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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음속의 파로스
파로스는 로봇 팔이 된 이후, 그 어떠한 무기도 소지하지 않는다. 오로지 오른 팔이 그의 무기이며, 바로 그를 상징하는 것이다.
“뭐 로봇 팔이고 음속이고 대단한 건 알겠는데, 이런 건 애초에 길드에 문의를 먼저 해야하는 것 아닙니까?”
남백호는 니켈만을 보며 넌지시 물었다. 파로스에게 따지고 싶었으나, 대화가 통하지 않으니 어쩔 수 없었다.
“사실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 연락을 드렸습니다만, 출타하셨다고 하더군요. 해서 이렇게 부랴부랴 온 것입니다.”
“음…….”
남백호는 왠지 파로스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이유는 바로 상반되는 성격 때문인 듯 보였다.
그는 다혈질적인 성격과 욱하는 기질이 있는 반면에, 파로스는 너무나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듯 했다. 또한 세계 200대 갑부답게 초초하거나 고민이 있는 모습이 전혀 보이질 않았던 것이다.
“하나만 물읍시다. 혹시 이 양반 조금 머리가 떨어진다거나…… 그런 건 아니오?”
“그건 실례가 되는 말인 것 같습니다. 단지 한국말을 모른다고 해서 너무 말씀을 막 하시는 것은 아닌가요?”
남백호는 그 말에 바로 수긍을 했다. 상대가 괴수를 간섭했다고 하지만, 그런 모습을 보며 그 역시도 예의와는 거리가 멀게 행동과 말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 파로스가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네 사람은 그런 파로스를 멀뚱히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눈을 가느게 뜨며 네 사람을 보며 말했다.
“아! 똥마려워. 여기 화장실이 어디야?”
니켈만은 적지 않게 당황을 했고, 어쩔 수 없이 그들에게 물어 볼 수밖에 없었다.
괴수와의 전투가 있다고 하지만, 볼일을 아무곳에서나 볼 수는 없는 법. 이동형 화장실이 있기 때문에 그곳으로 파로스를 보냈다. 그가 자리를 떠나고 세 명의 선글라스를 낀 경호원도 그를 뒤 따랐다.
“저봐…… 아무리 봐도 모자란게 확실해…….”
남백호는 그가 계속해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볼일을 끝낸 파로스가 일행들에게 다시 온 시간은 1시간가량이 흘러서였다.
“뭔 놈의 똥을 1시간 동안 싸냐? 속에 있는 내장을 전부 다 빼놓고 온거 아냐? 야, 가서 확인해 봐.”
농담 섞인 그의 말은 너무나 진지했다.
파로스의 일로 세 사람은 대화를 나눌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할래?”
남백호는 싫은 내색을 당당하게 풍기며 두 사람을 노려보고 있었다.
“음…… 그래도 같이 사냥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요?”
“아니? 왜? 왜 우리 사냥에 저놈을 끼워?”
신민배에게 도리어 따지듯 묻는 남백호.
“그야 대단한 능력을 지녔으니까요. 방금 듣기로는 돈에 관해서는 관심도 없고, 오로지 같이 괴수를 잡아 보고 싶다고 했잖아요.”
“그야 그렇지만! 저런 놈이 갑자기 우리 팀에 끼어서 좋을 건 없잖아!”
조금씩 언성이 높아져 가는 남백호.
“저도 딱히 거절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그의 대단한 능력은 괴수 사냥에 더욱 도움이 될테니까요. 또한 사냥을 하다가 다치더라도 그것을 우리 탓으로 돌릴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번을 계기로 파로스 길드와 가까워질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고요.”
“에이 씨…… 니들 알아서 다 해먹어라.”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여 두 사람을 설득 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미 두 사람은 파로스를 마음에 들어하고 있는 듯 했기 때문이다.
불만이 섞인 상태에서 어쩔 수 없이 그들은 괴수 사냥을 진행했다.
B급 괴수 사냥에 타인을 끼워 넣는다는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지만, 파로스는 엄연히 B급 괴수의 베테랑과도 같은 인물이다.
세계 상위권 길드의 파로스 길드장이 아무런 생각없이 B급 괴수 사냥에 뛰어 들리는 없었다.
“그런데 니켈만씨는 사냥 같이 안하십니까?”
“네? 하하, 전 능력자가 아닙니다.”
“예? 그런데도 파로스 길드의 부길드장까지 하고 계신 겁니까?”
그는 살짝 미소지어보였다. 웃는 모습이 상당히 흐뭇해 보인다.
파로스가 어릴 때부터 그의 보모 역할을 담당한 니켈만.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의 파로스의 곁에서 생활해 왔던 것이다.
