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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나 테일의 눈빛이 찜찜하긴 했지만 별일은 없었다. 다음날도 새로운 운반 심부름도 없고, 야채 다듬기는 전보다 훨씬 줄어 있었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그건 편한 일이긴 했다.
'안일 한 건가.'
하지만 그 찜찜한 시선과 상황을 마주했을 때부터 뭔지는 짐작이 갔었고, 향신료 운반 당시부터 혹시나 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나는 이곳에서 적의에 익숙해졌고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만 함정에도 몇 번씩 빠졌다. 인간은 경험을 통해 배운다고 리나 테일이 향신료를 운반하게 했을 때부터 나름 쓸 수 있는 대비책도 준비해놓은 것이다.
그녀가 직접 무언가를 꾸밀 거라는 걸 예상했다기보다는 워낙 비싼 향신료라, 내 자신의 실수나, 운이 나쁘거나, 뭐 이런 게 끼어드는 정도에 대한 생각이긴 했지만-
'최근 워낙 운이 없어서...'
결국 뭐가 됐든, 그 향신료와 관련해 무언가를 꾸민 거라면 아무 준비 없이 당할 상황은 아니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아카인 후작 영애나 노예상, 로랑 선생의 경우 '나 혼자'로는 벗어나기 힘든 상대였지만, 리나 테일은 나보다 그렇게 대단한 계급도 아니었고 능력도 없었다. 고작해야 병원에서 일하는 중인 여성이었으니까 처지는 별로 다르지도 않았다.
걱정되는 게 굳이 있다면, 리나 테일이 언제 타이밍을 정하고 내가 계획한 대로 그녀를 막아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지만-
'사실 지금 당면 문제는-'
히아신스가 돌아오는 날이 바로 내일로 다가왔다는 것이었다. 3일은 금방이었으니까.
나는 히아신스로부터 온 편지를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
고작 3일인데, 오늘일자로 전달된 히아신스의 편지에서는 엘킨과 함께 내일 만나러 오겠다는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엘킨 다이브가 온다, 그 이야기만으로도 연습은 잘 하고 있냐느니, 지온에서 구입한 외국의 설탕이 무지하게 맛있다-끔찍하게 달겠다는 생각은 들지만-느니 하는 문구는 마음에 남지도 않았다.
'엘킨이...'
'엘킨 다이브'가 나를...
"..."
그는, 노예마차 당시 구해냈던 소녀와 히아신스가 친구가 된 이야기에도, 그리고 그 소녀가 칼미온의 하녀로 온다는 것에도 깜짝 놀라하며, 한 번 만나보고 싶다고 했단다...
흐하하...
곤란한 일이었다.
*
그리고 그 내일이 오늘이 되었다.
"..."
사악사악, 방안에는 양파 깎는 소리 두 개만이 고요히 울린다. 양파 껍질을 하나하나 벗기며 미간을 모았다.
투명한 양파껍질 하나 하나가 엘킨에 대한 셀리안 크레이누의 마음 같...
'...빌어먹을.'
오늘 엘킨을 만난다... 만난다? 진짜, 만나는 거야?!
그런데, 엘킨을 만날 경우에 생길 32가지 마음의 동요는 상상만 해도 나를 흔드는 반면, 그에 대한 대처방법은 64가지는커녕 1가지도 마땅치가 않았다.
깎던 양파에 살짝 이마를 대면 맵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아 얼른 얼굴을 떼고 다시 깎았다.
엘킨 다이브, 이번에 그를 만나 다시 그 달콤하면서도 절망스러운 감각을 느끼게 된다면. 아무 말도 못 하거나, 눈물이 나거나, 굳거나 한다면.
‘그런 건 정말 사양이야.’
어떻게 해야 할까. 가능하면 평범하게, 평범한 척 태연한 척 대하고 싶다. 기분이야 어쨌든 자존심이 상하고 분해지는 그 감각은 정말 싫었다. 셀리안 크레이누의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윤하영으로서 있을 수 있다면 더 좋고.
