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96 52. 다른 공간 =========================================================================
곳곳에 화염이 타오르고 있었고, 안젤리나는 그런 화염을 피해가며 세 명의 능력자를 상대하고 있었다.
‘저기다!’
움직임이 가장 제약이 많은 곳을 찾은 루카스. 그런 그가 안젤리나를 향해 덮쳤다.
“흥!!”
안젤리나는 자신을 향해서 뒤에서 덮치려는 루카스를 향해 손을 뻗었다. 애초에 그가 올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
투확!!
그녀의 손이 정확하게 루카스의 배를 뚫고 말았다.
“컥!!”
“멍청한 그런 짓에 당할 줄 알았나?”
“커어어억…….”
배가 뚫리는 고통에 루카스는 천천히 손을 움직였다. 그리고 자신을 뚫은 안젤리나의 손을 잡았다.
“크으으……. 잡았군.”
순간 루카스의 눈빛이 바뀌었다.
“이익! 이거 놓지 못해?”
루카스는 자신의 배를 뚫은 안젤리나의 오른쪽 팔을 양손으로 부여잡고 있었다.
“흐흐…… 절대 그렇게는 안되지. 너를 죽일 수 있는 방법은 이것 밖에 없는데!”
“이 빌어먹을 자식이!”
안젤리나가 이번에는 남은 왼손에서 손톱을 길다랗게 뻗어냈다. 그리고 그 손톱은 루카스의 왼팔을 그대로 잘라버렸다.
“크악!!”
루카스는 잘린 왼팔에 비명을 질렀다. 애초에 구멍이 난 배의 고통도 있을뿐더러, 왼팔까지 잘리니, 그 고통은 이로 말할 수가 없었다. 그나마 이것을 버티고 있는 것이 바로 능력의 축원 때문이라고 할 수 있었다.
텁썩!!
루카스의 왼팔이 날아간 그 순간, 더런이 안젤리나를 뒤에서 껴 안았다.
“어때? 혼자서는 힘들 것 같지 않아?”
“크…… 잘 아시는군요.”
“내가 도와주지. 아니…… 같이 갈까?”
그 말에 루카스가 멍하니 더런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이내 감동어린 시선으로 그에게 말했다.
“그렇게까지 말해주시니, 정말 감사할 뿐입니다. 함께 가시죠.”
그 말이 끝난 순간 루카스의 몸에서 거대한 화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 어떤 화염보다 붉고 컸으며, 강력하기 그지 없었다.
화염은 루카스의 몸까지 태워버릴 정도로 강렬한 열기를 뿜어냈고, 그 열기는 곧장 앞에 있는 안젤리나와 더런에게까지 옮겨 붙었다.
“끼아아아악!!”
안젤리나의 엄청난 비명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뜨…… 겁군. 역시 자네……는 최강의 공격계야…….”
콰르르르르륵~!
화염이 세 사람을 집어 삼켰다. 그리고 가장 먼저 화염에 타버린 것이 더런이었다.
더런은 깍지를 끼고 있던 안젤리나의 몸체에서 가장 먼저 분리가 되었다. 그런 와중에도 루카스는 안젤리나의 오른쪽 팔을 놔주지 않은 채로 계속해서 화염에 타오르고 있었다.
화염은 대략 30초 가량 타올랐다. 감히 근처에도 가가갈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열기에 신민배는 멀리서 그것을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미안합니다…….’
버퍼로써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현 상황에서 아무것도 없었다. 그것이 미안했고, 자신을 대신해 그들이 먼저 죽는 것이 죄송할 뿐이다.
화르르르륵~!
루카스의 몸이 약간 흔들렸다. 그러자 화염의 강도도 순식간에 줄어들기 시작했고, 두 사람을 태우고 있던 불길은 언제 그랬냐는 듯 꺼져버리고 말았다.
하얀 연기가 두 사람에게서 피어 오르고 있다.
파삭~!
그리고 가장 먼저 루카스의 몸이 타버린 장작처럼 분리되며 땅으로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모든 생명력과 능력을 소진한 것일까?
루카스는 그 자리에서 모든 것을 태워버리고 그렇게 재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이후 함께 서 있던 안젤리나도 바닥으로 쓰러졌다.
빠드득.
그런데 그 순간 안젤리나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인간들이…… 가…… 감히……!”
그런 엄청난 화염에도 그녀는 움직이고 있었다.
빠각!!
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세이빌이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서는 그녀의 목을 힘주어 뽑아버리고 말았떤 것이다.
