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제리 연구원 -37-
“좋은 아침!”
다음날 아침 사무실로 들어서던 강현희 팀장의 입에서는 근래 듣기 힘들었던 매우
경쾌하고도 높은 고음이 흘러나왔다.
날씨가 많이 풀린 탓이었겠지만, 코트를 벗어던지고 분홍색 투피스 정장을 차려입은 그녀의
모습은 매우 화사하고도 산뜻해 보인다.
“팀장님! 어서 오세요.”
“응. 나대리! 일찍 나왔네요.”
“어머, 오늘은 일찍 나오셨네요. 어서 오세요.”
“어, 한부장님도 일찍 나왔네요. 날씨가 많이 따뜻해 졌죠?”
언제나 강한 카리스마를 발산하는 강현희였기 때문에 모두들 의아한 눈치였으나
어찌 되었든, 상관의 아침 기분이 상쾌하다는 것은 쾌적한 하루일과를 보장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뭐, 재미난 일이 없을까 이리저리 고개만 기웃거리고 있던 호준도 잽싸게 일어나서는
섹시하면서도 카리스마가 넘쳐나는 멋진 상관을 향해서 넙죽 인사를 건넸다.
“팀장님! 어서 오십시오. 매일 아침마다 출근하시느라고 정말 노고가 많으십니다.”
제 딴에는 꽤나 유머가 넘치는 인사였다고 생각했는데, 그를 바라보는 강현희 팀장의
화사하던 얼굴은 이내 단단하게 굳어지는 것이 아닌가.
그녀의 입에서 나온 답례라는 것은 매우 형식적이면서도 떨떠름하기만 했다.
“어, 그래요...”
어, 그래요 라니...내가 또 뭐, 실수라도 저질렀나?
무안해진 호준이 자신도 모르게 뒷머리를 긁적이면서 다시 자신의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털썩 주저앉는 순간, 그의 모습을 지켜보던 김영희와 김희선 주임이
킥.킥 웃으면서 동시에 강현희에게 인사를 건네자, 호준을 대할 때의 그 떨떠름한 표정은
이내 사라져 버리고 강현희의 얼굴에서는 또 다시 상냥한 미소가 떠오르는 것이었으니,
“아가씨들! 어제 밤에는 좋은 꿈 꿨어요?”
이런, 젠장. 이건 또 웬 부당한 성차별이람?
같은 성씨라면 성차별 보다는 차라리 한수진 부장처럼 무지막지한 성폭력이나 행사해
줬으면 하는 부질없는 생각을 하면서도 팀장실로 들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에서 도무지
눈을 뗄 수가 없다.
히야, 저 육감적인 엉덩이라니.
어떻게 저런 작고 타이트한 스커트 속에 강현희의 크고 육감적인 엉덩이가 비집고
들어갈 수 있는 것일까? 하는 궁금한 마음도 생겨난다.
“이봐요! 백대리님! 책상위에 침 떨어지겠어요.”
귓속에 소곤거리는 김영희의 목소리에 놀라서 퍼뜩 정신을 차려보니, 그녀는 언제
그런 적이 있었냐는 듯 짐짓 딴청을 부리는 것이 아닌가.
이, 이론. 망할 계집애 같으니라고.
눈을 한번 크게 부라려봤지만, 돌아온 것은 날름 내밀어진 그녀의 선홍색
혓바닥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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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에 앉은 강현희의 심장이 두근두근 떨렸고, 볼에 살그머니 손을 얹어보니,
화끈 닳아 오른 뺨의 온도가 손바닥 전체에 느껴졌다.
‘내, 내가 왜 이러지?’
아침에 집을 나설 때까지만 해도 평소와 다르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다만, 화장대 앞에 앉아 있었던 시간이 평소보다 조금 더 길었을 뿐이고, 엉덩이까지
감싸주는 팬티스타킹 대신에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밴드스타킹을 신고는 섹시한
가터벨트를 착용했을 뿐이다.
늘 즐겨 입던 럭셔리한 검은색 정장을 화사한 분홍색으로 바꿔 입은 것도
검은색 정장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왠지 권위적이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마음의 변화였고,
그리고 그 작은 변화들은 겨울답지 않게 갑자기 따뜻해진 화사한 날씨 때문이려니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왜? 그를 보는 순간, 이렇게 심장이 뛰는 것일까?
그의 얼굴을 마주보는 순간, 갑자기 화장실에서 엿들었던 그 짜릿한 기억이 떠오르는 것은
또 무슨 망측한 일이냔 말이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릿속이 어수선하기만 한데, 돌연 사무실 문이 덜컥 열리면서
김희선 주임이 들어섰다.
“팀장님! ND홈쇼핑에서 전화가 와서 팀장님께 연결했는데, 전화를 안 받으셔서...”
“으응? 그, 그래요?”
물끄러미 전화기를 바라보니, 마치 젖 달라고 보채는 어린 아기처럼 요란스럽게 울어대고
있었는데도 전혀 못 들은 것이 아닌가.
