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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버프-178화 (178/200)

00178  48. 인체 실험  =========================================================================

에릭의 말은 다음과 같았다.

보통 지금까지 S급 마력석으로 액체를 만들어 능력자들의 심장과 융합을 시키면, 보통은 일반 심장보다 조금더 높은 강도를 지닌 심장이 탄생하거나, 그도 아니면 실핏줄 사이에서 약간의 은색 빛이 띠는 정도다.

지금 능력자들 중 록산이 가장 정상적이지만, 그의 경우 실험관에서 나온 심장은 실핏줄에서 은색 빛이 약간 발할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그리고 황금색은커녕, 심장 자체가 황금색으로 변해 버린 경우는 그들 역시도 처음 보는 일이었다.

“지, 지금 그걸 나더러 믿으라고?”

“무, 물론 믿지 못할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역시도 똑같은 심정입니다. 대체…… 이걸 어떻게 설명을 해야할지…… 빌어먹을. 연구할 것이 태산처럼 늘어나 버린 기분이군요.”

두 사람이 이야기하는 사이 실험은 계속해서 진행이 되기 시작했다.

황금색으로 변한 신민배의 심장은 몸을 빠져 나왔음에도 한 동안 뛰고 있었다.

의사들은 조심스럽게 그의 심장을 다시 체내로 집어넣고 봉합하기 시작했다.

“저대로 끝나는 건가?”

“물론 아닙니다. 융합이 된 심장은 한 동안 신체에 혈류를 흘러 보내게 됩니다. 그리고 그 혈류들을 신체가 모두 받아들이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며, 가장 중요한 상황이라고 보면 됩니다. 여기서 정상이냐 비정상이냐가…… 결정되어지게 되는 거니까요.”

“씨발…… 애초에 황금색 심장도 비정상이라고 하는 네놈들 말을 어떻게 믿으라고…… 결국 깨어만 나도 감지덕지란 소리 아냐?”

그에 대해 에릭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사실 황금색 심장 자체가 그저 상상하기도 힘든 것이기 때문에 신민배의 신체가 어떻게 변할지는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심장의 봉합은 무사히 끝났다. 이제 남은 것은 신민배의 심장에서 혈류를 몸 전체로 보내, 몸이 새로운 심장을 받아들이는 문제가 남아 있었다.

“이런 경우 얼마나 걸리지?”

“보통 심장을 신체가 받아들이고 눈을 뜨기까지는 꼬박 이틀 정도의 시간이 필요 합니다.”

“젠장…… 민배는 20년이 될 수도 있겠군.”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에릭은 남백호를 바라보며 궁금한 듯 물었다. 숨길 것도 없었기 때문에 남백호는 신민배가 등급 향상이 될 때마다 잠을 잤던 주기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었다.

“왜 그걸 이제야 말해주시는 겁니까!!”

“지랄하지마! 씨발! 니들은 뭐 말해줬냐? 그리고 애초에 민배가 잠을 자고 결정이 될지 내가 어떻게 알았냐고!! 그럼 진작에 물어보지 그랬냐!”

이제는 더 이상 존댓말 따위는 없었다. 마지막까지 화를 내는 남백호를 바라보며, 에릭은 조금씩 이성을 찾기 시작했다.

“지금 한 말이 사실이라면…… 이거 상당히 시일이 오래 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가 몰라서 하는 말이야? 제기랄…….”

새로운 사실에 에릭 역시도 약간 패닉 상태가 되어 있었으며, 혹시나 긴 잠을 자게 될지 모르는 신민배를 바라보며 남백호는 어떠한 행동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

수술이 완벽히 끝이나고, 신민배는 다채로운 현대식 장비가 있는 병실로 이동했다.

“상태는 어떤가? 좋은가?”

에릭이 남백호와 함께 다가와 연구원에게 물었다.

“상태요? 좋고 자시고 할 것도 없습니다. 날아가지나 않으면 다행이게요?”

“무슨 말인가?”

“보통 능력자들의 심장 박동 수의 네 배 이상이 됩니다. 이런 심장 박동은 난생처음 봅니다. 그리고 가만히 잘 들어 보십시오.”

