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4화 (24/33)

"알고 있어!"

-피잉~!

나는 덕후의 말을 듣자마자 이심전심으로 선공을 날렸다.

[퐈이야!]

그와 동시에 내 옆에서 불덩이가 날아가서 지원사격을 해줬다.

(다들 대단한 호흡이야. 이런 파티라면 계속 함께 하고 싶을지도?)

깃털펜을 불태우며 우리는 3마리를 동시에 공격하기 시작했다.

"에잇!"

나는 일행의 가장 앞에 서서 탱커로서의 역할을 다하려 하였다. 

뒤에는 덕후와 소울가디언이라는 든든한 동료들이 있기 때문에 마음놓고 등을 맡긴 것이다. 

"응...?"

하지만 그것이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건 얼마되지 않아 깨달을 수 있었다.

3마리의 깃털펜은 잔인하게도 나의 몸통이 아니라 겨드랑이와 옆구리 등을 깃털로 가지럼을 태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앗?!" 

자..잠깐..?

"꺄악!"

나는 놀라운 깃털펜의 공격에 자지러지고 말았다.

뭐야 이것들? 왜 남을 간지럽히는데?

"하하하~! 그...그만 간지럼 피워...! 킥킥킥~!"

나는 미친듯이 웃으면서 바둥거렸다.

그냥 피해를 주는 공격이었다면 패시브 스킬이 발동되었겠지만, 이런 간지럼 공격에는 나의 모든 방어스킬은 속수무책이었다. 

그런 간지럼 공격은 풀세트 갑옷을 입었다면 전혀 통하지 않는 공격이었겠지만 거의 속옷이나 다름없는 나에게는 그건 치명적인 공격이었던 

것이다.

"아하하하~~~!"

나는 깃털펜들의 공격에 바닥에 쓰러져 깔깔 거리며 웃고 말았다.

"키키킥! 꺄하하하하!!"

아..안돼...! 웃겨 죽겠어!

나는 팔을 허우적거리며 힘겨워 햇다.

" 사...살려줘...!" 

숨을 못 쉴 정도로 웃고나자 배가 아파오며 오줌을 지를 것처럼 다급해졌다.

간지럼을 잘 타는 내 성격상 이런 공격에는 정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흐음? 저게 저렇게 재미난걸까요?]

"아닐걸? 넌 저렇게 웃어본 적이 없어서 그렇지, 사람이 저 정도로 당하면 꽤 힘들어 한다구."

[그런가요?]

"그래."

덕후와 소울가디언은 내가 당하고 있는데 팔짱을 끼고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이것들 언제 공격을 멈췄던거지? 

(이..이보세요? 나는 지금 웃다 죽을 것 같거든요?)

나는 꺄하하 미친 듯이 웃으면서 배신을 때리는 동료들을 원망스럽게 바라보았다.

그런 걸 잘 알면 제발 좀 도와달라구!

"크크큭...아하하하....!"

슬슬 아랫배가 땡겨오면서 숨을 헐떡이며 고통스러워졌다.

이거 정말 위험한 걸? 정말로 오줌을 지리겠어.

나는 HP가 서서히 줄어드는 걸 보면서 위기감을 느꼈다.

우아아~! 이러다 정말 웃다 죽는거 아냐?

[으음...저거 왠지 위험해보이는데 도와줘야 하는거 아닙니까?]

"아니, 좀 더 지켜보도록 하자."

이런 제길. 제발 좀 도와달라구!

왜 지켜보는건데?

나는 그들의 대화에 미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아랫배가 너무 땡겨서 이제는 아파온다.

"키키킥...히히히...도..도와줘...제발....!"

내가 애걸을 하는 표정으로 도움을 요청하자, 그제야 덕후는 내게 다가오더니 물어보았다.

"연아야. 내가 지금 도와줄테니 대신 네가 해줬으면 하는 게 있어."

"크크큭....! 뭐...뭔데...? 하아...하아...! 꺄하하하...!"

나는 눈물을 찔끔거리며 고통스럽게 되물어보았다.

말하는 것도 힘들다.

이대로라면 정말 웃다가 탈진해 죽을 것 같았다.

"그건 바로 나랑 한번 입맞춤을 하는거야."

"...!"

뭐라고?

(이..이런 미친...!)

나는 숨이 넘어갈 것 같은 상황이지만 욕이 저절로 터져나올 수 밖에 없었다.