‘이런, 내 정신 좀 보라지.’
“알았어요. 나가 보세요.”
김희선 주임에게 손짓을 보내자, 그녀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돌아서는데, 한껏 솟구친 어린 김희선의 탱글탱글한 엉덩이가 묘한 질투심을 유발하는
것이 아닌가.
“예. 강현희 팀장입니다.”
습관적으로 수화기를 들면서 자신의 이름을 밝히자, 상대편의 간단한 인사가 건너왔고,
대화내용은 강현희의 짐작대로 출시될 제품의 광고 건이었다.
“......”
“오늘 밤 10시에 촬영을 한다고요?”
“......”
“생각보다 빨리 진행되는 군요.”
“......”
“예? 우리 백대리요?”
“......”
“아, 독고 빈양이 원하는 것이라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지요...”
“......”
“예. 수고하세요.”
간단한 대화 끝에 통화는 끝이 났지만, 강현희는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영문인지
의아할 뿐이었다.
생각보다 빨리 진행된 촬영 스케줄은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는데, 왜 독고 빈이
백호준 대리를 스튜디오로 불러달라고 요청한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더구나, 그가 없으면 촬영을 하지 않겠다고 까지 얘기했다지 않는가.
‘설마, 독고 빈하고 백대리가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 혹시 먼 친척이라도 되나?’
설사 친척이라고 하더라도 아직 나이 어린 독고 빈이 속옷 차림으로 촬영을 하는 것도
힘든 일일 텐데, 젊은 남자에게 자신의 속옷 입은 모습을 구태여 보여줄 까닭이
없지 않은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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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할 수 없는 일은 연거푸 발생했다.
갑자기 걸려온 대학 동창생의 연락을 받고, 그녀를 만가기 위해서 잠깐 사무실을 비웠다가
다시 돌아왔을 때에는 모든 직원들이 점심식사를 하러 나갔기 때문에
사무실이 텅 비어 있었다.
홈쇼핑 광고 건으로 인해서 본사에 보고해야 될 문건이 있었기 때문에 아래 직원들을
기다리느니, 차라리 직접 찾아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혼자 서류창고에
들어가서 책장을 뒤적이고 있을 때였다.
왜 숨어야만 했는지는 설명할 수 없었지만, 복도에서 들려오는 남녀의 은근한 속삭임을
듣는 순간, 강현희는 자신도 모르게 첩첩이 쌓여있던 책장의 맨 뒤 칸 창문 쪽으로
자신도 모르게 몸을 숨기고 말았던 것이다.
살그머니 손잡이가 돌아가더니 서류창고로 누군가 들어서는 기척이 느껴진다.
그리고 들려온 목소리.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진정되었던 가슴이 또 다시 울렁거리는
것이었으니,
“누가 오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요?”
나직하면서도 굵은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백호준 대리가 아니던가.
“그러니까, 얼른 하면 되잖아. 나 요즘 자기 못 봐서 너무 힘들었단 말이야.”
백호준 대리의 담담한 목소리와는 달리 여자의 목소리에서는 조바심이 잔뜩 묻어나오는
끈적거리는 음성이었다.
그런데, 이 목소리는? 설마 한수진 부장!
맙소사! 도대체 이게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이야?
어제 화장실에서 엿들었던 김희선 주임과 백호준대리의 행위도 충격이었지만, 그나마
젊은 남녀였으니까 나름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한수진 부장은 자신과도
겨우 두 살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는데, 설마 막내 동생 같은 백대리와 저래도 된다는
말인가?
어쨌거나 터질 것만 같은 심장을 간신히 진정시키면서 귀를 쫑긋 곤두세우고 있자니,
두 남녀의 대화는 계속 이어진다.
“저번에도 유대리한테 들켰잖아요. 또 다른 사람한테 들키면 어떡해요?”
“흥. 그래서 안 하겠다는 소리야? 어리고 탱글탱글한 젊은 영계 맛을 보니까, 이젠 나이 든
아줌마가 싫다고?”
“여, 영계는 무슨...”
“잡아 땐다고 내가 모를 줄 알아? 독고 빈도 건드렸지? 순, 바람둥이 같으니라고...”
뭐라고? 백대리가 독고 빈을?
몰래 엿듣고 있던 강현희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오전에 사무실로 걸려온 전화가 아니었다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웃어넘길 일이었지만,
새삼 한수진 부장의 얘기를 엿듣다보니, 그것이 사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독고 빈이 누구란 말인가? 남자라면 늙은 사람이나 젊은 사람이나 모두들
그녀의 귀여운 매력에 빠져서 난리가 났을 만큼 인기가 대단한 대스타가 아니던가?’
강현희의 마음속에서 이제까지 평범하다고만 여겼던 백대리의 얼굴이 갑자기 영국의
왕자라도 되는 것처럼 귀티가 나는 듯 느껴지는 이유는 또 무슨 까닭이란 말인가.
조금이라도 더 엿들으려는 강현희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기라도 할 것처럼 한수진과
백대리의 대화는 조금 더 이어졌다.
