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6 / 0176 ----------------------------------------------
31. 음속의 파로스
“카하하하하하하!!”
파로스가 미친 듯이 웃고 있다. 하지만 그를 만류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30분 만에 일어난 B급 괴수 처리에 멍하니 있던 능력자들이 외쳤다.
“우와와와와!!”
“대단해!! 정말 최고다!!”
“파로스 정말 대단하다!!”
길드원들이 연신 외쳐대고 있다. 신민배도 서서히 입에 미소가 걸리기 시작했고, 남백호도 어쩔 수 없이 이 부분에 대해서 파로스를 인정 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 한숨만 길게 내쉴 뿐이다.
하지만 여기서 다른 길드원들이 모르는 문제가 있다면 바로 근접 계열이 더욱 강한 위력을 얻을 수 있는 돌진은 사용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필요가 없는 휴식을 취하며 백호 길드원들은 방금 전의 일에 대한 이야기로 정신이 없을 정도였고, 파로스는 신민배의 곁에서 그에게 열심히 말을 하고 있었다.
“이야! 너 진짜 대단해. 이런 버프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거야! 정말 대단하다! 한방 한방 내지를 때마다 그 짜릿함!! 팬티를 지릴 뻔했어!! 너무 대단해. 너 우리 길드 오지 않을래? 네가 상상하지 못하는 조건으로 해줄게. 어때? 제발 와라. 응? 나랑 같이 생활하자!!”
“라고 합니다…….”
그의 곁에서 니켈만이 통역을 해주고 있다. 신민배는 신이 나 있는 그의 모습에 절로 미소가 흘러 나온다. 또한 자신의 능력에 대한 감탄을 해주니 싫어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고맙다고 전해주세요. 그런데 이분 대체 몇 살입니까? 나랑 비슷한 연배로 보이긴 하는데……?”
“파로스님은 28세입니다.”
“예? 28살요? 생각보다 젊군요.”
파로스는 자신의 나이를 물어 본 것을 알고는 다시금 말했다.
“제발 부탁해! 나랑 같은 길드에서 뛰자! 넌 나의 지루한 일상을 행복으로 바꿔 줄 것 같단 말이야!”
파로스가 신민배의 손목을 잡았다. 그리고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애원을 하는 것이 보인다.
“싫다고 말해주시겠어요?”
하지만 단 번에 거절하는 신민배.
“왜? 왜 싫은데! 돈은 원하는 만큼 준다잖아! 그런데 왜!”
“난 돈 보고 움직이는 사람은 아니거든. 최소한 돈 보다는 의리가 중요하고, 의리보다는 내가 아끼는 사람이 가장 중요한 법이니까.”
“그럼 나도 의리로 해줘! 나도 아껴줘!!”
그는 마치 사랑을 갈구하는 남자의 모습처럼 그려지고 있었다. 남백호는 그런 신민배가 고마울 수밖에 없었다.
‘딱 잘라 말 한 번 잘하는구나. 내 동생!’
은근히 신민배가 자랑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남들이 그를 최고다고 부추기며 그와 함께 하려해도, 그는 언제나 남백호의 의사를 가장 먼저 물어왔고, 그와 함께 하기를 희망했기 때문이다.
“의리나 아낀다는 것은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닌데, 왜 이렇게 생각이 없어?”
니켈만이 그 말을 전달했고, 결국 자신의 파로스 길드의 가입 권유를 무시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침울한 파로스는 잡고 있던 신민배의 손을 천천히 놓았다. 그 모습이 너무나 처량해보여 다독여주고 싶을 정도다.
“누가 보면 여자한테 차여서 실연 당한 줄 알겠네. 얘 대체 왜 이래?”
“흑흑…….”
그런데 갑자기 파로스가 울기 시작한다. 그 모습을 보고 모두가 황당해 하고 있다. 니켈만 역시도 이런 모습을 본적이 없기 때문에 똑같은 반응이다.
“왜? 왜 돈이 싫은데? 다른 사람들은 돈이면 다 된다고 했단 말이야. 그리고 내 돈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어. 그런데 왜 싫어? 대체 이유가 뭐야?”
세계 200대 갑부에 들어가는 파로스.
그는 어릴 때부터 모든 일을 돈으로 해결을 해왔다. 그렇다보니 돈이 최고이며, 돈이면 못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물며 그는 돈으로 사람도 샀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의 곁에 언제나 돈을 보며 머물러 있었다.
오랜 생활이 계속되다보니 그것이 당연한 줄로만 생각했고, 모든 일에 돈이 우선임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지금 처음으로 신민배가 자신의 돈을 거절했다. 살아오면서 처음 겪는 순간이었다.
돈을 거절하는 사람에 대한 대처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는 파로스는 지금의 상황이 매우 억울했다. 어떻게 해야 할 줄을 몰랐던 것이다.