"키득 키득, 지..자금 나보고 너랑 키스을 하라는거야..?"

웃겨서 숨넘어가기 일보 직전이지만 나는 불쾌감을 가졌다.

"그래."

덕후는 나의 말에 간단히 긍정을 하였다.

그..그런...!

(그런 거 절대 싫어!)

하지만 가상세계에라도 너무나 간지러운 공격에는 참을 수가 없어졌다.

"아하하....크크큭...!"

아아, 이제 정말 죽겠다.

HP는 아직도 절반 이상이나 남았는데 아직도 공격은 계속되니 미칠 것 같았다.

"어때?"

"우우...."

나는 할말을 잃었지만, 점점 숨이 가파오자 눈물을 글썽이며 간신히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킥킥...하아...하아..."

(죽어도 하기 싫지만...나 더이상은...한계....이러다 정말 죽겠어...)

웃는 것은 너무나 힘든 고문이라서 나의 의지로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아..알았어...! 하면 되잖아...하면...!"

"후후, 약속했다?"

덕후는 그제서야 득의의 미소를 지으며 공격을 시작했고, 내게 간지럼 피우는 깃털펜들을 일거에 휩쓸어 버렸다.

-서걱!

그야말로 너무나 손쉬운 제압!

"....."

제길. 

그렇게 쉬운 일이면서 조건을 걸다니 너무하잖아!

"하아...하아....터무니없는 꼴을 당하고 말았다...."

나는 간신히 숨을 고르자 몸서리를 쳤다.

정말이지 터무니 없는 꼴을 당하고 말았다.

극악의 간지럼 지옥을 당하고나니 정말이지 끔찍했다.

차라리 맞는 것이 낫지, 간지럼 피우는 건 반칙이었다. 

숨도 못 쉴 정도로 당하고 나니 온몸이 탈진이 되어 몸도 제대로 가눌 수가 없어졌다.

"자, 그럼 약속대로 우리 키스를 해볼까?"

덕후는 그런 내게 다가오며 물어왔다.

녀석의 단단한 팔에 안기게 되자 꼼짝도 할 수가 없어졌다.

"으윽..."

나는 강요당해서 억지로 한 약속이라서 거부하고 싶어졌다.

몸이 저절로 뒤로 젖혀지며 녀석의 품에서 떨어지고 싶어졌다.

(어쩌지...?)

잠시간의 갈등이 내 뇌리를 휘젖고 사라졌다.

하지만 그런 약속이라도 약속은 약속이었다. 

악법도 법이라고 믿는 내 가치관으로서는 그걸 거부를 할 수가 없었다.

나는 사소한 약속 하나부터 제대로 이행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믿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설마 거짓말을 한 건 아니겠지?"

그걸 잘 알고 있는 덕후는 내게 집요하게 물어왔다.

"..."

나는 갈등을 잠시 했다. 하지만 나는 내 스스로의 가치관을 배신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어쩔 수 없네. 제길...정말 최악....))

그래서 짧게 혀를 차며 녀석의 품에 몸을 기대어갔다.

"으득! 알았어! 알았다구!"

-부르르~!

나는 이가 갈리고 몸서리가 쳐졌지만, 어쩔 수 없다 단념하며 두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자, 알았으니까 빨리 하라구."

짜증이 났지만 약속 이행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오오, 정말 하시는겁니까?]

넌 좀 찌그러져 있어, 빨갱아.

소울가디언은 덕후와 내가 입맞춤을 하려는 듯 싶자 두 눈을 초롱거리며 흥미를 내보였다.

녀석은 손에는 어느새 비디오 카메라가 들려있었다.

(망할 자식. 설마 그 카메라로 찍을 생각인가?)

녀석은 분명 우리의 키스모습을 찍어서 덕후에게 팔려고 할 것이 분명했다.

돈독이 올라서 온갖 동영상을 다 유료로 판 사례가 있으니까 말이다.

결국 그게 나의 약점이 되었고.

나는 속으로 그런 소울가디언을 욕한 다음, 이번이 나의 퍼스트 키스가 아님을 다행스럽게 생각했다. 

나의 첫 키스는 다행스럽게도 디모나님(혜선이 누나)이 가져간 상태였다. 근데 만약 나의 첫키스 상대가 덕후였다면?

(우웩!) 

상상만 해도 구역질이 오른다.

