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럭셔리버프-162화 (162/200)

0162 / 0176 ----------------------------------------------

44. 탈환

“괴, 괴수?”

“헉!”

신민배와 남백호가 그 모습을 보며 깜짝 놀랐다. 하지만 단순히 괴수라서 놀란 것이 아니다. 그 괴수의 외형이 너무나 신비했기 때문이었다.

대략 2미터 정도가 되는 크기에 몸길이는 3미터 정도에 이른다. 네발로 땅을 지탱하는 괴수로 흔히 짐승이나 동물에 비교할 수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놀란 이유는 바로 괴수의 털이었다.

은색 빛이 가득한 괴수의 털이 빛에 반사되어 반짝이고 있다. 또한 그 빛이 너무나 아름다워 무지개를 형성 시켰다.

겉모습만 본다면 거대한 개와 닮았다고 볼 수 있지만, 눈매가 상당히 매섭게 생긴 것이 늑대와 같다고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칠흑 같은 검은 두 눈으로 신민배를 바라보고 있는 괴수.

“조, 조심해라!”

남백호가 조심스럽게 신민배의 앞으로 다가 왔다.

애초에 신민배의 행동이 의아해서 그를 빠르게 쫓아 왔기 때문에 남백호의 손에는 그 무엇도 들려 있지 않은 상태였다.

‘뭐…… 민배의 버프라면 이런 작은 괴수 따윈 무기나 방패는 없어도 버틸 수는 있겠지.’

남백호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신민배의 앞을 막아 섰다.

“시르르르…….”

괴수의 목소리가 뭔가 이상하다. 흔히 ‘으르릉’거리는 일반적인 괴수의 목소리와는 다르게, 낮은 음으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는 듯 했다.

“민배야…….”

쉬악!!

“아악!!”

남백호가 신민배의 앞에서서 그에게 버프를 달라고 할 참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은색 빛의 괴수가 눈앞에서 사라졌고, 남백호의 팔에 길다란 상처를 냈던 것이다.

“무슨 저런 속도를!!”

괴수는 마치 신민배의 모든 버프를 받은 방어계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일반적인 괴수와는 뭔가 다른 것이 확실했다.

“혀, 형님. 조심하세요. 아무래도 형님을 경계하는 것 같아요.”

“나, 날? 왜? 내가 뭘 했다고?”

“몰라요. 아무튼 제 앞에서 녀석을 경계하진 마세요.”

괴수는 어느 덧 신민배와 남백호의 뒤에 자리하고 있었다. 워낙 빠른 속도였기 때문에 괴수의 움직임 조차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이놈…… 대체 뭐지? 그다지 공격할 의사는 없어 보이는데? 나만 가만히 있다면 말이야…….”

방금 전 공격이 자신의 행동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 남백호.

두 사람은 그런 괴수를 단지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은색 털이…… 안젤리나를 보는 것 같네요.”

“그러게……. 그런데 저런 괴수가 있었나? 난 저런 괴수는 처음보는데?”

“저 역시도 그래요. 아마도 새로 생긴 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으음…… 저런 움직임이라면 능력자들이 엄청나게 당하고 말 것 같은데?”

“뭐 그렇다고해도…… 지금 저희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죠.”

남백호와는 다르게 신민배는 은색 빛의 괴수에게 전혀 위화감이나 불안감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그리움이 드는 건 왜일까……? 단지 은색의 털을 가지고 있어서?’

길게 늘어진 괴수의 은색 털. 마치 안젤리나의 머릿결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신민배가 자신도 모르게 걸음을 앞으로 한 발 자국 내밀었다. 괴수의 검은 두 눈이 신민배를 계속 응시하고 있다. 그리고 또다시 한 발을 내딛었다.

그러자 괴수가 슬그머니 뒤로 한 발 자국 도망간다.

‘내가 다가가니까 도망을가?’

그 상황이 너무나 이상했기 때문에 신민배가 다시금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괴수에게 다가갈수록 남백호의 불안감은 더더욱 커진다.

괴수 앞에 도착하자 그제야 이것이 일반적인 동물이 아닌 거대한 괴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신보다 몇 배나 큰 괴수의 엄청난 몸집이 가까이 다가와서야 인지되기 시작했다.

“시르르르……!!”

