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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파국으로 치닫다.
남백호는 대한민국에 존재하던 것들에 대한 모든 것을 정리를 했다. 전용기와 더불어 백호 길드의 건물과 기존에 있던 자금들까지 대다수 정리를 했다.
일정 부분은 함께 귀화하는 15명의 능력자들에게 전해졌고, 나머지는 S급 괴수에 의해서 피해를 입은 능력자들의 가족과 이전부터 연금 혜택을 받고 있던 이들에게 모두 전해진 상태였다.
보통 같았으면 어려운 불우이웃 돕기라도 했겠지만, 대한민국 자체에 정이 떨어질 대로 떨어져버린 남백호는 그들에 대한 것은 신경 쓰지 않았다.
영국으로 가기 위해 공항으로 모인 15명의 백호 길드. 그들이 떠나는 날을 어떻게 알았는지 많은 기자들이 모여들었다. 그리고 쉴틈 없이 그들에게 질문 세례를 하기 시작했다.
“귀화를 선택한 이유를 좀 말씀해주실 수 있겠습니까?”“정말 한국을 버리고 이대로 가시는 겁니까?”
“앞으로 대한민국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금의 심정을 한 말씀만 해주십시오!!”
많은 취재진들의 질문에도 남백호는 아무런 말조차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을 배웅 나온 길드원들을 보며 쓴 미소만 지어보일 뿐이었다.
이들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단지 자신이 더 이상 대한민국에 있을 수가 없기 때문에 포기를 하고 떠나는 것일 뿐.
임창종이 슬픈 눈으로 남백호를 바라본다.
“한 번씩 놀러가도 되겠습니까?”
“당연한거 아니냐? 너 이제 백수잖아?”
“후후…….”
임창종이 더 이상 괴수 사냥에서 손을 땐 것을 알았기에 농담으로 한 말이었다.
“조심하십시오…….”
“걱정마라…… 이제 미친 듯이 괴수 잡을 생각 따윈 없으니까…….”
남백호가 임창종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임창종이 천천히 손을 앞으로 내밀어 그의 손을 잡았다.
“잘지내라.”
“길드장님도요.”
두 사람의 인사는 그렇게 간략하게 끝이 나버렸다. 취재진들이 두 사람의 사진을 연신 찍어대고 카메라가 그들을 촬영했다.
백호 길드는 그렇게 한국에서 이름을 지우게 되었다.
백호 길드가 한국을 떠난 후, 한 동안 네티즌들의 시시비비는 가려지지 않았다. 그러면서 괴수에 의해서 점차 더 힘든 상황을 맞이할 수밖에 없게 되는 대한민국.
B급 괴수와 A급 괴수가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능력자들의 힘이 절실히 필요하게 되었다. 하지만 능력자의 숫자는 계속해서 줄어가는 형편이 되었고, 정부는 급기야 ‘게놈 프로젝트’에 대한 부분을 전면적으로 새로이 개정.
모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무료로 테스트를 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로 인해 많은 능력자들이 새로이 탄생 했지만, 여전히 괴수의 위험을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은 계속해서 힘들어져 가고 있었다.
영국에 귀화를 한 백호 길드는 그 이름을 그대로 유지하며 생활했다. 그들 15명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아무래도 언어를 익히는 것이 가장 급선무였다.
귀화를 했다는 것은 이제부터 그들이 영국인이라는 것을 의미하며, 모든 패턴을 거기에 맞춰가는 수밖에 없었다.
귀화를 하고 한 동안 그들 모두는 언어를 배우는게 수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간간히 들어오는 괴수 처리 의뢰를 받고는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베르나가 남백호를 비밀리에 찾아왔다.
“어쩐 일이지?”
지긋지긋한 공부를 통해 이제는 말도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남백호. 어린 베르나가 자신을 찾아온 이유를 알지 못했다. 하물며 아무도 대동하지 않고 그녀 혼자 왔다는 것이 더욱 이해되지 않았다.
자신의 집으로 들어온 베르나를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는 남백호. 그런 그에게 베르나가 한 마디 했다.
“아직은 시기가 아닌가보군요?”