(이거 끝나면 혜선이 누나에게 연락해서 입가심이나 해야겠다.)

나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덕후가 입맞춤을 해오길 기다렸다.

뭐 그전에 한 2시간은 양치질부터 해야 할 듯 싶지만. 

(으으...근데 남자랑 키스라니 구역질나....)

그것도 하필이면 상대가 덕후라니. 정말이지 혐오감에 몸서리쳐진다.

(...?)

근데 덕후가 아무런 반응을 안 보이자 나는 되려 초조해졌다.

(...왜 빨리 키스 안 하는거지?)

나는 질끈 감았던 두 눈을 살짝 떠서 훔쳐보았다.

그러자 놀랍게도 덕후는 나의 코 앞에서 진지한 눈으로 나의 얼굴을 주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히익! 깜짝이야!)

나는 한성이의 얼굴을 한 덕후가 바로 눈 앞에 다가와 있자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왜...왜 그래?"

나는 떨리는 가슴을 숨기지 못하고 살짝 불안정한 목소리로 물어보았다.

"아니, 그렇게 고대하던 연아와의 키스라고 생각하니 심장이 떨려서..."

-두근!

이..이봐! 그거 남자에게 진지하게 고백할 것이 못 되거든?

아무리 지금 내가 게임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생물학적으로 여성이 되었다고 해도 내 멘탈리티는 남자라구!

-화끈!

하지만 그런 진지한 고백은 처음이라 괜스레 가슴이 떨려왔다.

나의 얼굴도 덩달아 빨개졌다.

(정말이지 미쳤어....) 

그래. 이건 완전히 미쳐 돌아가는 세상이다.

나는 LD&LD를 접하고 나서부터 내 주변이 완전히 미쳐 돌아간다는 걸 깨닫고 있었다.

-두근 두근 두근!

하지만 더 웃긴 건 한성이의 얼굴을 한 덕후가 진지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자, 닭살이 돋을 것 같은 기분과 함께 살짝 기쁘기도 한 이율배반적

인 기분이 들어왔다는 것이다. 

(정말 나도 미친건가..? 왜 이리 내 심장은 바보처럼 자꾸 쿵쾅거리는거야?)

덕후는 한차례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다잡았는지 나의 몸을 강하게 안아들면서 속삭였다.

"자....그럼 키스한다?"

-끄덕

나는 얼굴을 붉힌 상태로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입을 열고 혀를 내밀도록 해. 연아야."

어..어이? 

뭐냐, 그 매니악한 키스 강요는?

"어서."

나의 입가에 혀를 내민 덕후가 명령을 했다.

"응...."

나는 주저하긴 했지만 어차피 나는 명령하는대로 약속을 이행해야 하는 입장이었으므로 조금 입술을 느슨해지게 하면서 입을 열어갔다.

"하아~"

촉촉하니 귀여운 핑크빛의 혀가 베에 내밀어졌다.

뜨겁고 달콤한 한숨이 절로 벌려진 입에서 뿜어져 나왔다.

그런 나의 혀 끝에 덕후의 혀가 다가왔다.

-두근 두근!

뜨거운 눈빛으로 내가 혀를 가져다대는 덕후의 모습은 왠지 진지했다.

한성이의 모습이라서 그런 걸까? 

왠지 온몸이 간지러워지고 뜨거워지는 느낌이다.

아아, 낮 뜨거워.

"낼름, 낼름~!"

-찌리리릿~!

혀끝과 혀끝이 부딪치자 짜릿한 전류가 흐르는 느낌이었다.

(뭐..뭐지...?)

혜선이 누나랑 했을 때보다 더 짜릿한 느낌에 나는 속으로 기겁할 수 밖에 없었다.

부드럽게 내 혀를 감싸오는 덕후의 혀끝이 집요했다.

혀 끝부터 구석 구석 애무를 하듯 천천히 마찰시켜 비벼오는 느낌이 마치 손으로 온몸을 쓰다듬는 듯해 소름이 끼쳐왔다. 

"...흐응...으응...쪽....!"

덕후의 혀는 나의 혀에 휘감겨오면서 혀 전체를 자극해 나갔다.

설총 하나 하나까지도....그리고 혀의 아래의 민감한 부분에서부터 혓바닥의 미각 담당 부위 하나 하나까지 덕후는 자극을 해갔다.

