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럭셔리버프-97화 (97/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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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성녀

‘그만 둔건가?’

사실 아는 척을 할 생각은 없다. 단지 이 장소에 오다보니 그녀의 생각이 문득 들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그렇게 매장 여기저기를 둘러보다 결국 예전 시현이 검을 골랐던 매장으로 갔다.

“어서오세…… 어머!”

인사를 하던 종업원이 신민배를 보며 깜짝 놀랐다.

“하하, 안녕하세요. 또 뵙네요.”

“아, 안녕하세요!!”

그녀는 90도로 인사를 해보였다.

“저, 정말 팬입니다!!”

호주 사건 이후로 신민배는 상당히 유명해졌다. 물론 그의 평범한 얼굴을 바깥에서 지나가다가 알아볼 정도는 아니지만, 그를 한 번 본 사람은 절대로 그를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기 때문에, 신민배의 얼굴은 못 알아 볼지언정, ‘럭셔리버프’라는 명칭은 대다수가 알고 있는 상태였다.

“팬은요. 무슨…… 제가 연예인도 아니고요. 요즘에 장사는 잘 되세요?”

“네? 어…… 그게…….”

생각이 정리가 안되다보니 그녀는 무슨 말을 해야할지도 모르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꽤나 귀엽게 여겨진 신민배가 다시 말했다.

“저기 검을 좀 보여주시겠어요? 아주 좋은 검으로요.”

“네? 또요?”

한 때 시현이 이곳에서 검을 샀었다. 그런데 또다시 검을 사러 왔다는 말에 그녀가 의아하게 물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시란에게로 옮겨졌다.

시란을 보며 그녀가 질투할만한 상황은 아니다. 단지 상당히 매력적인 여성이 신민배의 곁에 함께 서 있는 것이 멋져 보였을 뿐이었다.

“동생이 쓸거예요. 전에 보셨죠? 그 녀석의 여동생입니다.”

“네? 정말요? 정말 미인이시네요. 그 동생분도 괜찮게 생겼던 것으로 기억을하는데…….”

“후후, 집안 자체가 다들 매력이 좀 넘쳐요.”

두 사람이 대화를 하는 동안 시란은 약간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신민배의 주변에는 언제나 여자가 끊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오빠가 그렇게 잘 생긴 편은 아닌데, 여자들이 계속 꼬인다 이거지. 여자들도 오빠의 착한 매력에 끌리는건가?’

시란이 본 민배는 여자에게 딱히 관심을 두지 않는 인물이다. 하지만 여자들이 먼저 접근을 하거나 다가온다고나 할까?

그러나 그녀가 모르는 것이 하나가 있다면, 신민배는 여자에게 상당히 관심이 많았다. 다만 먼저 말을 걸 용기가 없었을 뿐.

종업원은 매장에서 괜찮은 검으로 신민배의 앞에 내놓기 시작했다.

“어? 이건 용광검이군요?”

시현이 한 때 이곳에서 용광검을 구입했었다. 한국에는 두 개 밖에 존재하지 않았던 용광검. 그것이 또다시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네. 그때 보신 용광검과 똑같은 것이에요. B급 괴수의 수급이 늘어나면서 용광검 역시도 조금 더 늘어나게 되었죠.”

“음…… 그런데 이건 좀 너무 남자답게 보이는 검이라고나 할까요? 여자가 사용할 수 있는 좋은 검은 없나요? 비싸도 좋아요. 그냥 가격 신경 쓰지 말고 보여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종업원은 사실 매장의 최고의 물건들은 내놓지 않았다. 그것보다 한 단계 정도가 낮은 용광검을 보여준 것이다. 이유는 그때 왔을 때도 상당한 거금을 썼기 때문에 신민배가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하는 착각에 용광검까지를 보여주려 한 것이다.

하지만 신민배의 입에서 가격 걱정은 하지 말라고 하니, 걱정은 접어두고 최고의 검 세 자루를 가지고 나왔다.

검이 들어 있는 상자부터가 상당히 고급스러워 보인다.

하나는 나전칠기로 만들어진 고급스러운 상자로 보는 것만으로도 상자 안의 물건이 보통이 아님을 보여주는 듯 했다.

그녀가 상자를 조심스럽게 열고 말했다.

“설검이라는 검으로 시베리아의 B급 괴수를 잡고 나온 뼈와 마력석으로 만들었습니다. 상당히 보는 것만으로도 냉기가 서려지는 느낌이 오죠.”

