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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재앙의 시작.
시현은 신민배를 알게 된 그 순간부터 그에게는 죄스러운 마음과 고마운 마음이 항상 느껴졌다. 그리고 이런 일에 대해 죄스러운 마음은 떨쳐버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소한 그동안 살면서 아무리 자신이 연씨 집안의 장남으로 동생들을 챙긴다고 하지만, 엄연히 함께 사는 신민배가 가장 나이가 많은 연장자로 그에게 조금이라도 마음을 기대고 싶을 수밖에 없었다. 또한 그런 마음은 다른 동생들도 자연스럽게 느끼고 행하고 있었다.
“형에게 우리가 짐이 아니라는 것은 알아요. 그리고 우리를 얼마나 좋게 생각해주시는 것도요…… 그런데…….”
“거기까지만 하자?”
신민배가 시현의 말을 끊었다.
“왠지 더 듣게 되면 화가 날 것 같다. 나에게 있어 너희들은 모두 내 동생이고 가족이다. 너희 하나하나가 함께 있던 집을 떠나 따로 독립을 한다는 건 나도 말류하지 않겠지만, 함께 살자는데 죄송한 마음 때문에 안되겠다는 말은 난 도무지 용납이 안될 것 같다. 그러니까 그에 대해서는 네가 잘 생각해봐라. 난 강요하진 않을게. 다만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너희와 함께 살려고 집까지 지었다. 그런데 그걸 네가 부담스러워 한다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겠지. 잘 생각하도록 해.”
이제 시현도 성인이다. 엄연히 스스로에 대한 결단은 내릴 수가 있는 나이다. 그렇기에 민배는 더 이상 깊게 이야기 하지 않았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해봐야 설득하려는 말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그에게 있어 이들 모두는 동생이며 가족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그렇다보니 스스로가 결정을 하게 내버려두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며, 잘못 된 길을 간다면 그때에 조언과 설득을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자리를 먼저 털고 일어난 신민배가 집안으로 들어갔고, 그 자리에는 시현만 남아 멍하니 밤하늘만을 바라볼 뿐이다.
날이 밝았다. 주말이라 모두는 한가 한 시간. 모두가 아침 9시까지 잠을 푹 잘 여유가 있는 시간이었다. 그 누구도 깨우지 않았고, 아침 햇살에 하나 둘씩 눈을 떴다.
가장 먼저 눈을 뜬 사람이 물을 마시러 왔다. 이 집안에서 가장 어린 시유다.
시유는 물을 마시고 곧장 씻기 시작했다. 어제 민배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하나 둘씩 차례대로 눈을 뜨고, 아침은 시란이 준비했다. 이제 이런 아침을 준비하는데 아무런 생각 없이 그저 습관처럼 행동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자신의 어머니가 해주던 일상적인 아침 식사보다는, 그저 토스트나 간단한 된장국 정도는 준비할 수가 있었다.
그들의 수입이라면 가정부 정도는 몇 명씩 부릴 수가 있지만, 시란이 절대 반대하며 자신이 청소와 요리를 도맡아 하고 있었다. 성격은 왈가닥에 떼를 쓰며, 간혹 스스로를 주체하지 못하여 눈물을 흘리곤 하지만, 이런 면에서는 이미 아주머니가 된 정도다.
“삼촌! 우리 정말 오늘 새집 보러 가는 거예요?”
시유가 밥을 먹으며 묻는다.
“어허? 오빠가 말했지. 식사 할 때는 말하는게 아니라고. 그리고 말을 할 땐, 입에 있는 걸 다 삼키고 하랬지?”
“웅…….”
매번 시현에게 듣는 지적이다. 하지만 들뜬 날에는 이런 지적도 잊어 먹는 시유였다.
“그래. 오늘은 새집 구경하러 갈거야. 그렇지만 아직 완성이 되지는 않았으니까 너무 기대는 하지말고.”
“우와~~! 웁…….”
숟가락을 들고 좋아하던 시유가 시현과 눈이 마주치고는 다시금 숟가락을 내렸다.
모두가 평온한 식사를 하고 있다. 비록 별다른 말들은 없었지만, 이렇게 모여서 밥을 먹는 것이 그들에겐 큰 기쁨이다.
식사를 마치고 아침 10시가 좀 넘은 시각. 안젤리나가 찾아왔다. 마치 나들이라도 가는 듯,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왔다.
‘이건 정말…… 빨리 결혼하고 싶군.’
아침 햇살에 은빛 머릿결이 반사되고, 꽃무늬 원피스를 나풀거리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한 명의 천사가 눈에 들어왔다. 물론 이 모습을 신민배 뿐 아니라, 그의 가족들도 마찬가지로 지켜보았다.
같은 여자임에도 다들 대략 3~4초간 아무런 말이 없다가 입을 열었다.
“언니 너무 예뻐요!”
“와! 안젤리나 언니 천사 같아!”
“언니 짱 예뻐요!”
여자 아이들 모두가 안젤리나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앞으로 함께 살게 된 아이들의 칭찬은 안젤리나에게도 기분 나쁘지가 않았다.