-찌릿! 찌릿!

(여..역시...덕후의 혀놀림은 너무 능숙해...)

나는 아찔함을 느끼면서 몸을 부들 부들 떨었다.

혀로만 천천히 애무하며 하는 징그러운 키스에 자칫 매료될 것만 같았다.

-낼름 낼름

덕후의 혀는 내 혀를 타고 기어들어와 입안으로 붐비어 들어왔다.

"내 혀를 핥듯이 빨아봐, 연아야♪"

"응....하압....!"

일순간, 싫어하는 기색을 내보였지만, 타액이 친숙해지기 시작하자 천천히 덕후의 혀에 혀를 감싸기 시작했다. 

(...이 혀...제법, 부드러워서...탄력있어...뭔가 기분 좋아...)

힕듯이 입안에 빨아서 먹기에도 적당한 크기여서 나는 자신도 모르게 열중을 해서 덕후의 혀를 빨아댔다. 

혀가 뒤섞으면서, 입술을 겹쳐가자 감미로운 기분이 뇌리를 뒤덮었다

"으음.....쪽..."

덕후와의 키스...나에게 있어 혜선이 누나가 아닌 첫 타인인데다, 남자였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아…머리가 저려…)

나의 혀를 희롱하던 덕후는 내 숨이 거칠어지는 즈음에 천천히 혀를 떼어냈다. 

"후아...하아...."

우리 둘 사이에 긴 타액의 다리가 생겼다가 끊어졌다.

"꿀꺽...!"

그제야 입안에 고여 삼키지 못한 침을 삼킬 수 있게 된 내 목구경 안으로 타액이 들어왔다.

덕후와 나의 침으로 뒤섞인 감미로운 혼합액....

"....덕후, 너 말야..."

나는 어지러운 머리를 진정시키며 물어보았다.

"방금 이 키스가 처음 아니었어? 어떻게 그렇게 키스에 능숙한거야?"

덕후는 나의 질문에 쓴 웃음을 지으며 대답해줬다.

"하하, 당연히 현실에선 경험이 없지. 하지만 게임상에선 난 엄청난 경험자라구."

녀석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이었다.

"내가 단지 이런 모습이 되었다는 이유로 다리를 벌려주는 여자들은 수두룩하거든."

녀석은 그러면서 자신이 가상에서 안아본 여자가 수백명은 될 거라며 자랑을 해댔다.

그렇군. 그래서 이 녀석의 혀놀림과 손놀림이 그렇게 뛰어났던 것이군.

하지만 그 모습이 왠지 자조적으로 보이는 것은 착각일까? 

"...."

그 말에 나는 할말을 잃었다.

한성이의 외모를 한 덕후는 게임상에서 인기인인 것 같았다.

잘 생긴데다 고렙이고, 강한데다 리더쉽도 있고 부자이니 인기가 많을 수 밖에 없겠지. 

하지만 그럴수록 현실과의 괴리감에 저렇게 쓴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되니 괜스레 동정심이 들어왔다.

이녀석...꽤나 상처를 많이 받아오며 살아왔구나....

"웃기지 않냐? 현실에선 뚱뚱하고 못 생겨서 거들떠 보지도 않던 나에게 단지 얼굴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안겨드는 여자들의 모습이?"

덕후는 쓴 웃음을 지으면서 나에게 나직히 분노를 토해냈다.

"..."

그 모습에 동정심이 든 나는 할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랬구나...)

녀석이 친구를 사귀고 싶어서 협박이란 극단적인 수단을 쓸 수 밖에 없었다는 걸 깨닫게 되니 불쌍해보였기 때문이다.

(그래도...엄연히 남자였던 날 여자로 뒤바꾼 건 좀 아니지만...)

동정은 갔지만, 그래도 덕후의 행동은 나쁜 것이다.

그래서 나는 녀석에게 따끔히 충고를 해주려 하였다.

"그런 건 이제 상관없어. 내겐 연아, 네가 있으니까."

뭐?

"자..잠깐...! 덕후야..!"

내 반응보다 빠르게 덕후의 입이 덮쳐오자 나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으읍...!"

녀석의 입술이 내 입을 완전히 틀어막았다.

그리고는 녀석의 혀가 내 혀를 단단히 봉인을 해버렸다!

-바둥 바둥!