“뭘 말인가?”

연구원이 자신의 입으로 손가락을 가져다 되며 조용히 하라는 듯한 눈빛을 보였다.

쿵~ 쿵~ 쿵~!

그런데 어이가 없게도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믿어지십니까? 귀를 대지 않은 상태에서 심장 뛰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게 보통 일 같습니까?”

“그, 그렇군. 그러면 다른 상태들도 괜찮다는 건가?”

“물론입니다. 신진대사도 그렇고, 혈관들 역시 펄펄합니다. 맥도 아주 터질 듯 뛰고 있고요. 보통 이정도면 깨어났어야 정상인데, 아직까지 깨어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죠. 뭐 수술한지 이제 한 시간 밖에 지나지 않은 상태라 지금 깨어나는 것도 비정상이겠지만요.”

“다행이군……. 그럼 우선은 기다리는 것 밖에 할 것이 없겠군.”

“그렇습니다.”

신민배에 대한 연구 성과는 실로 대단하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반 능력자들에게 적용을 시킬 수도 없을 뿐만 그 어떠한 실험과 분석을 해보아도 신민배와 같은 현상은 절대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로지 그에게만 나타난 현상이라고 단정 지을 수밖에 없는 특별한 일이었다.

신민배는 수술 이후 10일의 시간 동안 잠에서 깨어나지 않고 있었다. 이때부터 연구원들은 물론 에릭까지도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다.

신민배에 대한 정보는 이미 에릭이 연구원들에게 전해준 상태다. 그렇다보니 10일이 지난 시점에서부터 그가 정말 몇 년을 더 잘지, 몇 십 년을 더 잘지 알 수가 없는 상태가 지속되기 시작했고, 급기야 많게는 백년 이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15일이 지났을 무렵, 모두가 잠든 새벽 연구실 자체가 조용했다.

신민배가 머물러 있는 그의 병실에서 갑자기 한 순간 빛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황금색의 빛은 어두운 병실을 환하게 밝힐 정도였다. 빛은 바로 신민배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컥!”

그리고 순간 그의 몸이 크게 휘어지며 입에서 외마디 신음이 터져 나왔다.

대략 10초가량 황금색 빛은 계속해서 신민배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고, 그 동안 그의 허리는 계속해서 휘어져 있었다.

그런데 빛이 더욱 강해지며 그의 몸이 조금씩 허공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아마 이 장면을 누군가가 보게 된 다면 마치 귀신이 장난이라도 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신민배의 눈이 떠졌다.

그의 눈에서도 황금색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점차 빛줄기가 줄어들면서 허공에 떠 있던 신민배의 몸이 점차 침상으로 내려가기 시작했고, 온 몸을 감싸 안았던 황금색 빛도 사라졌다.

휘어졌던 신민배의 몸이 원래대로 곱게 펴졌고, 황금색으로 빛나던 그의 두 눈도 어느새 다시 감겨 있었다.

띠이이이이~~!

그리고 그 순간 심장이 멎은 듯한 경고음이 강하게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벌컥!!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며칠 동안 심장이 강하게 뛰며 그 어떠한 사람보다 건강한 육체를 유지하고 있던 신민배가 갑자기 심장이 멈춘 것이다.

“심정지야! 제세동기 가져와!”

현재 연구에 있어서 신민배 만큼 중요한 것은 없었다. 그의 병실에 많은 연구원들이 달려와 있는 상태다. 에릭은 물론 미국 정부에서도 신민배에 대한 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만약 그가 이 자리에 죽는다면 그들 모두가 어떠한 처벌을 받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걱정이 어린 눈빛으로 모두가 그를 바라보고 있을 때, 한 남자가 외쳤다.

“150줄!”

쿵~!

띠~~~!

“젠장!! 200줄!!”

쿵~~!

띠~~~!

연이은 전기 충격에도 신민배의 심장은 뛸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

“저, 저기!”

“뭐야! 귀찮게!!”

“그게 아니라, 황금 심장을 가진 사람이지 않습니까? 200줄 정도로 될까요?”