“식사들은 했어요?”
“응. 방금 다 마쳤지.”
“그래요? 그럼 디저트로 과일 먹도록 해요. 제가 아침에 싱싱한 과일로 사왔어요.”
새집을 구경하러 갈 시간은 아직 충분했기 때문에 그들은 서두르지 않았다.
안젤리나가 가져 온 과일은 상당히 신선했다. 과일 하나하나 그녀가 일일이 만져보고 확인해서 가져 왔기 때문이다.
과일을 먹고 간단한 담소를 나눈 그들은 프롬브론에 모두가 몸을 실었다. 차량이 매우 컸기 때문에, 6명이 타도 전혀 문제가 없는 차였다.
차를 타고 향하는 곳은 경기도의 한 곳으로 서울과는 약 50분 정도 떨어진 지역에 위치 했다.
작은 호수가 있고, 주변에는 숲과 원목 집들이 보였다.
그리고 그곳에 400평 규모의 공사가 한창 중인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와~? 저게 우리 집?”
“우와! 대단하다.”
우선 그들이 도착한 집은 배경부터 남달랐다. 주변 경관도 마음에 들지만, 큰 마당과 연못이 딸려 있었으며, 조경이 매우 잘되어 있어서 아직 완성되지 않은 건물임에도 운치가 있어 보였다.
집은 현대식과 기와를 합쳐 만들어서 더욱 신비하게 보일 정도였다.
집의 완성도는 대략 90퍼센트로 대다수 필요한 것만 갖추면 되는 문제였고, 그렇게 많은 인부들이 일하고 있지는 않았다.
2층 건물로 방만해도 총 7개와 넓은 거실이 자리하고 있었다. 계단은 집의 양쪽 끝으로 두 개씩 달려 있어서 2층으로가는 방법도 매우 편리하게 만들었다.
“오빠…… 이집은……?”
“후후…… 맞아. 너랑 나랑 이야기 했던 집.”
한 때 안젤리나와 신민배는 자신들이 살집에 관해서 대화를 한 적이 있었다. 그것을 기억한 신민배는 그날 바로 그것을 메모에 남겼고, 이렇게 집에 대한 설계를 한 것이다.
“오빠, 너무 예뻐요.”
“후후, 그래? 다행이다. 네 마음에 들었으면 했거든.”
안젤리나가 신민배의 팔짱을 살포시 꼈다. 다른 아이들 역시도 앞으로 자신들이 지내게 될 방을 이리저리 구경하며 매우 신난 모습이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걸려서 집의 구경을 모두 끝냈다. 아이들은 이미 이사를 할 때부터 자신이 지낼 방을 정해 둔 상태였으며, 신민배와 안젤리나는 1층에서 지낼 생각이었다.
“자자, 모두들 이만 갈까? 작업하시는데 방해되겠다.”
신민배가 모두를 이끌고 저택을 나온다. 아직도 구경이 끝나지 않은지, 아이들은 나오면서 까지 저택을 연신 바라보았다.
서울과는 비록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학교 문제에 있어서는 아이들의 의견에 따라서 전학을 준비하던지 할 생각이었다.
그들은 그렇게 새집을 구경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왠지 앞으로 있을 미래가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그날 안젤리나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고, 신민배와 한방에서 같이 잠을 청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처음으로 결실을 맺었고, 이 행복을 이어 갈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쿠르르르르~!
“뭐야? 또 지진이야?”
대구의 한 도심에 심한 지진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책상 위에 책꽂이에 꽂혀 있던 책들이 쓰러지고, 세워 둔 사진도 쓰러진다.
“이, 이거 생각보다 큰 것 같은데? 다들 책상 밑으로 숨어!”
회사에서 일을 하던 회사원들은 급히 책상 밑으로 숨었다.
드드드드드~!
지진 현상은 더욱 심화 되었다. 달려있는 전등이 미친 듯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책상이 좌우로 미끄러지듯 끌리고 있다.
“무, 무너지는 거 아냐?”
“재수 없는 소리하지마! 여긴 10층이야. 무너지면 우리도 끝장이라고!”
그 어떠한 인간이 지진이 났을 때 자신이 있는 건물이 무너지는 것을 바라겠는가? 그 말을 한 당사자 역시도 적지 않게 당황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진동이 서서히 멈추어 가자 회사원들이 천천히 책상에서 빠져 나왔다.
“뭐야? 끝난거야? 여진이나 또 그런게 오는 건 아니겠지?”
“그러게 말이야. 올해 들어 대구에서는 가장 큰 지진 같은데?”
“누가 아니래? 정말 이러다가 우리도 일본처럼 대지진 때문에 난리가 나는 거 아닌가 몰라. 얼마 전에도 지진이 겨우 일본까지 빗겨 갈 정도였으니까.”
지금 이들 회사원들에게는 독도의 문제는 금방 잊혀졌다.