낙천적이고 즉흥적인 파로스는 언제나 실수 투성이었다. 그렇다보니 언제나 그의 곁에서 일을 해결하게 되었고, 급기야 부길드장이라는 명칭까지 달아가며 길드를 운영해 나가고 있는 집사 니켈만.
만약 니켈만이 없었다면 파로스 길드는 벌써 와해되어도 이미 오래전에 되었을 것이다.
“제가 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습니까?”
니켈만이 파로스를 바라보는 눈빛은 일반적인 눈빛은 아니다. 그 눈빛에는 사랑이 담겨 있었다.
니켈만은 장가를 가지 않았다. 54세의 늦은 나이임에도 말이다. 일이 바쁘다는 것도 이유가 되긴 하지만, 아무래도 파로스 때문일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
어릴때부터 손수 키워온 파로스였기 때문에 그에게 있어 그는 아들과도 같은 존재다.
그런 그의 눈빛을 느꼈는지 세 사람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휴식이 모두 끝나고 백호 길드원들은 괴수 사냥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잡을 녀석은 덩치가 꽤나 크다. 그러니 최대한 거리를 두고 공격해도 크게 상관이 없을 거다.”
남백호의 말에 공격계들이 제법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괴수 코모도는 B급 중에서도 상당히 큰 크기를 자랑하고 있었기고 능력자들이 가장 편하게 사냥할 수 있는 괴수중 하나였다.
괴수 사냥을 진행하기 시작하자 파로스도 자세를 잡는다.
그는 신민배를 보며 계속해서 미소를 짓고 있다.
“와! 이런 두근거림 처음이야! 럭셔리 버프의 힘을 느껴보고 싶어!”
그는 신이 난 듯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대체 몇 살인거야?’
겉모습만 봐서는 자신과 크게 나이 차이가 나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말이 통하질 않으니 그에게 당장 물어볼 수도 없었다.
‘천진난만하군…….’
그런 파로스의 모습이 내심 싫지는 않는 신민배.
그가 즉각 길드원들에게 신호하며 버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공격하기가 쉬운 만큼, 시란에게서 전해지는 정신력 회복 속도가 상당히 빨라지고 있었다.
“좋아! 갑니다!”
신민배가 모두를 향해서 외쳤고, 곧장 버프가 진행되었다.
“오오오! 달라! 확실하게 달라!”
처음 그가 받은 능력은 강화계열의 세 가지 버프였다.
빵!
그가 자세를 잡고 공격을 하자, 또다시 굉음이 들려왔다.
“아이 시끄러!”
괜한 트집을 잡으며 인상을 쓰는 남백호. 그는 왠지 신민배가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는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오오! 죽이는데?”
공격력 강화 버프만으로도 파로스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느낌을 받았다.
“다른거! 다른 버프 좀 줘봐.”
그는 신민배에게 눈을 크게 뜨고 버프 요구를 하기 시작했다.
‘이 사람…… 좀 웃기네…….’
한때 남백호를 처음 봤을 때와는 약간 다르지만, 그때와 비슷한 호기심이 들었다.
“공격력 극화!”
이에 응하듯이 신민배가 즉시 모두에게 공격력 극화를 시전했다.
그리고 또다시 자세를 잡는 파로스. 그의 공격자세에서 기이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끼이이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소리. 파로스 역시도 의아함을 느낄 정도였다. 괴수를 향해서 오른 팔을 내지르자, 그의 팔이 하나의 길쭉한 빛처럼 뻗어졌다.
꽝~~~~!!
지금까지 그가 공격했을 때의 소음과는 전혀 달랐다. 이 소리를 뭐라고 표현을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그 소음이 엄청났고, 공격을 하고 있던 공격계들이 급히 귀를 틀어 막았다.
남백호는 그 소리가 들리자, 자신도 모르게 멍한 상태가 되었고, 주변의 그 어떠한 소리도 들을 수 없었으며 이명만이 귀를 울리고 있다.
공격을 한 파로스의 눈도 상당히 커져 있었다.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엄청난 공격력을 자신의 두 눈으로 확인을 했다.
코모도의 몸속으로 거대한 구멍이 뚫려 있다. 그 구멍은 반대쪽 까지 이어져 있었고, 한 번의 공격으로 코모도의 신체에 구멍을 내버린 것이다.
현재 세계에 존재하는 능력자 중, B급 괴수의 신체에 구멍을 낼 수 있는 능력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파로스 역시도 그러했고, 괴수의 튼튼한 신체에 구멍을 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 현상이 일어났다.
피가 흥건하게 흘러 내리고 있지만,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놀란 눈을 크게 뜬 파로스가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신민배를 보았다.
“너…… 정말 최고야! 우와 개멋져! 뭐 이런 버프가 다있지? 크하하하! 진짜 죽인다. 죽여!!”