“내가 무슨 재주로 독고 빈을 건드려요? 그 애가 어디 보통 아이입니까? 대스타잖아요?”
“흥. 대스타면 뭘 해? 자기 마술에 한번 걸리면 바로 끝나는 거지.”
마술? 무슨 마술? 백대리가 언제 마술을 배웠나?
“정말, 오해라니까요.”
“흥. 거짓말 하지 마! 유대리도 나랑 같은 생각이라고 하던 걸. 뭐.”
“아휴. 아니라니깐 정말 왜들 이러실까...”
“안이든 밖이든 상관없어. 난 벌써 젖어서 이렇게 흥건하단 말이야. 한번 만져 봐.”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던 강현희가 끝내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책장 뒤에 숨어서
고개만 살짝 내밀었을 때에, 한수진은 벽에 등을 붙인 상태로 자신의 팬티와 스타킹을
스커트 아래로 끄집어 내리고 있었다.
늘 요조숙녀처럼 단아한 모습만을 보이던 그녀가 저렇게 적극적인 면이 있었단 말인가.
강현희의 목구멍으로 마른침이 꿀꺽 넘어갔다.
속옷을 재빨리 벗어버린 한수진이 자신의 스커트를 양손으로 들어 올린 자세로 두 다리를
양쪽으로 한껏 벌리고 서 있자, 마치 넋 나간 듯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백호준이
그녀의 다리 사이에 무릎을 꿇으면서 주저앉는 것이었다.
“부, 부장님!”
한수진의 엉덩이를 거칠게 움켜잡은 호준의 입술이 돌연 그녀의 사타구니 사이에 파묻혔고,
한수진의 입에서는 끈끈한 신음소리가 배어나온다.
“아흑...좋아!”
할짝. 할짝.
백호준의 머리가 들썩일 때마다 스커트 자락을 움켜쥔 한수진의 몸이 이리저리 비틀어지는
모습은 얼마나 외설적인 자태란 말인가.
‘이런, 또?’
부하직원들이 몰래 숨어서 하는 섹스를 하루도 아니고 이틀이나 연거푸 엿듣게 되다니.
이걸 운이 좋다고 해야 하나? 운이 없다고 해야 하나?
물끄러미 훔쳐보던 강현희의 오른 손이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스커트 속으로 숨어들었을
때에 그녀의 손바닥에서는 이미 흥건하게 젖어버린 팬티가 축축하게 느껴졌다.
‘하아...난 몰라...’
어제 화장실에서 엿들었던 섹스도 평생 잊지 못할 만큼 자극적인 것이었는데, 지금은
아예 두 사람의 모습을 훔쳐볼 수 까지 있으니 더 할 나위가 있으랴.
강현희의 손가락이 자신의 팬티를 거칠게 제치면서 열린 공간 속으로 파고들자,
때마침 한수진의 사타구니에 파묻혀서 정신없이 그녀의 옹달샘을 핥아먹던 호준이
허겁지겁 몸을 일으키면서 자신의 허리띠를 풀어 헤치는 것이 아닌가.
“부장님! 돌아서세요.”
“아흥...알았어...”
자신의 스커트자락을 움켜잡고 있던 한수진의 손이 벽을 짚은 상태로 허리를 숙이자,
같은 여자가 보기에도 너무나 매력 있어 보이는 희고 풍만한 엉덩이가 부끄러움도 없이
불룩 내밀어지는 것이었으니, 지켜보던 강현희가 오히려 민망할 만큼 노골적인 자세가
아니냔 말이다.
‘하아...부, 부끄럽지도 않은가. 막내 동생 같은 남자 앞에서...’
그런 생각이 떠올랐지만, 오히려 그녀의 손가락은 자신의 깊은 동굴 속으로 더욱
거칠게 틀어박히는 것이 아닌가.
찔꺽...찔꺽...
바지를 발목까지 끄집어 내린 호준이 팬티마저 끄집어 내리자, 불끈 솟은 그의 딱딱한
물건이 발작을 하듯 튀어나왔고, 나오자마자 기세 좋게 끄떡거리는 것이었으니,
훔쳐보던 강현희의 붉게 충혈 된 눈동자는 마치 최면이라도 걸린 것처럼 호준의 물건에서
도무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하아...어, 어쩜 좋아...하아아...’
강현희의 또 다른 손바닥이 그녀의 블라우스 섶으로 숨어들어서 자신의 유방을 거칠게
움켜줬을 때, 호준도 그의 물건을 움켜쥐고는 한수진의 엉덩이 뒤쪽에서 삽입을
시도하는 모습이 보였다.
“아흐응...빠, 빨리...”
한수진의 매력적인 엉덩이가 재촉이라도 하는 것처럼 크게 흔들렸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강현희의 눈동자에서 부러움 반 시샘 반의 강한 질투심이 떠올랐다.
‘이런, 얄미운 요부 같으니라고...하아앙...’