하루하루 먹고 살기 바쁜 그들에게 독도가 침몰한 문제는 피부로 느끼긴 힘들었다. 그보다 차라리 하루 임금을 삭감한다면 그 문제로 한 달 내내 실랑이를 벌이는 것이 현재의 삶일지 몰랐다.
지진이 한바탕 지나가고 그들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에 앉아 다시 업무를 시작했다.
쿠우우웅!!
그런데 그 순간 무엇인가 엄청난 진동이 느껴졌다.
“뭐, 뭐야 이건!!”
“또 지진인가 봅니다!!”
너나 할 것 없이 다시 미친 듯이 책상 밑으로 기어들어갔다.
쿠우웅!
그런데 이번 지진은 뭔가 소리붙터가 달랐다.
쿠우우웅!
그리고 반복되는 소리의 정체.
한 번씩 소리가 들릴 때마다 건물이 흔들리는 느낌이다. 지진이라기 보다는 무엇인가 거대한 것에 의한 건물의 떨림 정도랄까?
한 두 명씩 책상에서 나와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리고 혹시나 싶어 창가로 다가가 보았다.
무엇인가 거대한 그림자가 자신들이 있는 건물을 가린 것이 보였으나, 그 정체를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단지 해가 구름에 가려졌다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창가로 지상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비명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무엇인가에 놀라고는 모두가 도망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뭐야? 대체 왜들 저래?”
“그, 글쎄요? 왜들 저러지?”
“뭔가 상당히 놀란 듯 한데? 우리도 나가야하는 것 아냐?”
회사원들 모두가 상당히 불안한 눈빛을 띠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은 천천히 창가에서 물러나 건물을 내려가기 위해서 엘리베이터 앞에 서기 시작했다.
과장도 이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느껴지는 기분으로는 빨리 이 건물을 빠져 나가야겠다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었고, 그들 사무실뿐만 아니라, 다른 사무실의 사람들 또한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서 나온 듯 보였다.
“무슨 일이야? 왜 다들 이렇게 나와 있는거야?”
“그러는 너희들은 왜 나와 있는 건데?”
하는 업무는 다르지만, 같은 회사원이다보니 어느 정도 안면이 있기 때문에 서로에게 물어본다.
“그런데 기획팀은 안 보이네?”
“몰라. 기획팀 아무도 없어. 이미 다 내려 간 것 같던데?”
“뭐? 이런 비겁한 새끼들. 의리조차 밥 말아 먹었군.”
그들은 엘리베이터가 빨리 도착하기만을 기다렸다.
다른 층에서 엘리베이터가 10층에 멈췄다.
띵~~!
문이 열리고 안의 사람들이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엘리베이터 안의 사람들과 밖의 사람들이 서로 눈이 마주쳤다. 그런데 엘리베이터 안의 사람들은 무엇인가 엄청난 공포심을 느끼고 있는 눈빛이었고, 그 중 한 사람은 급히 엘리베이터의 ‘닫힘’ 버튼을 눌러대기 시작했다.
“어, 어이 이봐……?”
어차피 엘리베이터가 만원이라 더 이상 탈 공간은 없었으나, 그들의 표정에 대한 대답을 해주길 바랬던 것이다.
문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닫혔고, 엘리베이터는 하강했다.
“빌어먹을 놈들…… 대체 무슨 일이길래 저래? 마치 먼저 죽으러가는 듯한 저 표정들은?”
과장의 말이 끝났다. 그리고…….
쿠콰콰콰콰쾅!!!
건물이 부서지며 엘리베이터가 있던 자리가 그대로 파괴 되어버렸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던 회사원들은 급히 뒤로 도망치며 이 같은 상황이 왜 벌어졌는지를 몰랐다.
그리고 천천히 먼지가 사라지며, 눈앞의 광경이 드러났다.
엘리베이터가 있어야 할 자리는 바깥의 광경이 내다보이게 되었다. 엘리베이터의 각도로 건물이 완전히 사라졌던 것이다.
이 황당한 상황에 모두가 입을 쩍 벌리고 말았지만, 다음 순간 모두는 비명을 질렀다.
“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아!!”
“사, 살려줘!!”
정체도 알 수 없는 엄청난 괴수가 그들의 눈 앞에 나타났고, 그대로 건물을 짓밟아 파괴를 해버렸다.
그렇게 대구에 사상 처음으로 S급 괴수가 출몰한 순간이다.
============================ 작품 후기 ============================
오늘도... 마음은 상처를 받고...
그래서 몸이 아픈가 봅니다.
요즘에 왜 이렇게 헛구역질이 계속 나와서 괴롭히는지... 스트레스성 위장염인가...
흠... 비도 많이 와서 집에만 있으니 글빨은 안나오고... 이래저래 너무
심심한 것 같기도 하고... 많은 생각이드는 하루네요...
어서 맑아져서 다시금 바깥으로 외출이나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하루들 되시구요...
오후에 또다시 한두편 올릴게요... 글빨 살면 두 편...
아니고 많은 생각에 빠진 하루라면 한 편...
더위 조심들하세요. 오늘은... 습도가 높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