‘끝난건가……?’
세이빌이 들고 있는 안젤리나의 목을 바라보며 신민배는 곁에 함께 있는 은색의 안젤리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괴수 역시도 신민배를 천천히 바라본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라는 듯, 괴수가 걸음을 옮겼다.
괴수 안젤리나가 걸음을 옮기자, 세 사람은 그런 그를 따라 나설 수밖에 없었다.
걷는 동안 기운이 없다.
의지하고 대화할 수 있는 모든 사람들이 그곳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다. 아마 지금 상황에는 돌아갈 방도조차도 신민배에게는 없었다. 그는 오로지 이곳에서 죽음을 각오하고 있을 뿐이다.
수많은 생각이 교차하고 있다. 남백호와, 시현, 그리고 시란. 함께 했던 백호 길드원들과 그와 연을 맺었던 사람들.
‘아직…… 끝이 났다는 보장도 없는데, 혼자서 너무 청승떠는 거 아닌가?’
신민배는 천천히 허리를 피고 앞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언제 도착한 것일까?
괴수 안젤리나는 붉게 빛나는 거대한 석조물 앞에 서 있었다.
붉은 빛이 간간히 빛을 내는 석조물. 그것은 정확히 말하면 석조물이 아니라, 투명한 수정체 속에서 빛이 나는 무엇인가가 들어있는 듯 보였다.
그리고 그런 수정체 뒤로 보이는 엄청난 크기의 괴수.
처음에는 너무 크고 높았기 때문에 그것이 괴수라고 인지도 못한 신민배였다. 안드레와 세이빌 역시도 고개를 올려 괴수의 정체를 바라보았다.
괴수는 족히 S급 괴수 정도의 크기를 하고 있었으며, 양팔과도 같은 거대한 날개가 허공에 걸쳐져 있었다. 가장 의아한 것은 꼬리 같지도 않은 것이 길게 늘어져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고 신민배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 알인가!!!”
괴수의 정체.
그것은 바로 알에서 부화되는 것.
지금 그의 눈앞에 있는 엄청난 크기의 괴수는 일명 괴수 여왕이라고 불리우고 있으며, 알을 낳아 괴수가 활동을 하게 만드는 장본인이라고 할 수 있었다.
지금 괴수의 뒤로 보이는 알만해도 수천 개는 되어 보였다. 만약 저것이 부화를 한다면? 감히 생각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또한 알은 크기도 제각각이었는데, 크기로 따진다면 정확하게 괴수의 급수가 정해질 정도였다.
큰 것은 40미터 이상은 되어 보이는 감히 알이라고 부르기도 힘들 정도의 크기였다.
괴수 여왕은 그들을 발견하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애초에 볼 수가 없는 것인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마치 자신의 일만하 듯, 서서히 알을 놓고만 있을 뿐이다.
‘대체 이건……?’
그런데 궁금한 것이 하나가 있었다. 바로 투명한 수정체의 정체였다. 그렇지만 그 해답은 금방 알게 되었다.
“헤헤헤~! 마력석이다~ 헤헤헤~!”
세이빌이 투명한 수정체에 다가가 기분이 좋다는 듯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이런 엄청난 것이 마력석이라고?’
마력석은 상당히 거대했다. 지금까지 그가 알고 있는 마력석과는 크기부터가 완전히 다른 것이다.
그리고 투명한 수정체와 여왕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간간히 수정체의 붉은 빛이 여왕의 체내로 흘러들어갔다. 이후 알을 낳을 때, 알에서는 미세한 붉은 빛이 흐르고 있었는데, 이 거대한 수정체의 마력석의 힘이 흘러 들어간 것이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럼 결국 이 수정체에서 마력석의 힘이 여왕에게 흘러들어가고, 여왕은 그런 마력석을 알로 흘려보낸다? 알에 있는 괴수의 몸에 집약된 것이 바로 마력석이고?’
신민배는 조심스럽게 마력석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것은 마력석이라고 하기엔 너무 크다. S급 마력석만해도 엄청난 에너지원인데…… 만약 이런 마력석이 세상으로 나가게 되면 세상은 어쩌면 평생 에너지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군…….’
이미 미국은 이 마력석을 안드레와 세이빌을 통해서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세이빌의 말에 따라 그것이 마력석이라는 것을 확인한 순간 그 어떠한 조치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죽여버려. 안드레. 세이빌!”
신민배는 볼 것 없다는 듯이 거대한 괴수 여왕을 죽이라 명했다. 그리고 둘은 거리낌 없이 여왕에게 달려들었다.