괴수가 마치 조심하라는 듯이 이를 악물고 바람 소리를 내고 있다. 날카로운 송곳니가 위 아래로 여덟 개나 보일 정도다.

거대한 머리는 신민배의 머리를 단 번에 씹어 버릴 듯 컸다. 그런데 특이 한 점은 날카롭고 까만 두 눈이 자신을 계속해서 응시하고 있었다.

‘왜 이러지……?’

오히려 가까이 다가왔을 때 괴수에게 편안함을 느낀 신민배! 그리고는 자신도 모르게 괴수에게 손을 가져가기 시작했다.

“미, 민배야!”

그 모습을 보고 남백호가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그래도 지금 앞에 있는 것은 분명히 괴수였다.

지구상에는 은색 털을 가진 짐승이나 동물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저런 거대한 크기의 생물은 괴수 밖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남백호의 이런 불안감과는 달리 신민배는 너무 편안했다. 그리고 손을 괴수에게 가져다 대면 뭔가 알 것 같았다. 괴수와 자신과의 관계에 대해서 말이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신민배의 손이 괴수의 털을 살짝 스치며 머리에 손이 올라가려고 했다. 그런데.

삐이이이이익!!!

어디선가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휘파람 소리도 아니었으며, 호루라기 소리도 아니다.

쉬이이익!!

그런데 그 소리가 들린 순간 괴수는 신민배와 남백호를 뛰어 넘어 넘었다.

“가, 가지마!!”

하지만 괴수는 순식간에 신민배의 눈 앞에서 모습을 감췄다.

그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고 있던 남백호는 자신의 팔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씨발…… 갈거면 곱게 가지. 왜 나한테만 상처를 남기고 가……?”

두 사람은 그저 멍하니 괴수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볼 뿐이다.

‘대체 뭐였을까? 그 괴수는…… 대체 왜 나에게 그런 반응을 보인걸까? 그리고 마지막 그 소리는?’

10년 동안 괴수가 들 끓은 옛 도시 대구. 과연 이곳에 그런 소리를 낼 수 있는 생명체가 뭐가 있을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는 신민배였다. 하지만 그 어떠한 괴수가 신민배가 들었던 소리의 정체와 더불어 은색 빛을 내는 괴수의 소리도 내는 것을 본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신민배는 괴수를 생각하다 문득 자신이 이곳에 온 이유를 생각해 냈다.

‘깜빡하고 있었군.’

그는 다시금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바로 근처 신성 길드로부터 자신이 구해진 장소가 눈에 들어왔다.

무너진 잔해 더미와 수많은 수풀과 이끼로 예전의 모습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 그 공간과 주변을 둘러보던 신민배의 눈에 의아한 것이 눈에 들어 왔다.

“형님…… 이게 뭔 것 같으세요?”

“뭐가?”

“이 잔해 더미요.”

“응? 글쎄? 그냥 돌무더기가 떨어져 내린 것으로 보이는데?”

남백호는 신민배가 가르키는 것에 대해 알지 못했다. 하지만 신민배는 지금 그곳에서 하나의 작은 터널 같은 공간을 볼 수 있었다.

잔해더미가 막무가내로 무너져 내렸다기에는 그 공간이 꽤나 길었고, 넓다는 것이었다.

신민배는 그런 공간을 따라 걸어보았다.

길이는 대략 20미터 정도 이어져 있었지만, 끝은 결국 막혀 있었다.

‘뭐지? 내가 있던 장소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것 같은데? 단순한 착각인가?’

이것저것 따지고 보면 넓은 공간의 터널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간단하게 보면 건물 잔해가 떨어지면서 그런 형태를 만들었다고도 할 수 있다. 절대 누군가가 고의 적으로 만들어 놓은 것은 아닌 듯 보였다. 하지만 신민배는 인위적으로 보인다는 착각을 지울 수 없었다.

하물며 무너져 내린 그곳은 이미 건물 밖으로까지 이어져 있었기 때문에, 신민배는 20미터 정도 되는 공간으로 밖에 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잔해는 건물 밖으로까지 공간을 만들어 냈지만, 마지막은 무너져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고의적으로 공간을 막아버린 듯 했다.

‘내가 너무 과민방응하고 있는건가……?’

그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안젤리낭 대한 집착이 지금의 현실을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였다.

“길드장님!! 어디 계십니까!!”