나는 저항을 하고 싶었지만 억세게 내 몸을 안아든 덕후의 힘에는 이길 수가 없었고, 그대로 그에게 안겨 더욱 진한 키스로 헐떡여야 했다.

"....♡"

머리가 어지럽다.

숨을 못 쉴 정도로 격렬하게 빨아대는 덕후의 농후한 키스에 나는 넋이 나가버리고 말았다.

(위...위험해...)

이성이 수없이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이렇게 마냥 당하고 있다간 덕후에게 몸까지 허락할지도 몰라?)

주도권을 한번 빼앗기자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다.

"할짝, 할짝! 낼름 낼름!"

-찌릿! 찌릿!

전류가 온몸을 뒤덮는다.

덕후와의 키스 너무 좋다.

"하아...하악...!"

거칠어진 숨결이 너무 달콤하다.

자위를 하며 느낄 수 있는 그런 다급하고 아찔한 숨결이 내 입가에 잔뜩 머금어진다.

(우우...)

안되겠어, 이거.

(나...이제 더이상 안될지도?)

-움찔! 움찔!

포기를 하자마자 격렬한 쾌감의 쓰나미가 나의 척추를 타고 뇌를 곤죽으로 만들었다.

하얗게 탈색한 뇌에 더이상의 사고가 들어가질 못했다.

(나...가버렸어....나 키스로 가버렸다구...)

아아, 나 이런 키스에 약할지도?

너무나 자극적이고 끈적 끈적하며 짜릿한 키스라서 허리에 힘이 안 들어갔다.

덕후와의 농후한 키스에 나는 완전히 넋이 나가버리고 말았다.

이런 끈적한 키스...자극이 너무 심해...

아직 13살의 어린아이인 내겐 너무 강하다구....

"후후, 좋았어?"

덕후의 질문에 난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분하지만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할 정도로 좋았던 건 사실이었으니까.

무엇보다 지금의 난 내가 무슨 행동을 하는지 스스로도 깨닫지 못할 정도로 완전히 넋이 나가고 말았다.

-두근 두근!

"...."

설마 이 다음도 있는걸까?

만약 덕후가 이보다 더한 요구를 지금 해오면 내가 막을 수 있을까?

"오늘은 이걸로 그만 접도록 하자. 아직 퀘스트의 절반도 다 진행하지 못 했으니 내일 마저 해야 할 것 같거든."

다행히 덕후는 그 정도로 만족한 듯, 나를 안심시켜주었다.

퀘스트가 긴 만큼 끊어서 할 생각인 것 같았다.

"으..응..."

나는 다소 안심이 되어 안도의 한숨을 몰래 쉬어야 했다.

덕후는 내 스스로 요구하지 않은 이상 나의 순결을 지켜주겠다는 말에 신의를 지키려는 듯 했고, 날 배려해주려는 매너도 있는 듯 했다.

정말 다행이랄까? 

키스 내기 자체야 불합리했지만(내가 위험에 처했을 때 강요한 것이니) 그래도 그 정도에서 멈춰줘서 고마웠다.

-철컥!

녀석은 던젼 안에서 마법텐트를 치고는 저장을 선언했다.

녀석이 지금 설치하고 있는 마법의 텐트는 던젼이나 필드에서 게임을 접을 때 쓰는 물건으로, 안전하게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게 만드는 고가의 모험 물품이다.

소모품인데다 고가라서 보통은 마을로 돌아가서 세이브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역시 부루조아라는건가. 

녀석은 아무런 부담감 없이 그런 물품을 꺼내서 사용하였다.

"좋아. 그럼 이제 안전하게 로그아웃 가능하겠다."

덕후는 모든 일이 끝나자 로그아웃을 할 준비를 하였다.

"그럼 내일 학교에서 보자. 오늘은 즐거웠어. 연아야."

"....그래."

나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파앗!

하지만 덕후가 사리지고나서도 나는 멍하니 그 자리에 서있어야 했다.

-부르르~!

아직도 내 몸 안에 남아있던 쾌감의 잔물결이 나의 척추를 뒤흔들고 있었다.

후회막급

덕후와 키스로 가버렸다는 사실에 나는 기분이 싱숭생숭해져버렸다.

(난 원래 남자인데....덕후따위의 키스로 가버리다니...)

이러다 나 정말 여자가 되어버리면 어쩌지?

미치겠다.

온몸의 피가 아직도 뜨겁다.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나의 몸은 아직도 뜨거웠다.