그에게는 흔한 친구 한 명도 없다. 모두가 그의 돈 때문에 곁에 있던 것이지, 그를 보고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기에…….
“왜~! 왜 싫은데~~!”
울면서 막무가내로 떼를 쓰기 시작하는 파로스를 보며 신민배가 천천히 말했다.
“참고로 네 돈은 나는 필요 없다. 그리고 나도 돈은 많아. 너의 돈이 필요 없을 정도로. 함께하고 싶다는 건 그 사람이 마음에 들어야 가능한 거지. 난 네가 싫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함께 하고 싶은 건 아니야. 만약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그땐 너의 말을 생각해 볼게.”
물론 신민배는 말뿐이다. 그가 백호 길드를 내버려두고 파로스와 함께 할 일은 없기 때문이다.
니켈만으로부터 그 말을 전해들은 파로스가 천천히 무표정이 되어갔다. 그리고 니켈만을 보며 말했다.
“나…… 백호 길드에 들어 갈래…….”
“예. 알겠습…… 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나 백호 길드 들어갈거라고!! 백호 길드에서 신민배랑 같이 팀을 짤거야! 그럼 환상적인 인생이 펼쳐지겠지? 나 백호 길드 들어갈거야!!”
니켈만의 얼굴이 헬쑥해진다.
“파, 파로스님. 그럼 파로스 길드는 어쩌시려고 그러십니까? 새, 생각이란 걸 좀 해주십시오!”
“파로스 길드? 네가 길드장 하면 되잖아? 난 파로스 길드 탈퇴 할래! 백호 길드 들어갈거야!”
“제발이요…… 파로스님!”
니켈만은 파로스의 즉흥적인 생각을 제지 할 수가 없었다. 현재 세 사람은 이 두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통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니켈만의 표정으로 보아하니 보통 심각한 말이 아닌 듯 보였고, 파로스의 입에서 ‘백호’라는 단어가 몇 번 나온 것으로 봐서는 자신들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파로스를 바라보며 남백호가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봐…… 내가 아까도 말했지만, 이건 멍청하고 무식하고를 떠나서…… 좀 이상한 놈이야…… 가까이 해서 좋을 건 없어.”
그런 말을 한 그는 몇 분 뒤 니켈만으로부터 파로스가 백호 길드 가입 의사를 밝혔다는 것을 알았다.
“지, 지랄하지 말라고해요! 어디 누구 길드를 마음대로 들어와! 우린 안받아줄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신민배와 점차 가까워지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은 그였다. 그런데 그런 녀석이 백호 길드에 가입 의사를 밝힌다는 것에 거의 광분을 하고 있는 남백호다.
“길드장님. 하지만 이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파로스로 인해서 저희는 A급 괴수를 손쉽게 처리 할 수도 있을지 모릅니다.”
“맞아요. 솔직히 파로스 정도의 공격력을 가진 능력자는 지금까지 단 한 명도 보지 못했어요. 아마 엄청난 전력이 될 겁니다.”
두 사람이 파로스의 길드 가입에 적극 찬성했다. 그가 파로스 길드를 해체를 하던, 탈퇴를 하던 그건 그들이 신경 쓸 부분이 아니었다. 단지 그라는 존재가 백호 길드에 들어오면 어떠한 힘을 발휘할지 이미 두 눈으로 확인을 했기 때문이다.
“아, 싫어! 싫다고! 난 받지 않을테니까 그렇게 알아!”
남백호가 토라진 모습이 마냥 귀엽기만 보이는 임창종과 신민배.
두 사람의 찬성에 남백호는 결사항전을 했지만, 더 이상 어쩔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결국 파로스를 보며 한 마디 했다.
“조건이 있다. 최소한 백호 길드 들어오려면 한국말 정도는 할 줄 알아야지? 하루에 4시간은 한국말을 배우는 조건으로 합시다.”
니켈만이 통역했고, 파로스가 고개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끄덕이고 있었다.
“와하하하! 역시 날 받아줄 줄 알았어! 나 음속의 파로스라고!!”
파로스는 떠나갈 듯 기뻐하며 크게 웃었다.
파로스가 백호 길드에 가입을 하면서 파로스 길드는 니켈만에게 모든 전권이 위임되었다. 해체를 해야 정상이지만, 파로스 길드가 해체하면 프랑스 내에서도 큰 파장이 예상되기 때문에 니켈만은 길드를 유지시키려 했다. 길드 유지비용은 능력자들이 잡는 괴수로도 충분히 매울 수가 있는 부분이기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그런데 이거 말고 다른 능력도 있어? 응응?”
“라고 물어보십니다…….”
파로스가 다가와 신민배를 보며 말했다.
