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32 / 0176 ----------------------------------------------
38. 다시 눈을 뜨다.
며칠이 지나고 신민배는 자신의 몸 상태가 정상으로 돌아온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능력에 대해 알기 위해 능력자 관리소로 향했다.
지리에 대해 아는 것이 없기 때문에 시란이 시간을 내어 그와 함께 한 것이다.
또다시 채혈을 했다. 이번만 하더라도 벌써 4번째 채혈을 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피를 뽑는 다는 것은 익숙하지 않았다.
“흐음…….”
채혈을 시작하고 약간의 피를 따로 분류해 현미경으로 보는 흰색 가운을 입은 박사.
대한민국에서는 주로 자격증이 있는 의사들이 이런 분류를 했지만, 영국은 엄연히 박사 자격증이 있는 이들이 이런 검사를 주로 했다.
현미경에서 눈을 때고 그가 놀라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거 아무래도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습니다. 하루만에는 알 수 없으니 내일 다시 오시길 바랍니다.”
그 말에 시란이 되물었다. 물론 신민배가 물어보고 싶었으나 알아듣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며칠 동안 공부를 했다고 해서 언어를 익힐 정도로 똑똑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네? 왜 그렇죠? 보통은 1시간 이면 거의 다 끝나지 않나요?”
시란 역시도 능력자다. 그리고 그녀도 이미 3등급의 능력자가 된 상태다. 그렇다보니 능력자의 각성이나 상승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는 것에 대한 시간적 소모도 대충은 알고 있었다.
“네. 물론 보통 사람이야 그렇겠죠. 하지만…… 이분의 경우는 세포의 활성화가 너무 심합니다. 아마도 세포 내에서 또다른 분열을 통해서 능력이 새로 생긴 것은 물론이거니와 기존에 있던 능력들도 달라진 상태입니다. 이것을 데이터로 입력하고, 다시 출력하는 것은 물론, 세포의 활성화 단계에 대한 실험을 모두 알아보려면 시간이 꽤나 걸릴 것 같아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그 말에 시란이 놀라며 물었다.
“대체 얼마나 상승이 되었길래 그러세요?”
“하하…… 저도 좀 웃긴 상황이지만, 2등급의 능력자가 이렇게 많은 능력을 가진 것은 난생 처음보는지라…….”
3등급에서 고작 1단계 오른 2등급의 능력자가 된 신민배. 하지만 능력의 상승 수치들이 기존의 능력자들과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을 박사 스스로가 알고 있었다.
“알겠어요. 그럼 내일 다시 오겠습니다.”
“네. 그러세요. 기쁜 소식을 전할 것을 생각하니 오히려 제가 더 두근거리는군요.”
박사의 얼굴이 약간 흥분감에 빠져 있었다. 능력자의 능력을 판별하는 것은 그들에게 기쁨이다. 또한 수많은 능력을 확인하는 것은 물론, 신민배의 경우처럼 듣도 보도 못한 능력들의 상승을 보면 그들도 희열을 느낄 정도다.
시란은 신민배에게 대충 설명을 하고 관리소를 빠져 나왔다.
“오빠는 정말…… 잠을 자면 강해지는구나?”
“그런가? 나도 자고 싶어서 자는 건 아닌데 말이야…… 혹시나 이제 앞으로가 걱정이다.”
“왜?”
“내가 알기로는 능력자는 1등급까지 정해져 있다면서? 더군다나 1등급 능력자가 나온 적도 없고. 그렇다보니 만약 내가 1등급까지 올라간다면…… 그때는 얼마나 잠에 빠져들어야 할까?”
그의 말에 시란도 약간 표정이 어두워졌다.
7개월. 그리고 10년…… 과연 1등급이 될 때 그는 몇 년을 자게 될까?
하지만 그런 고민에 대한 것은 잊어버리고 어이가 없다는 듯이 신민배를 보며 콧방귀를 끼는 그녀였다.
“흥! 오빠. 너무 거만한거 아냐? 이제 2등급 됐어. 벌서부터 1등급을 논하는 건 너무 자신감에 쩔어 있는 것 같은데?”
“하하, 그런가? 뭐 그때가 되어서 자고 일어나면 우리 시란이도 완전 늙어 있겠구나.”
“뭐라구? 난 절대 안늙어!! 이 미모가 20살 때의 미모 그대로라고!”
“그래? 내가 볼 땐 눈 옆에 주름이 보이는데?”
“헉?”
그녀는 급히 콤팩트를 꺼내어 거울로 자신의 눈을 이리저리 확인하기 시작했다.
‘아직까지도 어린 애구나…….’
19살 때의 시란과 29살의 시란. 예전과 달라 진 것은 전혀 없어보였다. 다만 너무나 성숙해진 것을 제외하면 말이다.
베르나의 저택으로 돌아온 신민배는 시란과 둘만 있었다.
