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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 패러독스-149화 (149/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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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리안 크레이누가 그의 사랑으로 그 사랑을 파멸로 몰아갈 때,  물뱀의 공주, 에드나는 키도스 미실랭을 셀리안 크레이누로부터 지켜내 떨어뜨린다. 그리고 키도스 미실랭은 영주로서 마법왕의 손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무사히 생을 마감했으며, 에드나는 그 모습을 지켜본 뒤 물뱀의 일족으로 돌아갔다.

*

나는 빠르게 에드나의 손을 잡았고, 달려온 진이 내 손을 잡는다. 하지만, 비늘을 쥔 에드나의 손이, 아니 몸이 더 빨랐다. 그녀의 심장 쪽에 소용돌이처럼 균열이 생겨 그곳으로 비늘을 쥔 에드나의 손이 빨려들어간 것이다.

나와 진의 손도 그대로 비늘을 쥔체 그녀의 심장 쪽으로 끌려들어갔다. 비늘은 빠르게 변색되어 녹빛은 점점 사라지고 더 침침한 어둠으로 물들어 갔으며, 그 오염은 그녀의 물로 퍼져 나갔다.

"에, 에드나-윽-"

검게 변색되었던 손의 아픔보다도, '틀렸다'는 절망이 더 아프다. 이를 사려 물며 비늘을 빼내기 위해 힘을 줬지만 소용없었다. 눅눅하지만 투명했던 에드나의 물이 검게 변색되고 검은 물을 품은 그녀의 몸이 비대하게 팽창해갔다.

“하, 하하- 역시 훌륭해요. 훌륭합니다. 에드나.”

키오후는 그 자리에 굳은 듯 멈춰선 채 웃었다.

“하하, 히히힛. 그겁니다. 당신의 소중한 사람을 빼앗은 자들에게 복수하는 거예요. 그런 찌꺼기 따위의 감언이설에 넘어가선 안 되죠. 그럼요. 그렇고 말고요! 하하하-”

절망적인 광경을 제 일이 아닌 것처럼 바라보며, 기계적으로 웃음을 흘리던 그는 곧 미친 사람처럼 중얼거린다. 고장난 기계 같기도 하고, 마치 익살꾼 같기도 한 비현실적인 조롱이고 흥분이었다.

복수-

셀리안 크레이누의 마법은 ‘죽은 자’도 살릴 수 있다. 그런 마법이 가능한 자는 세상에 그 뿐이지만 제약이 컸다. 일단 물뱀의 호수 만큼 대량의 마나를 가진 대가가 필요했으며, 영혼은 가까이 머물수록 좋았다. 윤회의 고리에 한 번 넘어간 버린 영혼을 데려오려면 어느 정도의 대가가 필요할지, 이 세계에 존재하는 무언가를 대가로 치뤄도 가능이나 할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에드나는 영원히 미실랭을 잃어버린 것이다. 기다리라고 하기에는, 그 거리가 너무 멀어 아득했고 기다림 끝에 만나는 사람이 ‘그 사람’이라고 할 수도 없어서- 특히 그 기다림의 일그러진 모습을 바로 옆에서 본 물뱀의 공주에게 그 허망과 모순은 무엇보다 크게 다가왔을 것이다.

[그는 이미 없잖아?]

그렇게 말한 에드나를, 윤하영은 어떻게 위로해 부활시킬 생각이었는가. 정말로 오만했던 것이다. 아니면 몰려있던 건지도. 아무 근거도 없이,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았기에.

팽창한 물은 그대로 터지듯 나와 진에게 튀기 시작했다.

“말했지 않나요? 에드나도 동의했다고요- 오늘 아침이긴 했지만. 그 아이도 복수하고 싶어한다 했잖아요. 내가, 내가 그 아이를 이렇게 잘 아는데- 하하.”

에드나는 구할 수 없다. 그녀는 구원을 원하지 않는다.

"..."

나는 내 손을 붙잡고 나를 걱정스러운 듯 바라보는 은색 눈동자의 미인을 바라보았다. 그는 에드나에게 손이 잡힌 채 미간을 찌루리면서도 겹쳐진 내 손에 치유마법을 걸고 있었다.

'대체 뭘 하는 건지-'

나는 방향을 바꿔 진의 손을 밀어낸다.

“하영?!”

검게 검게, 물들이 변색되어 간다. 키오후는 검게 변한 물을 피해 몸을 공중으로 부유시킨다.