‘일단, 기본으로 돌아가자.’
모든 건 마음먹기 나름이라고, 이게 마음 먹기에 따라 될지 확신은 안 서지만 정말 얼마 안 남았다는 생각에 기본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셀리안 크레이누야 청년기부터 죽을 때까지, 아니 죽는 순간에도 엘킨 다이브를 봤지만 윤하영으로서는 단 한 번 그를 봤을 뿐이다.
고작 한 번 만난 사람이었다.
사랑받지 못한 원망도, 그가 변하지 않아 맛본 절망감도, 그것을 무너뜨리고자 주변과 자신을 파괴해가던 ‘나’의 잔혹함도- 모두 잊은 채 그저 윤하영이 만난 엘킨 다이브만 생각해보자고.
‘노예상으로부터 왕자님처럼 나타나 구해줬지... 아니 왕자는 무슨 왕자야. 경찰 아저씨처럼 구해줬지. 응.’
그리고, 어떤 저속한 말에도 흔들림 없이 나를 존중해주고
엉엉 우는 한심한 모습을 자신의 망토로 감싸줬다.
희미한 기억이지만 기절하는 나를 부드럽게 받아준 것도 같다.
나를 잘 돌봐주라고 히아신스를 보낸 것도 그라고 한다.
시간이 꽤 흘렀는데 잊지 않고 나를 만나러 온다.
"..."
객관적으로 정말 좋은 사람이다. 하지만 내 취향은 아니다. 나는 그렇게 다정하고 왕자님, 아니 경찰 아저씨 같고 매너 좋은, 교과서 같은 사람은 별로...
“...음?”
뭔가 점점 얼굴에 열이 오른다. 심장이 쿵쿵쿵 뛰는 게... 아득하고 절망스러운 느낌은 좀 덜하지만...
‘방법을 잘못 택한 것 같은데.’
왠지, 약간 메스꺼워지기 시작했다.
20
“요즈음 검 배워?”
엘킨 대비 마인드 컨트롤-이란 미명하에, 단지 번뇌만 늘려주는 생각에 침잠하고 있으면 묵묵히 양파를 깎고 있던 류가 말을 걸었다.
말을 건 게 그 밉살스러운 류이긴 해도, 혼자 삽질하던 상황에서 구해준 건 고마운 일이었다.
고개를 들어 그를 보면 그 멋드러진 붉은 손잡이의 단검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검을 보는 눈이 있는 건 아니지만, 저 검을 만든 사람은 이런 광경을 원하지 않았을 것 같다.
‘...그 사람 혹시 검 만드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해부를 시키라는 것도 그렇고, 유난히 야채를 ‘깎는’ 걸 불만으로 여긴 걸 보면, 그럴지도 모른다. 류가 자신이 준 소중한 검을 야채 깎는데 써서 화가 났다던가.
그 이상한 미인을 만나고 두번째 야채깎기, 그 이후 왠지 류에게 야채를 깎게 하기 뭐하다.
'그래도 별 수 있나.'
실제로 내가 그 남자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류는 그냥 웃기만 하며 더 신나게 야채를 깎았다.
청개구리 같은 놈. 본인이 하겠다는데 어떻게 말려.
"뭐라고?"
"검 배우냐고...음? 너 어디 아파?"
"응?"
"얼굴이... 터지기 일보직전의 시한폭탄 같아."
"표현 한 번..."
빈정거리는 듯한 말에 한 마디 쏴주려고 했지만 이상하게 부끄럽다. 일부러 류와 그 미인에 대해 생각했는데도 아직 엘 모씨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것 같다. 내 얼굴이 어떻게 되었는데, 라고 묻고 싶으면서도 묻고 싶지 않은 기분이랄까.
“엄청 새빨간데... 발정난 고양이 같아.”
"죽을래."