집을 이리저리 둘러보는 베르나.
“그게 무슨 말이지?”
“음…… 가정적인 분위기의 집은 아닌 듯 해서요.”
그녀가 살짝 미소를 보인다. 마치 지금과는 다른 분위기를 보았다는 듯이 말하는 그녀를 보며 남백호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자신의 할 말을 하고는 이내 본격적으로 남백호에게 말을 하기 시작했고, 그녀의 입을 통해서 흘러나오는 말에 남백호의 두 눈이 상당히 커져가고 있었다.
“그 말이…… 사실이야?”
“물론이에요. 하지만 이 일은 상당히 조심스럽게 진행을 해야 합니다.”
“물론 알지! 한국에서는 모르게 일을 진행해야 할테니까.”
“맞아요. 해서 한국에는 신성 길드만 가게 될 거예요. 해서 조력자가 필요합니다. 한국의 지리를 잘 알고 비밀리에 일이 진행 될 수 있도록 힘을 써줄 사람요.”
“하하…… 이건 뭐 계획 된 진행 루트로 달려가는 것 같은 생각이 드는군.”
남백호는 그녀의 말에 임창종이 떠올랐다. 현재 그는 괴수 사냥에서 물러나 백수가 되어 있는 몸. 또한 함께 많은 사냥을 했기 때문에 한국에 대한 지리와 더불어 신성 길드가 진행 하는 일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남백호는 그녀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사실이라고 믿고 싶을 정도다. 이유는 바로 신민배가 살아 있다는 소리를 그녀에게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쉽게 한국에서 일을 진행 할 수 있을까?”
“물론이에요. 이미 한국에서 의뢰를 받았습니다. A급 괴수에 대한 의뢰인데 그것을 빌미로 팀을 나눠서 행동할 생각입니다.”
“음…… 그렇군.”
현재 대한민국은 괴수와의 전쟁이 일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S급 괴수 출현 이후 각 급에 해당하는 괴수들이 대폭 늘어난 상황이었다. 하물며 재정까지 힘들어진 대한민국은 다른 나라의 괴수 처리 팀을 고용할 형편이 되지 못했다. 헌데, 그런 와중에 신성 길드에서 대한민국에 도움을 주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섰고, 무료로 괴수를 잡아준다는 소리에 대한민국은 환영을 손을 내밀었던 것이다.
남백호는 자신이 함께 가고 싶었으나, 그 부분에 대해서는 베르나가 거절을 뜻을 보였고, 하는 수 없이 신성 길드에게 이번 일을 맡기는 수밖에 없게 되었다.
신민배에 대한 이야기는 비밀리에 진행이 되었고, 남백호와 베르나 그리고 신성 길드의 몇 명만이 알고 있을 뿐이었다. 또한 모든 일이 진행이 될 동안 어떠한 발설도 하면 안된다는 베르나의 말이 있었다.
남백호는 마음을 졸이며 그녀가 빨리 일을 마무리 짓고 돌아오기만을 바랄 뿐이다.
신성 길드원 중 E급 괴수가 사냥 가능한 모든 능력자들이 대한민국을 방문했다. 이들의 방문에 대한민국이 크게 환영의 뜻을 내비추는가 하면, 네티즌들 역시도 무료로 괴수를 퇴치해준다는 신성 길드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수많은 신성 길드원들은 현재 안전을 위협받고 있는 지역들을 대상으로 괴수 처리에 나섰다. 그리고 신성 길드원 중 30명은 비밀리에 따로 움직이고 있었고, 이런 이들의 길잡이가 되는 것이 바로 임창종이었다.
그는 남백호의 연락을 받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설마하니 신민배가 살아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 일을 알게 되고나서 남백호가 구조대를 편성 할 때 만류한 자신이 너무나 한심스럽다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
비밀리에 움직이고 있는 신성 길드원들이 대구로 이동했다.
S급 괴수 이후 대구는 이미 봉쇄 상태와 마찬가지였으며, 군부대도 철수를 했을 정도였다. 그곳은 괴수의 천국이며 인간에게는 지옥일 뿐인 장소.