“역시 당신이 문제입니다. 에피룬의 찌꺼기. 그 비늘이 제 손에 있었다면 이런 일까지 있진 않았을 텐데. 호수가 넘치고 있어요. 그것도 이렇게 검어진 호수가- 당신이 이 나라를 멸망시키는 겁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당신이- 검은 호수라니, 이런 불길한, 이런 더러운.  흐흐흣.”

소망실현을 생각하며 황금의 고리를 번갈아 본 나는 진을 밀어내길 소망했다. 다행히 내 소망이 먹혀, 나에게 밀린 진은 나를 둘러싼 황금의 고리에 튕겨나가 에드나로부터 떨어졌다.

다행인 일이었다.

“진, 도망쳐요. 도망치세요!”

"!"

“재앙, 재앙입니다. 당신이 나쁜 거예요. 아, 그래- 이건 다른 이야기지만, 저도 이 저주가 무사히 마법왕의 눈을 피할 줄은 몰랐습니다. 사실 그때 마법왕은 제 정신이 아니었어요. 용들이 당신이 납치한 날이었나요. 당신이 곁에 없어서-였던 거겠죠. 필시.”

손이 아프다. 완전히 빨려들어가지 않도록 황금의 고리는 내 손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그 애매한 조임에 반즈음 타버렸던 손은 부서질 것 같이 아파왔다. 진이 치료를 걸긴 했지만 도중에 거부했기에 어중간하게 상처가 남아 있었다. 다치지 않은 다른 손을 뻗어 나는 마저 비늘을 잡았다. 내가 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점점 에드나의 물에 동화되는 듯한 비늘을 조금이라도 멈출 수 있길 바랐다.

"결국 에드나의 부활을 방해한 것도 당신이란 이야기가 되겠네요. 하아, 정말이지-"

진이 도망칠 때까지 버티면, 버티면-

‘그 다음 따위 몰라.’

그저 진이 먹혀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렌을 삼키던 물을 생각해냈다. 더군다나 색, 검은 물의 색이 더더욱 불길했다.

그러니, 지금은 그의 도망이 최우선이다.

내 안의 밑바닥에 자리잡고 있던 황금색 무언가가 에드나의 몸으로 삼켜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그조차 모른 척 하고, 오로지 진에게 외친다.

“진! 도망쳐요!"

하지만 진은 움직이지 않았다. 눈을 부릅 뜨고 나를 보고 있다. 나는 그가 다시 다가올 것 같은 불안을 느끼며 목소리를 높인다.

"진!!! 도망쳐요. 도망쳐!"

내 안에 남아있던, 끝의 끝까지 쥐어짜지는 느낌이 위험하다고- 진보다도 윤하영은 그걸 신경써야 한다는 경고가 머릿속을 채우지만, 나는 진이 다가오는 걸 더 위험하게 절박하게 느꼈다.

윤하영이 생물로서 느끼는 생명의 위협이 당장 에드나로부터 손을 떼야 한다고 외치고 있었지만 말이다.

진은 검은 물을 바라보고 나를 보았다. 그 다음에 멀리 허공의 어딘가를 보았다. 그의 눈에 강한 의지가 실린다.

“진?”

그가- 내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

"진?"

진은 간신히 벌려두었던 에드나와 그의 거리를 스스로 좁혀왔다. 나와 진이 가까워진다.

"도망치라니까!! 며, 명령이에요!”

“...”

“난, 에피룬이잖아!!! 내 말을 들어!!”

다가온 그에게로 일제히 검은 물들이 엉겨붙었지만 그의 붉은 날개가 펴지고 그것이 물들을 튕겨냈다. 물을 튕겨내며 그는 거침없이 내게로 온다.

“하, 에피룬, 에피룬이라고 하네요. 우습지 않습니까. 에드나- 얘야. 지금의 너라면, 이 키오스- 그 붉은 용도, 셀리안 크레이누에게 비호 받는 그 더러운 계집도 놓치지 않을 게다-”

물을 튕겨내며 내게로 다가온 그가 다시 한 번 내 손 쪽으로 손을 뻗는다.

"진!!"

“확실히 우습네.”