그녀의 말대로 설검은 너무나 차가운 느낌을 주고 있었다.

“오? 그렇군요. 검이 마치 냉동실에 들어갔다가 나온 느낌이랄까?”

검신을 만지는 신민배의 손이 매우 차가웠다.

“다른 것도 좀 보여주세요.”

그녀는 설검을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옥석으로 제작 된 상자를 열었다.

“중국 B급 괴수를 잡고 뼈와 마력석을 가공해서 만든 은혼이라는 검입니다.”

은혼의 검신이 빛이 나고 있다. 매장 안의 조명이 밝아서가 아닌, 은혼 자체가 빛을 머금고 있는 것으로 보여졌다.

그리고 그녀는 마지막으로 비단에 잘 말려 있는 검을 조심스럽게 풀기 시작했다.

비단을 몇 바퀴 돌리자 검집에 들어 있는 검이 모습을 보였다.

특이하게 생긴 검집의 문양은 시선을 사 잡았다.

“비곡검입니다.”

“비곡검요?”

이에 시란이 먼저 되묻는다.

“네. 비곡검 역시 B급 괴수와 마력석으로 만든 검인데, 특이하게도 비곡검은 휘두를 때마다 여인의 슬픈 흐느낌과 같은 소리가 들린다고하여 비곡검으로 이름지어졌습니다.”

“아! 그렇군요. 한 번만 봐도 될까요?”

종업원은 조심스럽게 시란에게 비곡검을 보여주었다.

검을 받아들고 조심스럽게 비곡검을 꺼내들었다.

솨라라라랑~!

검이 빠져나오는 소리가 상당히 청량하고 아름다웠다. 그리고 검을 바라보고 있던 시란이 느린 속도로 비곡검을 휘둘렀다.

흐으응~! 흐으응~!

검이 궤도를 바꿀 때마다 정말 공기와의 마찰로 이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시란은 느리게 움직이던 검을 빠르게 한 번 휘둘렀다.

흐으흑~!

“헉? 진짜네?”

종업원의 말대로 검을 빠르게 휘두르자, 정말로 여자가 흐느끼는 소리가 짧게 들렸던 것이다.

“오빠! 저 이거 너무 좋아요!”

시란은 비곡검이 상당히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하하, 그렇게 좋아? 다른 건?”

“괜찮아요. 무조건 이걸로 할래요.”

“그래? 알았어.”

시란이 무척이나 기뻐하는 표정을 보니 신민배도 덩달이 기분이 좋아졌다.

“이 검은 얼마인가요?”

“아…… 손님. 비곡검은…….”

하필이면 시란이 이곳 명품 대장간에서 제일 비싼 검을 고를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비곡검은 32억입니다…….”

용광검과 똑같은 B급 괴수의 뼈와 마력석으로 제작이 되었지만, 검의 특징이 있기 때문에 가격이 7억이나 더 비쌌던 것이다. 그 외에 설검과 은혼은 30억씩에 해당하는 가격이다.

“이걸로 할게요. 계산은 카드로 되나요?”

“네. 물론입니다. 몇 개월 할부로 해드릴까요?”

“그냥 일시불로 해주세요.”

“헉? 네. 네. 알겠습니다.”

그래도 예전에 이곳을 찾았을 때는 할부를 먼저 물어보던 신민배였다. 그런데 이제는 32억 짜리의 검을 일시불로 긁는다는 것에 종업원이 매우 놀랐다.

‘이래저래 엄청 유명하신 것 같던데 돈 벌이가 장난이 아니신가봐…….’

그녀는 카드를 긁으면서도 신민배를 한 번 바라보았다. 남자로써 능력도 뛰어나며, 능력자로써의 능력은 더 뛰어나다. 그런 남자는 자신이 넘볼 수 없는 위치의 남자였기에, 딱히 특별한 감정은 들지 않았다. 다만 저런 남자에게 32억짜리의 검을 선물 받는 시란이 무척이나 부러울 뿐이었다.

‘좋겠다…… 예쁜 외모에 멋진 몸매에, 그리고 이런 남자까지 알고 있어서…….’

지금까지 남들이 부럽다고 생각해 본적은 단 한 번도 없는 그녀. 오늘 이 자리에서 처음으로 시란이라는 여자가 부러웠다.

“손님. 여기 영수증 있습니다.”

“고마워요. 덕분에 좋은 검을 골랐네요.”

