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럭셔리버프-167화 (167/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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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나타나다.

터널을 돌고 돌아 현재는 대구의 끝자리까지 온 상태다.

“이제 이 건너편만 파괴하면 되는 건가?”

“그렇습니다. 그러면 백호 시티에 대한 모든 방비가 완료되는 겁니다. 뭐…… S급 괴수 같은 녀석이 다시 나타나서 터널을 미친 듯이 뚫지만 않는다면요.”

“음…….”

많은 과학자들이 모여 괴수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그중 가장 큰 문제가 바로 지구의 터널에 대한 문제였다. 이것은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위험을 초래 할 수 있는 부분으로, 지하에 터널이 생기는 것을 막아야만 했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지하에서 올라오는 괴수들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백호 길드가 지금 터널 파괴를 하는 것 역시 임시방편의 한 방법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과학자들에게 내려진 가장 시급한 과제는 바로 괴수가 지하터널을 뚫을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최소한 인간이 거주하는 땅 아래에 터널을 뚫게 하면 안되었다.

과학자들은 연구를 통해 괴수가 일정한 주파수를 싫어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이 정보는 E급부터 C급 괴수까지를 생포하여 알아낸 결과였다.

주파수를 최대 증폭하여 낼 수 있는 거리는 지하 20킬로미터 까지다. 20킬로미터의 경우 현재 괴수들이 뚫어 놓은 터널의 크기로는 지반 붕괴가 되어 육상까지 피해가 도달하긴 힘들다고 할 수 있다. 물론 S급 괴수가 뚫어 놓은 거대한 터널의 경우는 말이 틀리지만, 최소한으로 국민의 안전은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백호 길드는 이런 과학자들이 만든 괴수 방어책을 백호 시티를 건설하면서 넓은 부위로 설치를 할 생각이었다.

쿠아앙~!

터널을 통해서 폭파되는 소리가 들려왔다.

“돌아가자…… 그리고 한 동안 좀 쉬자.”

남백호의 말에 모두의 표정이 환하게 변했다. 드디어 이 지겨운 터널에서 탈출할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백호 시티의 건설이 한참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지역은 수많은 건물이 세워진 상태다. 대한민국의 건설업계뿐만 아닌, 해외의 건설업계들도 함께 백호 시티에 참여했다. 때문에 건물이 올라가는 속도는 빠르게 진전 되었고, 여기저기 필요한 상가들부터해서 사람이 살 수 있는 아파트와 더불어 교통편까지 순식간에 이뤄지고 있었다.

백호 시티의 경우 누구라도 거주 할 수 있지만, 백호 시티 내의 법규를 준수하는 사람에게만 해당이 된다.

해서 현재 백호 시티는 대한민국의 많은 이들이 몰려 들어와 있는 상태다.

대다수의 건물은 백호 길드에서 수주를 하여 지어졌다. 그렇다보니 매매하는 것에 있어서 모든 가격 책정은 백호 길드가 하게 되어 있다.

더군다나 교통 편리와 백호 시티 자체가 안전성이 높은 도시였기 때문에 많은 이들은 백호 시티에 거주하는 것을 택한 것이다.

현재 건축을 시작한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백호 시티는 서울보다도 더 넓게 확장되어 있었으며, 사는 인구 또한 서울 보다 많았다. 오히려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 백호 시티로 이사를 올 정도였다.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이었으나, 이제 대다수의 사람들은 백호 시티를 대한민국 최고의 수도로 생각할 정도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너무 많이 늘어나는군요.”

“그러게 말이야…… 이 상태로는 아마 대구, 포항까지 전부 건설을 하게 되면 왠지 대한민국 사람들이 백호 시티로 다 몰려들 것 같군.”

신민배와 남백호는 백호 시티의 가장 높은 건물 백호 타워에서 지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넓은 도로와 곳곳에 수많은 건물들이 세워져 있고,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어 녹색 시가지도 눈에 들어온다.

여기저기 밝은 빛을 내는 전등들로 인해 밤하늘은 아주 밝게 빛나고 있었다.

1년 남짓 되면서 수많은 괴수들을 잡으며 백호 길드는 명실상공 세계 최고의 길드로 인식되었다. 하물며 자산 가치 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였다.