호준이 삽입을 해주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빨리 삽입을
해서 그 울퉁불퉁 미끈거리는 물건으로 한수진의 동굴을 거침없이 짓뭉개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조바심도 밀려들었다.
“부장님 엉덩이는 언제 봐도 매력적이에요.”
한수진의 엉덩이를 홀린 듯 쳐다보고 있는 백호준의 눈동자가 마치 강현희 자신의 엉덩이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야릇한 착각도 밀려들었다.
“아흥...빨리 넣어!”
“예. 갑니다요.”
호준의 단단하게 팽창된 귀두가 한수진의 엉덩이 사이로 거칠게 돌진하는 순간,
그 크고 단단한 물건이 마치 자신의 깊은 동굴 속으로 무참하게 돌진하는 것 같은 후련함이
밀려드는 것은 또 무슨 이유인지.
‘하아...너무 좋아...미칠 것 같아.’
한수진의 양쪽 허리를 움켜잡고 리드미컬하게 왕복운동을 하는 호준의 엉덩이가
무척이나 단단하다고 생각하면서 강현희의 손가락은 자신도 모르게 호준의 엉덩이에
맞춰서 그녀의 동굴을 들락날락하고 있었다.
찔꺽...찔꺽...
‘하아...하아...’
한수진의 허리를 붙잡고 있던 호준의 손은 어느새 한수진의 양쪽 유방을 주물러 댈 때에는
마치 강현희 자신의 유방이 그의 손아귀에 잡혀서 거칠게 주물려지고 있다는 착각도
들었다.
“헉...헉...”
빠르게 왕복운동을 하고 있는 호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거친 신음소리 역시
마치 자신의 귓속에 퍼부어지는 것처럼 뜨겁고 간지러운 느낌이 밀려들었다.
“자, 자기야! 너무 좋아...”
“부, 부장님! 나도 좋아요.”
“아흐응....”
“헉...헉...”
누가 갑자기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이 두 남녀의 행위를 빠른 절정으로 내몰고
있는 듯 보였고, 두 남녀의 섹스는 빠르고 거칠게만 느껴졌다.
“자, 자기야! 나 벌써 올랐어.”
“헉...나, 나도...”
“아흐응...난 몰라...아흐응...”
연신 몸을 비틀어 대던 한수진의 몸이 어느 순간, 경직된 듯 빳빳하게 굳어졌다고 느꼈을
때에 잔뜩 힘을 주고 있던 호준의 엉덩이가 무언가에 부딪쳤다가 튕겨 나오듯이
한수진의 몸에서 분리되는 것이 아닌가.
한수진의 동굴 속에 깊이 틀어박혀 있던 호준의 물건이 그녀의 애액을 온통 뒤집어 쓴 탓에
무척이나 반들반들 빛난다고 생각한 순간, 그의 귀두에서 울컥울컥 정액이 솟구쳐 나왔다.
“헉...”
“아흑...”
호준의 귀두에서 뿜어져 나온 정액이 한수진의 엉덩이에 철썩 눌러 붙더니, 연속에서
뿜어진 정액이 한수진의 들어 올린 스커트 자락과 심지어는 정장 윗도리에 까지 눌러
붙었다.
역시 젊은 남자의 사정이라서 그런지 힘이 넘치는 광경이었던 것이다.
“이런...”
호준이 난감한 목소리를 내뱉자, 숨을 몰아쉬던 한수진도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고는
정장 상의를 벗어서 상태를 확인하고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화장지로는 안 되겠다. 물로 닦아야지. 나 먼저 나갈 테니까 자기는 조금 있다가
나와!”
휴대용 화장지로 대충 뒤처리를 끝낸 한수진이 호준의 볼에 쪽 소리가 나도록
입을 맞추더니 서둘러서 창고를 빠져 나가는 것이 아닌가.
“하여간, 여자들이란...”
혼자 남아있다고 생각한 호준이 씁쓸한 표정을 지으면서 한수진에게서 건네받은 휴지로
자신의 물건에 남아있는 열락의 흔적을 닦아내려고 하는 순간, 그의 귓속에 무언가
이상한 기척이 들리는 듯 했다.
그것은 누군가 헐떡이는 숨소리를 억지로 참는 듯 매우 힘겨우면서도 간헐적인
울림이었다.
‘뭐, 뭐야? 안에 누가 있었나?’
당황한 호준이 발목까지 흘러내린 팬티와 바지를 최대한 조심스럽게 추켜올리면서
조심스럽게 다가섰을 때, 그는 눈앞에서 벌어진 상황은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것이었고,
그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티, 팀장님!”
눈을 지그시 감은 체, 쭈그려 앉은 강현희 팀장의 양쪽 손은 각각 자신의 스커트 자락 속과
블라우스 섶 사이를 안타까운 듯 헤매고 있었으니, 그녀의 입에서는 끙끙 앓는 것 같은
신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것이다.
“어, 어멋!”
깜짝 놀라고 당황하기는 강현희도 매한가지였으리라.
