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럭셔리버프-183화 (183/200)

00183  49. 그의 대단함  =========================================================================

현재 고창식에겐 세 명의 아이가 있다. 갓난아기를 마지막으로 1년 뒤 한 명을 더 낫기로 결심한 것이다. 물론 이것은 아내와도 이미 이야기가 오고갔다. 그녀 역시 외동으로 살아오다보니 많은 가족과 함께 하고 싶은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짜식…… 걱정마라. 네가 돌아오기 전에 삼촌이 어떤 인물인지는 내가 애들한테 세뇌를 시켜 놓을테니까. 아마 네가 돌아오면 ‘옙! 삼촌!’ 하도록 만들어 놓을게.”

“애들은 애들다워야지? 난 그런 거 싫다? 가급적이면 삼촌 앞에서는 언제나 활짝 웃는 조카들이 필요할 뿐이다. 무슨 군대도 아니고? 큭큭.”

“야~! 그런 말마라. 요즘 시대가 어떤 시댄데? 애들이 배울 건 배우고, 하지 말아야 할 건 하지 말아야지. 커피숍에 있으면 진짜 얼마나 진상 아줌마들이 많이 오는 줄 아냐? 애들이 뛰어 다니면서 컵을 깨고 커피가 손님한테 튀어도 ‘애들이 그럴 수도 있죠.’라고 말하더라. 애들이 그래도 엄마가 그러면 안되잖아? 더군다나 애들 똥 싼 기저귀하며…… 휴. 난 절대 애들 그렇게 안키울거다.”

“후후,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그래도 조금의 애교는 가지고 있게 부탁할게.”

“걱정마. 아직까진 막내딸이지만 아주 눈에 넣어도 안아플 만큼 예쁘고 귀엽다. 너에게 만은 그녀석이 온갖 애교를 다 부릴 수 있게 만들어줄게.”

“오?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

두 사람은 그렇게 자식들에 대한 이야기를 진행해 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새벽 1시 정도가 되었을까?

신민배가 서류 봉투 하나를 고창식에게 내밀었다.

“이게 뭐냐?”

“뭐긴? 설마 취업 서류 같냐?”

“음…… 뭐 일자리가 필요하면 말해라. 친구로써 아르바이트로 쓰긴 그렇고, 내 정직까진 만들어 줄게.”

“웃긴새끼…… 내가 가진 게 얼만데…… 알바를 하겠냐?”

“어허! 말조심해. 조만간 내가 돈을 벌어서 너를 넘어설지도 몰라.”

“퍽이나……. 이건 그냥 간단한 선물이다.”

“간단한 선물?”

“그래. 나중에 열어봐. 부담스러운 것도 아니니까.”

신민배는 대충 넣어두라는 식으로 말을 이어 갈 뿐이었다. 만약 그 자리에서 고창식이 서류를 열어보았다면 노발대발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내 말을 바꾸고 서류를 한곳에 놔두고 또 다른 이야기를 진행하기 시작하자 서류에 대한 생각은 이내 사라져버렸다.

새벽 두 시가 되었을 때 고창식은 상당히 취해버렸다. 이 상태라면 내일은 제 시간에 깨어나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여보세요?”

-네. 말씀하세요.

“아영이니?”

-누구……? 어머? 민배 오빠?

“하하, 그래. 목소리라도 알아봐주니 이거 너무 기쁜 걸?”

상당히 반가운 신민배의 목소리에 노아영의 목소리 역시도 들떠 있었다. 하지만 이내 아내의 직분을 생각한 듯 그에게 말했다.

-남편은 오빠 만나러 나간다고 했는데요?

“하하, 누가 창식이 마누라 아니랄까봐…… 같이 있어. 근데 너무 취해서 말이야. 내가 집 근처까지 데리고 갈테니까 좀 나와줄 수 있겠어?”

-아휴…… 알겠어요. 모처럼 친구 만나서 또 인사불성이 된 거에요? 어디로 오시면 되냐면요…….

그녀는 자신의 집 주소를 신민배에게 불러 주었고, 그는 고창식을 들쳐 업고 가게를 나서며 택시를 탔다. 곧장 그의 주소지를 말했고, 택시는 거침없이 새벽 밤길을 달렸다.

택시가 도착 한 곳에는 노아영이 이미 마중을 나와 있었다.

얇은 원피스에 긴 머리에서 짧은 단발로 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이 들었다.

‘후후…… 세월이 흐르긴 한 건가…….’

한 때 대학생이었을 때의 그녀와 아기들의 엄마가 된 그녀는 많이 달라보였다. 하지만 예뻤던 그녀의 얼굴은 아직까지도 그대로 인 듯 보였다.

“미안. 간만에 만나다보니 내가 정신없이 먹였네.”