남백호와 시현은 괴수 사냥을 떠났다. 아무래도 백호 길드를 관리하고 있다 보니, 그들의 생활도 신경을 써야한다. 그러니 괴수 사냥은 모두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진행 해야만 했다.
10년 동안 많은 능력자들이 늘어났다.
S급 괴수가 나타난 시점부터 각 나라들은 능력자에 대한 대책으로 ‘게놈 프로젝트’를 아주 저렴하게 제공하고 있었다. 그렇다보니 큰 돈 들이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검사를 받았고, 능력의 길을 걷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문제는 능력자가 많이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괴수 사냥이 더욱 활발하게 움직였고, 많은 괴수 공급이 이루어지다보니, 예전과 같은 가격이 책정되지는 않는 상황이다.
에너지 원인 마력석만 하더라도 일정 확률이었으나, 괴수를 잡는 능력자가 많다보니, 마력석의 가격도 떨어진 상황.
그럼에도 능력자들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현재의 사회에서 제대로 직장을 잡고 먹고 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괴수들에 의해서 파괴 되어진 공장들이 늘어나면서 전 세계적으로 실업률이 증가 했다. 그렇다보니 일반인들은 물론 최하급의 능력자들 중에는 신민배가 했던 것처럼 짐꾼으로 생활하는 이들도 많았다.
그렇다고 B급 괴수나 A급 괴수의 사체가 싼 것은 아니었다. 이 두 개체들은 잡는 확률이 그렇게 높지 않기 때문에 예전에 비해서 가격은 어느 정도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다만 E, D, C급 괴수들의 금액이 상당히 내려갔을 뿐이다.
그리고 지금 남백호와 시현이 사냥을 간 이유도 바로 이 세 개체의 괴수를 사냥하기 때문이다.
신민배가 잠에 빠진 후, B급 괴수 사냥 자체가 매우 버거울 정도였다. 신성 길드는 많은 인원으로 밀어붙이며 B급 괴수와 A급 괴수를 희생을 동반해서 처리할 수 있었지만, 백호 길드는 15명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다들 열심히 살고 있구나…….”
“뭐 그렇지. 다들 기존에 한국에 있을 때의 돈이 남아는 있지만, 가족들을 생각하다보니 계속해서 괴수를 사냥할 수밖에 없는 입장인거지. 그래도 이제 오빠가 있으니까 최소한 B급은 잡을 수 있겠다.”
“후후…… B급으로 되겠니? 최소한 A급으로 정해야지.”
“어머? 이 오빠 10년을 주무시더니 괴수들에 대해서 잘 몰라서 하는 소리야. 10년 동안 괴수들도 엄청난 발전을 했어. B급 괴수부터는 거의 전부다가 특수 능력을 사용해. 그렇다보니 난다긴다하는 길드들도 엄청난 피해를 입으면서 겨우겨우 잡고 있는 실정이야. 그리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괴수도 있어.”
“헉? 진짜야?”
하늘을 날아다니는 괴수가 있다는 소리에 신민배가 깜짝 놀랬다.
그가 알기로 하늘을 날아다닌 괴수는 딱 한 마리 존재 했었다. 예전 블랙 터틀을 잡던 도중 변태를 하여 하늘로 사라졌던 A급 괴수.
그런데 이제는 그런 괴수가 상당히 많다는 소리가 아닌가?
“그런 놈들은 대체 어떻게 잡는거야?”
“어떻게 잡긴? 그냥 안잡고 튀어야지. 답이 없어. 하늘에서 계속해서 낙하하면서 공격을 하는데, 잡을 방도가 있어야지? 그날은 그냥 안죽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도망쳐야해.”
“그렇구나…….”
사실 신민배가 생각해도 하늘을 나는 괴수에 대해서는 뾰족한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비행능력을 저지하지 못하는 이상, 하늘과 땅 차이는 엄연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난 계속 여기 살아야 하는거야?”
사실 베르나가 싫은 것은 아니었다. 안젤리나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그녀였기에, 싫다기보다는 오히려 정감이 갈 정도다. 하지만 엄연히 안젤리나와는 다른 사람이며, 그와는 친하지도 않은 사람이다. 그런 그녀의 집에 머무는 것이 신민배에게는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무슨 소리? 당연히 우리 집으로 가야지.”
“우리집이라면? 시현이랑 같이 살고 있는거야?”
“응. 시현 오빠랑, 그리고 시혜와 시유도 같이 있지.”
“하하…… 시혜와 시유도 많이 컸겠구나?”
“호호, 두말하면 잔소리. 이제는 아주 나한테 대들어서 골이 아파.”
두 동생에게 있어서 시란은 철없는 언니일 뿐이다. 그렇다보니 대든다가 아니라 잔소리를 많이 늘어놓는 동생들이었다.