그런 곳에 조심스럽게 신성 길드가 나타났다. 그리고 모두가 장비를 착용하고 차량에서 하차 했다.
“이곳에서 최소한 걸어서 30분은 가야 목적지에 도착하게 될 겁니다. 하지만 그 전에 많은 괴수들이 있을겁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정예 능력자들만 뽑아서 온 것일 뿐이니까요.”
대한민국에서 신성 길드는 20개가 넘는 팀으로 나누어졌다. 그렇다보니 비밀리에 행동하는 베르나의 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파악하는 이들은 없었다.
베르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임창종을 앞장서게 했다. 그리고 신민배가 있을 장소로 향해서 그들이 천천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괴수의 천국이라고 할 만큼 정말 셀 수도 없는 괴수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 마리를 사냥하면 연이어 출몰하는 것은 물론, 두세 마리씩 동시에 괴수들이 나타나는 것은 너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그러나 특이한 점은 바로 B급 괴수나 A급 괴수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길의 안내는 임창종이 하고 있었으나, 교묘하게 임창종이 안내하는 길에서 베르나가 다른 방향을 꺾어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베르나는 이미 미래를 본 것이다. 해서 최대한 안전한 장소로 우회하여 일행들을 이끌고 있는 것이었다.
정상적으로 간다면 30분이 걸렸겠지만, 괴수들을 상대하면서 가고 있기 때문에 3시간이 흐른 지금도 목적지에는 도착하지 못한 상태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될 겁니다. 저기 보이는 건물이 바로 우리가 가야할 장소입니다.”
건물들이 많이 파괴 되었지만, 그 중에서도 제대로 서 있는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괴수에 의해서 파괴되지 않은 건물로, 그 건물의 옆쪽이 바로 신민배가 마지막까지 있던 장소였다.
그의 말에 베르나가 다시금 능력자들을 부추기며 이동을 시작했고, 대략 5시간 정도가 되어서야 목적지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여깁니다.”
임창종이 가르킨 곳은 괴수에 의해서 파괴되어 건물의 잔해가 쌓여 있는 곳이었다. 베르나가 그곳을 천천히 다가갔고, 이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갑작스런 모습에 모두가 어찌 할 바를 몰랐다.
“흑흑…… 여기를 얼른 치워주세요. 이 밑에 있을 거예요.”
베르나가 가르 킨 곳은 건물 잔해가 상당히 많이 쌓여져 있는 장소였다. 그녀의 말을 듣고 능력자들이 즉시 잔해를 치우기 시작했다.
강한 힘을 지닌 방어계들은 거대한 잔해를 빠르게 치우기 시작했고, 다른 특성의 능력자들도 그들을 돕고 있었다.
빠르게 잔해를 치워 내려갔을 때, 한 방어계가 소리쳤다.
“찾았습니다!!”
잔해 사이로 사람의 다리가 눈에 먼저 들어왔던 것이다. 그리고는 그 부분을 중심으로 빠르게 잔해를 치우기 시작하는 능력자들.
모든 이들이 힘을 합쳐 잔해를 치워냈을 때, 그곳에서 아직 숨을 쉬고 있는 신민배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민배씨!! 민배씨!!”
임창종이 그 모습에 상당히 놀라고는 급히 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를 흔들어 깨웠으나 그는 미동조차도 하지 않은 모습으로 눈을 감고 있을 뿐이다.
“아무리 불러도 깨어나지 않을 겁니다. 우선은 그를 데리고 가는 것이 우선이에요.”
“그, 그렇습니까?”
깨어나지 않는 것에 대해서 이해를 할 수는 없었으나, 그가 살아 숨쉬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임창종의 가슴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능력자들이 조심스럽게 신민배를 잔해더미에서 빼냈고, 그들은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 빠르게 사라졌다.
잔해 속에서 찾은 신민배…… 하지만 그곳에는 그 외에 다른 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또한 그 자리에 있던 능력자들 모두가 다른 이에 대해서 아무런 생각도 지니지 않은 상태였으며, 유일하게 베르나만이 의아한 표정으로 그곳을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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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기다리실까봐... 한편만 더 올려드려요.
날씨 참으로 좋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