지구의 가장 큰 악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괴수를 낳는 여왕.
여왕만 죽이면 의뢰는 모든 것이 끝나며, 세상은 괴수로부터 안전해 질 수가 있을 것이다.
안드레와 세이빌이 그 자리를 박차고 괴수 여왕을 향해서 날아올랐다. 그리고는 두 주먹을 괴수 여왕을 향해서 뻗었다.
“앱솔루트 실드!”
터엉!!
순간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안드레와 세이빌이 내지른 주먹은 거대한 크기의 투명 막에 막히고 말았다.
신민배의 방탄막과는 상당히 차이를 보이고 있었는데, 충격을 받은 투명한 막은 그때부터 연보라색을 보이고 있었다.
“저, 저게 뭐지?”
느닷없이 나타난 투명한 막과 정체불명의 목소리에 신민배가 주변을 두리번 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먼 곳에 있는 한 인영을 발견할 수 있었다.
“누, 누구냐!!”
“누구냐고?”
그 목소리를 들으니 정확하게 인간이라는 것을 알수가 있었다. 아니, 어쩌면 인간으로 둔갑한 괴수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는 네놈이야 말로 이곳에서 뭘하는거지? 훗…… 그리고 저 두 인형은 뭐란 말인가? 사라져라. 헬 파이어.”
두 개의 화염 덩어리가 안드레와 세이빌을 향해서 날아갔다.
고작 농구공 크기의 화염덩어리로 안드레와 세이빌을 죽일 수는 없다. 지금까지 보아온 안드레와 세이빌은 그정도로 강하기 때문이다.
파샤샤샥~!
그러나 그것은 신민배의 크나큰 착각이었다.
두 개의 화염 덩어리가 안드레와 세이빌에게 닫자마자 두 사람의 몸이 붉게 타올랐다. 그리고 천천히 닿은 부분부터 몸이 잿빛으로 변해가기 시작하더니, 이내 그들의 몸은 온통 재료 변해버렸고, 그대로 흩날리듯 허공에 뿌려지고 말았다.
“세, 세상에……?”
대체 이 무슨 기이한 능력이란 말인가?
여태껏 수많은 능력자들을 봤지만, 능력이라는 것은 거대하면 할수록 그 위력이 상당했다.
이런 아주 작은 능력은 보잘 것 없다고 생각했던 신민배는 그 위력에 스스로가 떨리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 이곳에는 미국 정부도, 그렇다고 도와줄 이도 없다.
오로지 신민배만이 남은 상황 속에서 모든 것을 정리를 해야만 하는 것이다.
“내가 물었다. 네놈은 이곳에서 뭘하는 거지?”
그는 낮고 근엄한 목소리로 신민배에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난…….”
차마 두려운 대상 앞에서 어떠한 말을 해야할지 몰랐다. 하지만 그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이 모든 것을 끝내는 것.
“나는 모든 것을 끝내려고 왔다.”
“모든 것을 끝내다? 그게 무슨 말이지? 무엇을 끝낸단 말인가?”
“여기에 있는 이 괴수 여왕을 죽이고, 더 이상 인류가 괴수로부터 위협을 받지 않게 하는 것이 나의 목적이다.”
“음…….”
그는 가만히 생각했다. 그리고 천천히 신민배의 앞으로 다가왔다.
황금처럼 빛나는 금발의 머릿결. 외국인이라고 해도 이런 머릿결은 그 누구도 없을 것이다. 머릿결이 정말 황금과도 같았다. 찰랄 거릴 때마다 아주 작은 빛에도 반응하는 그의 머릿결은 길게 늘어져 있었다.
대략 허리까지 내려오는 황금색의 머릿결. 그리고 서서히 드러나는 신체와 얼굴.
신체는 매우 호리호리한 것이 누가봐도 여자라고 할 수 있었다. 얇은 실크를 걸치고 있어서 실루엣이 그녀의 몸매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주고 있다.
투명하고 맑은 피부와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도 이보다 정교하고 아름답게는 만들 수 없을 것 같은 얼굴.
크고 맑은 두 눈동자는 황금색을 지니고 있었다. 입술은 투명하고 분홍색 빛을 띠고 있는 것이 특징.
누가보더라도 이자는 환상의 여인이라고 부를만했다.
“대, 대체…… 너는 누구냐?”
“나는 이그지리아.”
“이, 인간이냐?”
“인간 따위를 나와 비교하다니 기분이 나빠져야 정상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