"하아..."

혜선이 누나가 보고싶어졌다.

기분이 울적해진 나는, 그 길로 게임에서 로그아웃을 한 뒤 혜선이 누나를 찾아갔다.

"어서와, 갑자기 무슨 일이니, 연아야?"

누나는 공부 중이었는지 못 보던 안경을 끼고서 반갑게 문을 열어주었다.

"바쁜데 찾아와서 미안해요..."

난 괜히 온 것이 아닌가 싶어서 죄송한 마음이 들어졌다.

"아니야. 연아라면 언제나 환영인걸."

혜선이 누나는 바쁜 와중에도 나를 따스하게 맞아주었다.

누나의 원룸맨션에 들어가보니 거기에는 대학 과제물로 보이는 책과 자료들이 수북히 쌓여있었다.

태블랫PC로 보이는 것들도 2~3개 동시에 켜져 있는 것으로 보아 무척이나 과제가 많아보였다.

(역시 괜히 온 것 같네.)

나는 살짝 후회가 되어서 안절부절하게 되어졌다.

혜선이 누나는 그런 나를 위해 시원한 음료수를 대접해주었고, 안 그래도 목이 마른 상태였던 나는 그걸 정말 맛있게 마셨다.

"그래서, 무슨 일이야?"

"저...그게..."

나는 혜선이 누나의 질문에 누나가 보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었다고 대답하였다.

"그래?"

후훗 하고 웃어보인 혜선이 누나는 그런 나를 부드럽게 안아주었다.

(아...)

그런 누나의 품이 너무나 포근해서 나는 절로 안심이 되었다.

덕후때문에 불안했던 마음이 안정이 되는 느낌이었다.

"누나..."

-쭈웁

우리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입술을 포개었다.

부드럽고 따스한 느낌.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이 입술에 느껴지고 립밤 특유의 달콤한 향기가 코를 찔렀다.

사과향인가?

나는 그게 내가 좋아하는 향이라는 걸 느끼고 누나의 배려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사소하지만 나의 취향에 맞춰주는 누나의 행동이 너무나 고마웠다.

(하지만...)

나는 혜선이 누나와의 키스가 너무나 달콤하고 안도가 되엇지만 덕후와의 키스만큼은 안된다고 느꼈다.

다리가 풀릴 정도로의 농후한 어른의 키스를 경험한 탓인지 누나와의 입맞춤이 너무 민밋하게 느껴졌다.

(아쉬워....이대로라면 뭔가 부족하다구...)

나는 욕구불만이 되어서 누나보고 좀 더 진한 키스를 하고 싶다고 졸라댔다.

"오늘은 우리 조금 색다른 키스를 해봐요."

혜선이 누나는 나의 대담한 요구에 살짝 놀랐는 듯 했지만 싱긋 웃으며 알았다고 대답해주었다.

"그럼 누나, 혀를 좀 내밀어주세요."

나는 혜선이 누나에게 덕후가 내게 그랬던 것처럼 매니악한 요구를 해갔다.

그러자 나의 아름다운 연상의 연인은 두 눈을 살며시 감고는 입을 벌려서 혀를 내밀어주었다.

-두근!

마치 내가 하라는대로 다 하는 인형처럼 그런 요구마저도 순순히 응해주는 누나의 모습이 너무나 야시시했다.

-할짝~♥

나는 그런 누나의 혀에 나의 혀를 뻗어 부드럽게 감싸서 핥아보았다.

(아아...기분좋아...)

역시 이런 매니악한 키스. 기분좋다.

마치 성기를 서로 애무하는 느낌.

말미잘처럼 축축하고 말랑 말랑한 혀를 맛보는 그 느낌은 짜릿했다.

"이제 만족했니?"

"네..."

"후훗, 연아치고는 꽤나 대담한 키스던걸? 조금 놀랐어."

-화끈!

나는 그 말에 붉어진 얼굴로 얼굴을 숙였다.

"하지만 너무 좋았어. 우리 시험 끝나면 같이 게임도 하고, 또같이 데이트도 하며 놀 수 있으니까 그떄까지만 참아줘. 알았지?"

"네."

그 뒤 나는 누나의 학업에 방해가 되지 않게 누나의 맨션을 나왔다.

돌아오는 길에 나는 창문 밖으로 손을 흔드는 누나에게 손을 마주 흔들어주고는 집으로 향했다.

xxx

돌아오는 길.