“음…… 좋아! 300줄! 아, 아니! 350줄!”

터어엉!!

띠~~~!

전기 충격에 의해서 연구원의 팔이 크게 떨어져 탄력을 받고 휘어질 정도였다.

“윽…… 제길! 500줄!! 되겠어?”

“자, 잠시만요. 충격을 좀 기다려야 합니다. 됐습니다!”

“젠장! 이번에 안되면 진짜…… 끝이다. 500줄이면 보통 사람 내장이 다 터져버릴 정도야!”

쿠우웅!!

띠~! 띠~! 띠~!

신민배의 심장이 다시금 뛰기 시작하자, 주변의 연구원들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씨…… 살았긴 하지만…… 난 양팔이 부러졌다. 누가 나 좀…….”

500줄이라는 엄청난 위력에 반동을 이기지 못하고 연구원의 양 팔이 부러져 버렸다. 그리고 신민배의 내장은 터져버리기는커녕, 오히려 정상적으로 심장이 뛰고 있었다.

“확실하게 체크해봐라. 어디 손상간 곳이 없는지…… 이정도면 코끼리도 한 방에 즉사야…… 하물며 사람인데? 아무리 능력자라고 해도 모를 일이니까 모든 고밀도 촬영까지 전부 다시 진행하도록 해봐.”

“알겠습니다.”

“정신차리고 해. 만약 신민배씨 잘 못되면 우리 모두 끝장이란거 명심하고.”

“네! 걱정마십시오. 그나저나 어서 팔을 치료하러…….”

그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너무 놀란 상황에서 잠이 달아나버렸다. 오지 않는 잠을 애써 잘 필요는 없었기에 그들은 지시한대로 신민배의 신체에 대한 상세 촬영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특이한 것은 500줄이라는 엄청난 전기 충격에도 그의 신체는 그 어떠한 손상도 입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날이 밝고 간 밤에 있었던 일에 대한 소식이 남백호의 귀에 들어갔다. 눈을 뜨자마자 소식을 듣고 달려온 남백호는 에릭의 멱살을 잡았다.

“빌어먹을! 괜찮을거라며!”

“조, 조용히 좀 하십시오. 신민배씨 깨겠습니다…….”

“빌어먹을! 몇 십년! 몇 백년 잘지도 모르는 놈이 소리 좀 지른다고 깰거면 내가 밤새도록 귀에 스피커 대고 욕지껄이 했겠다! 그나저나 어떻게 된거야?”

에릭은 간 밤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 남백호에게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그 소리를 듣고 남백호는 자신의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방어계 능력자의 신체도 500줄이라는 전기 충격을 과연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 때문이었다. 하지만 멀쩡하게도 살아 있는 신민배를 보니 그저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하여간…… 넌 진짜 난 놈 같다…… 그나저나 언제 일어날거냐……?”

남백호가 그의 곁에 앉아 그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으음…… 이제 일어났네요.”

기적과도 같이 신민배가 잠에서 깨어났다.

그가 실험을 시작하고 꼬박 24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헉? 저, 정말 깨어난거냐? 괘, 괜찮은거야?”

남백호를 바라보는 신민배가 자리에서 천천히 허리를 세웠다.

“음…… 생각보다 수술이 빨리 끝났나보네요?”

“빠, 빨리는 끝났지? 듣기로는 네가 신기록이다. 단지 잠을 좀 오래 퍼질러자서 그렇지.”

“예? 서, 설마?”

“에라이…… 내 얼굴을 좀 보고 놀래라. 설마 또 몇 십 년 지났는데, 내 얼굴이 변화가 없겠냐?”

“형님 얼굴이야 워낙 나이에 비해 늙었다보니…….”

“일어나자마자 죽빵한대 맞고 시작할까?”

웃으며 두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에게 있었던 일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하는 남백호.

그가 깨어났다는 소식에 에릭과 연구원들 모두가 병실로 달려 온 상황이었다.

“그래…… 기분은 어떠십니까?”

“글쎄요? 딱히 나쁜 건 없네요. 그리고…….”

“그리고요?”

“아닙니다. 나중에 천천히 말씀드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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