“신민배씨!! 어디 계세요!!”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그것은 백호 길드가 돌아오지 않는 남백호와 신민배를 찾기 위해 주변을 돌아보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여깄어!”

남백호가 건물을 빠져나가 길드원들을 보았다.

“괜찮으십니까? 대체 어딜 가신 거였어요. 두 분 다? 신민배씨는요?”

“저도 괜찮습니다.”

신민배가 건물을 돌아와 말했다.

“어? 너 어떻게 나갔냐?”

남백호가 신민배에게 물었으나 그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신민배의 표정이 약간 달라지는 것을 눈치 챘지만 말하지 않는 것을보며 더 이상 캐묻지 않기로 했다.

“자자! 빨리 두 분 함께 가시자구요! 다들 지금 난리에요. 성공의 주역인 두 분이 없어졌다고!”

“그래! 가자! 오늘은 완전 제대로 마셔보자구!”

길드원들과 함께 자리를 옮기는 남백호와 그들의 왁자지껄한 소리가 폐허에 울려 퍼진다.

신민배는 그런 이들을 따라 함께 미련이 있는 장소를 벗어났다.

S급 괴수가 쓰러졌단 소식에 대한민국은 열광의 도가니가 되었다. 여기저기서 축폭이 터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백호 길드와 S급 괴수를 함께 쓰러뜨린 능력자들에 대해 환호한다.

S급 괴수가 사라졌다는 것은 반이나 잃어버린 땅을 다시금 찾을 수 있다는 것이었으며, 일반인들의 생활도 확연하게 달라질 수 있는 것을 의미했다.

그렇기에 그들 모두가 즐거워하며 이번 일을 자신의 일처럼 반기고 있는 것이다.

정부 역시도 백호 길드에게 감사의 표시를 잊지 않았다. 백호 길드가 머물고 있는 호텔에는 수많은 화환이 도착했다. 그것은 대다수 정부 인사들이 보내온 것으로 이번 S급 괴수를 처리한 것에 대한 감사의 인사말 정도였다.

S급 괴수에 대한 보상은 이미 땅을 토대로 받은 것이기 때문에, 정부 측은 더 이상 백호 길드에게 해줄 것이 없었다. 사실 더 많은 보상을 해주고 싶어도 정부의 여력이 안되는 상황이기에 그것도 불가능하다.

한국 언론은 이번 S급 괴수 사냥에 성공한 백호 길드와 더불어 한국 능력자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적시적지에 군부대가 투입된 결정 또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대한민국은 처음으로 이번 S급 괴수에 대한 의견이 모두가 통일 된 순간이었다.

[역시 백호 길드다! 장하다! 대한민국의 건아들!]

[백호 길드 너무 고맙다. 한 민족이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비록 나라는 다르지만, 같은 핏줄이 흐르는 그들에게 무한의 감사를 표한다.]

[백호 길드가 영국에 있는 것은 한국으로써는 씻을 수 없는 죄로 남을 것이다.]

[백호 길드에 의해서 대한민국은 다시금 일어설 수 있게 되었다! 정말 고맙다.]

수많은 네티즌들이 백호 길드에게 감사를 표했다. 개중에서는 직접 백호 길드가 있는 호텔로 찾아와 감사의 인사나 선물을 남기고 가는 이도 있었지만, 그런 이들 모두는 백호 길드원 중 단 한 사람도 보지 못하고 돌아갈 뿐이었다.

그리고 이번 S급 괴수에게서 또다시 S급 마력석이 나오면서 백호 길드는 그것을 가지고 고민을 하게 되었다.

“이번 S급 마력석은 팔아야 해. 그걸 가지고 백호 시티를 건설하는데 투자해야하고.”

“아무래도 그렇죠? 더군다나 함께 참여한 능력자들에 대한 지급도 그렇고, 희생된 사람들에 대한 보답은 우리가 직접 해줘야하니까요.”

“그래…… 너! 그런데 무턱대고 내가 예전처럼 많은 보상을 해줄거라고는 생각하지마라!”

“후후, 알아요. 형님 알아서 정해세요. 그건.”

어차피 이런 말을 해도 남백호는 함께 괴수를 사냥하다 죽은 능력자들에 대한 보상은 확실하게 해줄 것이다.

S급 마력석에 대한 정보 제공을 위해 한국의 한 기업이 나섰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