하지만, 두 사람의 눈동자가 마주친 그 순간이 하필이면 그녀의 욕망이 최고절정으로
치닫던 바로 그 꼭짓점 일 줄이야.
“아흐응...”
신음을 쏟아내던 강현희의 얼굴이 자신의 온 몸을 쥐어뜯는 강한 쾌감 탓인지,
그 내밀한 현장을 들켜버렸다는 당혹감 탓인지 울듯 말듯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란제리 연구원 -38-
‘이, 이런...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얼떨결에 머리를 조아리고는 재빨리 그곳을 빠져나오기는 했지만, 호준의 가슴은 여전히
쿵쾅거렸고, 머릿속은 수만 가지의 생각이 뒤섞인 듯 도무지 정리가 되지 않았다.
무작정 화장실로 뛰어들기는 했지만, 그는 텅 빈 화장실 안에서 마치 술에 취하기라도 한 듯 정신이 아득하기만 했던 것이다.
강현희가 누구인가.
자신이 몸을 담고 있는 연구팀의 최고 책임자이며, 또한 늘 강한 카리스마로 직원들을
압도하기 때문에 언제나 그녀 앞에만 서면 밀려드는 중압감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위압감을 맛보곤 하지 않았던가.
그런 그녀가 마치 발정 난 암캐처럼 자신의 눈앞에서 자위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다니.
더구나, 자신과 눈이 마주친 상황에서도 밀려드는 쾌감을 견디지 못하고, 젖가슴을
쥐어짜면서 숨을 헐떡이지 않았는가.
그 모습을 다시 떠올렸을 때에야 호준은 자신의 물건이 너무 놀라고 당황한 까닭에
이제까지 기죽은 듯 꼼짝도 하지 않고 숨어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씁쓸한 미소를 짓고
말았다.
‘그나저나 앞으로 강현희 팀장 얼굴을 어떻게 마주 본다지?’
분명히 자신과 한수진 부장이 가졌던 섹스장면을 목격한 것이 틀림없으리라는 확신이
들었지만, 그녀 또한 자신에게 보여서는 안 될 장면을 들키고 말았으니, 이런 것을 두고
피차일반이라고 해야 되는 건지, 뭔지.
어쨌든 서로 간에 보여줘서는 안 될 장면을 보여준 꼴이 되었으니, 자신과 한수진 부장간의
일이 도마 위에 오를 필요는 없겠다는 안심은 되었다.
아니, 늘 자신과는 전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것처럼 상대하기 어려웠던 강현희 팀장도
알고 보니 일반 여자와 별로 다를 것도 없다는 자신감까지 밀려들었다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이리라.
‘뭐, 될 대로 되라지.’
화장실에서 대충 마음을 정리하고, 한수진과의 사이에서 벌어졌던 섹스의 흔적을 지우고,
옷매무새를 단정하게 정리한 다음에야 아무렇지도 않은 척 사무실로 들어갈 수 있었지만,
점심시간은 이미 한참을 넘긴 다음이었다.
“무슨 일 있었어요? 왜 이렇게 늦었어요?”
“일은 무슨 일, 그냥 전화 통화 좀 하고 오느라고 그랬지.”
늘 호준을 긴장 속으로 몰아넣는 김영희가 의아한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지만, 호준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어깨를 으쓱하면서 대답할 여유까지도 생겨났다.
“참, 팀장님이 오늘 저녁 9시까지 MD홈쇼핑 스튜디오로 가 보라던데요?”
“누구? 나?”
“그럼, 내가 지금 백대리님한테 얘기하는데, 백대리님이 아니면 누구겠어요?”
“그걸 왜? 나한테 직접 얘기하지 않고?”
“나도 모르죠. 팀장님도 조금 전에 들어오셨는데, 밖에서 안 좋은 일이 있으셨는지
표정이 무척 어둡던데요.”
김영희가 무언가 냄새를 맡으려는 듯 바짝 다가들면서 눈빛을 빛내고 있었지만,
이 말라깽이 아가씨의 심리전에 말려든다면 이야기가 한도 끝도 없으리라.
“팀장님 기분이 어떻든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까라면 그냥 까면 되지.”
지레 겁을 집어먹은 호준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꼬리를 잘라내면서 책상위에 펼쳐진
서류뭉치로 눈을 돌린 다음에도 그녀의 눈초리는 한참동안이나 그의 얼굴에 머물러
있는 것이 느껴졌다.
“아가씨! 남의 일 따위는 신경 쓰지 마시고 하던 일이나 마저 하시지 요.”
참다못한 호준이 한바탕 빈정거림 다음에야 샐쭉해진 김영희가 코웃음을 치면서 돌아선다.
“흥. 내가 뭐, 백대리님한테 관심이 많은 줄 아나보죠. 별꼴이야,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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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게 몇 번째야!”
오후 근무시간 내내 팀장실로 연신 호출되어서 불려 다니던 한수진 부장이 급기야 짜증을
내면서 결재 판을 책상위로 내던지고는 털썩 주저앉는다.
“아침까지만 해도 기분이 좋아 보이시던데, 갑자기 왜 저러실까?”