최근 창녀 소리를 너무 많이 들어서 이 새끼의 생각 없는 말이 유난히 마음에 안 든다.
"아니, 욕한 거 아닌데. 말했잖아, 나는 감정을 구분하기 힘들다고. 그런데 지금 넌... 밑줄 좍좍 거진 답안지 같아서...."
"..."
"나는 좋아. 여튼 제정신은 아닌거잖아? 알아보기 쉬워서 좋아."
좋아좋아라고 연호하는 미친놈. 누가 누구 보고 제정신이 아니라는 건지 모르겠다. 얼굴에 몰렸던 흥분과 핏기가 한꺼번에 가시는 느낌이다. 말을 해도 참 앙증맞게 하는 미친놈이다.
"감정이 가라앉았나 보네. 평소의 얼굴로 돌아왔어. 다행이네."
"..말을 말아야지."
"왜, 말을 말아? 물은 거엔 대답해야지. 요즈음 검 배우고 있냐고."
그는 그렇게 말하며 다 깎은 양파를 착실히 통에 던져넣은 뒤 내 손을 멋대로 잡아 끈다. 그의 금빛 눈이 내 손을 앞뒤로 뒤집으며 꼼꼼히 살펴보았다. 언뜻 대충 훑어보는 것 같은데 그 다음 나온 말이 또 핵심을 찌른다. 정말 정체가 수상한 남자다.
"검술을 막 시작한 어린애의 손이야.“
“...”
“검 배워? 왜 배우는데?"
일단은 손부터 놓으라고, 이야기하려는 찰나 똑똑 소리가 들렸다.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사실 대충 감이 잡힌다) 일단 류부터 내쫓아야겠다고 생각한다. 류는 여전히 내 손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지만, 나는 문 쪽이 신경 쓰인다.
기별도 없이 갑자기 '오늘' 찾아와 저렇게 '경쾌하게' 문을 두드릴 사람은 한 명 뿐이다.
“너 안 가?”
소곤거리면 그가 고개를 젓는다. 누가 오면 노크소리가 나기 전에 어딘가로 휙 사라지곤 했는데.
“오늘은 있을래.”
“나가.”
“...문으로?”
“니 문은 저거잖아.”
창문을 가리켰지만 그는 어깨를 으쓱한다.
‘이 밉살맞은 놈.’
가라고 해도 소용 없겠다. 마음 같아서는 마법으로 창문까지 운반해 떨어뜨려버리고 싶지만, 할 수 없는 건 바라지 않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고. 내쫓는 건 포기다, 이 남자 악력은 알고 있고, 고집이 얼마나 센지도... 싫지만 알고 있다. 변명이나 생각하는 게 현실적이었다.
친구? 노예친구?
이걸 친구라고 칭해야 하다니 짜증난다. 그냥 범죄자라고 할까. 소리 지르면서?
강렬한 유혹을 물리치며 심호흡을 했다.
*
“들어오세요.”
"하영! 잘 있었어?"
내 허락과 함께 문이 빼꼼 열린다. 인사는 경쾌하되, 문은 조심스럽게. 마치 기사처럼 내 의향을 살피며 열린다. 방금 전까지 박자 맞춰 노크하던 아가씨라고는 생각도 못 하겠다. 문 틈으로 윤기나는 검은 머리카락이 찰랑인다.
"히아신스님!"
"언니!"
"...언니!"
"응, 나야!"
3일이었는데도 왠지 오랜만 같다. 편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매일 함께 하던 사람과 떨어졌다 만나니 반가운 마음이 든다.
역시 사람은 좀 떨어져 있어야 해, 라는 괘씸한 생각을 하며 살짝 그녀의 뒤를 건너보았다. 다행히 엘킨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어쩌면 사각지대에 있을지도 모르지만,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된 만큼 다행이었다.
“후후, 우와, 양파냄새.”
“아, 죄송해요.”
