우가 있으며, 상처가 아물더라도 추억이라는 것이 다시 나와 곪는 경우도 많았다.
============================ 작품 후기 ============================
대사 중에... 가만히 잘보시면 어디서 들었든 듯한 대사가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게 무슨 개 뚱딴지 같은 소리야? 하시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인용한 부분이니... 심한 태클은 사절하겠습니다.
그냥 가려다가 한 편이라도 더 올려드리는 것이 좋을 듯하여, 이렇게 다시
투여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