김희선 주임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한수진을 위로했지만, 이미 서너 차례나
팀장실을 들락거린 한수진에게 그것은 위로가 될 리 만 무였다.
“낸들 알 수가 있나! 집에서 기르는 똥강아지도 이렇게 뻔질나게 부르지는 않겠네...”
직원들 앞에서 늘 다정한 미소를 지으면서 마치 큰 언니라도 되는 늘 그녀들의 편에
서곤 했던 한수진 부장이 저렇게 지친 모습을 보이자, 사무실 분위기는 차갑게 가라앉았고,
직원들도 모두 불안한 표정이었다.
‘이런, 젠장. 너무하잖아. 뭐, 살다보면 서로 실수를 할 때도 있는 거지.’
강현희 팀장이 왜 저렇게 히스테리를 부리는지 알고 있는 것은 오직 호준뿐이었지만,
그렇다고 다른 직원들에게 사정 얘기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
‘이것 참, 답답한 노릇이로군.’
이렇게 분위기가 요상 야릇하게 돌아갈 줄 알았다면, 차라리 아까 서류창고에서 강현희에게
약물을 사용할 걸 그랬다는 때 늦은 후회가 밀려들었지만, 이미 버스는 떠나간 다음이었다.
띠리링...띠리링...
사무실에서 또 다시 키폰이 요란하게 울렸고, 수화기를 든 나수정 대리의 목소리가
옆에서 듣기에도 안쓰러울 정도로 기가 죽은 듯 느껴진다.
“아, 예...송차장님이요...알겠습니다.”
수화기를 내려놓은 나수정 대리가 미안한 표정으로 송주희 차장을 쳐다보자, 안경을 쓴
가녀린 그녀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는 것이 아닌가.
“이번에는 내 차례야?”
“예, 작년 기획철 갖고 팀장실로 들어오시래요.”
“어머, 어떡해! 아직 정리도 다 못했는데...”
겁에 질린 송주희 차장이 마치 구원을 요청하듯이 한수진 부장을 쳐다봤지만, 그녀라고
별 도리가 있었겠는가. 말없이 고개만 저을 뿐이었으니.
“갑자기 웬 줄초상이람...”
송주희 차장이 자신의 캐비닛을 뒤적거리느라고 한바탕 난리를 피우자, 옆에 앉아있던
유경희 대리가 속상한 듯 중얼거렸지만, 나머지 직원들은 서로 자신의 업무를 챙기느라고
그녀의 말 따위를 귀담아 듣는 이는 없는 듯했다.
조마조마한 걸음걸이로 팀장실에 들어갔던 송주희 차장은 20여분 정도 지난 다음에야
팀장실에서 나왔지만, 그녀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 굴 것처럼 침울한 표정이었다.
“차장님! 괜찮으세요?”
보다 못한 김희선이 걱정스런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지만, 몹시도 속이 상한 듯
송주희 차장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띠리링...띠리링...
연속해서 키폰이 울려댔지만, 직원들은 서로 눈치만 살필 뿐 급기야 전화를 받는 것조차
꺼리는 분위기가 되고 말았다.
“예...백호준 대리입니다.”
상황을 보다 못한 호준이 수화기를 들었지만, 전화기는 덜컥 끊기는 것이 아닌가.
띠리링...띠리링...
다시 수화기를 들었지만, 상황은 매한가지였다.
띠리링...띠리링...
“예...유경희 대리입니다...아, 예...알겠습니다.”
반대편에 앉아있던 유경희 대리가 전화를 받았을 때에는 통화에 아무런 지장이 없었으니,
수화기를 내려놓은 유경희 대리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호준을 노려볼 수밖에.
“백대리님! 팀장님한테 뭐 잘못한 것이라도 있어요?”
“내, 내가 뭘요...”
호준은 아니라면서 펄쩍 뛰는 시늉을 보였지만, 그에게 쏠린 직원들의 따가운 눈총은
도무지 돌아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흥. 없기는 뭐가 없어요! 잘 생각해 봐요!”
자신의 캐비닛을 뒤적여서 서류뭉치 몇 권을 꺼내든 유경희 대리가 원망 섞인 목소리로
호준을 닦달했다.
“없다니까요...”
호준은 손까지 내저으면서 극구 항변을 했지만, 그에게 쏟아진 직원들의 원망을 벗어날
도리는 없는 듯했다.
“하여간 문제아라니깐.”
크게 눈을 흘긴 유경희 대리의 풍만한 엉덩이도 팀장실로 다가설수록 점차 왜소해지는
느낌이었으니,
‘이런, 젠장! 도대체 나 보고 어떡하라고?’
호준이 울상을 지었지만, 그는 철저히 외면당하면서 또 다시 왕따로 몰리는 분위기를
감지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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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한 가지는 증명된 셈이다.
카리스마가 강한 인간은 그 히스테리 또한 만만치 않다는 사실.