그리고 백호 시티가 세금 감면과 더불어 각종 공과금의 경우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책정 된 금액보다 현저하게 낮았다.

이유는 바로 S급 마력석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백호 길드에는 일반 천연자원을 사용하는 장비는 들여올 수가 없다.

무엇이던지 마력석으로 충전을 할 수 있는 장비만이 백호 시티에 들어올 수가 있던 것이다. 하물며 백호 시티에 수많은 자동차는 마력석을 에너지원으로 하는 자가용들만이 움직이고 있을 정도다.

“허무하네…….”

“뭐가 말입니까?”

남백호가 창밖을 보며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휴…… 많은 돈이 있다고해서 뭔가 달라진 느낌이 없어. 그리고 왜 이 짓을 해야하는지 조차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고…….”

“어이쿠? 그런 말씀 형수님이 들었다가 등에 줄 그을 일 있습니까?”

“그야 없으니까 하는 말이 아니겠냐? 설마…… 말하는 건 아니겠지?”

“형님 하는거 봐서요.”

“후후, 그래.”

남백호는 1년 사이에 많은 면이 달라진 듯 보였다. 약간의 다혈질 기질이 있던 그는 이제 많이 부드러워진 성격의 소유자다.

괴수 사냥도 안정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물론, 모든 일이 척척 들어맞고 있으니 화낼 이유도 없었다. 하루하루가 지나가면서 따분함의 일상이 되었으나 단 한 가지 달라진 것이 있다면 바로 레이라였다.

레이라와 남백호는 몇 개월 전 결혼을 했다. 전 세계 수많은 수뇌부들이 와서 축하를 해줄 정도로 결혼식은 성대하게 이루어졌다.

이 두 사람이 이렇게 빨리 결혼식을 하게 된 계기에는 아무래도 레이라의 공이 컸다.

적극적인 레이라는 밤마다 남백호를 괴롭혔고, 급기야 임신까지 해버리게 된 것이다. 현재 레이라는 임신 5개월째에 접어들었다. 그때문인지 남백호는 성격이 많이 부드러워졌고, 이제는 태어날 아기만 생각해도 얼굴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런데…… 넌 어쩔거냐?”

“뭐가 말입니까?”

“후…… 이제 우리의 대다수 일정이 마무리 되었잖아? 괴수들이야 의뢰가 들어오면 그때 잡으면 되는거고. 너도 이제…… 가정을 꾸려야하지 않겠냐?”

남백호는 상당히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었다. 신민배는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남백호의 얼굴을 바라보지도 않는다.

“그리고…… 보니까 시란이도 꽤나…….”

“그만하십시오. 형님.”

신민배가 그의 말을 잘랐다.

신민배와 시란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그들을 커플로 보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엄연히 두 사람은 커플이 아니었고, 오히려 주변에서 그들을 엮어주려고 하고 있었다.

그러나 신민배는 시란과 인생을 함께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아니…… 그녀가 여자로 느껴지지가 않는 것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시란을 대단한 여성으로 생각한다. 완벽한 몸매.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몸매. 그리고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성격까지.

많은 남자들은 그녀의 사랑을 받길 원했지만, 신민배 만큼은 아니었다.

“야…… 그동안 기다렸던 시란이 생각은 좀 해줘야 할 것 아니냐…….”

남백호의 입장에서는 시란을 생각하면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다. 항상 웃으며 자신들과 함께하지만, 마치 멀리 떨어져 신민배를 바라보는 듯한 그녀의 모습.

그녀 역시도 신민배의 이런 마음을 아는 것인지 그 어떠한 말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다른 남자를 만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오로지 그에게 남자는 신민배 뿐인 듯 말이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말해보려구요.”

홱!! 빠각!

“억!!”

남백호가 신민배의 말을 듣고 급히 고개를 돌렸다. 순간 스피드를 주체 못해 목에서 둔탁한 소리가 났지만, 남백호의 표정은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너…… 이새끼? 드디어 결정했구나?”

“하하…… 네…….”

신민배가 살포시 웃는다.

