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풍자소설]
|||||||||||||||?러브호텔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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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째 이야기: 일본에서 생긴일1
K씨에게 있어서 이번은 세 번째의 일본행이었다. 부산에 본부를 둔
무역 회사 입사 후 줄곧 국내부의 영업 관리 일만 맡아 오다가 해외
판촉부의 직원 하나가 사표를 내면서 그리로 자리를 옮긴 것이 벌써
몇 달 전이었다. 새로 옮긴 부서는 부서의 특성상 유독 해외 출장이
많았지만 K씨는 그 일이 여간 즐겁고 만족스러운 것이었다.
부서의 직원 다섯명이 함께 동경의 모 회사와 제품 수출 계약을 맺
기 위해 부산에서 비행기로 날아왔던 이번 출장도 K씨의 주도적 활동
으로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이 성사되었다. 그래서인지 짠돌이로 소문
난 부장이 모처럼 술을 사는 바람에 3차까지 동경의 뒷골목을 누비던
일행은 자정이 되어서야 숙소인 호텔로 돌아올 수 있었다. 상품 홍보
도우미 역할 차 따라온 여직원 셋이 일찌감치 방으로 올라간 뒤에도
K씨는 부장과 함께 호텔 빠에서 두 시까지 술잔을 기울인 뒤에 라야
자신의 객실로 올라왔다. 워낙에 술꾼이기도 한 그였지만 오늘의 계약
이 생각할수록 흡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때부터 발생하기 시작했다. 4차까지 술을 퍼지게
마셨으니 어지간히 취할 법도 한데 K씨의 뇌리 속엔 갑자기 딴 생각
이 떠올라 좀처럼 잠을 이루질 못했다. 첫째는 술을 먹은 것이 화근이
었고 둘째는 술만 먹으면 이상하리 만치 여자 생각이 간절해지는 K씨
의 여성 편력이 화근이었다.
잠을 청하려 별의별 노력을 다 기울이던 그는 마침내 결심을 한 듯
전화기를 들고 벨 데스크로 전화를 걸어 벨맨을 오게 했다.
"이거... 혼자 자려니까 영 잠이 오지 않아서 말이야. 얼마면 되겠
나?"
일본의 일부 호텔에선 늘씬한 콜걸들이 있더라는 얘기는 언제인가
잡지의 한 켠에서 읽은 터였다. K씨는 태연하게 능숙한 일본어로 물었
으나 술기운으로 인해 이미 혀는 꼬부라지고 있었다.
"아, 그러시겠어요. 감사합니다."
스물 두어 살쯤 되었을까. 검정 나비 넥타이를 산뜻하게 걸친 보이
는 먼저 허리를 굽혀 감사의 표시부터 했다. 그리고는 의미 있는 웃음
을 입가에 흘리며 K씨를 쳐다보았다.
"그러면 그 전에 손님께서 돈을 내고 하실 건지 돈을 받고 하실 건
지 결정을 해 주셔야지요?"
보이의 말에 의아해진 K씨가 물었다.
"아니 이봐! 내가 여자를 부르는데 돈을 지불해야 하거늘 오히려 돈
을 받고 할 수도 있단 말인가?"
"그럼요. 손님은 단지 선택만 해 주시면 됩니다."
"아가씨가 틀린가. 아니면 서비스가...."
"아니요. 다 똑같습니다. 전혀 다를 것이 없읍죠."
술기운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자신이 너무 촌스럽게 보이지나 않을
까 걱정해서 였을까. K씨가 거기서 더 이상 묻지 않은 것이 결정적 화
근이었다.
"뭐가 그리 복잡해. 아무렇게나 불러 주면 되지. 이왕이면 내 돈을
받고 하겠네."
"아이고 이런... 고맙습니다 사장님."
K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보이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보이는 어찌
된 영문인지 진심으로 그에게 고마워하고 있었다.
잠시 후 다시 돌아온 보이는 서비스라며 맥주 두 병을 탁자 위에 올
려놓고 지갑을 열어 이 만엔 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K씨에게 내밀었
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참으로 이상한 제도도 다 있구나 생각을 하면
서 그는 그 중의 반을 도리어 보이에게 팁으로 찔러 주고 침대 위로
벌렁 나자빠졌다. 술이 오르는지 천장에 매달린 형광등이 두 개 세 개
로 왔다 갔다 했지만 분명 꿈은 아니었다. 손님에게 여자를 소개해 주
고 오히려 돈까지 주다니... 참으로 아리송한 일이었지만 그는 복잡하
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오늘 회사를 대표한 수출 계약도 무사히 마
쳤고 어쩐지 자신에게는 행운이 따라 다니는 느낌이었다.