하지만 내 손을 잡지는 않았다. 잡은 건 에드나의 심장에 박힌 검은 비늘이다. 정화되었던 녹색은 티끌만큼만 남아 이제 완전히 검게 변색된 검은 비늘을, 내 손을 교묘히 피해 그가 잡았다. 진의 손에 물들이 일제히 달라붙는다. 그는 더 이상 그것을 튕겨내지 않았다.

“넌 에피룬이 아니야. 윤하영이지.”

“진?”

“아직 나를 감싸려면 한참 멀었어. 이 애송이 계집아.”

진이 나를 보며 미소 짓는다. 미소짓고 고개를 들어, ‘안나’가 있는 쪽을 보았고 곧 힘껏 비늘을 뽑아낸다. 그 힘에 에드나의 몸이 완전히 터져버려 흙탕물 같은 검은 물이 첨벙, 하는 소리와 함께 나와 진을 덮치고 우리는 아직 남아 있는 에드나의 형체를 관통했다.

*

황금의 고리가 물방울처럼 나를 감싸고 나는 에드나를 관통해 그녀의 몸에 삼켜지지 않고 통과된다.

비늘은 내 손으로부터 미끄러져 나간다. 진이 힘껏 내 손으로부터, 에드나의 몸으로부터 비늘을 빼냈기 때문이다.

"윽-"

고개를 들면, 나는 그녀의 몸을 관통해 바닥에 엎어졌지만 진은 아니었다. 똑같이 물에 의해 덮쳐졌지만 나와 달리 그녀의 몸은 진을 용서없이 삼켜가고 있었다.

“아, 안돼.”

벌떡 일어서서 그녀에게로 다가간다. 그녀에게 삼켜진 진을 잡으려 했지만 이제 그것이 불가능했다.

황금의 고리 이전에, 검은 물이 한순간 손이 되어 나를 밀어낸다. 에드나의 손 같기도 하고 렌의 손 같기도 한 그런 것이었다. 그리고 반이상 삼켜져 있던 진의 손도 그녀를 도와 나를 밀어냈다. 밀어내자마자 황금의 고리가 키오후와 마찬가지로 나를 공중으로 띄운다.

“시, 싫어-”

공중에 뜬 채로 나는 소망했다. 에드나가 가르쳐 준 대로, 진이 가르쳐 준대로 소망을 이야기하지만 이번엔 통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나는 나를 어떻게 보호할지조차 선택하지 못한 채, 아무도 구하지 못하고 그저 보호받고 있었다.

“당신에게는 무리라니까요.”

완전히 평정을 되찾은 목소리가 바로 곁에서 들려왔다. 공중에 몸을 띄운 채로 키오후가 내 곁에 다가온 것이다.

“당신은 위대한 영혼의 찌꺼기일 뿐이니까요. 당신은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아, 하나 있군요. 위대한 영혼의 마음이나 위로하는, 더러운 찌꺼기라는 거.”

“닥쳐.”

“...그, 그 꼴로 잘도 이야기하는군요. 곧 죽을 송장이-”

에드나에게 빨려들어가며 진이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이쪽을 노려보고 키오후가 불쾌한 듯 혀를 찼다.

“정말, 대단하군. 공주의 복수는-”

그 말을 체념처럼 중얼거리며 진은 괜찮다는 것처럼 나를 보았지만-

“진!!!”

곧 안나의 목소리가 비통하게 진을 부르고 그걸 기점으로 진은 완전히 물에 삼켜져 버렸다.

============================ 작품 후기 ============================

귀염둥이a님 후원쿠폰 감사드립니다! 우리 귀염둥이님 부둥부둥! 제 나뭇잎을 타고 놀도록 하세요!(<<)

리젯트 님 // 하영의 미숙함, 성숙함과 상관없이 에드나가 거부한 거라고 해야 할까요. 그녀를 타락시킨 건 키오후지만, 그 타락에 순응한 건 에드나니까요. 하영이 아무리 설득해도 에드나는 삶을 선택하지 않을 거라서...;

lokoko 님 //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ㅁ 열심히 써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체셔빈 님 // 꽁냥 거리는 장면을 많이 만들어야 하는데 꽁냥의 에너지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지구의 모든 꽁냥들아 내게 힘을 줘... 죄송합니다, 월요일 야근으로 제가 미쳤습니다...o-<-< 에드나는 결국 구원하지 못했고, 진은 쭉었고, 셀리안은 류랑 놀고 있고(셀리안이 류 루트를 타고 있습니다.+ㅁ+;;), 엘킨은 ...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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