사실 그동안 가장 마음고생이 심했던 사람은 바로 그였다. 안젤리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1년 남짓 동안 그녀를 찾아 헤맸다. 하지만 어디서 그녀를 찾아야 할지도 몰랐으며, 대구에는 이미 그 어떠한 흔적조차도 발견하지 못한 상황.

시간은 점차 흐르고 그의 기억에서 안젤리나는 이제 과거로 남겨지게 되었다. 한 번씩 꿈에 그녀가 나타나 즐거운 시간을 만끽하지만…… 남백호의 말처럼 이제 자신을 바라보는 시란을 신경 써야만 했다.

한 동안 안젤리나에게만 매진하던 신민배는, 어느 날 울고 있는 시란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고 스스로를 달래며 눈물을 훔치고 있는 그녀를 보게 되었던 것이다.

그 순간부터 신민배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더 이상 존재 여부조차 알 수 없는 안젤리나에 대한 감정으로 자신의 곁을 오랫동안 지켜온 시란을 내버려 둘 수 없다는 것이 그의 결정이었다.

남백호는 신민배를 껴안았다.

“새끼…… 잘했다. 잘 결정했어.”

등을 토닥거려주며 남백호가 작게 한 마디 더 내뱉었다.

“지금 건물에…… 치유계 있으면 한 명만 불러줄래? 아무래도…… 목이 맛이 간 것 같다.”

“하하…… 알겠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밤이 찾아왔다. 해는 이미 졌지만 서울은 많은 불빛들로 인해서 아직까지 해가 졌는지도 모를 정도다.

신민배는 레스토랑에서 시란을 기다리고 있었다. 서울에서 화보 촬영이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백호 시티가 아닌 서울에서 약속을 잡게 된 것이다.

주머니에 들어 있는 작은 상자를 매만지는 신민배. 그러면서도 많은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오늘이 지나면…….’

마음을 굳힌 상태였지만, 아직까지도 안젤리나에 대한 미련이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었다. 그녀를 생각하고 있을 때, 저 멀리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딸랑~!

문이 열리며 시란이 들어온다. 붉은 색의 화려한 옷을 입은 그녀의 몸매가 드러나는 원피스를 입고 있다. 화보를 찍고 와서인지 얼굴은 화장을 한 그대로였다.

신민배와 만나면 언제나 화장기 없는 얼굴로 마주하는 시란. 하지만 오늘만은 예외일 수밖에 없던 것이다.

“오빠~! 어쩐 일이야? 오빠가 날 먼저 보자고 하고?”

“후후…… 그 동안 네가 먼저 날 찾았잖아? 이젠 내가 널 찾을 때도 된거지.”

“어머? 나 지금 그 말 듣고 감동했는데. 울어도 되는거야?”

“쯧쯧…… 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계집애가 울어서 뭐하게? 못난 꼴 보여주고 싶어서 그러냐?”

“오빠! 이래봬도 나 세계 최고 모델이야. 우는 모습도 아름답다고 평가 받고 있다? 와…… 갑자기 자존심이 확 상하네.”

그녀는 마치 삐진 듯 팔짱을 끼고는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신민배는 그런 그녀의 토라진 모습을 보며 미소만을 지을 뿐이다.

“에효…… 내가 이런 제스쳐해서 뭐하나. 어차피 오빠는 나를 달래주지도 않을텐데……. 오빠. 나 배고파.”

“그래. 주문하도록 해.”

“비싼거 먹어도 되는거야?”

“얼마든지?”

웨이터를 부르고 시란은 능숙하게 주문을 하기 시작했다. 세계를 많이 다니며 주요 인사들과의 자리도 많이 다녀 본 그녀였기에, 매우 갖춰진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인다.

‘이렇게보니…… 정말 많이 컸구나…… 그리고 정말 많은 시간이 흘렀네…….’

그녀를 처음 알았을 때가 17살 때였다. 그리고 신민배가 생각하기에는 고작 4~5년 밖에는 되지 않았지만, 이미 그녀에게는 13년이 넘는 시간이 시간이 훌쩍 지나간 상태였다.

웨이터가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내오기 시작했고, 그녀는 우아하게 스테이크를 먹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하물며 남자가 해야 할 고기를 썰어주는 것 역시 그녀가 도맡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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