그는 버프가 머물러 있는 시간에 대한 생각을 다시 고쳐 잡고, 쉬지 않고 공격을 해대기 시작했다.
음속 공격은 시전하는 시간이 조금은 걸린다. 다른 일반적인 공격과는 다르게 자세를 잡아야하는 이유도 있지만, 음속 공격을 하기 위한 파로스만의 능력 사용 시간일 수도 있었다.
꽝! 꽝! 꽝! 꽝!!
계속해서 굉음이 들리는 통에 이곳에 자리한 모든 능력자가 귀가 울리는 고통에 시달려야 할 정도였다. 하지만 당사자인 파로스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입이 귀에까지 걸린 상태에서 공격을 진행 했던 것이다.
괴수 코모도의 몸통에 여러 개의 구멍이 뚫려 있었다. 일반적인 공격이 아니다보니 괴수도 상당히 큰 타격을 받은 듯 했다.
네 발로 땅을 지탱하는 코모도는 이미 앞 다리 두 개가 사실상 사용 불가능에 가까웠다. 뒷 다리 두 개로 발악을 하지만, 이미 움직일 수도 없는 수준에 이르렀고, 이동도하지 못하는 코모도에게 능력자들은 쉴틈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코모도가 움직이지 않자 남백호도 더 이상 어그로를 잡을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었다. 그걸 본 것인지 파로스가 남백호의 곁으로 자리를 옮긴다.
그리고 괴수와 정면으로 마주한 파로스.
“히히…….”
코모도의 머리와 그의 주먹이 일직선이 되었다.
꽝~!!
퍽!
그의 음속의 주먹이 코모도의 머리를 꿰뚫는다. 그리고 무엇인가 터지는 소리가 짧게 들렸다.
단 한방! 코모도가 즉사해버린 것이다.
B급 괴수 사냥 30분 만에 일어난 현실이었다.
아무리 괴수라 할지라도 뇌가 터져버린 이상 살아남을 수가 없다.
괴수 역시도 살아 있는 생명체이며, 곳곳에 취약한 부분이 존재한다. 이런 부분을 공략하면 괴수 사냥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당연한 현실. 하지만 그것을 알고도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이런 행위였다. 괴수의 심장이나, 뇌를 터뜨리면 급사하는 것은 사람도 똑같다. 하지만 그걸 해낼 수 있는 능력자는 없었다. 괴수의 머리는 단단한 뼈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뼈를 뚫고 공격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은 물론, 인간이 가진 검이나 공격 능력으로는 괴수의 피부를 자르는 것은 가능하지만, 내부에 충격을 주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B급 괴수를 사냥하는 방법은 공격을 꾸준하게 함으로해서 괴수의 서서히 고갈 시키는 방법!
그러나 신민배와 파로스 두 사람이 나서면 고갈이 아닌, 한 번의 공격으로 즉사 시키는 행위가 가능했던 것이다.
현재 남백호가 버프를 시전하고 B급 괴수를 잡는데 걸리는 시간은 최초 6시간에서 지금은 그 시간이 상당히 줄어들어 3~4시간 정도다. 이것도 능력자들이 많은 능력상승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죽인다…… 대체 저거 뭐야?”
“단 한 방에 죽일 수가 있다는건가?”
코모도 몸에 많은 구멍이 뚫려 있지만, 머리 부분에 구멍이 났고 뇌가 터진 것을 확인한 백호 길드는 도무지 지금의 상황을 종잡을 수가 없었다.
“괴수 사냥의 개혁이라고 말해야하나?”
“저게 바로 음속의 파로스? 괜히 제일 상위에 이름을 올린게 아니구나…….”
대파란이 일어났다. 파로스 본인은 물론 이 장면을 본 모든 능력자들이 입을 다물지 못했고, 가급적 놀라움과는 거리가 먼 남백호도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 작품 후기 ============================
한편 더 찌끄리고 가요...
날려버린 5편에 대한 생각은 거의 나지 않는 상황에서... 내용이 조금 바뀌었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ㅋㅋㅋ ;;
확실하게 코멘트에 적히는 일정한 욕설이 아닌 지적인 부분들은 저에게도 상당히 도움이 되네요. 아시다시피 비축분이 없이 하루하루 쓰고 있다보니, 제가 하지 못한 생각도 독자님들이 대신 해주고 계신 듯 합니다.
일정한 기승전결은 다 잡아 놨지만, 중간 중간에 코멘트 독자님들의 역할이 상당히 크네요.
이렇게 계속해서 함께 글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독자님들의 감사함에 힘입어...
보너스 한편 투척하고... 밤 12시에 뵙도록할게요... 혹시 모르죠?
이러다가 또 한편 내던지고 갈지... 그런데... 노트북 배터리가 2시간 30분 밖에 없군요...ㅋㅋㅋ 충전기 안들고 옴....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