“아냐, 역시- 하영이는 부지런해. 오히려, 일하는 사람한테 갑자기 찾아온 내가 나쁘지.”
그녀는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고 류는 조금 알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그런 류와 히아신스의 눈이 맞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 그쪽은?”
“그게.”
노예 마차에서 알게 된 친구...친구예요. 허락없이 놀러오게 해서 죄송해요. 그래, 그게 좋겠다. 죄송하다고. 친구라고 이야기하자...
‘친구라니.’
다시 소름이 돋았지만, 최선의 대답이었다.
"이쪽은-"
“이번에 미룬에서 온 세류 키스톤입니다.”
“뭐?”
“세류, 세류 키스톤? 당신이?”
류가 '세류 키스톤'이라고?
'류'라는 외자 이름이 풀네임을 줄인 걸지도 모르겠다고는 생각했지만- 그 정체는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다.
'류가, 세류 키스톤?!'
키스톤이라면 미룬의 실권자이자 하루드의 축인 게트룬 남작의 오른팔 가문. 세류 키스톤은 내가 알기로는 키스톤가의 차남이다.
“정말?”
류는 나를 빤히 보다가 심드렁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히아신스에게로 다가간다. 그는 여태까지의 가벼운 태도와는 완전 다른, 능숙한 귀족의 예법으로 히아신스에게 인사했다.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이번주 안에, 황궁에 오신다고. 하지만, 왜 하영의 방에?”
“이곳 병원에, 제국의 에메랄드가 올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차피 칼미온과 함께 일할 예정이라 인사차 왔습니다만. 여기 아가씨가 양파 꾸러미를 무겁게 지고 가길래 도와주겠다고 고집을 부렸습니다.”
아가씨~~~??
아가씨라는 말은 처음 만났을 때도 들었던 것 같지만 최근에는 너무 거리낌 없이 하영하영 거려서, 약간 닭살이 돋는다.
뭔가 속은 느낌이다. 지금도 마치 오늘 만난 것처럼 굴고...워낙 뭔지 모를 놈이라 배신이라고까지는 생각 안 하지만. 설마 게트룬 남작 소속이었다니. 그 키스톤 가의 인간이었다니.
‘얘, 하루드야?’
설마가 사람 잡는다더니. 갑자기 살 깎는 일도, 하루드를 지 동네 이름처럼 말하던 것도, 노예마차에 있던 것도 다 이해가 간다. 이거 스파이다.
세류 키스톤이 이 시기에 오는 것도, 그리고 그 남자 자체도 과거가 앞당겨진 탓인지 셀리안의 기억 속에는 없지만.
'세류 키스톤-'
키스톤가는 유명한 무역상이지만 하루드에서는 악명높은 고문광으로 알려져있었다. 그의 손에 걸리면 거짓도 진실이 된다고.
“...”
세류 키스톤이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류가 왜 그렇게 미친놈인지, 상식이 부족한지 조금 알 것 같기도 하다.
“이번 노예마차 건을 함께 조사하게 되었습니다. 내일 정식으로 인사를 드릴 예정입니다만, 먼저 인사 드립니다.”
“네, 설마 노예마차가 ‘미룬’으로 가는 마차였을 줄은, 폐하께서도 매우 놀라셨답니다. 관련해서는 내일 이야기하겠지만...아, 일단은 '하영'을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영'양은 매력적인 여성이니까요. 물론, 내일 자세한 이야기는 하게 되겠지만 ‘미룬’은 키오스의 노예폐지를 지지하고 있고 지금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하루드의 악질적인 이간질이라고 생각됩니다만, 그 건은 내일.”
"..."
대체 뭐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소녀스러운 기사님과 지긋지긋했던 미친놈이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는 너구리와 여우가 되었다.
히아신스도, 류도 가면을 쓴 것처럼 웃으며 서로를 견제한다.
“그런데...뒤에 누가 더 있는 것 같은데요?”
"아."