강현희 팀장의 히스테리에 전 직원들의 자존심이 철저하게 무너져 내리고 말았지만,
호준은 다행히도 그녀의 무자비한 독설 앞에서 유일하게 생명을 보존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가 있었으니, 그걸 다행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과연 맞는 표현인지는...
“흥. 똑똑한 동료 덕분에 오늘은 귀가 심심하지는 않았어.”
유경희 대리가 끝내 참지 못하고 호준을 향해서 대놓고 공격을 퍼붓자, 나머지 여직원들도
원망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러게요. 나는 하도 욕을 먹어서 아직도 귀가 멍멍한 걸요.”
“누구는 살아남아서 정말 좋겠다. 축하해요!”
차라리 같이 불려가서 욕이라도 실컷 얻어먹었다면 이렇게까지 마음이 불편하지는
않으련만, 이거야 원 살아도 산목숨이 아니로군. 흠. 흠.
고개를 파묻고 내심 일에 몰두하는 척 진땀을 빼고 있을 때 즈음, 팀장실의 문이 덜컥
열리는 것이 아닌가.
어이쿠. 나오셨구만.
호준을 몰아세우던 여직원들이 모두 책상위에 고개를 파묻어 버렸으니, 과연
왕 카리스마라고 아니할 수 없으리.
‘역시 만만한 여자는 아니로군.’
내심 자신이 손해 볼 것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강현희는 삽시간에 전 직원들을
몰아세우더니 어느새 호준조차 그녀의 위세에 주춤 물러날 수밖에 없는 위압감을
느끼고 말았던 것이다.
또각또각 걸어오던 그녀의 하이힐 소리가 한수진 부장의 책상 앞에 멈추어 서더니 허스키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먼저 퇴근할 테니까, 나머지 직원들은 시간되면 알아서 퇴근시키세요.”
“예. 알겠어요.”
물끄러미 벽시계를 올려다보니, 퇴근시간이 거의 가까워지긴 했다.
강현희 팀장과의 사이에 있었던 어색한 분위기를 떨 구어 내려면 며칠은 걸리겠구나!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녀가 이렇게 공격적으로 나오니까 도리어 호준이 내몰리는 분위기가
아닌가.
이런저런 궁상을 하고 있느라고 호준은 그녀가 자신의 옆으로 지나친 것도 느낄 틈이
없었나 보다.
“참, 백대리는 오늘밤 9시까지 ND홈쇼핑으로 늦지 말고 나가세요.”
어느새 사무실 문 앞까지 도착한 강현희 팀장의 입에서 거부하기 힘든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나오는 것이 아닌가.
“아, 예...그, 그러죠.”
내심 배짱을 부리려던 호준의 위세는 한 눈에 보기에도 비굴할 정도로 참담하게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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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득불 따라오겠다는 김희선을 억지로 뜯어말린 다음에야 ND홈쇼핑 빌딩에 도착했을
때에는 9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었다.
“10시 촬영은 비공개이기 때문에 아무나 들어갈 수 없습니다. 더구나 남자 분은 입장을
못합니다.”
스튜디오 안내 표지판을 따라서 무작정 지하로 내려오기는 했지만, 입구에 서 있던
녹색 제복을 차려입은 세 명의 여자가 입구에서 그를 제지하는 것이 아닌가.
2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여자였는데, 웃는 모습이 제법 귀여운 얼굴이었으며,
아담해 보이는 키와 가슴에 비해서 엉덩이가 무척 발달한 듯 보인다.
“저, 저는 광고주 측이거든요.”
호준이 쭈뼛거리면서 재차 입장을 바랐지만, 그녀의 제지는 단호하기만 했고, 그녀와 같이
서 있던 옆 동료들은 호준을 훔쳐보면서 키득키득 웃기만 했다.
이거야 원, 쪽팔려서 고개를 들 수가 있나.
“그럼, 저 독고빈양을 만나볼 수는 있을까요? 그녀가 초대를 해서 이렇게 찾아온 건데...”
호준이 뒷머리를 긁적거리면서 어색하게 입을 열었을 때, 그를 제지하던 제복녀는 물론
그 옆의 여자 동료들까지 급기야 큰소리로 웃음을 터뜨리는 것이 아닌가.
“호호호...”
“호호호...”
한 손으로 입을 막고 웃던 우측의 키가 큰 제복녀가 여전히 웃음을 멈추지 않는 얼굴로
호준을 바라보면서 끼어들었다.
“손님! 아무리 그렇게 말해도 소용없어요. 남자 분들 입장을 시키지 말라고 한 건
바로 그 독고빈양 이니까요.”
“그, 그런가요.”
호준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지만, 처음부터 그를 제지하던 아담한 여자의 얼굴에서는
귀찮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저희가 이런 일을 하다보면, 손님처럼 말도 안 되는 억지를 쓰시는 분들이 더러
있답니다.”
윽...젠장! 이 말뜻은 뭐야?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거잖아.
속으로 울화가 울컥 치밀어 올랐으나, 성을 내봤자 상황은 별로 나아질 것 같지가 않았고,
그렇다고 그냥 돌아간다는 것도 속이 편할 것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호준은 일단
복도에 있는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는 기다려 보기로 작정했다.