그날 남백호와 시현이 사냥을 마치고 베르나의 저택으로 돌아왔다. 사냥이 꽤나 힘들었는지 두 사람에게서 나름 땀 냄새가 진동했다. 하지만 그런 것에 내색하지 않고 두 사람을 반기는 그였다.
“형, 오늘 관리소 갔다 왔다면서요? 어떻게 됐어요?”
“맞아. 그것 때문에 사실 나도 오늘 괴수가 손에 안잡히더라.”
그 누구보다 신민배의 능력 상승이 궁금한 두 사람이다. 아무래도 예전 그와 함께 사냥을 했었기 때문에 기대감이 증폭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채혈만 하고 왔어요. 내일 다시 오라고 하던데요? 조사할게 많나봐요.”
그 말에 남백호가 발끈했다.
“조사를 개뿔! 야! 대체 어디 능력자 관리소를 간거야? 돌팔이 녀석을 만난 거 아냐?”
“아니에요. 그래도 박사던데요?”
“야, 영국은 박사 자격 있는 놈만 그런 곳에서 일할 수 있어. 그렇다보니 돌팔이도 있을 건 뻔해. 지금 당장 다른 곳에 가보자. 내가 잘 아는 곳이 있다.”
“후후, 아닙니다. 형님. 어차피 내일 결과가 나온다니까 내일 가볼까 해요.”
“음…… 그래. 알았어. 그나저나…… 우리 좀 씻고 와야 하는거 아니냐?”
뒤늦게 남백호가 시현을 보며 말한다. 시현 역시도 그제야 자신의 상황을 깨닫고는 저택의 욕실을 빌려 샤워를 끝내고 다시금 돌아왔다.
네 사람이 둘러앉은 가운데 남백호가 신민배에게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냐?”
잠시 고민을 하는 신민배. 그에게도 나름 생각이 있었다.
“물론 괴수를 잡을 생각입니다…… 그리고 기회가 되면 대구로 가서 괴수를 모조리 쓸어버리고 안젤리나의 흔적을 찾아 볼 생각입니다.”
“음…….”
걱정스러운 듯 감탄사를 내뱉은 남백호가 말했다.
“사실상 10년 동안 나도 한국이 많이 생각나긴 했지. 하지만 마지막에 그 기억이 너무 좋지 않아서…… 아직도 한국 가는 것이 망설여진다.”
그 말을 듣고 신민배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형님. 걱정 마십시오. 우리가 가고 싶어서 가는게 아니라, 우리를 부르게 만들테니까요.”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아시게 될 겁니다.”
이미 세계의 정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신민배도 나름대로의 계획을 짜 둔 상태였다.
“그런데 부길드장님은 계속 한국에서 능력자 생활을 하시는 겁니까?”
“음…… 그게 말이야. 그녀석 이제 능력자 생활 안해.”
“네?”
“한국에 있을 때…… 더러운 취급을 받았는데, 너 같으면 하겠냐? 벌어놓은 돈도 많고 하다보니, 그냥 아이들과 마누라와 함께 알콩달콩 사는게 좋은가보더라.”
재산이라면 그 당시 평생 쓰고도 남을 돈을 모아두었기 때문에 돈에 대한 걱정은 없는 임창종이었다.
“아쉽네요…… 그래도 전 부길드장님이 사령탑 같아서 좋았었는데…….”
“뭐 그랬었지. 하지만…… 사령탑이란 언제나 자신의 능력을 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예전과는 달라. 괴수들도 나름 강해진 상태기 때문에, 민배 네가 사령탑이 되어야 할지 모른다.”
“알고 있습니다.”
사령탑으로 갖추어야 할 자세를 임창종을 보며 많이 배운 신민배였다. 이제는 그 스스로도 상황을 인지할 수 있을 정도는 충분했다.
“그런데 길드원들도 모두 한 번 보고 싶은데요?”
“그러자. 내일 날 잡아서 보여주마. 아마 다들 네가 살아 있는 것을 알면 무척이나 놀랄 거다.”
신민배의 생존에 대한 비밀은 아주 극소수의 인물들만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백호 길드원의 인물들 대다수는 모르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머지 않아 그가 살아 있다는 소식은 전 세계를 강타하게 될 것이다.
============================ 작품 후기 ============================
한 편 또다시 투척하고 갑니다.
여러분의 코멘트에 남겨진 의견들이 저에게 너무 도움이 되는군요.
애초에 설정을 잡고 글을 쓰고 있지만, 세세한 부분까지는 미쳐 생각을 못하고 생각나는대로 쓸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의 코멘트의 의견이 저를 깨울 때가 많네요^__^
그래서 정말 기분이 좋고, 글을 쓰는대로 연참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유야... 도움을 얻어보고자?ㅋㅋ
아무튼 여러분의 응원에 열심히 쓰겠습니다.
다들 조심하세요. 이번주도... 글 빨이 그렇게 많이는 안될 듯 합니다.
비가 많이 오다보니... 비 맞고 커피숍 가긴 싫거든요.... T_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