한참을 생글벙글 알맹이 없는 인사를 나누던 중, 류가 히아신스를 향해 감정 없이 물었다.
*
'올 게 왔구나.'
두 사람을 멍하니 보고 있던 나는 갑자기 정신이 확 들었다. 히아신스는 문을 반즈음 연채로 자신만 들어와 있다. 여기서는 아무도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역시.
마인드 컨트롤이다. 마인드 컨트롤.
“아, 내가 하영하고 둘이서만 인사를 하고 싶어서 그만. 설마 키스톤 님이 계실 줄은 몰랐지만.”
잘 하자,잘 하는 거야.
"엘킨 대장-"
"...엘킨 다이브 님 인가요."
곧, 저벅 하는 걸음 소리와 함께 문가로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푸른 머리카락은 단정하게 하나로 묶여, 푸른 눈동자는 변함없이 청명하게 빛난다.
"칼미온의 수장, 엘킨 다이브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세류 키스톤님."
"놀랍군요. 저야말로 엘프의 고귀한 기사를 만나 영광입니다."
잘 할 수 있어.
“더 인사를 드려야 옳겠습니다만 먼저 한 가지, 양해를 구하겠습니다."
"얼마든지."
잘 할 수...
"감사합니다. 경이 괜찮다면, '윤하영' 양에게 인사를-"
아...
나는 노력했다. 그의 앞에서 추태를 부리고 싶지 않았다.
터질 듯한 심장에 절망해 눈물을 줄줄 흘리거나 아무 말도 못하고 뻐끔거리기 싫어서.
이미지 트레이닝도 했다. 역효과이긴 했지만-
그리고 내 마음에도, 분하지만 내 마음에도 익숙해지려고 노력했다. 셀리안 크레이누 때문이긴 하지만, 내 마음이 윤하영 마음대로 안 되는 걸 인정하고, 엘킨 다이브를, 내가 본 엘킨 다이브만 생각할 수 있도록.
심장이 두근거릴 수도 있다. 마음이 찢어지게 아플 수도 있다. 그럴 수도 있지. 엘킨 다이브는, 과거에 ‘나’였던 사람이 좋아했던 사람인 걸.
나도 좋아한다고 착각할 수도 있다. 절망하지 말고, 당황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엘킨 다이브로.
그렇게 그를 좋아한다고 착각하는 걸 인정하고 내가 본 그날만을 생각하자고
그래서, 생각보다 절망스러움은 덜했다. 덜...했는데.
“다시 인사하겠습니다. 엘킨 다이브입니다. 그렇게 쓰러져, 걱정했습니다만. 건강한 것 같아 다행이네요.”
“...”
“윤하영 양... 이라고 부르면 될까요. 앞으로 칼미온의 식구네요.”
“칼미온의?”
류가 의아함을 입에 담는 것과 동시에, 쿠당탕, 하고- 거짓말 같은 소리가 이명처럼 들린다.
그의 고개가 나를 향해 움직였을 뿐이고. 푸른 눈에 내가 담겼을 뿐인데. 그 뿐인데.
"하영?!"
"??"
"윤하영 양?!"
얼굴이 새빨갛게 변한 채로 그 자리에서 엉덩방아를 찧은 것이다.
============================ 작품 후기 ============================
분명 몇시간 전만 해도 토요일이었는데... 음주가무를 즐기고 돌아왔더니 토요일이 끝나있습니다. 왜때문인가요?;ㅁ;
lokoko 님 // 헤헤, 친구랑 치맥 하고 들어왔는데 코멘이 뙇★ 감사합니다. 제 글 컨셉이 발암이라고 합니다.ㅎㅎ
아탈로 님 // 옛날, 맞춤법의 숲을 헤매는 나무바라기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학교 때 기억은 가물, 귀차니즘은 반짝해 간과하고 있던 맞춤법을 친절하신 아탈로님이 고쳐주셨습니다. 감사하게 잘 고쳤답니다>_/ 복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