나는 내 입술을 멍하니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

"기분 좋았어..."

혜선이 누나같은 예쁜 여자 친구를 둔 나는 행복한 놈이다.

남들이 보면 시샘을 할 정도로 너무나 멋진 여자 친구.

그런 미녀의 키스를 마음껏 맛볼 수 있으니 난 행운아다.

"하지만...."

난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역시나 부족헀다.

그렇게 기분 좋은 키스였건만 덕후와의 그 농후한 키스와는 거리가 있었다.

(분하지만 역시 덕후 녀석과의 키스가 더 좋았어...)

혜선이 누나와의 키스는 이전처럼 충분히 흥분은 되었지만 허리가 부들거리고 다리가 풀릴 정도의 기분은 아니었다.

애인과의 키스로도 불만족스러워진 나는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나...이제 덕후가 아니면 안되는걸까...?)

왠지 누나를 만나러가기 전보다 더 울적해지는 느낌이다.

남자로서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느낌이라 난 괜스레 두려워졌다.

혜선이 누나와 만나 안도를 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불안해졌다.

"후우..."

나는 한숨을 크게 내쉰 뒤 잠을 자기 위해 집을 향해 밤거리를 걸었다.

 다음날 잠에서 일어나니 머리가 지끈거리고 이마에서 열이 났다. 

전날 고민을 너무 많이 한 탓인지 두통과 몸살이 동시에 일어난 것이다.

(몸이 무거워...)

나는 추욱 처진 체로 자리에서 일어나 냉장고를 열어 시원한 우유를 한잔 들이켰다.

엄마가 있었으면 가져다 달라고 칭얼거리기라도 해볼텐데 집안에 아무도 없으니 더욱 외롭고 쓸쓸해졌다.

가족들이 없다는 것이 이토록 불편하고 외로운 것일 줄이야.

"하아아..."

게다가 악몽까지 꾼 탓에 기분이 우울했다.

"하필이면 내가 진짜 여자로서 결혼하는 꿈이라니..."

끔찍한 결혼식이었다.

모두가 축복하는 가운데,  웨딩드레스를 입고 버진로드를 걷는 나의 모습이라니!

물론 웨딩드레스는 너무나 내게 잘 어울렸고 그 신부복을 입은 나의 모습은 게임상에서 보았던 글래머스하고 성숙한 모습의 성인의 모습이었다.

남자라면 한번쯤 지나치다가 뒤를 돌아보게 만들 정도의 초미녀의 모습!

하지만 그게 나라는 것이 첫번째 문제였고, 두번째로 버진로드의 끝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 바로 성인의 모습이 된 한성이였기에 악몽이었던 것이다.

"으윽..."

행복한 결혼식에, 즐거웠던 신혼여행, 아담한 보금자리, 그리고 마지막엔 서로 침실에서 발가벗은 상태로 세..세...섹스를 하려고...!

"정말 최악의 악몽이었어..."

나는 식은 땀을 흘리면서 그 꿈을 머리에서 지워버리기 위해 머리를 뒤흔들었다.

정말이지 꿈이라서 다행이지 그게 현실이 되었다면 자살해야 했을 것이다.

"후우..."

나는 요새들어 너무 많이 늘어난 한숨을 내쉬면서 나의 가슴을 힐끗 내랴다보았다.

조금씩 부풀어가는 젖가슴은 이제는 꽤나 커져서 볼륨감이 드러나고 있었다.

나시만 입은 상태인지라 살짝 노출되어 보이는 유두가 야해보였다.

게다가 핑크빛으로 봉긋 솟아 앙증맞아보여서 귀여웠다.

(아직도 내 몸은 여자인 상태구나.)

대체 덕후녀석이 이런 약을 어떻게 구했는지 모르지만, 남자를 완전히 여자로 탈바꿈시키는 약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성기마저 뒤바꿔버릴 정도의 약이라니 이거 완전히 사기잖아?)

정말이지 말도 안된다.

이런 약이 버젓히 시중에 팔린다면 아직도 남아선호사상을 강한 우리나라에선 불티나게 팔릴 것이다.

남자를 여자로 바꿀 수 있다는 말은 그 반대도 가능하다는 뜻일테니까.

하지만 그렇게 되면 세상의 온갖 규범과 시스템은 붕괴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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