“손님! 아무리 그러셔도 소용없어요.”
제복녀들은 뭐 저런 사람이 다 있냐 하는 눈빛으로 그를 번갈아 가면서 흘겨보았지만,
무작정 기다리겠다고 버티는 것조차 말릴 수야 있으랴.
소란이 일어난 것은 촬영이 시작되기 불과 10여분을 남겨둔 시간 인 듯 했다.
스튜디오 안쪽에서 웅성웅성 소란한 소리가 들리더니 돌연 문이 덜컥 열리면서 누군가
튀어나오는 것이 아닌가.
“싫어요...그만 두겠다고요.”
익숙한 음성이 들리는가 싶더니, 열린 문밖으로 나온 사람은 독고 빈이었다.
“이제 와서 안 한다면 어떻게 해요!”
그녀를 뒤따르던 서 너 명의 인물은 아마도 홈쇼핑 쪽 사람들인 듯 당황한 표정으로
독고 빈을 뜯어말리고 있었지만, 뭔가 화가 단단하게 난 그녀의 심통을 도저히 막을 수는
없을 듯싶었고, 입구에 서 있던 제복녀들은 그저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저 멀뚱멀뚱 서 있을 따름이었다.
“어, 오빠!”
화를 내던 독고 빈의 눈동자가 복도 의자에 어정쩡하게 앉아 있는 호준에게 향한 순간,
그녀의 얼굴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환한 웃음이 얼굴에 번지는 것이 아닌가.
“왜, 거기에 있어요?”
호준을 향한 그녀의 목소리에서 서운함과 반가움에 일시에 밀려들었고, 그녀의 주변을
에워싸고 있던 사람들의 눈동자도 동시에 호준에게 쏠리고 말았다.
이건 또 웬 스포트라이트람...
하루 종일 여직원들의 눈총을 받는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전혀 모르는 사람들까지
자신을 쳐다보고 있지 않은가.
아, 이런 어색한 분위기라니.
“그, 그게...”
당황한 호준의 눈동자가 자신도 모르게 원망스러운 듯 멀뚱멀뚱 서 있던 제복녀들에게
향하고 말았으니, 독고빈의 독기 오른 눈동자 역시 자연스럽게 그녀들을 바라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리라.
“언니들이 우리 오빠 못 들어오게 막았어요?”
독고빈의 목소리가 얼마나 차갑던지 삽시간에 제복녀들의 전신을 북극의 얼음덩어리처럼
꽁꽁 얼리는 것처럼 무섭기조차 했다.
호준을 거짓말쟁이로 내몰던 그녀들의 기선은 일순간에 역전이 되고 말았다.
“그, 그게 아니고, 남자들을...출입시키지 말라고...”
아담한 키의 제복녀가 말까지 더듬으면서 변명을 했고, 그 옆에 서 있던 두 명의 제복녀
역시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체, 안절부절 어쩔 줄 못하고 있었다.
“죄, 죄송합니다. 제 불찰입니다.”
급기야 홈쇼핑 측의 관리자쯤으로 보이는 40대 중반의 양복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조아리면서 독고빈에게 사과를 했고, 그는 제법 눈치가 빠른 듯 이내 호준에게 다가오더니,
크게 허리를 구부리면서 정중하게 인사를 건네 왔다.
“몰라 뵈어서 죄송합니다. 불편하셨다면 용서를 해주십시오.”
아마도 독고 빈 같은 대형스타가 자사의 홈쇼핑 모델로 나섰다는 것은 그에게도 이만저만한
기회가 아닌 듯싶다.
“아, 아닙니다. 제가 멍청해서 그렇죠. 뭘.”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40대 중반의 남자는 호준이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 얼른 다가서더니 그의 몸을 부축하려고
액션까지 취하는 것이었으니, 영 부담스럽기 그지없다.
“괜찮습니다. 제가 알아서 할게요.”
호준이 사양을 하고는 독고 빈에게 다가갔을 때, 그녀는 사람들이 옆에 있건 말건 그에게서
도무지 시선을 떼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호준의 부담감은 한층 더 가중되고 말았다.
“뭘, 그렇게 쳐다 봐! 시작할 시간 거의 다 된 것 같은데, 얼른 준비해야지.”
“호호. 알았어. 나만 쳐다보고 있어야 돼!”
독고 빈이 비로소 안정을 찾은 듯 다시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섰고, 그제야 주변에 서 있던
사람들도 줄줄이 그 뒤를 이어서 따라 들어가기 시작했다.
독고 빈의 옆에 바짝 붙어서 걷고 있던 호준이 무심결에 뒤를 바라보노라니, 뒤에 서 있던
40대 중반의 남자가 제복녀들을 호되게 질책을 하는 모습이 보였고, 그녀들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넋이 나간 듯 호준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봤을 때, 호준은 속으로 키득거리고 있었다.
‘그러게, 겉모습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된다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