“아니에요. 오빠. 그런데 너무 반갑네요. 하필이면 이런 상황에서 오빠를 보게 되네요.”

“뭐 어때? 우리들 사이에? 아참! 이거.”

“응? 이게 뭔데요?”

“창식이건데 나중에 깨어나면 보여주도록 해. 그럼 알거야.”

현재 고창식이 사는 집은 20층 높이의 아파트로 그들이 사는 집은 35평정도 되는 아파트였다.

현재 다섯 식구가 살기에는 좁다고도 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도 그들에겐 충분히 행복한 순간이다.

“오빠 들어가지 않을래요? 조카들도 보고요.”

“아니야…… 오늘은 좀 늦었고. 다음에 와볼게. 창식이 한테도 그렇게 말했었고 말야.”

“아…… 네. 오빠. 조심해서 가세요. 그리고 다음에 꼭 오세요.”

“그래. 그렇게 할게. 그럼 창식이 좀 잘부탁 할게.”

“네…… 조심해서 가세요…….”

문이 닫히며 신민배의 모습이 천천히 문에 가려진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노아영은 왠지 가슴이 아파왔다.

‘내가 왜 이러지?’

신민배에 대한 감정은 이미 오래전에 모두 정리가 된 상태다. 지금에와서 그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논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 문에 가려지는 그의 모습에서 왠지 슬픈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즉시 문을 열어보았지만, 이미 그는 엘리베이터를 탄 이후였다.

날이 밝고 고창식은 오전 늦게 서야 일어났다.

“그러게 왜 그렇게 많이 마셨어요?”

“아휴…… 오랜만에 친구놈을 만났는데 당연한거지 뭐.”

노아영이 꿀물을 가져다주었고, 그것을 한 번에 들이키는 고창식.

“아참, 이거 오빠 거라면서요?”

“응?”

그녀가 서류를 건네주었다. 그리고는 고창식의 곁에 걸터앉았다.

서류를 본 고창식은 그것이 신민배가 준 것이라는 것을 생각해냈고, 이내 서류 봉투를 조심스럽게 찢어 그것을 열어 보았다.

서류는 총 세 묶음으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확인한 고창식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가고 있었고, 이내 소리를 내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모습에 노아영도 함께 눈시울이 붉어져가고 있다.

세 가지의 서류 중 첫 번째는 바로 백호 시티에서 가장 노른자 땅이라고 할 수 있는 옛 부산의 위치로 매입가가 엄청난 땅의 아파트였다.

아파트 내 중에서도 타워 팰리스에 해당했으며, 그 크기만 해도 300평이 넘는 대형 아파트였다.

그리고 두 번째는 부산 외각의 땅 2만 평의 소유 건이었다. 아직 개발이 되지 않았지만, 차츰 그쪽을 중심으로 개발이 진행 될 예정인 땅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부산 시가지의 30층 건물 두 채의 소유권이다.

이 모든 것들이 시가로 따지면 7천억이 넘어가는 엄청난 금액이었다. 이런 것을 신민배는 아무렇지도 않게 고창식에게 주고 갔고, 그런 그로 인해 지금 고창식은 눈물바다가 된 침대에서 하염없이 울고만 있을 뿐이었다.

신민배는 백호 시티에 있는 동안 자신이 만나보고 싶은 사람들을 모두 만나보고 있었으며, 이제 단 한 명이 남은 상태였다.

‘비록…… 헤어지긴 했지만 궁금하기도 하고…….’

그가 생각하고 있는 인물은 바로 현민주였다. 과거의 기억. 남들과는 다르게 그렇게 오래 지나지 않은 고작 몇 년 사이의 일일 뿐이다.

그녀에 대해서 간간히 생각은 났었지만, 여타 생각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만은 예외로 했고, 그녀에 대한 소식을 흥신소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현재 그녀는 경기도의 외각 지역에 살고 있다. 요즘들어 괴수의 출몰이 예전만큼 많지 않은 것과 더불어 대대적인 괴수 토벌이 진행 되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경기도 외각 지역까지도 안전 지역으로 확보가 된 상태다.

하지만 안전을 생각한다면 외각보다는 도심 중심가가 좋지만, 생활이 힘든 사람들은 차라리 외각 지역을 찾아서 집을 얻곤 했다. 현민주 역시 그러했다.

신민배는 그녀를 직접 찾아 볼 생각은 없었다. 단지 어떤 식으로 사는지가 궁금할 따름이다.

먼저 흥신소를 통해서 찾은 주소지를 가보니 약간 눈살이 찌푸려졌다.

‘거의 폐허 수준이군…….’