이런 저런 생각으로 K씨가 두 대 째의 담배를 태웠을 무렵 정말로
잡지책에서만 보았을 법한 절세의 아가씨 하나가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채 스무 살도 넘지 않았을 법한 애띤 얼굴에 조각처럼 빚어
진 몸매. 허리까지 길게 넘실거리는 생머리의 향취에 K씨는 금방 숨이
막힐 듯했다.
제길. 내가 무슨 꿈을 꾸고 있는 게로구나.. 꿈이라면 제발 깨지 말
아 다오. 현실이라면 아... 이대로 죽어도 좋다....
K씨는 다리를 꼬집어보았지만 어디까지나 틀림없는 현실이었다. 순
간 씽긋 웃어 보이던 그녀가 침대로 다가와 K씨의 머리맡에 걸터앉았
다.
"자... 그러면 우리 화끈하게 한 번 시작해 볼까요?"
"아.... ...."
K씨는 숨이 막혀서 대답을 못하고 더듬거렸다.
그러면서 그녀는 입고 있던 빨간 블라우스의 단추를 하나씩 풀기 시
작했다. 곧이어 터질 듯한 안의 내용물이 어렴풋이 K씨의 눈앞에서 아
른거렸다. 흥분이 극에 달한 K씨가 더는 못 참겠다는 듯 스탠드의 조
명을 붉은 색으로 바꾸고 그녀의 몸 위로 몸을 날렸다. 그때 갑자기
밑에 깔렸던 그녀가 나즉이 속삭였다.
"저.. 우리 화끈하게 불을 켜 놓고 하면 안될까요.전 어두우면 무서
워서 흥분이 잘 안되거든요."
"그래, 그거 좋지...."
K씨가 환영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다시 일어나 방안의
조명을 환하게 밝히고는 다시금 침대로 파고들었다.
***
자. 그 다음에 그날 그 방에서 어떠한 일이 벌어졌는지는 독자 여러
분들 각자의 상상과 소중한 경험(?)에 맡기겠다. 혹은 더러는 일단의
잠 못 이루는 어린이들이 글을 읽고 행여나 못된 짓을 저지를지도 모
르기 때문이다. 어쩌면 글쓴이의 그 방면의 무지(?)^^; 때문이라고 그
렇게 치부해 버리기로 하자.
글의 전개상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그 밤, K씨는 정말 세상
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맛보는 황홀한 경험을 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언젠가 보았던 일본식 포르노의 그 행위들과 거의 다를 바
가 없을 정도로 그 묘령의 여인은 정렬 적이었다. 대강 그렇다고 해
두고 그 밤의 이야기는 접어 두기로 하자.
그 후, 그들은 모두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왔고 모두 직장에 복귀하
여 예전처럼 바쁜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
그러던 K씨가 동료들의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것은 그로부터 약
삼 사일 후의 일이었다. 주로 여직원들에게서부터 이상한 수군거림이
시작되더니 순식간에 온 회사 안으로 번져 가는 느낌이었다. 그들은
무슨 말인가를 하다가도 K씨만 나타나면 일제히 말을 멈추었다가 그
가 사라진다 싶으면 기다렸다는 듯 웃음을 터트리곤 했다. 그렇다고
내놓고 이유를 물어 볼 것도 못 돼 고개를 기우뚱거리던 그에게 며칠
전 일본 출장을 같이 갔던 부장이 퇴근 무렵 그를 지하 커피숍으로 불
러내었다.
"아니, 이봐! 자네 어쩌자고 그런 실수를 했어?"
"실수.... 라니요?"
직감적으로 일이 잘못 되었음을 느낀 K씨는 부장의 얼굴만 근심스
럽게 쳐다보았다.
"아니... 이 사람. 그럼 여태 모르고 있었단 말인가?"
"... ..."
"그날 자네 혹시 호텔에서 아가씨를 부르지 않았나?"
"예... 그.. 그게 뭐가 잘못 되기라도 했단 말입니까?"
"예이... 이 사람아...잘못돼도 크게 잘못 되었지.혹시 보이에게 돈
을 받지는 않았나?"
"예... 조금..."
"이런.. 그게 무슨 돈인지도 모르고..."
"아-니-그-럼"
"그래, 그건 일종의 출연비야. 포르노 출연비. 그 호텔 방에는 특수
카메라가 설치돼 있어서 손님이 아가씨를 부를 때 돈을 내면 그냥 아
가씨를 불러 주지만 돈을 받겠다고 하면 여자를 들여보낸 후 그 정사
장면을 즉석에서 찍어서 전 호텔 방으로 생 중계를 해 주는 곳이지.
나야 피곤해서 그냥 잠을 자느라 몰랐지만 여직원들이 우연히 그걸 보
고 말았나 보네. 아침까지 녹화를 해서 틀어 주었다고 하더군. 젠장
그러기에 몸조심했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