“있긴하지…….”
“라고 대답하셨습니다.”
“우와!! 정말? 당장 사냥하자! 버프 버프!!”
숲이 시끄럽다. 파로스의 목소리가 상당히 크게 울려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길드원들도 파로스의 가입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듣고 적지 않게 놀라고 있었다.
12인 중 단연 상단에 위치한 그가 백호 길드에 가입을 한다는데 조용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가입으로 인해서 자신의 자리가 위태롭지는 않을까 고민에 빠지는 길드원들도 존재했고, 그로 인해 더욱더 괴수 사냥에 박차를 가하는 백호 길드원들 이었다.
파로스의 보채기에 할 수 없이 그날 마지막 B급 괴수 사냥을 하기로 했다. 본래 하루 두 마리 정도만 그쳤던 B급 괴수 사냥이었지만, 코모도가 일찍 죽는 바람에 한 번 더 사냥을 하기로 한 것이다. 물론 B급 괴수 사냥 한 번에 들어오는 돈이 막대하기 때문에 길드원들은 오히려 더 반기는 추세였다.
20분 가량 이동을 해야하기 때문에 모두는 버스에 탑승을 하기 시작했다.
“오, 오빠…….”
“휴…….”
안젤리나가 애처로운 눈빛으로 신민배를 바라보고 있다. 그의 옆자리에 앉아야 할 안젤리나는 버스 복도에 서 있는 상태고, 그런 신민배의 옆에 떡하니 자리잡고 앉은 파로스였다.
“저기 니켈만씨. 이러면 안된다고 말씀해주세요. 엄연히 안젤리나가 제 옆자리입니다. 제 여자친구이기도 하고요.”
사슴 눈으로 불쌍하게 바라보고 있는 안젤리나를 외면할 수 없었던 신민배가 니켈만에게 부탁을 했고, 파로스가 이번에는 애처로운 눈빛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민배…….”
“아씨……? 어쩌라고.”
파로스가 신민배의 이름을 처량하게 부른다. 하지만 이것은 간단하게 무시할 수밖에 없었다.
안젤리나는 신민배의 옆자리에 앉아 그의 팔짱을 끼며 가깝게 붙었다.
“아무리 공격력이 좋은 사람이라지만…… 난 싫어…… 왠지 오빠를 뺏으려고 하는 여자 같은 느낌이야…….”
“신경 꺼. 내가 무슨 게이도 아니고. 나도 저렇게 들러붙는 남자 싫다.”
현재 파로스는 자신의 돈을 거부한 신민배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 이것은 호감이기도 하며, 신비함이기도 했다. 신민배를 향한 복잡한 마음이 뒤엉켜 있는 상황이고, 그 마음의 정체를 확인하고 싶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신민배가 한 이 말을 아마 파로스가 들었다면 눈물을 펑펑 쏟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자리가 떨어진 상황에서 신민배의 머리꼭지 부분만을 보며 이동하는 파로스가 불편한 내색을 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왜 이런 걸 타고가? 돈 없어?”
“라고 하십니다.”
니켈만은 따로 말을 돌리지 않고 직설적으로 통역해주고 있었다.
“뭐라는거야. 이새끼가 또?”
“아니, 그렇잖아? 헬기로 가면 금방 도착 할텐데. 쿠션도 별로고. 이렇게 해가지고 어디 컨디션 조절이나 되겠어?”
“라고 하십니다.”
“이런 미친놈이…… 좋겠다. 이새끼야. 너 돈 많아서.”
남백호는 아직까지도 파로스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애초에 능력자가 돈을 많이 번다고 하지만, 세계 200대 갑부와 비교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내가 헬기 좀 사올까? 좋잖아. 다른 사람들도 편하고.”
“라고 하십니다.”
“닥쳐라…… 헬기 프로펠라로 갈아버리기 전에…….”
파로스는 마지막 남백호의 말을 듣고 입을 삐쭉 내밀고 있었다. 그리고 몸 어딘가가 불편 한 듯, 계속해서 낑낑거리며 차량을 타고 이동 할 수밖에 없었다.
============================ 작품 후기 ============================
제가 실수로 씹어 먹은 편수로 인해서... 다소 내용이 달라지긴 했지만...
그래도 똑같은 방향으로 우선 제대로 가닥은 잡았습니다. 그러니 앞으로 계속...
달리는 일만 남았네요.
그런데 귀화 문제로 아직 독자님들이 말이 많습니다. 근데 이부분은 어떻게 해도
서로 의견이 다르게 될테니, 서로 다투지들 마시고, 그냥 각자의 의견대로만 글을 읽고
생각하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오늘은... 편수.. 두 편 밖에 없어요...ㅠ_ㅠ
아까 낮에 두 편 올려드렸으니... 봐주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