많은 경기도 외각 지역들이 개발에 들어가고 있지만, 나라의 재정이 닫지 않는 곳은 오로지 개인의 자금만이 소모 된다. 하물며 지금 이곳은 개발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곳이며, 한 때 괴수로부터 파괴가 당한 곳 중 한 곳이다.

곳곳에 건물 잔해들이 널부러져 있었으며, 성한 집은 채 몇 개 되지가 않았다. 그 흔한 아파트도 없는 곳이며, 대다수 주택으로 이루어진 곳이었다.

‘빈민가 정도라고 보면 되는 건가?’

조금이라도 평범하게 살기를 기대했던 그녀의 모습은 이미 집을 본 것만으로도 어떠한 삶을 살고 있을지 뻔히 눈에 들어왔다.

‘휴…….’

한 때의 앙금은 전혀 남아 있지 않다. 이제는 오래 된 추억에 그저 애처로운 마음뿐이었다.

그녀는 현재 두 자녀를 두고 있으며, 6살과 4살의 두 딸을 낳았다고 한다. 자식들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궁금하지만, 그런 것에까지 신경을 두고 싶지는 않았다.

그녀가 일하고 있는 곳은 식당이다. 결혼을 해서도 그녀는 일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인근에 놀이방에 맡겨두고 그녀는 하루 12시간 정도를 일을 한다고 했다.

그녀가 일하는 곳은 서울 도심에 있는 식당으로 출퇴근만 해도 2시간은 족히 걸리는 거리다.

그렇다면 하루 16시간을 소비해야하는 것이며, 이래저래 가정 살림살이까지 진행하게 되면, 잠자는 시간도 없이 빠듯한 하루를 생활해야 하는 현민주였다.

차를 타고 식당의 위치를 가보니 생각보다 장사가 잘되는 곳이다. 하지만 돈을 받고 일하는 직원의 입장에서 장사가 잘되는 곳은 그저 힘든 직장일 뿐…….

시간은 점심 때를 가르키고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분주히 드나들고 있었으며, 그녀 외에도 직원은 세 명 정도가 더 있어 보였다.

‘아…… 그러고보니 배가 고프네…….’

차마 알아볼까봐 식당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해서 주변을 둘러보며 다른 식사 할만한 곳을 찾았다.

근처에 제법 괜찮은 레스토랑이 있었고, 그곳에서 신민배는 스테이크를 주문하고 식사를 했다.

“저기…… 혹시 저를 만난 적이 있지 않으세요? 낯이 익은 것 같은데…….”

레스토랑의 홀복을 예쁘게 차려 입은 여직원이 그에게 다가와 물었다. 하지만 신민배는 그녀를 본 기억이 전혀 없었다.

“아뇨. 죄송합니다만 처음 봅니다. 그리고 전 한국 사람도 아닙니다.”

“아! 그러시군요. 정말 죄송합니다. 식사 하는데 방해를 해드렸네요. 맛있게 드세요.”

그녀는 급히 고개를 숙이며 돌아가는 와중에도 고개를 갸웃거리며 몇 번이나 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같이 일하는 직원들에게 가서 말했다.

“잘못 봤나봐. 아니래.”

“진짜? 아깝다.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는데 말이야.”

“호호, 그러게.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았을텐데…….”

여종업원 세 명은 조용히 서로 웃으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나도 저 사람 어디선가 본 것 같아.”

“어머? 얘봐? 이제와서 나와는 안면이 없는 사람이다보니 작업 걸려는거야?”

“아, 아니. 정말이라니까? 어디서 본 사람 같아서 말야.”

“하긴…… 나도 좀 그랬거든. 어디서 본게 분명한데…… 어딘지를 모르겠네.”

그녀들은 서로 머리를 맞대며 신민배에 대한 이야기만을 나누고 있을 뿐이다. 주변에 많은 손님들이 있었지만, 그들에게는 안중이 없었다. 오로지 신민배. 그의 모습에만 시선이 집중되어 있었다.

고기를 썰고 있는 손놀림이 제법 자세가 잡혀 있다. 또한 고기와 와인을 곁들이는 센스와 더불어 그가 입고 있는 곳 또한 제법 비싸 보였다.

그러던 와중에 문을 열고 다른 손님들이 들어왔다.

“어서오세요!”

“네. 예약하고 왔는데요.”

“네. 성함을 말씀해주세요.”

“능력자 5명으로 예약 했습니다.”

“아! 그러시군요. 제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 작품 후기 ============================

이제 드디어 선선해지기 시작하네요...

앞으로 추운 가을이 예상 됩니다...

하... 아직까지 여자친구라는 존재를 못 만들었는데...

이번 가을도 상당히 씁쓸해 질 것이 눈에 훤하네요...ㅠ_ㅠ

여러분도... 노력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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