“아닙니다. 손님! 이렇게 구매해주신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한걸요!”

그 당시 용광검을 팔고 2천만원이 넘는 인센티브를 받은 그녀였다. 32억원이나 하는 비곡검이라면 인센티브가 3천만원 가까이 될지도 모르는 문제였기에 몇 번이고 신민배에게 고개를 숙였다.

신민배는 시란과 함께 돌아가려다 문득 현민주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리고 뒤를 돌아 종업원에게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물어보려다 이내 생각을 고쳐먹었다.

‘그래. 더 이상 신경 쓰지도 말자. 어차피 지난 과거. 나 싫다고 떠난 사람인데 내가 굳이 신경 쓸 필요 없겠지. 차라리 그런 생각 할 바에 안젤리나한테 전화 한통이라도 더 하는게 좋겠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 생각하며 그는 현재에 충실하기로 했다.

해외 원정을 시작하고 벌써 몇 개월이 흘렀다. 그러는 동안 해가 바뀌었고 시란은 한 살을 더 먹은 19살이 되었다. 이제는 정말 어엿한 아가씨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으며, 오히려 교복을 입고 있는 것이 더 이상해 보일 정도다.

시현도 이제는 과거의 아픔에서 벗어났다. 한 동안 여자에 대한 생각은 하지도 않았으며, 계속해서 괴수 사냥에만 몰두 했다. 그 결과 능력이 꽤나 상승을 하여 길드원 1군내에서는 공격력으로는 단연 톱 수준에 올라 있었다.

안젤리나와 신민배의 사이는 더욱 애정이 깊어졌고, 이제는 결혼 이야기들이 오가고 할 정도였다.

“결혼하면 무조건 집에만 있어. 괴수 사냥할 생각하지마.”

“왜요? 나도 오빠랑 같이 괴수 사냥하고 다닐건데요?”

“위험해. 하지마.”

“어머? 이 오빠 말하는 것 좀 봐. 위험하다면서 왜 오빠는 되고 전 안되요?”

“나야 남자고 가장이 될테니까 돈을 벌어야하고, 너는 다치면 안되니까 집에 있어야지.”

그 말에 안젤리나가 ‘피식’하고 웃는다. 자신을 챙겨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지만, 너무 과도한 걱정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빠. 돈은 벌만큼 벌었잖아요? 지금 우리나라에서 재벌 수준에 들어갈 정도는 충분히 된다고 보는데요? 더 많은 돈이 필요해요?”

“어? 아니. 뭐 더 필요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남자가 직장은 있어야지?”

“그럼 길드장님한테 말해서 사무직으로 바꿔 달라고 하세요.”

신민배의 안전. 그것은 안젤리나가 가장 걱정하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함께 1군에 생활하면서 위험한 상황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죽을 번 한 순간을 몇 번이고 목격을 했기 때문이다.

안전에 대해서라면 신민배보다는 오히려 안젤리나가 더욱 걱정을 하고 있다.

안젤리나는 은근히 고집이 강했다. 지금까지 민배는 그녀의 고집을 꺾어 본적이 없었다. 물론 그녀가 괜한 것에 고집을 부리는 것은 아니다. 엄연히 자신과 신민배를 위한 고집이었다.

“아무튼 괴수 사냥을 하려면 무조건 저도 함께 하는 걸로 아세요. 그게 아니라면 같이 능력자 생활은 그만 접자구요.”

“하…….”

길드에서 자신의 입지가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는 신민배. 그런 그가 길드를 관둔다고 하면 실망할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요즘 들어 그는 괴수 사냥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본다.

평생을 먹고 살 돈은 이미 모은 상태다. 그리고 괴수 사냥에 대한 두려움도 존재한다.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함께 했던 이들이 먼저 떠나보낸 것도 괴수 사냥의 고민 중 하나였다.

‘조금만 더하자…… 나를 대체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나타나기 까지만 함께 하는거야.’

신민배를 대체 할 사람. 과연 그런 사람이 언제 나올지 알 수는 없었으나, 의리 때문이라도 지금 당장 길드는 관둘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에게 있어서 길드원들은 안젤리나 다음으로 소중한 사람들이었다.

============================ 작품 후기 ============================

저는... 비곡검의 글이 96편에 올라 간 줄 알고 후기를 적었었는데...

본의 아니게 스포를 했네요... 이러다가 스포 작가로 이름이 더 오르게 될지도...

죄송해서 급하게 한 편 올리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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